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가고 싶다...
필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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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9 08:47
1년에 오직 5개월만 외부인에게 출입을 허락하는 무 꼬 쑤린에서는 텐트 생활을 해야 한다.
하루 세 번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어야 하고 밤 10시에 소등을 하면 세상은 암흑천지가 된다.
그곳에서 맞은 첫 밤은 너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새벽 2시쯤, 잠들기 전에 마신 맥주 때문에 소변을 보려고 텐트 밖으로 나오다가 눈이 부셔 잠시 멈칫했다.
음력 보름 무렵이기도 했지만 불빛이 한줌도 없었기에 달이 그처럼 환할 수 있었겠다.
티 하나 없이 검은 색으로 완벽하게 칠해진 하늘 한가운데 푸른빛의 둥근 달이 너를 지켜보고 있었다.
마침 썰물 때라 먼 곳까지 물이 빠져나가 울퉁불퉁한 바위가 맨몸을 드러낸 바다는 천지창조 이전의 세상이었다.
저 멀리 철썩 대는 파도 소리는 세상을 염탐하기 위해 뭍으로 올라온 해신들이 소곤거림이었다.
그 광경 앞에서 너는 볼일 보는 것도 잊은 채 날이 훤하게 밝아올 때까지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밤 내내 너는 달을 통해 하늘의 기운을 호흡하고 발아래 밀려오는 파도에게서 먼 바다의 전설을 들었다.
달과 바다와 어둠, 그 완벽한 삼위일체 속에서 너는 우주와 하나가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