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 본 그 특별한 도시에서는...... 가을여행 이야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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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 본 그 특별한 도시에서는...... 가을여행 이야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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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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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이 포스팅은 여행기입니다. 규범적 가치판단을 가급적 배제하고 감정이 절제된 담담한 문체로 작성했습니다. 여행기로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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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에 내렸습니다. 

 

가수 정태춘 노래 가사 한 구절이 떠 오릅니다.

 

송정리 기지촌 너머 스러지는 햇살에

떠 오르는 헬리콥터 노을 날개도 찢고……

 

광주-송정역입니다. 광주는 2 년 전에 와 본 적이 있는데 이 곳은 처음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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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문화전당이 된 과거의 전남도청 건물입니다.

 

이 역사적인 현장에 설 때마다 항상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시민군이나 계엄군의 입장을 막론하고 생사가 갈리는 그 절박한 순간에 가장 먼저 다가왔던 느낌이나 생각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하는 점 입니다.

 

아시다시피 이 현장은 그 유명한 5.21 집단발포사건이 일어난 곳 입니다.  

 

집단발포가 있고 나서 일단 시 외곽으로 퇴각했던 계엄군은 그로부터 6 일 후 이 도시를 포위하고 전방위 공격작전을 감행합니다., 이 작은 건물을 다시 탈환하기 위해 특전사 소속 3 개 공수여단과 보병 제 20 사단 등 약 1 만 여 명의 전투병력이 20 mm 발칸포로 중무장한 공격용 헬기와 전차, APC 장갑차 등 의 엄호를 받으며 진주해 들어왔던 그 날의 그 길, 그 현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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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제가 방문한 날이 7080 충장문화축제 기간 중이었습니다. '충장'이란 광주의 번화가 충장로에서 따 온 말 같습니다. 서울에 명동-충무로가 있고 부산에 남포동이 있듯이 광주에는 충장로가 있었습니다.

 

5 월의 노래에 나오는 금남로가 더 유명하긴 하지만 금남로는 문화전당으로 향하는 대로입니다. 마치 서울의 세종로와 같은 간선도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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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용사? ㅎㅎ 1970 년대 만화가게가 여기 있네요. 그 때 초등학생 옷차림이 저랬나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아닌 것 같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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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 이준기 방 비슷하지요. 광주의 교련복은 약간 칼러풀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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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담배 컬렉션 많이 부실해요 (사진도 약간 부실하고) 거북선도 안 보이고 솔도 안 보이고 (저 PINE TREE는 맨솔 같은데), 은하수는 또 어디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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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내 곁에 선 순간~ 그 모습이 너무 좋아~

 

난데없이 김연숙의 '사랑밖엔 난 몰라' 가 들려와 걸음을 멈추고 들어가보니 교복과 교련복 차림의 학생들이 부르는 노래였군요. 문 앞에서는 '레지' 아가씨가 "이 다방 영업하고 있습니다" 하면서 손님들을 부르고 있구요.

 

아까부터 교련복 교련복 하는데 교련복이 뭐냐구요? 왼쪽에서 악보를 보며 기타를 연주하는 안경낀 학생이 입고 있는 얼룩덜룩한 옷이 교련복입니다. 1970 년 대 초부터 1980 년대 말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은 저런 옷을 입고 의무적으로 군사훈련을 받아야 했지요.   

 

근데 저 여학생은 하얀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고 있네요. 7080 이 아니라 3040 모드 같은데요.

 

부르는 노래들 (아주 잘 불렀음)이 7080 맞기는 하지만 다방보다는 캬바레에서 많이 부르던 노래들 인 듯^^

  

스치는 자동차 속에 그대 모습 보았죠~ 

부인인듯한 사람인가~ 무척 행복한 표정이었죠~

그대 이름 그대 음성 찢어버린 사진처럼 잊어야 돼

하지만 나는 잊을 수 없네 너무나도 그리운 걸 어떡해~~

 

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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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삽질못해 죽은 귀신이 붙은 모양인데, 영산강이라고 무사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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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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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내용이 거짓말로 채워진 이런 교과서로 공부해야 했던 엄마아빠와는 정말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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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음과 행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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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믿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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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년 가을 처음으로 찾아갔던 5.18 국립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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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운 (대학생 당시 22 세) 1980 년 5 월 27 일 04 시 도청에서 계엄군과 교전중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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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와 아빠' 

 

어느 프리랜서 외신기자에 의해 촬영된 이 한장의 사진

독일 슈피켈 지에 실렸던 이 한 장의 사진은

전 세계의 이목을 대한민국 광주에 집중시켰습니다

 

꼬마의 아빠 (당시 34 세)는 1980 년 5 월 21 일 오후 1 시

계엄군의 자동소총 집단 발포로 금남로에서 즉사했습니다.

