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맞았는데 아무렇지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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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가까운 약국에 들러 1 차 접종을 했다.
차례대로라면 나는 지난 달 초에 이미 백신을 맞았어야 했다.
주사맞는 게 무서워서 지금까지 미루고 안 맞았던 건 아니다.
나는 괜찮으니 당신먼저.. 이런 양보정신 때문에 안 맞은 것도 아니다.
굳이 말하기는 뭐하지만 누구나 공감할만한, 충분하고 합리적인 접종연기 사유가 있었다.
접종예약은 지난 금요일 아침에 했다.
AHS 예약사이트에 들어가니 에드먼튼 구역에 산재해 있는 접종소 479 개소가 구글지도에 올라왔다.
약국과 클리닉들이 저마다 백신타입을 표기하고 있어서 고객은 사실상 세 가지 타입 (P, M, A) 중 자기가 선호하는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M 에 끌렸으나, 결국 공급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P 를 선택했다.
만일 J 가 있었다면 싱글샷으로 끝나는 J 를 선택했겠지만 J 는 없었다.
텍스트로 온 안내문에 따라 약국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차 안에서 영화(여인의 향기)를 보며 기다렸다가 예약시간 5 분 전에 온 웰컴텍스트를 받고나서 약국으로 들어갔다.
비행기 승무원보다 더 친절하고 잘 훈련된듯한 접종소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몇 단계에 걸친 접종절차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착착 마치고 20 분 간 대기한 후 집에 와서 지금은 간식을 먹으며 쉬고 있는 중이다.
작년 10 월 플루샷 맞던 날 생각이 났다. 그 날 기분은 묘하게 절망적이었다. 역병과 독감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맘에도 없는 플루샷을 맞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늘도 기분이 묘하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작년 가을의 그 절망과는 반대로, 마치 기나긴 터널에서 오랜만에 빠져나온 느낌인데, 왠지 터널 안에 가방을 둔 채 몸만 빠져나온 듯한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든다.
만일을 위해 타이레놀 extra strength를 꺼내 놓았다. 아이부프로펜이나 다이클로페낙은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약은 미리 먹을 필요없고 증상이 발현될 때 먹으면 된다. 웬만하면 약 안 먹고 버틸 생각이다.
인팟으로 전복죽을 만들어 그릇 세 개에 소분해서 냉동고에 넣어놓았다. 운전을 못할 정도로 아파서 집구석에 고립되었을 때 한 개 씩 꺼내먹기 위해서다. (H마트에서 전복 열 마리를 사 왔는데 껍질과 내장을 분리하는 방법, 전복이빨을 제거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질문하면 알려드리겠다)
주사를 맞은지 세 시간 쯤 지났는데 아직은 별 증상이 없다.
면역반응은 8 ~ 10시간 정도가 지나서 나타난다고 하니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먼저 맞은 가족이나 지인들 증언에 따르면 M 이나 P 는 1 차 접종 때 거의 side effects 가 없다고는 한다.
일단 취침하고,
48 시간 정도 모니터링한 후 혹시라도 특별한 증상이 있으면 무슨무슨 증상이 있다’ 를 덧글로 달아놓을 생각이다. 없으면 말고.
p.s. 느낌이라는 게 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대부분 절대다수가 마찬가지 일 것이다. 승인을 받은 백신은 어떤 종류가 되었든 안전하니 본인과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걱정하지 말고 맞으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