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한 야반도주로 끝나버린 나의 캠핑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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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한 야반도주로 끝나버린 나의 캠핑 -_-;;

고구마 24 1026

여름 휴가 잘들 보내고 계신지요. 바야흐르 마음이 들썩들썩해지는 휴가철입니다.
올여름 해외로 나갈 계획이 없는 우리는, 맨날 집에서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지낼수는 없다는 결심을 갑자기 하게 됩니다.

요왕이 작년에 낚시에 취미를 가져보려고 동분서주하다가 , 생고생 + 금전적인 손해만 엄청 보고,
결국 꼴보기 싫은 물고기 미끼만 잔뜩 집에 쌓이게 된 걸 경험한지라...

기술력이 필요 없는 만만한 취미를 생각해보다가.....

캠핑 정도라면 뭐 별다른 기술이 필요한것도 아니니까 무진장 고생만 안겨준 낚시와는 달리 마냥 즐거울거라고 생각했어요.

인터넷을 뒤져서 급하게 텐트를 마련하고 코펠도 사고 작은 버너도 사고 밖에서 밥먹을수 있게
반짝반짝 비닐 돗자리랑 다리 접히는 밥상도 이마트에서 하나 사고 만원짜리 아이스백도 장만하고 해서

우리로서는 처음 해보는 야외 캠핑을 위해 나름의 만반의 준비를 해서
저기 경기도 북부 어느 오토 캠핑장으로 룰루랄라 떠나게 되었는데....

캠핑에 한번 필이 꽃히니까 완전 들떠버려서 캠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텐트를
그냥 편하다는 이유를 특장점으로 한 - 2초만에 화라락 펼쳐지는 원터치 텐트 - 를 산게 불행의 시작이었어요.

이 텐트는 그야말로 우리같은 초게으름뱅이들을 위한 텐트인거 같은데...

그 왜 여름이면 중국산 모기장 같은거 있잖아요. 방바닥에 던져놓으면 지가 알아서 꿀렁꿀렁 펴지고 접을때는 동그랗게 휙휙 말아서 보관하는....딱 그런 아이템이거든요.

텐트에 따로 붙은 차양막도 없고 그야말로 둥그런 텐트가 전부인데, 요놈을 처음 받아서 거실에 펼쳐봤을때는 그런데로 괜찮더라구요.

그런데....

막상 오토 캠핑장에 도착해서 우리 텐트를 땅에 던지는 순간
( 이건 이렇게 펴는거더라구요. 그냥 휙~ 던지는...) 아~ 뭔가 잘못됐구나 싶은걸 깨닫게 되었다는...

거실에 펼쳐놨을때는 그렇게 작고 볼품없는건줄 몰랐는데...그런데 다른 집의 텐트들 사이에 있으니까
이건 사람 사는 집이 아니라 그야말로 딱 개집 같은 몰골이지뭐에요. 우리가 봐도 놀랄지경...

정신을 차리고 다른 집들을 보니 자세히 보니...

오~ 마이 갓

언제 이렇게 캠핑 장비가 다양해 졌죠?

텐트가 멋있는건 둘째 치고 별거별거가 다 있어요.

멋진 차양막 아래의 테이블과 의자는 기본, 고기 구울 화로와 숯 거기에도 선풍기랑 뭐 코펠 말리는 망 또 등등등...제대로 된 버너와 그 외 장비들....

도저히 우리의 곰돌이 무늬 비닐 돗자리 깔고, 그 위에 앉은뱅이 밥상 펼 생각이 싹 달아나더라는....뭐 그래도 우리만 의연하면 되지. 남들은 신경도 안쓸테니 괜히 기죽지 말자 맘 가졌건만....

웬걸 우리 사이트 앞을 지나가는 사람마다 웃습니다.
어떤 사람은 저기 저것좀 보라고 막 다른 사람들한테 손짓까지....
이거 원 온동네 사람들 다 불러올 기세군요.

