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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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고

이런이름 23 1362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고' 

이게 젊은이들이 바라는 건지 아니면 나이 든 사람들의 체득에서 우러난 처신술인지는 모르겠어요. 

전자라면 이기심이고 후자라면 배려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의도가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누가 말했든 말 자체는 맞는 거 같습니다. 

물론 여기서 나이는 상대적인 개념이겠지요. 10대에게는 20대가 나이 든 사람일테고 20대에게는 30대가 나이 든 사람일테니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게 나이뿐만은 아닌 거 같아요. 직급이 높은 사람 혹은 상대적으로 우위를 차지하는 사람에게도 해당될 거 같습니다. 우월적 지위를 갖은 사람이 하는 말은 듣는 사람에게는 잔소리가 되거나 지시 또는 강요로 받아드려지기 쉬우니까요. 

저도 이제 (이미 지났는데도 혼자서만 이제부터라고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입을 다물고 지갑을 열어야 하는 나이가 된 거 같아 요즘 저 말을 되새겨 보고 있습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뭔가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하네요. 

23 Comments
Alaskaak 01.26 12:10  
그냥 지나가는 예기가 아닐까요?  시대가 바뀌면 또 딴소리를 할텐데......    자신이 가진 능력대로 편하게 사시는 게 정답일 뜻,,,,,,,
이런이름 01.26 13:07  
[@Alaskaak] 작년에 3주간 태국에 놀러 가려 계획을 다 세웠었는데 뒤늦게 조카 결혼식이 딱 휴가 기간에 잡혀서 휴가를 포기했었습니다. 결혼식에 꼭 참석해야 했거든요.

그래서 결혼식 비용에 보태라고 형님께 몇 천달러 건내고 조카한테는 축의금으로 몇 천달러 건내니 휴가비로 떼어 놓았던 돈이 거의 다 들어가더라고요. 근데 마음은 뿌듯했어요.

지갑을 연다는 거... 일종의 매수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MeM 01.29 10:21  
[@이런이름] 사랑을 돈으로 증명하는거죠
이런이름 01.30 04:05  
[@MeM] 이게 진짜로 증명이 되나요?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돈이 목적인데 사랑을 핑계로 요구하고 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잘하고 번거로운 사랑 표현을 돈으로 한번에 때우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제 경우를 생각보면 의무감같은 게 더 크게 작용하는 거 같아요.
필리핀 01.26 14:17  
태사랑도 좀 그랬으면 좋겠어요.
저보다 나이 많으신 분들은 말 좀 줄이시고
대신 제게 맛난 것 좀 펑펑 사주시면...ㅎㅎ
이런이름 01.27 09:18  
[@필리핀] 그러게요. 온라인에서는 짧고 명료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게 덕목이라고 생각해요.

횡설수설에 중언부언까지 더해서 한없이 늘어지는 글은 정말 견디기 힘들어요. [뒤로가기] 기능이 있음에 고마움마저 느끼게 되더라고요.

근데... 줄어든 글 길이만큼 '맛난 것' 갯수가 늘어나면 재미있을 듯 합니다. 태사랑 회식도 가능할 거 같아요.
jwalche 01.26 15:06  
나이만 들고 돈은 없으니 저는 나가린데요.
이런이름 01.27 09:20  
[@jwalche] '나이는 많고 돈은 없고'
이 상황을 "이거 내 얘기잖아" 할 사람들이 많을 거 같은데요.

저는 가끔 "10년만 젊었어도..." 하는 내 인생의 타임 슬립까지 상상하며 시간을 낭비하기도 합니다.
sarnia 01.28 08:14  
65세 이상 시니어빈곤율이 시니어인구 절반에 육박하는 한국(OECD평균 3 배)에서는 해서는 안 될 소리라고 생각해요.
누군가 이 말을 지어내놓고 스스로 멋지다고 자뻑을 했을지는 모르나,
만일 그게 한국인이라면 사회문제에 대한 공감지수가 매우 낮은 사람일 거라고 추측해 봅니다.

