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질이라하기엔 조금은 미친 에베레스트 트레킹 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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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질이라하기엔 조금은 미친 에베레스트 트레킹 후일담

후니니 38 1264


히말라야...

무슨 생각을 하고 떠났는지는 기억이 없습니다

다만 올해 4월에 북인도를 한달여 다니며

받은 질문 중 가장 많이 들은 소리는

네팔은 안가십니까 였습니다

 

네팔이라.... 전 답했습니다

나는 한곳에만 집중합니다 표값 생각해서

 여러군데 가는 건 미친짓이란 걸

유럽에서 알았기에 안갑니다 했습니다

 

안갔습니다 네팔을 코앞에 두고도

돌아와 인도 때국물이 빠질쯤 네팔보다

에베레스트가 뜸금없이 떠오른 건

EBC 테마기행에서 파키스탄 훈자가

방영되며 필이 곳히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히말라야면 일단 에베레스트에게

먼저 문안 인사를 드리는게 순서다

표를 검색합니다 동방항공이 중국일주 시켜줄테니

카투만두표 사라고 꼬드껴 질렀습니다

 

네팔을 가게된 직접적인 동기는 단언컨대

동방항공의 오지랖으로 촉발 됐다고

할 수있습니다

 

시안 .쿤밍, 카트만두 30만원 중반대...

24시간 안에 3번 밥을 수 있는 특전을 마다않고

 5kg 책가방메고 떠났습니다

 

9월12일 중국을 돌고 돌아 13일 오후에

카투만두 타멜에서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침낭빌리고 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 출발지인

루클라까지 쌍발푸로펠라기 왕복티켓 사고

에베레스트 입장료인 퍼밋과

트레커 관리카드인 TIMS까지

준비를 마치고 15일 새벽 루클라로 향했습니다

 

15인승 비행기는 45분만에 데려다주었지만

비용은 한국에서 카투만두 오는 비용과 같은

무시무시한 가격을 요구했습니다 

걸어서 지리에서 루클라까지 갈려면

일주일이 걸리는 걸 생각하면 감사할 뿐

 

2,800M 루클라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이후 7박8일 만에 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까지 갔습니다

샤워나 머리감기는 고산병위험으로 한번도 못하고

빨래도 그냥 패스, 젖은 수건으로 대충딲고

 

저녁 먹고 7시에 자면 새벽6시에 일어나서

2시까지 걷는 여정이였습니다

하루에 고도300M이상은 위험하다해서 

천천히 갔습니다

 

3,500M를 넘어서자 수목한계선이 시작되고

에베레스트에서부터 흘러내리는 쿰부빙하지대

옆을 계속 걷는 코스가 시작됩니다

그 주변으로는 설산들이 코앞에서 압도하고

발밑은 화성같은 자갈과 바윗돌로만

보이는 곳으로 딴세상으로 들어왔습니다

 

4.000M를 넘고 5,000M를 넘으니

이젠 밤에 꿈자리가 현실과 꿈이 뒤엉키며

비몽사몽합니다

 

22일 오후 드디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도착했습니다 

코앞에 에베레스트가 어마무시하게 서있고

돌탑에는 룽다 깃발이 어지럽게 펄럭입니다

눈물이 날려다 마네요 넘 황량해서요

 

눈발이 날리다 말다하는 오후

몇몇 트레커끼리 서로 자축하고 내려왔습니다

냉방롯지에서 언몸을 뜨거운 물한병으로 녹이며

잠을 청하니 그때야 눈물이 났습니다

이런 미친짓을 내나이 62에 아무생각없이 저질르다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한참을 훌쩍이다 잠이 들었습니다

 

내려오는 여정은 말 그대로 날라서 왔습니다

2박3일 여정으로 내려왔습니다

 

카투만두에 와서 언몸을 좀 녹이고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로 향했습니다

가기가 정말 싫었지만 이번엔 나의 신조인

한곳만 고집말자를 버렸습니다

나이가 이젠 두 번 허용치않을 나이다 가자 안나푸르나로

 

포카라로 가는 버스는 9시간이나 걸리는

지리한 여행이였으나 2시간마다 휴게소에

들리는 친절로 재미있게 갔습니다

 

