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는 약간의 바가지 쓸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어요^^
길고도 긴 올해 여름을
휴가 없이 겨우 겨우 버텨내었다.
어젯밤까지 동남아같은 여름이었는데
간밤에 잠든 사이
갑자기 가을이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려와 있었다.
D-14일
어제까지만 해도 핫아메가 간간이 나가더니
오늘은 갑자기 뚝 떨어진 가을에 손님들이 핫아메를 제법 주문한다.
손님: 이번엔 여행 안가세요?
커피를 뽑고 있는 내 등뒤에서 손님이 생각난듯 물어보신다.
나: 가요.추석전에
손님: 언제요?
나: 9월 9일 점심 영업까지 하고 3시에 출발해요.
손님: 그러시구나...
이번엔 어디로 가세요?
손님2: 또 가신다구요?
나:ㅎㅎㅎ
네. 라오스 또 가요.
(가게 벽에 걸려있는 사진을 가리키며)
조~기로 가요.
손님: 저기가 어딘데요?
손님2: 아~~~커피 어떻게... ( 월요일~ 금요일까지 출근도장찍으시는 손님)
나: 라오스 남부쪽에 타켁이라는도시에요.
저기 불빛이 보이는데가 태국이구요.
저기 강이 메콩강이에요.
미안 미안...
저 없는동안 잠시 다른집 커피 드시고 계셔요.ㅎㅎㅎ
제가 맛있는거 사올게요 ㅎㅎㅎ
손님: 라오스 또 가세요...
나: 라오스가 무지 커요.
우리나라도 서울,부산,경주,강릉....도시가 많잖아요.
라오스도 그래요.
일정이 짧아서 갈 때 마다 한도시밖에 못가요.
손님: 그러시구나,
좋겠어요.
라오스 가면 뭐하세요?
나: 암껏도 안해요.
그냥 심심하게 놀아요.
그렇게 오는 손님들께 또 여행을 가노라 말을 한다.
그동안 커피는 어쩌냐고 하시는 손님께는
다른집 커피도 드셔 봐야 한다고 농을 하며
약간의 바가지를 애교로 봐 줄 만큼의
마음의 여유를 준비하고...
이미 마음은 타켁강변에 앉아 비어라오를 마시고 있는
나를
벽에 걸린 사진속에 살짝 끼워 넣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