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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의봄 13 1055

제겐 두 아이가 있습니다.

올해 큰 아이는 서울에서, 작은 아이는 제가 사는 이곳에서

수능을 보았어요.

큰 아이는 이모의 배웅을 받고.

작은 아이는 이른 아침을 먹고 대관령을 지나 강릉으로 시험을 보러 갔어요.

시험장 정문에서 제 손을 꼭 쥔 작은 아이는

" 엄마,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  감사하고 사랑해요."

그 말을 맘에 담고 서성이다가 차를 돌려 출근했지요.

재수중인 큰 애를 살뜰히 보살피지 못하고

기숙사 생활중인 작은 아이를 제대로 보듬지 못한

그런 아픈 시간들이 자꾸 차창 밖을 스치네요.

이런 마음 함께 나누고픈 남편은 하필  이날 새벽

일본 출장을 떠났습니다.

 

체육교사가 꿈인 큰 아이는 올 한해 충실한 재수생이었습니다.

작은 아이는 되고 싶은, 하고 싶은 무언가는 찾지 못했지만

항상 성실하고 열심인 학생이었고요.

간혹 저애가 내 딸이 맞나 이런 생각을 하곤 했지요

 

어제로 작은 아이의 수시 발표가 끝났습니다.

내신이 좋은 아이는 살짝 마음을 놓았나 봐요.

면접을 보러 두어번 서울도 가고

1차 광탈에도 남은 학교가 있으니

그럭저럭 마음을 추스리며 지냈습니다.

그러나 설마 하던일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수시 6 광탈.

 

아무 말도,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저 안아 줄수 밖에는...

 

이 시련을 잘 이겨내고

더욱 단단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 고생 많았어. 내 딸.

 엄만 지금까지의 네 노력을 알고 있어.

 힘내자 "

 

 

 

 

 

 

 

 

 

13 Comments
고구마 2015.12.09 12:03  
한해에 입시생이 두명이나 되다니, 오대산의봄님과 가족모두에게 다사다난했던 2015년이였겠습니다.
자제분들이 연년생인가봐요. 좋은 소식 있으시길 바래요.
오대산의봄 2015.12.10 09:50  
연년생이라 쌍둥이 처럼 키웠지요.  기쁨도 두배 였답니다.
저도 조심스레 좋은 소식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jindalrea 2015.12.09 13:12  
카이스트에서 박사하고, 나름 잘 나가던 아이가
서른다섯에 기도 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수녀원으로 떠났다가..
삼년여의 시간이 지난 며칠 전, 공부를 더 하고 싶어.. 하며 돌아오겠답니다.

이제 백수에 빈털털이인 이 녀석에게 무얼 해줄 수 있을지 생각 중인데..
결론은 그저..밥 한끼 잘 먹이고, 더운 나라에서 오니, 겨울 옷이나 사입혀야 겠습니다.

앞날의 불안함은 어찌보면, 숨쉼의 댓가인 듯 평생 따라다니는 듯..
그저.. 떠나던 때보다 돌아오는 때의 마음이 한결 쉬이 이해되기도 하고..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림의 자세를 결정하는 것 뿐이네요. ^^;



자제분께 따뜻한 엄마품이 있기에.. 힘들겠지만, 좌절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2016 학년도 입시가 아직 끝난 게 아니니.. 더욱 좋은 결과 있길 바라겠습니다.
무엇보다 뜻하는 바, 마음 가는 바를 잘 찾아가길 기도하겠습니다.
오대산의봄 2015.12.10 09:52  
가끔씩 제 기도가 많이 부족했나 자책하고 있었어요.
돌아가더라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롯이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숲샘 2015.12.09 14:45  
효도깊은 자제분들이고 자상한 엄마시네요. 감동적입니다.

한편으로는,, 제게도 아이가 둘이나 있어 걱정이기도 합니다.
이담에 사회생활이나 제대로 할수있을려나? 하구..

암튼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좋은일만 있으시길  기원할게여
오대산의봄 2015.12.10 09:56  
감동적이라 하심은 숲샘님도 부모이기 때문이겠지요.
아이들로 인해 저 또한 자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zipper 2015.12.09 15:19  
시험이란 것이 DNA 즉 유전자의 영향에 따라 +- 5% 이상의 오차가 존제 한다고 합니다.
천페이지의 책을 33페이지만 봐도 우수한 성적을 낼수 있는 현재의
시험제도가 과녕 맞는 것인가란 다큐멘타리를 EBS 에서 하고 있네요.
http://www.ebs.co.kr/tv/show?prodId=348&lectId=10417951
전 시험에 대한 패턴을 쉽게 알았기 때문에 남들보다 공부도 덜 하면서도
좋은 성적을 냈었는데, 그에 대한 내용이 쉽게 설명이 되어 있네요.

결론은, 현재의 시험제도란? 돈으로 패턴을 배울수록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이지
열심히 노력하고 영리한 것과는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두 자녀분이 항상 건강하고 어머님이랑 행복하게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오대산의봄 2015.12.10 09:58  
갑자기 제 유전자는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건강한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데
자꾸 욕심이 자랍니다.
감사합니다.
동쪽마녀 2015.12.09 16:36  
보통 아이들은 시험장 들어가기 바쁠텐데 
엄마 마음 헤아릴 줄 아는 참 심성 곱고 근사한 따님을 두셨네요.
아이는 엄마의 얼굴이라고 하잖습니까.
엄마 역시 힘든 상황일텐데 아이 먼저 다독이시는 참 좋은 어머니시구먼요. 
저도 딸아이가 하나 있습니다. 
이제 고등학교 입학을 목전에 두고 있지요.
저희집 아이도 심성 착하고 바른데
되고 싶고 하고 싶은 뚜렷한 무언가를 아직 못 찾고 있습니다.
심성 고운 따님 얘기에 많이 공감이 되어서요.
21세기가 원하는 인재는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얘기를
어디서 얼핏 들은 기억이 납니다.
타인의 마음에 귀기울이고 아픔이나 슬픔, 기쁨에 공감할 줄 아는 따님이시니
지금의 힘든 시기 잘 이겨내고 더 단단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참 소중한 저희집 도로시도,
오대산의봄님의 참 소중한 두 자녀분도 모두 파이팅입니다.
더불어
우리 엄마들두요!
오대산의봄 2015.12.10 10:00  
네 우리 엄마들이 힘을 내야지요.
화이팅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펀낙뻰바우 2015.12.09 20:28  
따스하고 감동적인 글...잘 보았습니다.

오대산의 봄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으시는 님...언제나 푸른 빛의 오대산처럼 자제분들도 곧 푸른 빛을 내며 자신의 앞가림을 할겁니다.^^*

아주 오래전 군인시절 제 첫 부임지가 오대산 바로 옆 황병산이라 감회가 새롭네요.
오대산의봄 2015.12.10 10:04  
늦은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황병산의 불빛들이 보입니다.
아 거기서 군 생활 하셨군요
반갑습니다.
올리신 글은 잘 보고 있어요
이 자리를 빌어 좋은 글과 사진 감사드립니다.
토닥토닥 해주셔서 맘이 따스해 졌습니다
ginie 2015.12.14 13:12  
온전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네요.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마음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지켜 주시는 어머니...
제 어머니는 아니지만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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