포카라에서 다시 퍼밋과 TIMS를 발급받고

침낭은 에베레스트에서 거의 사용치 않아

빌리질 않았습니다

배낭무게도 더줄여 4KG으로 만들었습니다 

 

대부분 트레커들은 가이드와 포터를 고용합니다

배낭무게가 보통25 KG 정도라는데

포터들이 다 지고

고용한 트레커는 거의 맨몸으로 갑니다

전 혼자였습니다 에베레스트에서도 그랬습니다

 

여정은 4박5일 에베레스트를 다녀온터라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접했지만

결론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계단이 많은 곳은

하루종일 계단만 올라가는

끔찍한 곳이 몇군데 있는데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싫었습니다

 

산에서 물은 하루에 2리터이상 먹기를 권합니다

고산병예방으로요 근데 에베레스트는

생수를 패트병으로 팔지만

여기선 필터링한 정수된 물을 팝니다

그래서 가격은 에베레스트보다 쌉니다

 

카트만두에서 1리터 1병에 250원 정도가

에베레스트 마지막 롯지에선 3,500원받습니다

안나푸르나에선 정수기물이 마지막롯지에선

1리터에2,000원정도합니다

 

두곳 다 특이한 건 숙소가격이 무료이거나

1,000원 내외라는 겁니다

다만 식사를 그 집에서 하는 조건인데

값이 어마무시합니다

멀건 마늘스프 한그릇이 3,500원

밥한그릇이 5,000원입니다

 

발톱이 하나 빠지고 드디어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에 왔습니다

건너편엔 네팔인들이 신성시하는

물고기꼬리를 닮은

마차푸차레베이스캠프가 있고

 

또 이곳엔 코리아루트를 개척하다

실종된 박영석과 그 대원들의 추모비까지 있습니다

 

이번엔 안나푸르나 마지막숙소에 누워서

지난여정을 돌이켜보며 알 수없는 성취감으로

또 한번 눈물을 찔끔했습니다

식당에 내려가 네팔 소주 락쉬한잔

먹고 잠이 들었는데

 

여기선 꿈도 뒤숭숭하지 않고 숙면을 했습니다

아마도 에베레스트보다 좀 낮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는 4,800M이고

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는 5,300M입니다

 

다음날 아침 에베레스트처럼 3박4일일정으로

날라서 내려왔습니다

 

따뜻한 포카라에서 안나푸르나를 올려다보며

생각해보았습니다

내가 왜 여기 왔을까? 무슨 생각으로 여기왔을까?

 

성취감 때문에? 아님 남들이 가니깐 나도 온 건가?

아닙니다 전 여행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여행가는데 무슨 목적이 있나요

그냥 떠나는 게 좋아서 나서는 거지요

목적지는 나중문제지요

 

삶이라는 것도 무슨 목적이 있나요

우연히 태어나 조용히 사라지는게 우리 삶인데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그냥 하고

싶어 했다는 게 답일 것 같습니다

 

다음엔 조용한 파키스탄 훈자를

다녀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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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Comments
jindalrea 2016.10.17 17:00  
아이고.. 글을 읽는데 숨이 막히고 가슴이 벌렁..
얼른 쾌차하시고, 새우장 드시러 가세요~^^;
모르고 봄 합성 사진인 줄~~~!!
후니니 2016.10.17 17:21  
몸을 너무 혹사해서 당분간은 휴식이 절대 필요한 처지가 됐습니다
나이는 피할 수가 없네요 회복되면 새우장에 소맥한잔 꼭하고 싶습니다
jindalrea 2016.10.17 18:11  
11월 중순쯤에 염창에서 뵈어요~^^
그 때까지 의리를 지키며 쉡에게 '새우장 선주문'해놓도록 하겠나이다~~
후니니 2016.10.17 20:48  
기다려지네요 ..새우장..추룹
필리핀 2016.10.17 17:10  
오호! 부러워요 ㅠㅠ
후니니 2016.10.17 17:23  
필리핀님 그동안 안녕하셨는지요
전주로 내려가시고 부턴 뵙기가 무척 어렵군요 홍대앞이 썰렁한 것 같습니다
울산울주 2016.10.17 17:23  
건강이 부럽습니다
후니니 2016.10.17 20:20  
부끄럽습니다
건강상태로 보면 그저 올레길 다닐 정도였는데 막상 닥쳐보니 험한길도 나타나니 오가도 못하는 상황이라 앞으로 가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였습니다