그냥 제 개인적인 의견이예요.
이런이름 01.28 11:48  
[@sarnia]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무척 높군요. 지금 세대의 노인분들은 부모님 봉양과 자식들 뒷바라지가 몸과 마음에 새겨진 세대라서 자신을 위한 노후 대비보다는 가족을 먼저 챙겨 이런 현상이 더 심할 듯 하네요.

sarnia님의 글을 보고 나니 저 말은 젊은 세대 쪽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 사회/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윗세대를 말한 거겠지요. 설마 은퇴 후에 수입이 없는 노인들을 향한 말은 아닐 거라고 믿어 보겠습니다. 그건 막장에다 패륜이잖아요.
에치알 01.28 12:35  
많이 들은 얘기지만 의미를 생각해보니 새삼 씁쓸하기도 합니다.
노인이 되면 말상대도 별로 없고 적적하니까 어쩌다 기회가 되면주저리주저리  그동안 그동안 겪은 일이 도움될까 싶기도 해서 얘기할 수도 있겠죠 신나게 떠들다 보면 연장자니 적당히 끊기도 어렵고 하니 말을 자중해라 의미가 들어있지 않을까 합니다.
지갑을 열어라는 말에 대해서는, 노인 빈곤율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넉넉한 노인들조차 짠돌이 짠순이가 되곤 합니다. 욕구 자체가 낮아져있고 예전의 물가수준 따위와 비교도 되고 하다보니 더욱 그런거 같아요. 나이들어 포용력이 커지는게 아니라 점점 노여워지기만 하고 가진거 조차 없으니 깡다귀만 남는다는 얘기도 있답니다. 지갑은 연다는 것은 이런 관점에서 보아 가급적 관대하게 맘먹고 행동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런게 나이든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말이냐 억울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연장자로 대우받고 싶다면 그에 걸맞는 태도로서 이런 조언이 유효성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이름 01.30 03:52  
[@에치알] '지갑은 열고'를 '관대하게 마음 먹고 행동하라'로 해석하신 건 정말 좋은 거 같습니다. 전 이 부분을 글자 그대로 금전적인 측면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에치알님의 해석을 듣고 보니 개안(開眼)이 되네요.

저는 '입은 닫고'를 '쓸데없는 참견을 하지 마라.'로 이해했어요.
청하지 않았는데도 충고 또는 조언이라며 저 혼자만 알고 있고 저 혼자만 경험한 거처럼 주절대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이게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오지랖이 될 수도 있고 장황해지면 짜증을 유발시키기가 쉽죠.

제가 보기엔 매우 현명한 맏며느리인 어머니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어른노릇 하는 건 더 힘들단다."

처음부터 어른도 아니고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니니 그 위치에 맞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고 책임까지 져야 비로소 어른다운 어른이 된다는 뜻이였겠지요.
jwalche 01.28 14:16  
지갑을 열 수 있으면 대우를 받기는 합니다.
제 필리핀 와이프를 처음 어머님께 인사 시킬때 옷사입으라고 적지 않은 액수의 용돈을 받고는 아주 착하고 애교 있는 며느리가 되더군요. 첫인상이 중요하다는데 어머님이 첫인상은 제대로 가져가셨어요.

저도 이번 설날에 처음 보는 조카들한테 좀 써야겠죠...
이런이름 01.30 03:58  
[@jwalche] 제가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니 어른들이 용돈을 주시려고 하면 할머니도 어머니도 '버릇 나빠진다'고 막으셨어요. 그래서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받는 설날이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돈을 받을 수 있는 날이였지요.

그때는 '왜 버릇이 나빠진다고 하시지? 난 착한 아인데' 하는 불만이 있었는데 이제 와서는 그 말이 이해가 되요.

금융치료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게 액수가 많을수록 치료 효과가 더 좋은 거 같은데 한편으로는 마약과 비슷한 중독 증세도 동반하는 거 같아요. : 치료 주기가 짧어지길 바란다. 하지만 치료 횟수가 많아질수록 효과는 저하된다. 그래서 점점 더 고단위 치료제를 원하게 된다.

적절한 때에 지갑을 여는 건 미덕이지만 늘 열려 있거나 너무 자주 열면 주는 사람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그다지 좋을 거 같지는 않아요.
물에깃든달 01.30 09:03  
저는 이제 조직의 허리부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래에도 10살 정도 차이나는 후배가 있고 위에도 10살정도 차이나는 선배가 있어요. 근데 확실히 후배한테 맛난거 사주는 거 돈이 별로 안아까운거 보면 나이가 들긴 했구나(?) 싶기도 합니다..
근데 진짜 한국은 노인빈곤률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해요. 1인가구도 많아지고 그 1인가구의 대부분이 가난해요... 저는 그렇게 안되려고 나름 아둥바둥 해서 이제 안정기(?)라고 생각하지만, 이 전까진 그런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건 사실입니다.
곳간에서 인심나는건 나이랑은 좀 다른문제 인듯...
말이많아졋네요ㅠㅜㅋㅋ
이런이름 01.31 15:45  
[@물에깃든달] 후배들에게 만난 거 살 줄 때는 마음이 편해서 그런 거 아닌가요? 전 얻어 먹을 때보다는 사주는 게 편하더라고요. 얻어 먹을 때는 뭔가 어색하고 부담스러워요.

