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교포들을 위한 서울 맛집 <소양교육>
유튜브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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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소양교육이란 게 있기는 있었다. 여권을 처음 신청할 때 받는 교육이었다. 나도 받았다. 22 년 전 이야기다. 교육내용은 이런 거였다. 오래돼서 딴 건 기억 안 나는데 두 가지가 기억난다. 외국에서 간첩을 만났을 때 행동요령, 양식 먹을 때 나이프와 포크 잡는 법,
암튼 이 포스팅 제목은 그 때 그 시절 해외여행 떠나기 전 필수적으로 받아야 했던 그 <이상한> 교육이름을 패러디한 것이니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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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행 중 가장 큰 즐거움은 <먹는 거>다. 우선 <무엇을 먹을까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여행을 한결 편안하게 해 준다. 맛집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가격도 저렴하다. 올 때마다 1000 원씩 오르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외식비는 저렴한 편이다.
LA 외삼촌이 자기가 발견한 맛집이라며 소개해 준 곳이다. sarnia 는 술을 별로 안 마시므로 북어국도 먹어 볼 기회가 적었다. 첫 날 아침, 택시를 타고 시청옆 무교동으로 향했다. 식당 안은 평일이라 그런지 아침식사를 하는 직장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한 번쯤 가 볼만한 집이라고 생각했는데 두 번 가게 됐다. 두 번 째 갔을 때는 일요일 아침이었는데 문 밖으로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일본에서 온 여행자들이었다. 20 분쯤 줄을 서 있다가 겨우 자리를 잡았다.
근처에서 빈둥거리다가 점심때는 충무로 근처에 있는 하동관에 갔는데, 세상에~ 바로 앞에 원당감자탕집이 있다. 점심을 두 번으로 나누어 먹을 수도 없고 항상 하던 대로 <어디로 들어갈까 알아 맞춰 보십시오>하다가 <오> 자 하나 더 붙이고 <원당>으로 들어갔다.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어.
추억의 오무라이스와 돈까스 (돈까스가 뭔지 모르신다면 그냥 포크 커틀릿을 생각하면 된다)
현대백화점 지하에 가면 푸드코트가 있다. 특별한 맛집들은 아니지만 선택의 폭이 넓어서 좋다. 이 곳은 잘 모르고 가면 졸지에 촌놈내지는 간첩이 되기 십상이므로 약간의 <소양교육>이 필요하다.
우선 음식은 레스토랑에서 주문하는 것이 아니고 <MENU>라고 쓰여진 간판이 달린 곳에서 주문한다. 그러면 카운터 직원이 영수증과 함께 좌석번호와 음식번호가 적힌 종이쪼가리를 줄 것이다.
우선 자기 좌석을 찾아가서 앉자. 한 쪽 벽에는 증권거래소처럼 전광판이 하나 달려있는데, 네 자리로 된 자기 음식번호를 기억하고 있다가 그 번호가 전광판에 뜨면 해당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을 받아온다. 다른 식당들엔 다 있는 다방커피 무료자판기가 여기는 없다 -_-
소양교육 하나 더.
공항 라운지도 그렇고 시내 식당 카페 같은 곳에 들어가서 뭔가를 주문하면 이런 걸 줄 때가 있다. 아이스하키 할 때 쓰는 puck 하고 무게와 모양이 비슷하다.
직원이 이걸 주면 잠자코 받은 후 자리에 앉아 있으면 된다. <이거 안 사요> 라든가 <이게 뭐죠? > 라고 묻는 일이 없도록 하자.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다. 믿고 기다리면 저게 뭔지 저절로 알게 된다. 때가 되면 저게 혼자 진동을 하고 빽빽 소리가 나는데 이때 놀라지 말고 저 puck을 들고 카운터에 가면 주문한 것을 줄 것이다.
홍대앞은 참 신기한 곳이다. 새벽 여섯 시인데 한 낮인 것처럼 거리가 붐빈다. 이 곳은 가끔 아침식사를 하러 들른 곳이다. 묵은 김치 말고 새로 담근 김치(뭐라고 부르는지 잊었음)가 아주 맛있는 집이다. 파를 담은 통은 달라고 해야 준다. 그래서 첫 날은 파 없이 먹는 설렁탕인 줄 알고 파 없이 먹었다. 설렁탕은 원래 검찰청이나 경찰서에서 조서 꾸미고 난 뒤 시켜먹어야 제 맛이라고 한다.