가면서 계속 느낀 건 이건 무리다 포기하자 포기하자 했는데 깊이 들어갈 수록 되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결과는 완주했지만 되돌릴 수가 있다면 포기했을겁니다
진파리 2016.10.17 17:31  
일반인 이신것 같은데
이런 여행을 하실수 있다는 것에
정말 경외감이 절로 생겨집니다.
후니니 2016.10.17 20:29  
오지여행에 대한 근거없는 자신감이 불러온 불상사 (?)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kairtech 2016.10.17 17:33  
같은연배이신듯한데  힘든여정을 다녀오셨네요
저도 다음기회엔 훈자 카라코람하이웨이정도 구상중인데
심장관상동맥에 스텐트3개가자리하고있어 지구력에 의심이....
울산울주 2016.10.17 17:41  
무리 같네요

저는 사지 멀쩡해도
카라코람 난코스를 익히 들어서
감히 엄두를 못 내고 세월만 보냈어요
후니니 2016.10.17 20:38  
사실 체력보다 고산병에 대한 공포가 더 컸던게 사실입니다

메뉴얼에 나온대로 철저히 지켰고 절대 무리한 거리줄이기는 하지않았습니다

서양인들 중엔 꽤 노령이고 비만으로 보이는 사람이 아주 천천히 트레킹하는 걸 봤습니다

결국 자신의 체력과 몸상태를 확실하게 인정하고 트레킹한다면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히말라야 트레킹 목적은 시간단축경기가 아니라 설산이 주는 경외감과 맑은하늘이 주는 기쁨을 즐기러 가는 거니깐요
제물포정 2016.10.17 17:57  
EBC , ABC를 한 번에 다녀오셨군요 노포터 노가이드로  대단하세요
고소적응은 6개월정도 유효하다고들 하던데 몸이 잊어버리기전  고소를 핑계로 반년내에 또 다녀오셔야죠 
멋지십니다 ^^
후니니 2016.10.17 20:43  
오랜만입니다 제물포정님
사실 지금으로선 그 곳을 생각하면 진절머리가 나는 게 사실입니다

당분간은 잊어야겠습니다
제물포정 2016.10.17 22:51  
진절머리 ㅎㅎ  촘롱이나 시누와쯤 사는 처녀와 결혼한 다문화 가정의 한국신랑은 얼마나 힘들까요 명절 처갓집가기위해 ABC생츄어리코스를 오르는..... ㅋㅋ
저는 형님글 덕분에 작년 12월에 다녀온 ABC사진을 다시 한 번 꺼내보았습니다 베이스캠프에서 둘러보던 히운출리, 안나푸루나사우스 ,안나푸르나1 ,강가푸루나? ,안나푸루나3 마차푸차레... 침낭속 따또파니, 두통에 새벽잠깨서 보던 별들 ... 시간은 기억을  변질??시키나 봅니다 힘들었던 기억은 없으니....  기회가 된다면 라운딩도 해보고 싶네요 
지진도 오일파동도 끝난거 같으니 네팔에 많이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
[http://cfile234.uf.daum.net/image/2528B93F5804B33537653E]
후니니 2016.10.17 23:19  
촘롱....시누와 끔찍했습니다

다행이 치누단다 온천에서 다소 위안을 받았습니다만...
겨울에 다녀오셨군요
아빠콩 2016.10.17 18:03  
정말 대단하십니다. 제 주변 분들이 에베레스트 자주 가셔서 한번 끼어볼까 눈치만 보다가 일핑계, 건강 핑계로 아직도 못가고 있습니다. 부럽습니다~!!
후니니 2016.10.17 20:39  
용기를 보태드리겠습니다
꿈을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참새하루 2016.10.17 18:05  
멋집니다!!!!
이 한마디 밖에...
후니니 2016.10.17 20:45  
부끄럽습니다

저도 이 한마디 밖에.....
후니니 2016.10.17 20:45  
이루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앨리즈맘 2016.10.17 20:58  
파키부터 다녀오세요  네팔은 카투만두까지 직항 댄항공이 있어  편하게 갈수있어요  마일리지 있음 최고입니다 전 갈땐 에어아시아로 돌아 돌아 갔다 올때 집안일로 댄항공 마일리지 썼어요
앨리즈맘 2016.10.17 20:59  
건강이 최고입니다  !!!!
후니니 2016.10.17 23:27  
그럼요........
Robbine 2016.10.17 22:40  
산 사나이~
산 아재!!

