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질이라하기엔 조금은 미친 에베레스트 트레킹 후일담
히말라야...
무슨 생각을 하고 떠났는지는 기억이 없습니다
다만 올해 4월에 북인도를 한달여 다니며
받은 질문 중 가장 많이 들은 소리는
네팔은 안가십니까 였습니다
네팔이라.... 전 답했습니다
나는 한곳에만 집중합니다 표값 생각해서
여러군데 가는 건 미친짓이란 걸
유럽에서 알았기에 안갑니다 했습니다
안갔습니다 네팔을 코앞에 두고도
돌아와 인도 때국물이 빠질쯤 네팔보다
에베레스트가 뜸금없이 떠오른 건
EBC 테마기행에서 파키스탄 훈자가
방영되며 필이 곳히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히말라야면 일단 에베레스트에게
먼저 문안 인사를 드리는게 순서다
표를 검색합니다 동방항공이 중국일주 시켜줄테니
카투만두표 사라고 꼬드껴 질렀습니다
네팔을 가게된 직접적인 동기는 단언컨대
동방항공의 오지랖으로 촉발 됐다고
할 수있습니다
시안 .쿤밍, 카트만두 30만원 중반대...
24시간 안에 3번 밥을 수 있는 특전을 마다않고
5kg 책가방메고 떠났습니다
9월12일 중국을 돌고 돌아 13일 오후에
카투만두 타멜에서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침낭빌리고 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 출발지인
루클라까지 쌍발푸로펠라기 왕복티켓 사고
에베레스트 입장료인 퍼밋과
트레커 관리카드인 TIMS까지
준비를 마치고 15일 새벽 루클라로 향했습니다
15인승 비행기는 45분만에 데려다주었지만
비용은 한국에서 카투만두 오는 비용과 같은
무시무시한 가격을 요구했습니다
걸어서 지리에서 루클라까지 갈려면
일주일이 걸리는 걸 생각하면 감사할 뿐
2,800M 루클라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이후 7박8일 만에 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까지 갔습니다
샤워나 머리감기는 고산병위험으로 한번도 못하고
빨래도 그냥 패스, 젖은 수건으로 대충딲고
저녁 먹고 7시에 자면 새벽6시에 일어나서
2시까지 걷는 여정이였습니다
하루에 고도300M이상은 위험하다해서
천천히 갔습니다
3,500M를 넘어서자 수목한계선이 시작되고
에베레스트에서부터 흘러내리는 쿰부빙하지대
옆을 계속 걷는 코스가 시작됩니다
그 주변으로는 설산들이 코앞에서 압도하고
발밑은 화성같은 자갈과 바윗돌로만
보이는 곳으로 딴세상으로 들어왔습니다
4.000M를 넘고 5,000M를 넘으니
이젠 밤에 꿈자리가 현실과 꿈이 뒤엉키며
비몽사몽합니다
22일 오후 드디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도착했습니다
코앞에 에베레스트가 어마무시하게 서있고
돌탑에는 룽다 깃발이 어지럽게 펄럭입니다
눈물이 날려다 마네요 넘 황량해서요
눈발이 날리다 말다하는 오후
몇몇 트레커끼리 서로 자축하고 내려왔습니다
냉방롯지에서 언몸을 뜨거운 물한병으로 녹이며
잠을 청하니 그때야 눈물이 났습니다
이런 미친짓을 내나이 62에 아무생각없이 저질르다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한참을 훌쩍이다 잠이 들었습니다
내려오는 여정은 말 그대로 날라서 왔습니다
2박3일 여정으로 내려왔습니다
카투만두에 와서 언몸을 좀 녹이고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로 향했습니다
가기가 정말 싫었지만 이번엔 나의 신조인
한곳만 고집말자를 버렸습니다
나이가 이젠 두 번 허용치않을 나이다 가자 안나푸르나로
포카라로 가는 버스는 9시간이나 걸리는
지리한 여행이였으나 2시간마다 휴게소에
들리는 친절로 재미있게 갔습니다
포카라에서 다시 퍼밋과 TIMS를 발급받고
침낭은 에베레스트에서 거의 사용치 않아
빌리질 않았습니다
배낭무게도 더줄여 4KG으로 만들었습니다
대부분 트레커들은 가이드와 포터를 고용합니다
배낭무게가 보통25 KG 정도라는데
포터들이 다 지고
고용한 트레커는 거의 맨몸으로 갑니다
전 혼자였습니다 에베레스트에서도 그랬습니다
여정은 4박5일 에베레스트를 다녀온터라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접했지만
결론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계단이 많은 곳은
하루종일 계단만 올라가는
끔찍한 곳이 몇군데 있는데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싫었습니다
산에서 물은 하루에 2리터이상 먹기를 권합니다
고산병예방으로요 근데 에베레스트는
생수를 패트병으로 팔지만
여기선 필터링한 정수된 물을 팝니다
그래서 가격은 에베레스트보다 쌉니다
카트만두에서 1리터 1병에 250원 정도가
에베레스트 마지막 롯지에선 3,500원받습니다
안나푸르나에선 정수기물이 마지막롯지에선
1리터에2,000원정도합니다
두곳 다 특이한 건 숙소가격이 무료이거나
1,000원 내외라는 겁니다
다만 식사를 그 집에서 하는 조건인데
값이 어마무시합니다
멀건 마늘스프 한그릇이 3,500원
밥한그릇이 5,000원입니다
발톱이 하나 빠지고 드디어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에 왔습니다
건너편엔 네팔인들이 신성시하는
물고기꼬리를 닮은
마차푸차레베이스캠프가 있고
또 이곳엔 코리아루트를 개척하다
실종된 박영석과 그 대원들의 추모비까지 있습니다
이번엔 안나푸르나 마지막숙소에 누워서
지난여정을 돌이켜보며 알 수없는 성취감으로
또 한번 눈물을 찔끔했습니다
식당에 내려가 네팔 소주 락쉬한잔
먹고 잠이 들었는데
여기선 꿈도 뒤숭숭하지 않고 숙면을 했습니다
아마도 에베레스트보다 좀 낮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는 4,800M이고
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는 5,300M입니다
다음날 아침 에베레스트처럼 3박4일일정으로
날라서 내려왔습니다
따뜻한 포카라에서 안나푸르나를 올려다보며
생각해보았습니다
내가 왜 여기 왔을까? 무슨 생각으로 여기왔을까?
성취감 때문에? 아님 남들이 가니깐 나도 온 건가?
아닙니다 전 여행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여행가는데 무슨 목적이 있나요
그냥 떠나는 게 좋아서 나서는 거지요
목적지는 나중문제지요
삶이라는 것도 무슨 목적이 있나요
우연히 태어나 조용히 사라지는게 우리 삶인데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그냥 하고
싶어 했다는 게 답일 것 같습니다
다음엔 조용한 파키스탄 훈자를
다녀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