 

당시 현장에는 약 20 여 만 명의 시민들이 운집해 있었기에

그 군중을 향해 사격을 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 했답니다.

그 누구도...... 



저 5 월의 꼬마

지금은 35 세 아저씨입니다.

광주광역시 시청 공무원으로 근무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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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년 봄, 5.18 국립묘지

당시 서울시장과 구청장들 (사진은 펌)

 

누구나 아는 만큼

느끼는 만큼

그리고

생각의 폭이 닿는만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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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결코 여러분을 잊지 않을 것 입니다.  

 

2010. 10.7 sarnia

 

 

 

 

10 Comments
바다연꽃 2010.11.05 14:05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가슴에 붉은 피 솟네 .....

갑자기 오월노래가 생각이 납니다.

가카는 무엇이 좋아서 저렇게 파안대소하고 있는지....

사르니아님 덕분에 잘보고 갑니다.
sarnia 2010.11.06 17:24  
저 사람…… 1980 년 여름에 보안사에 끌려가 강제로 서명날인을 했다고 하지요, 당시 현대건설 대표이사였을 겁니다. 저 사람 수기 읽은 적 있어요. 신화는 없다 뭐 그런 제목이었던 것 같은데 별 감동적인 내용은 없어도 대충 어떻게 살아왔는지 행간 사이로 짐작하게 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미객 2010.11.05 21:38  
꺼질듯~ 꺼질듯~ 하다가 다시살아나는 촞불처럼...

추억도 잊은듯하면...

어느날....    불현듯 다시  생각나듯이......

이모든것의 모태는 역시 ...

아름다운 글과 피사체를 혼합하는
아름다운 마음씨를지니신
사르니아님이 존재하기에 어둔운 세상이 될지라도
모든것을 일깨어주는 환한불빛이 되는것 같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당신의 모습에 조심스럽게 갈채를 보내드립니다.........^..^
sarnia 2010.11.06 17:24  
전 가끔 올려주시는 촌천살인의 해학과 메시지가 놀랍습니다. 전 평범하게 삽니다. 그냥 기억하고 있는 것 뿐 이지요.

대한민국방에 보내지 않으려고 무지 애썼습니다^^  아니 그보다는 의견이 다른 분들도 많으니까. 또 한편으로는 어차피 여행기니까 그 범주를 넘어가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했구요. 이야기를 하는 방법은 다양하니까……
김우영 2010.11.05 23:30  
고등학교때 5.18광주사태 책을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대한민국에 이런일이 정말 있었을까하는 생각에...

계동에서 국미학교,중학교를 보내면서...

매캐한 최류탄의 향기가 코를 자극하며.. 학교를 다니던 그시절...

고등학생형이... 중학교로 온적이 있습니다...

강의를 하시던 선생님이 조용히 숨길곳을 가르쳐 주더군요,.,,

사상이나 이념을 모르던 우리들은...  쩝....  왜 그런가 그런생각을 했는데....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해서 감사합니다.
sarnia 2010.11.06 17:25  
저는 그 해에 고등학생이었어요. 학교는 만리동에 있었는데 버스가 서강대 앞을 지나갈 때마다 그 학교 교문 에 항상 베레모를 쓴 공수부대가 집총자세로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기관포를 거치한 장갑차 두 대가 역시 학교 안에서 밖을 향해 주차해 있었고요.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 해 봄부터 가을까지 그랬습니다.

근데 그게 벌써 30 년이나 지난 일이네요… 참
plantubig 2010.11.08 15:40  
저는  그해,,,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그 이듬해 한 젊은 시인이  발표한 詩,

아비규환을 겪었던 송정리 기차역을  무대로 했었음직한  '사평역에서'...

그러나 사평역은 가상의 驛 이라고 하네요.

음악이 주는 정서와  '사평역에서'의  心想이  좋아서  ,,,,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 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 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나마스테지 2010.11.10 22:28  
잊고 있던 시.
다시 음미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sarnia 2010.11.08 23:27  
궁금해서 '사평역에서'를 검색해보니까 놀랍게도 1981 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당선된 시더군요.

"할 말들은 가득해도"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저는 메타포에 소질이 없어놔서 시를 쓰기는 커녕 잘 읽지도 못 하지만
이 정도면 은유라기보다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졌다고 봐야 하는데,
1981 년 겨울, 그 혹독했던 겨울에 곽재구 시인과 심사위원들은 참 큰 일을 해 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앙일보까지도 ㅎㅎ

월요일 아침이예요. 잘 감상하고 나갑니다^^
나마스테지 2010.11.10 22:28  
s님, 거북선은 보이는 거 같은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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