한글창제 덕에 동물명이 한자화가 안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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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창제 덕에 동물명이 한자화가 안됐다고?

호루스 2 943

아마추어의 생각이기 때문에 사실 관계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관련 기사입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10/08/0200000000AKR20151008079700005.HTML?input=1179m

 

이 기사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말의 상당수가(70~80%? 정확한 수치 기억안남) 한자어인 것은 대부분 아실겁니다.

 

오래전에는 중국어 단어가, 일제 시대 이후에는 일본식 한자 단어가 우리 말을 대체했지요.

 

기사에서 지적한대로 동물 명칭은 한자어가 다른 단어에 비해 한자어가 적게 침투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게 한글 창제 덕이라니 아무리 한글날을 앞둔 발표였다지만 견강부회식 해석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가장 단순한 반론은 한글 창제 덕분이라면, 왜 하필 동물 명칭만 살아남았냐는 겁니다. 다른 분야의 단어는 왜 한자로 대체되었냐는 것이죠.

 

햐여지간 요 며칠간 먹고살기와는 별 상관없는 이 기사가 머릿 속에서 뱅뱅 돌더군요.

 

제 생각으로는 바로 그 먹고살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먹고살기에 별다른 신경을 안쓰고 새로운 단어를 뭔가 있어 보이는 척 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계층-지배계층 또는 지식계층, 조선 시대에는 양반-이 사용하는 단어는 한자어가 우리 말을 몰아내었고, 그러하지 않은 단어는 우리 말로 살아남은 확률이 높은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면, 추상적 단어 생각, 느낌 이런 말은 사고, 감상 등의 한자어로 바뀌고 농민들이 쓰는 두레, 품앗이 등의 단어는 우리말로 살아남은 것 말이죠.

 

농사 단어라도 양반 계층이 생산계층과 최소한의 접촉을 해야했던 단어, 농사, 초가, 농민 등의 단어는 한자어로 바뀌고 농사에 대해 구체적인 낫, 쟁기, 가레 등의 단어는 우리말로 살아남은 것을 보면 더더욱 그런 심증이 굳혀집니다.

 

즉, 동물이 우리 말로 살아남은 것은 한글 창제 덕이 아니라, 양반계층이 자신들의 관심 영역밖에 있는 분야의 단어를 한자어로 그다지 사용할 일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대에 들어서는 지배, 지식 계층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약간은 바뀌었지요. 지적인 분야이긴 하지만 순수 지식보다는 돈에 관련된 지식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요.

 

그래서 돈과 기술에 대한 단어가 우리 말보다는 영어로 대체되고 있는 현상이 심합니다. 물론 없는 단어가 그대로 채용되는 경우도 있지만-과학, 공학 계열의 단어- 있던 단어를 몰아내고 영어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죠.

 

뭐, 워낙 한자어가 많다보니 한자어를 영어로 바꾸는 식이지만.

 

예를 들어 조리사가 쉐프, 조리법이 레시피, 욕실 용품이 어메니티 등이죠.

 

사실 위에 들은 단어를 주제로 글을 쓸까 하다가 이번 글이 나오게 된건데요, 없는 단어를 영어로 차용하는 것은 별로 거부감이 없지만, 있는 단어를 좀 있어 보이는 척, 고급스러운 척 하는 행태에는 거부감이 들어서요.

 

동사무소가 주민 센터로 바뀐다던지, 목요일에 실시한 이번 할인 행사를 굳이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을 보면 좀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좀 민감한 것일수도 있지만, 중국의 문화 지배에서 벗어나니 일본으로, 다시 미국의 문화 지배로 이어지는 모습이 개인의 민족주의, 자주 정신에 상처를 주었기 때문이라 해야 할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젊은 층의 약어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등의 줄임말이 차라리 더 우리 말의 변화하는 모습에 긍정적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우리말이 한자어에 대해 가지는 약점...순수 우리 단어는 단어 그 자체로 확장성이 적으며, 우리 말로 적다보면 단어가 필요 이상으로 길어진다는 점을 보완해 줄 수 있기 때문이죠.

 

지배계층은 또는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또는 새로운 단어에 대해 영어라면 강한 수용성을 보이지만 젊은 세대가 만들어낸 단어에는 비속어라는 딱지를 붙여가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중적 속성을 드러냅니다.

 

젊은 계층이 사용하는 축약형 단어 역시 영어식 축약법이라는 분명한 방법론적 한계를 드러내고, 천박한 표현도 다수 있긴 하지만(대표적 예로 피꺼솟...나이 40넘은 양반이 허구헌 날 피꺼솟이라며 상대를 조롱하는걸 보니 참 천박하기 이를데 없던 느낌이 아직도 납니다만..) 그런 부분을 뺀다면 우리 말을 영어로 바꿔버리는 것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지 않은가 싶습니다.

 

말과 글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분명히 변합니다.

 

추억의 만화 영화 로보트 태권브이를 보았는데(1984년 작) 거기서도 분명한 우리 말의 변화를 느낄수 있었습니다.

 

억양이 좀 더 있고 신파적 느낌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아들의 표현을 빌자면 북한 말 느낌이 약간 난다고 말이죠. 저도 동의했구요.

 

1984년 당시에는 우리 말이 북한 말과는 완전히 억양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들어보니 그래도 약하나마 북한 억양이 느껴지더라고요.

 

이건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말과 북한 말이 갈수록 이질화되어가고 있다는 반증이겠죠.

 

이런 변화를 부정하거나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그 변화가 중국 단어를 영어 단어로 단순히 대체하는 것이라면, 또는 이미 우리 말로 충분한 것을 일부러 영어로 바꾸는 것이라면...저항하고 거부해도 그다지 흠은 아닐까 싶습니다.

 


2 Comments
세크메트v 2015.10.12 01:28  
최근 태국에서 심카드 이용하면서 알게된 사실인데
심카드는 따로 대체할 말이 없어 심카드라고 부르는것 같고
모바일 통신방식의 세대를 부르는
쓰리쥐 포쥐 한국사람들은 이렇게 부르는데
태국은
쌈쥐 씨쥐 이렇게 부르는것을보고 참 많은것을 느꼈습니다
단어의 기원이야 잘 모르겠지만
핸드폰을 부르는 태국 고유말인 무트 또한 많은것을 느끼게 해주더군요.
우리나라는 한글을 사용하면서도 한글파괴가 정말 많은것 같아요
물론 태국뿐아니라 비영어권국가에서는 필연적으로 있겠지만요
중국또한 맥도날드를 맥로당이란 한자어를 사용하더라구요..
몇일전 기사에서 봤지만 간판을보면 8-90%는 영어거나 영어의 한국발음...
sarnia 2015.10.13 04:47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나온 50 년대 60 년대 70 년대 영화를 가끔 보는데,
억양이 지금의 북코리아 사람들 억양과 아주 비슷한 걸 발견할 수 있었어요.
심지어 1974 년에 나온 별들의 고향을 봐도 거기 나오는 안인숙 말투 영락없는 탈북여성 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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