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에 대한 조금 다른 이야기
sarnia
9
760
2017.04.14 11:47
서울 구치소에 수감된 분들이 아침마다 듣는 노래라고 해서 가져와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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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인종차별을 주제로 벌어진 격론을 읽었는데,
난 무식해서 그런지 자세한 건 잘 모르겠고,
태어난 모국 밖에서 27 년 간 살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팍' 한방에 오는 결론적 느낌을 이야기하자면
한국에 살면서 한국말 못하면 차별당할 수 밖에 없고
미국에 살면서 미국말 못하면 차별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말을 모르면 차별이 아닌 것도 도매금으로 차별로 느껴질 수 있겠다.
언어가 통해야 상대가 온전한 인격체로 보인다, 언어와 교감은 거의 정비례할 수 밖에 없다.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오해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겉으로 나타난 외모나 조건만으로 판단하는 편견이 개입할 여지가 그만큼 줄어든다.
인종갈등은 이미 지인이 된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도 나름대로 깨달은 작은 진리다.
미국에 살면서 언어와 문화를 동시에 완전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된 2 세, 3 세와
그렇지 않은 1 세가 느끼는 차별은 그 정도와 종류가 전혀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소통정도의 차이에서 찾으면 될 것 같다.
그냥 재미삼아 (표본조사한 거 아니니까) 인종차별을 가장 심하게 느끼고 불평을 많이 하는 집단을 순서대로 매겨보자면
우선 미국에 여행 온 여행자들이 첫째 인 것 같고 (아마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입국심사과정에서부터 순탄치 않은 경험을 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둘째 영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하면서 한인타운에 거주하고 직장과 사회생활도 한인 커뮤니티 안에서만 맴돌아 다른 인종이나 집단을 접촉할 기회가 적어 인종갈등을 경험할 기회가 가장 적은 이민자들이 또 인종차별 경험담은 무궁무진하다.
반면 희한하게도 인종갈등을 경험할 기회가 많은 사람들, 즉 주류사회에 직장을 두고 있거나 주류사회와 거래를 하는 이민자 집단일수록 인종갈등에 대한 체감도가 점점 낮아진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이민 2 ~ 3 세 로 넘어가 혀가 완전히 돌아간 세대가 되면 인종차별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그들이 인종차별을 이야기할 때 그 주제는 자기 개인이 어디서 당한 이야기가 아니라, 정치사회적 의견을 피력할 필요가 있을 때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이라는 특수한 다문화 공동체의 장단점을 잘 이해하고 있는 그들은 '인간이 누구나 종족본능을 지니고 있으며 팔이 안으로 굽는 차별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 공동체 구성원들이 작년 미국 대선국면에서 갑자기 유명해 진 용어인 political correctness 비슷한 시민의식과 소양으로 다문화 공동체가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미덕은 인문소양 따위가 아니라 예절과 시민의식, 선을 넘지 않는 자제력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위선과 가식'이 무교양과 몰상식보다는 훨씬 가치있고 우월한 태도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적어도 미국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이민자든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든, 다문화 공동체가 물리적 내전상태에 빠지지 않는 범위내에서 서로 문화전쟁을 벌이며 치고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것 까지는 인정한다.
다만 그 범위를 넘어서는 위험한 행동이 나타난다면 합심해서 제재를 가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싸르니아 개인적인 느낌과 판단으로는 미국은 이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는 편이다. 이 시스템이 무너지면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이상 백인이고 흑인이고 황인종이고 히스패닉이고 무슬림이고 아무도 안전하지 않게 된다. 스티브 배넌 같은 사람은 그 범위 언저리에서 얼쩡거리며 까불었기 때문에 결국 쫓겨날 위기에 몰린 것이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아, 나는 그 나라 말을 잘 못하니까 인종차별을 당하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걱정을 접어두시기 바란다. 언어보다 백배는 더 중요한 인종차별 방지제가 있다. 친절한 표정이다.
당신이 가진 능력이 논리적인 달변 뿐이라면 인종주의자를 굴복시키는 것에서 그치겠지만, 당신이 친절한 사람이라면 인종주의자를 당신의 친구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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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여기서부터는 존대말로)
위에 주절거린 이야기하곤 별 상관이 없는 이야기인데요..
아래 사진은 지난 일요일 명동에서 촬영한 것인데,
1. 기독교인들로 보이는 한 무리의 남녀가 확성기를 틀어놓고 찬송가를 부르고 있고,
2. 지나가던 무슬림 여행자들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그 모습을 스마트폰에 담고 있으며,
3. 그 앞에서는 바바리코트 아저씨가 히브리어로 보이는 팻말을 들고 장승처럼 서 있습니다.
관광경찰부스는 근무자들과 여행자들이 거의 외국어로 대화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관공서인데, 그 바로 옆에서 저렇게 확성기까지 틀어놓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저 분들의 행동을 왜 대한민국 공권력은 제지하지 않는것인지 몹시 의아해하며 지나가던 중,,
저 바바리코트 아저씨를 발견했습니다.
귀청이 떨어져나갈 것 같아 빨리 저 저역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저 팻말에 쓰인 히브리어가 무슨 말인지 하도 궁금해서 저 아저씨한테 한국말과 영어로 번갈아가며 물어봐도 잔잔한 미소만 보이실 뿐 전혀 입을 여시지 않았습니다.
결국 누군가가 저 글이 오른쪽부터 읽어서 차례로 나자렛 예수 유대인 왕 이라는 것을 저에게 알려 주셨는데,
왜 저런 말을 무슬림들이 많이 오는 저 지역에서 아랍어도 아니고 한국어나 영어도 아닌 히브리어로 써서 들고 있는지 아직도 미스테리입니다.
암튼 긴급신고 같은 것이 들어 올 수도 있는 관광경찰부스 바로 옆에서 저렇게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게 좀 이상해 보였습니다.
바람도 불고, 길쭉한 쫀득이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있는 바람에 저 날은 그냥 지나쳤지만
다음에 또 저런 행동을 발견하면 관할 중부경찰서에 신고를 해 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