근데 노인 빈곤의 진짜 무서운 점은 희망이 없다는 게 아닐까 싶어요. 이미 노동력이 없거나 있더라도 누가 사주지 않으니까 경제적으로 좋아질 거라고 기대할 수도 없고 물가 상승을 생각하면 오히려 점점 더 안좋아질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 정신적으로 받는 고통은 또 얼마나 크겠어요?
물에깃든달 01.31 16:25  
[@이런이름] 초저술산 현상과 더불어 노인인구의 노동력도 안쓸수는 없을테니 뭔가 하긴 하겠죠...나라에서...
이베로 02.06 23:55  
지갑을 열 능력이 있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입을 열어도 상관없지요. 상대방의 속마음과 관계없이 어쨌거나 표면적이라도 경청하는 대우를 받을테니까요. 지갑을 아주 많이 열수있는 능력이 있다면 입을 많이 열어도 상당부분 우러나오는 경청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이런이름 02.08 19:19  
좀 서글프지만 이게 자본주의적 이해 관계의 민낯이겠죠.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제가 하는 말을 듣게 하거나 마음을 움직이게 할만한 돈도 없지만 설혹 있더라도 그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어요.

예전에 어느 재벌 (한화?) 회장이 운전기사를 때리고 매값으로 한 대당 얼마씩 계산해서 수표를 던져줬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분개했었죠. 그래서인지 돈으로 누군가를 휘두르려 하는 거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어요.
이베로 02.12 05:14  
[@이런이름] 글쎄요, 돈이 많다면 자신이 자각하기도 전에 이미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합니다. 요구하지 않아도 알아서 상대방이 비위를 맞춰줄테니 본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방에게 경청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자각조차 못하겠지요.

어느 재벌 회장의 일화는, 확실치 않으나, 기억하기로는 때리기 전에 이미 액수를 합의(?)하고 시작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액수를 듣고난 피해자가 굴욕을 받아들였다는 말이죠. 돈의 액수가 자존심을 덮을 만큼 컸겠지요. 굳이 자본주의 사회가 아니더라도 인류의 삶은 아니 자연계의 법칙은 힘있는 자(그것이 완력이건 권력이건 돈이건)가 힘없는 자 위에 군림하는 것이 당연한 법칙이 아닐까요.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 옛날 영화가 생각나네요. 생활고에 시달리던 젊은 부부에게 백만장자 로버트 레드포드가  데미 무어가 연기했던 젊은 커플의 부인과의 하룻밤에 백만불을 제안했던... 삶에 여유가 있다면 당연히 거절할 제안이었겠지만, 절박한 사람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지요. 돈이란 그런 것이니까요.
이런이름 02.14 20:24  
[@이베로] 맞아요. 돈뿐만 아니라 권력, 지식, 정보 등등도 남들보다 많이 갖고 있으면 사람들은 대개 아첨(?)하는 태도를 취하는 게 현실이죠.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태도를 취하든 그건 제 영역 밖에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최소한 제가 의도적으로 특정한 반응이나 태도를 이끌어 내기 위해 돈을 이용할 생각은 없다는 뜻이였어요.

근데 그 재벌 이야기는 제가 아는 것과 좀 다르네요. 제가 처음 읽었던 기사는 폭행 후에 수표를 던져 주며 없던 일로 하라고 했다는 걸로 기억해요. 폭행 전에 상호 동의가 있었다면 애초에 기사화 되는 일도 없었겠지요. 기사가 나오고 나니까 재벌쪽에서 그걸 무마하기 위해 매수하고 언론 플레이를 했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나요?
이베로 02.20 00:07  
[@이런이름] 운전해야 해서 술을 못마시겠다는 부하직원에게 대리비 내가 줄테니 한잔 하자고 붙잡은 적 있습니다. 술마시던 그 자리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지위와 돈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자각을 하게 되었죠. 비슷한 경우가 (그리고 후에도 자각하지 못하고 지나간 경우가) 꽤 있을겁니다. 의도하지 않았으나 돈이나 지위를 자신도 모르게 이용하는  경우가 꽤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재벌 회장의 건은 저도 뭐 확실한 기억은 아닙니다. 비슷한 사건이 여럿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비슷한 계열사에서 특히 잦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여튼 돈은 굴욕을 감내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이런이름 02.23 09:16  
[@이베로] 그 재벌이 말이 많기는 했어요. 대한항공과 함께 사고를 많이 친 재벌 중에 하나죠. 술집 웨이터를 쏴죽인다고 (한국서는 소지 자체가 불법인) 실탄을 장전한 권총을 들고 뛰어 쫓아간 적도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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