날 밝을때는 괜시리 여기 저기 빙빙 떠돌다가 어스름해져서야 텐트로 들어왔는데
하~ 비가 두둑두둑 오기 시작하네요. 어쩜 이렇게 날씨마저...

차양막이 없으니 비가 들치는걸 막기위해 모든 지퍼를 다 채울 수밖에 없었는데,
겨우 2명 간신히 누울수 있는 깜깜하고 낮은 공간에 굴비처럼 누워있자니 내부 온도와 습기는 급격하게 올라갑니다.

땀은 삐질삐질나고 밖에서 들리는 즐거운 소리는 우울감만 더해주네요.

바닥에 들어찬 빗물을 닦으려고 머리에 쓰는 고무줄 랜턴을 이마에 끼고는 바닥의 물기를 훔치고는
다시 끄려고 보니 랜턴 스위치가 당췌 어디 달렸는지 모르겠는거에요.

그래서 그 고무줄 랜턴을 눈앞으로 쭈욱 당겨서 더듬더듬 스위치를 찾는데 그만 손을 놓쳐버려서

결국 랜턴이 콧잔등을 강타했다는...정말 맞는 순간에 비명이 절로 나오더라니까요.

뼈에 금이나 안갔는지 몰라...

머리에서 벗겨내서 하면 되는데 왜 쓴체로 눈앞에서 당겼을까요. 왜왜!!

결국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우리 집에 갈까? - 하고 밤 10시쯤에 집으로 돌아와버렸어요.

올 때도 이 망할 텐트가 제대로 동그랗게 접혀지질 않아서 진흙탕 위에서 피고 접고를 얼마나 했는지 몰라요. 그 덕에 온통 진흙 투성이가 됐다는...

그 시간 다른 집은 차양막 아래 테이블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고기 구워먹고 있던데.....

아무래도 서둘러 짐 챙기는 우릴 보면서 - 저 이상한 사람들 지금 갈껀가봐...- 하면서 쑥덕거렸을듯...
정말이지 저녁시간이 되니까 오토 캠핑장 전체가 연기를 내면서 숯과 고기 냄새로 꽉 차더라구요.

언제 이렇게나 변한걸까요. 우리 그저 소박하기 그지없는 아웃도어 생활을 기대했을뿐인데 말이에요.

캠핑장 이용에 일박에 2만원인데 그 돈도 날리고 말이죠.

돌아오는 길에 욱씬거리는 콧잔등을 만지면서

- 요왕, 우리 쪼금 루저같애? - 물었더니
- 쪼금 그런거 같아...- 라네요.

우리같은 사람은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이제 오토 캠핑장은 못갈거 같아요. 새로 장비를 마련하지 않는 이상은요.

24 Comments
2010.07.23 13:08  
고구마님..넘 우껴요~~ㅋㅋㅋ
misosoup 2010.07.23 14:0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악~ 너무 웃겨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요술왕자님 입장에서 쓰신글도 읽어보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푸켓알라뷰 2010.07.23 14:20  
개집같은 몰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요 저희 올버뉘 말쌈이..
"야!텐트하나에 코벨하나 버너만 있음되지..쓸데없이 뭐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냐~"
14년만에 완벽백수생활 들어간지라 암때가 어디든 갈수있는 상태에서
제가 뭐하나하믄 완벽한 셋팅을 추구하는지라 차부터 캠핑에 유용한게 우선순위고
텐트또한 완전 방따로 거실따로 스타일 한번 보고 나니깐 태국이고 뭐고 다 필요없더만요~
완벽셋팅을 하고도 하는거라곤 술이나 퍼마시고 다음날 온몸이 얻어맞은것같이 쑤시거 뻔할텐데..
해봐야 가봐야 정신을 차릴려나요??!!
케이토 2010.07.23 14:34  
어뜨케요 ㅠㅠㅠ!!!! 웃기면서도 이거 뭔가 웃으면 안될 것 같은..;;;
저도 사실은 첨에 텐트가 뭐가 중요해, 하며 구입하셨다는 그 "와우텐트"...
(..2초만에..와우!;;; 제가 사려고 알아봤기 때문에 무척 잘 알고 있는;;;;)
사려고 했다가 접는게 2초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 맘 접었는데...
그게 사실이었군요 ㅠㅠㅠ