후니니님 덕분에 저도 갔다온 기분이에요~ 저는 안가고 갔다온 척만 해야겠어요 ㅋ
후니니 2016.10.17 23:26  
얼굴없는 사진 투척 해드릴께요 ㅎㅎ
적도 2016.10.18 02:04  
제 생애 일어날수 없는 일이라
부럽습니다^^
천억맨 2016.10.18 04:42  
너무 멋져요.
타이거지 2016.10.18 13:00  
우와~
후니니님 대단하세요..
제 기억이 맞다면 십여년전 여사모 살고저님 어머님잔치때 한번 뵈었는데..
훨~씬 더 믓지고 인자해지신 세월의 흔적이^^.
국민루트..쿤밍 따리 리장..호도협 트레킹만 간신히..머리가 띠~옹..고성 돌바닥이
기우뚱~일주일이 지나도 속이 미~슥..샹그릴라..접었지요.
그후 샹그릴라고성..화재소식..강행할것 그랬나???..ㅋㅋ
히말라야 트레킹 이야기에...부끄부끄^^.
후니니님 화이팅요!!!
후니니 2016.10.18 15:10  
그렇군요 ..인자해졌다에 ...빵터짐  ㅎㅎ
잘지내시죠
님의 글은 태사랑에서 자주 봅니다
건강하세요
우사랑 2016.10.20 00:50  
10년전....
딱 미국오기전에...
저도 살고저님 모친 잔치날에
거기 있었는데.....
SBS 스페셜에서
박영석씨 작은아들과 지인들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추모 트레킹
을 봤습니다....

어디든 떠날수 있을때 떠나보는게
진정한자유로운 영혼이겠죠~~~
멀리 미쿡서 대리 만족을....
후덕한 후니니님의 얼굴을 떠올려보며~~~
보는내내  울컥울컥 헀었는데......
후니니님이 그곳을..
그것도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나....
멀리 미국에서나마
감동의 박수를 보냅니다......
후니니 2016.10.20 16:10  
우사랑님 벌써 10년이 지났어요?
소식은 간간히 듣지만 이렇게 직접 글을 대하니 저도 울컥하네요
지나간 시간이 이렇게 살 같은데 앞으로 올시간도 살 같겠죠

머나먼 이국땅에서 아이들 가르키고 일하면서
그리는 조국은 님의 바램 같지않은 일들이 많은 게 가슴아프네요

건강하시고 나오시면 꼭 만나서 회포 풀도록해요
타이거지 2016.10.21 06:51  
반갑습니다..
태사랑을 통해 우사랑님 소식 간간히 접했죠.
그당시 미국가신다고 하셔서 기억합니다.
전 실명을 썼었고.."미나"..신랑과함께였지요.
씩씩한 우사랑님 화이팅!!!
카라완 2016.10.19 14:29  
와우 나의 스타일.
Hkim198 2016.10.20 10:22  
와 정말 멋지세요..
evergreen 2016.10.21 01:43  
저역시 산을 좋아해 네팔에 몇번가봤지만,
ABC한번 라운딩 한번  랑탕 고사이쿤드 두번 이렇게 에베레스트는 아직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이상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재작년 마지막으로 갔을때..
만일 에베레스트를 가면 어쩌면 다신 네팔을 오지못할수도 있겠구나라는 이상한생각이 들어
결국 랑탕을 다시 갔습니다.ㅎ

아직도 마음속의 한곳으로 남겨놓고 있습니다^^
오뜨9 2016.11.14 05:14  
멋지다!!!  멋지다!!!
꿈을 꾸기엔 너무 거리가 멀어 부러워만 하지만 소망은 생겼어요.  나도 저렇게 멋있게 늙고 싶다.  그리고 님 연배 쯤 되면 저도  이 lonely planet의 씩씩한 여행자가 되어야지 하는. . . 혼자라는 사실이 여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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