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본 여행 프로그램들
예전에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 정도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여행 프로그램이 각 방송사에 정말 많아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예전 여행 프로그램이, [여행하는 주체]는 가려진 철저한 다큐멘터리였다면
요즘은 다른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 어느 정도 캐릭터를 알게 된 사람들이 가는 여행을 구경하게 되는 것이라
훨씬 더 재미있는 여행 방송들이 쏟아지는 것 같아요.
이런 류의 방송들 중 가장 최근에 나오는 건 [신서유기 2]가 있겠네요.
여기 나오는 출연진들을 전혀 좋아하지는 않지만, 요즘 중국어를 배우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것은 무엇이든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습니다.
강호동씨가 하도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말하는 덕분에
저절로 제 중국어 어휘도 조금이나마 따라 늘고 있네요.
제게 있어서 이런 종류의 여행 프로그램의 양대 산맥은
[꽃보다 청춘] 시리즈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두 가지입니다.
적상혈과 칠해빙 시리즈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아이슬란드 팀과 응팔 팀의 내용이 정말 탁월했어요.
특히 아이슬랜드 팀의 여행은 제게 거의 100% 흠잡을 데가 없는 여행처럼 보였습니다.
팀웍 좋지,
함께 간 사람들이 서로서로 돕고 아끼고 유머스러운 평화로움도 좋지,
여행도 알차지,
계획도 철저히 세우고 회의도 철저히 해서, 거의 최선의 결과를 최저 비용으로 달성했지,
그 남은 돈으로 마지막 디너를 잘 먹고,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한 턱을 내지 않나,
(그러느라 남는 음식들까지 다 들고 다닌 절약 정신도 칭찬받아 마땅)
여행 프로그램의 역사에 길이 남을 명프로그램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응팔 팀은 안재홍씨의 요리 실력과 유머 감각도 좋았고
젊은이들의 긍정적인 면, 감사하는 면 등등도 참 좋았고
특히 빅토리아 폭포 한 장면이 열 일을 했다고 봅니다.
어찌나 감동적이던지요.
여행 베테랑인 듯한 류준열씨의, 운전을 도맡아 하는 책임감과 할 말 다 하는 영어, 남자다움도 멋졌고
고경표씨가 아무렇지도 않게 조용히 일하는 것도 멋있었고
박보검씨의 사랑스러움도 정말 좋았어요.
[내 친구의 집] 편에서는, 역시 수잔네 나라 네팔편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겠지요.
네팔편은, 그것을 보는 자체가 너무나 고맙고 또 괜히 미안하기도 해서 마음의 보석상자와 같은 편입니다.
그 외에는 역시 평소에 좋아하는 캐릭터들의 나라에 간 것이 좋았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편은 이탈리아와 독일 편인데
사실 제 [비정상회담] 최애 캐릭터가 다니엘, 알베르토, 일리야이거든요.
장모씨와 에*스 빼놓고 웬만한 사람은 다 좋아하지만요.
장모씨는 그렇게 중요한 나라의 대표인데, 사람의 내면 크기가 너무 조막만해요.
경험치와 생각의 폭이 정말 좁디좁달까요?
자기도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평소에 본의 아닌 오버스러움이 더 심하게 나오는 것 같아요.
내친구집 중국편의 첫번째 편을 보고, 자기가 잘못한 것을 선뜻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어요, 정말.
제작진은 하루빨리, 뭔나라 중국특집에 나왔던 마국진씨를 그 자리에 앉혔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습니다.
중요한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은 일단 그 사람 자체의 품성이 기본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후반에 찍은 태국편에서는, 이분이 안 계셔서
평소에는 가시를 발라내느라 귀찮았던 생선을 통째로 마음껏 먹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좋았습니다.
(누군가에 대해 이렇게 혹평을 써서 정말 죄송해요! 아마 실제로 만나 보면 또 좋은 분일 수도)
이탈리아편은, 알베르토의 평소 성격대로
친구들에게 이탈리아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꼼꼼하게 계획을 했는지가 느껴졌고
또 사이좋은 부모님과, 또 조부모님에게서 평화로운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이 지금의 알베르토를 만들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면
독일편은 뭐니뭐니해도 다니엘의 성당 오르간 독주편이 압권이었어요.
다니엘을 균형잡힌 능력자로 키워 준 것은 어머니의 낙천성과, 역시 조부모님의 사랑이라는 걸 알 수도 있었고요.
나머지 사람들도 그 가정을 보니 그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는데
대표적인 두 사람이 줄리안과 타일러였던 것 같네요.
줄리안은, 그가 왜 그렇게 활동적인 오리이자 마음이 따뜻한 사람인지 그 부모님을 보면서 느꼈고
타일러는....... 가끔 그가 보여주는 좀 알 수 없는 행동들이 있거든요.
그 지성미에도 불구하고 그를 좋아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없게 만드는 게 있어요.
미국편에서 그의 어머니 쪽이 아니라 그 아버지 쪽을 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미국편은 내친집 시리즈 중에서 손꼽을 명편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특히 타일러 아버지가 친구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저는 정말 기함을 했거든요.
[한국에 왜 갔니? 거기에서 살 거니? 영원히 살 거라고? 대체 왜?]
세상에........ 줄리안 어머니께서 기욤에게 비슷한 질문을 하신 적은 있었지만
그 어떤 부모님께서도 타일러 아버지와 같은 태도로 질문한 적은 없었어요.
이분은 제 머릿속에선, 전형적인 미국인이라기보다는 오스트리아에서 온 2차 대전 난민처럼 느껴지더라고요.
(No offence intended)
타일러에게서 가끔씩 느껴지는 위화감은, 그 아버지에 비해서는 훨~씬 나은 것이더군요.
더위도 심해지고 해서, 오랜만에 제가 사랑하는 꽃청춘 아이슬란드 편을 보다가 이렇게 글이 길어졌습니다.
MP3 player에서 무작위로 곡 틀어서 곡명 맞히기, 이건 정말 저도 좋아하는 놀이인데
이런 놀이를 하면서 즐겁게 차를 타고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운 풍광을 지나가는 그들은
언제 보아도 기분이 좋아져요.
하긴, [가장 어울리는 나라를 찾아 주는 문답]의 결과가, 제겐 아이슬란드가 나왔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