근데 제 생각엔 사람많은 오토캠핑장 보다는 그냥 휴양림으로 가셨으면
더 좋으셨을 것 같아요...서울경기쪽 오토캠핑장은 어딜 가도 사람이 많을 듯..
그리고 드디어 시작되었다지요..초중고 방학....전 아까 마트 갔다가 깔려 죽을뻔 ㅠㅠ
2차 캠핑지를 물색중인데 방학시즌은 피하는게 좋겠다고 해서 장비 껴안고
어서 이 여름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

고생 많으셨어요..굴비 같이 누워계시다 표현이 너무 와닿습니다 ㅠㅠㅠㅠㅠ
민베드로 2010.07.23 15:04  
고구마님 제가 텐트 빌려드릴까요?
서울 사시죠? ㅋㅋ 배달도 해드릴 수 있는데(제가 시간이 많아요..)
캠핑계획 또 생기시면 연락 주세요..ㅋㅋ

제 텐트도 2초는 아니지만
2분 정도면 칠 수 있는 텐트입니다.
진심이니까 연락 주셔요...
나름 비싸게 주고 산건데 자주 못쓰니 아까워요...
작은거인 2010.07.23 15:21  
캠핑은 장비가 우선은 아니고요 마음가짐과 준비입니다.
저는 집에서 쓰는 모기장에 빨래집게로 비니루를 덥고생활한적도 있습니다.
좋은경험 하시었네요.
락파타야 2010.07.23 15:23  
하하하~^^*
고구마님 덕분에  맘껏웃고갑니다~^^*
곰돌이 2010.07.23 16:11  
ㅜㅜ

ㅎㅎㅎ

우하하하~~~

안좋은 일도,  재밌게 써 내시는 고구마 님의 능력^^*



텐트 이야기 나온 김에... 제 경험담 한쪽...


대학 다닐때,  지리산 종주를 갔습니다.

텐트 두개를 준비했는데... 제가 텐트 하나를 맡아서... 아버지 텐트를 가져갔지요..

그게... 폴대를  여러개 세워야 하는,  군용텐트 같은 것인데...

지리산에서의 둘째날....  폴대 몇개가 없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ㅜㅜ



어딘가에서 빠진것 같은데....

밤에 비는 오고... 텐트는 하나 밖에 못 쓰고... 쪼그려 앉아서 잠도 못자고...

제 텐트는,  버릴수도 없고... ( 아버지 것임)

그 무거운 텐트를 짊어지고  이틀을 더 산을 타다가... 내려왔습니다.

먹지도 못하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텐트 때문에  친구들에게  무언의 눈총을 받았지요...ㅜㅜ
날자보더™ 2010.07.23 17:13  
아이고...호호호호호
하이파이 2010.07.23 17:14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켐 2010.07.23 17:31  
저 일하면서 안웃을려고 무지 노력했어요^^
ㅋㅋㅋ
아이고 고생하셨어요...
담엔 중랑숲으로 오세요...뭐 필요하면 거기서 아켐~~~부르시구요..
바로 튀나옵니다.....
Lantian 2010.07.23 18:31  
고구마님...
정말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웃음을 참다가 눈가에 경련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깜깜하고 낮은 공간에 굴비처럼 누워있다에서 빵 터졌습니다.
나름 캠핑이라고 야심차게 가셨거늘...
그깟 텐트가 무어라고 고구마님을 속상하게 했을까나요~
전 캠핑의 캠자도 잘 모르지만, 고구마님 글 보고 아 장비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
이제 앞으론 많은 태사랑 회원분들이 텐트를 빌려주실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다음 캠핑을 노려요!!!아쟈!!
고구마 2010.07.23 21:38  
ㅋㅋㅋ 돌아올때는 자괴감에 흠뻑 젖었는데 , 시간 지나니까 이것도 추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장소 알려주셔서 감사하고, 게다가 텐트까지 빌려주신다는 민베드로님 정말 감사감사!!
이제 생각해보면, 이제 우리나이가 어린것도 아니고 뭔가를 장만할때는 비싼것을 사야될거 같아요. 좋은거 하나 장만해서 오래 쓰는게 정답인듯...
사실 돈 보다는... 폴대 설치안해도 된다는 장점에 게으름뱅이들이 걸려든거지만 말이에요. ^^
재석아빠 2010.07.23 22:40  
흠...