갈치조림이다. 보기에는 엉성해 보여도 엄청 맛있다. 선택 성공이란 이야기다. 갈치조림으로 유명한 식당들은 남대문 시장에 모여있다. 점심시간에 가면 빈자리 찾기가 힘들다. 2 인분이 기본이므로 혼자 가면 받지 않는데, 우와!! 주인아줌니가 나는 들어오란다 ^^
인사동에서 픙문여고쪽으로 길을 건너자. 정독도서관으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삼청동 총리공관과 감사원을 거쳐 가회동 북촌마을에 이르기까지가 몽땅 카페와 식당 거리다. 과거에는 보안구역이라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던 이 길이 지금은 멋진 산책로로 변해 있다. 근데 이 길은 혼자 걷기엔 좀 멀다. 길동무 하나를 만들어 같이 가면 좋을 듯……
삼청동 수제비는 너무 줄이 길어 안 들어갔다. 대신 근처 카페에서 핕빙수 큰 거 하나 사서 길동무와 나누어 먹었다.
며칠 지내다 보면 가끔 한국음식에 질릴 때가 있다. 그럼 돈까스 집에도 한 번 들러보자.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보낸 분이라면 커틀릿 요리는 아무래도 한국식 커틀릿이 입맛에 맞을지 모른다.
몇 년 전 까지는 종로 3 가 뒷골목에 생선구이 백반집이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동대문 시장 쪽으로 옮겨갔다. 이곳은 아직 남아있는 종로3가 생선구이집이다. 안동에서 먹은 유명한 자반구이보다, 내 입맛에는 이 집이 나은 듯 했다. 우선 안동 유명한 집에서는 자반이 반토막이었는데 이 집에서는 한 마리가 온전히 나온다.
종로3가 피맛골 근처에 <예산집>이란 간판을 단 허름한 지하식당이 있다. 돌솥비빔밥 (이라기보다는 볶음밥) 과 돼지두루치기 도토리묵 등등해서 5000 원이다. 이제는 대한민국에서 5000 원짜리 메뉴 찾기 어렵다.
강남역 6 번 출구와 7 번 출구에는 <소렌토>라는 파스타 집이 있다. 사실 한국에 와서 무슨 파스타를…… 뭐 이런 생각도 있겠지만 한 번쯤은 들를만하다. 대신 가급적 점심때 가자. 저녁때 가면 당신 생애에서 제일 비싼 파스타를 맛 볼 수도 있다. 얻어먹는 경우라면 언제라도 좋다.
이상은 대체로 1 만원 내 (소렌토 제외)에서 해결 가능한 식당들이다. 비싼 레스토랑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코스 요리도 아닌 버페를 10 만 원 받는 곳이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음식을 맛으로가 아닌 멋으로 먹는 수요가 많아서 생긴 거품 가격인데 당신이 쓸데없이 그 거품비용을 지불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순대국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동교동 숙소 앞에 있는 <용마루>라는 프랜차이즈 식당을 한 번 이용한 다음부터 가끔 들른다. 순대도 많고 고기도 많이 넣어 주니까. 소금이 아닌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는데, 기본 간은 되어 있으므로 미리 맛을 보는 게 좋다.
북미와 대한민국은 커피 문화가 조금 다른 것 같다. 블랙으로만 마시는지 맥카페나 스타벅스가 아니면 크림과 설탕을 구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비싸다. 3000 원이 기본이다. 맥카페나 던킨도우넛 같은 다국적 브랜드는 그래도 우리 동네와 가격이 비슷하다. (1500 원)
아, 맥카페 이야기 나와서 생각났는데, <롯데리아>라는 햄버거 프랜차이즈에 가서 <불고기버거> 드셔보기 바란다. 정말 죽인다. 이거 우리 동네에 가져와서 팔아도 인기폭발할 것 같다.
사실 이 햄버거 일부러 먹으려 해서 먹은 거 아니다. 어느 날 아침 아침식사 할 곳을 찾는데, 이상하게 근처에 식당 문 연 곳이 없었다. 눈에 띄는 <롯데리아>에 들어갔다.
아침식사 메뉴 뭐 있어요? 하고 묻자 종업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잠깐 바라보더니 <햄버거 있습니다, 고객님> 한다. 젠장, 누가 그걸 몰라서 묻나? 아침부터 무슨 햄버거 하고 그냥 나오려다가 귀찮아서 그냥 시킨 게 <불고기버거>였다. 정말 대박이었어……
참, 내가 전에 왔을 때 못 본 건지 아니면, 새로 생긴 건지 확실치 않은데 <PARIS BAGUETTE>라는 이름의 웬 빵집이 동네방네마다 하나씩 생겼다. 숙소 앞에도 하나 생겼는데, 단팥빵과 슈크림 여기서 매일 두 개씩 사 먹었다.
오늘은 무궁화호 타는 날.
부산에서 안동으로 가는 중앙선 무궁화호 열차카페에서~~
또 다른 대한민국 여행기는 이곳에 가두어 놓았어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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