그러면 이제 캠핑 안가나요...?
안갈거면....코펠.....버너....좀 다음에 올때 가져 와여~~

낚시 안가지요...?
낚시 미끼 버리지 말고..낚시대랑 다 가져 와요~~

물론 태국으로~~

감사의 인사를 미리 전합니다....
작은거인 2010.07.23 23:20  
재석아빠님 염장이시네요,ㅋㅋㅋㅋ
블루파라다이스 2010.07.24 03:32  
죄송하지만...

덕분에 한참 웃었습니다~!!

그래도 요왕님과의 추억이 또 생겼쟎아요~~~

고구마님은 저보다 행복하시네요~

저는 개집같은 몰골의텐트도 하나 없답니다..ㅠ.ㅠ
entendu 2010.07.24 20:29  
하하.. 고구마님.. 요 몇년 사이에 캠핑이 최첨단 유행코드가 되었거든요. 그래서 정말 비싼 초호화판 장비들이 엄청나게 흔해졌어요. - 문제는 가격은 흔하지 않다는거.. ㅡ.ㅡ
콜맨 럭셔리 의자가 늘 탐이나곤 하지만.. 쓸모없는 저로서는 늘 구경만 하다 오지요.
저처럼 그냥 등산만 해보시면 어떠실지. ㅋㅋ ^.^
manyto 2010.07.24 20:44  
우하하하...
어쩜 그리 글을 재미있게 쓰시는지!!!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도나러브 2010.07.25 11:17  
ㅋㅋㅋ. 정말 그 모습이 상상됩니다. 야반도주!!!

그래도 같이 가실분이 계시잖아요?

전 혼자라 같이 캠핑갈 사람조차 없답니다.ㅠ.ㅠ

아!~ 캠핑가고 싶다~~~
♡러블리야옹♡ 2010.07.25 17:32  
저는 담달에 백여명의 동생들과 야영을 한답니다 ..
고기란 고기는 다 구워볼라고요 ~ㅋㅋ
저도  요즘 텐트랑 코펠류에 관심이 많이가는데..
우선 바다 낚시 세트부터 사고서 하나씩 모아 갈려구요 .
요즘 텐트값도 만만치 않던데 제가 구입하고 나면 언제든 빌려 드릴께요 ^^
SunnySunny 2010.07.26 12:42  
너무 너무 유쾌한 글입니다.
태국 공휴일이라 회사엔 직원도 적은데, 그래도 소리 안내고 웃으려고 노력 많이 했습니다 ㅋ
jjjay 2010.07.27 22:42  
아~~ 웃다가 의자에서 떨어졌어요~~헐...
이번 여행지에서 요왕님 만났다....이런 스토리가 자랑스런 이야기 거리였다는
그래서 어렴풋 뇌속에 자리잡은 두분은 카리수마 넘치는 요왕님과 고구마님...일꺼라고 상상을하고있던터 이건머~~아~ 왜 아~ 왜  점점 쓰리랑 부부(김한국&김미화) 처럼 변하시는 거에용?~~~푸하하~
쮸우 2010.07.28 13:50  
아! 사고싶다!!! 캠핑장비!!!!
케이토님 장비 보니깐 더욱더 불끈불끈-_ㅠ
농눅 2010.07.28 20:43  
저도 이글보고 간만에 하하하 ~ 웃었답니다. 글을 재미있게 쓰는것도 참~ 출중하 ㄴ재주인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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