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항공사, 배낭을 새로 산 이유
초저가항공사는 보통은 ½값, 쌀 때는 ¼값으로도 비행기를 탈 수 있어 이런저런 불편함이 많음에도 수요가 계속 이어지는 거 같습니다.
가격을 낮춤으로써 줄어든 수익은 수하물에 요금을 부과하거나 예약 변경, 좌석 지정 등에서 수수료를 받아 벌충한다더군요.
예를 들면 북미지역의 대표적인 초저가항공사인 스피릿항공은 수하물 요금과 수수료가 전체 수익의 47%라고 하니 수익의 절반쯤을 항공권 판매가 아닌 다른데서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지요.
(이걸 다르게 해석하면 이 항공사를 추가 요금없이 이용한다면 정말 싸게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뜻일 듯 합니다.)
근데 웃기는 게 이 항공사는 기내 반입 가방 크기에는 매우 엄격하지만 무게에는 신경을 안써요. 딱히 정해진 무게 제한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대략 40파운드(18kg)까지 허용되는 거 같습니다. 이걸 보면 여타 항공사와는 다른 기준으로 수하물을 제한하는 이유가 무게를 줄여 유류비를 절약하기보다는 가방 부피를 줄여 수하물 요금을 받아내는 게 목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아무튼 제가 생각하는 초저가항공사의 장점은 ①싼 가격과 ②직항노선, 2가지입니다. 이동 시간이 길어지고 번거롭게 환승을 해야 하는 경유노선을 아주 아주 진짜 싫어하는 제게는 싼 가격보다 직항노선이 더 큰 장점으로 느껴집니다.
이번에 어딜 다녀 오려고 알아보니 유일하게 스피릿항공만이 그 도시까지 직항으로 운항하는데다 가격마저 제일 싸서 다른 항공사는 더 고려해 볼 여지가 없더라고요.
저가항공사는 이전에도 여러 번 이용한 적이 있지만 초저가항공사는 이번이 처음이라 부랴부랴 알아 보았는데 '단거리 이동+단기 체류+직항노선'의 경우라면 이용해 볼만 하겠더군요.
(제가 생각하는 단거리 이동은 운항 시간이 2시간 이하, 단기 체류는 추가 요금없는 수하물로만 지낼 만한 기간입니다.)
좀 아쉬운 점은 이 항공사는 다른 항공사들에서는 무료로 갖고 탈 수 있는 20인치 캐리온 캐리어에도 요금을 부과한다는 겁니다. 게다가 미리미리 신청하지 않으면 같은 수하물이라도 돈을 더 받고요. 수하물을 비행기표 예약할 때 신청하면 $58이지만 공항에서 체크인할 때는 $69로 오르고 탑승 게이트에서는 $99을 받는다네요.
(싸다고 $100짜리 티켓을 사고 별 생각없이 20인치 캐리어를 들고 공항에 가서 모바일 체크인을 한 후에 비행기를 타려고 게이트로 간다면 졸지에 $200짜리 티켓이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거지요.)
수하물 요금에 진심인 스피릿항공이지만 소지품 개념으로 작은 가방 1개는 요금없이 갖고 탈 수 있는데 이런 퍼스널 아이템의 최대 크기는 18"×14"×8" 라고 합니다. 이에 몇몇 가방 회사에서 이 규격에 맞춘 여행용 배낭을 만들어 파는데 크기는 작아도 여행용으로 만든 배낭이라서 (캠핑용 배낭에 비하면) 물건을 넣고 꺼내기도 수월하고 수납 공간도 제법 효율적인 듯 합니다.
지금 갖고 있는 여행용 배낭(20인치 캐리어 크기)을 스피릿항공에서 사용하려면 수하물 요금을 내야 해서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배낭을 새로 사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갖고 있는 배낭을 사용하더라도 $58은 내야 하니까 차라리 그 돈으로 퍼스널 아이템 규격에 맞는 여행용 배낭을 사두면 혹시 나중에라도 또 초저가항공사를 이용하거나 가벼운 주말여행을 할 때 사용할 수 있겠다 싶어서요.
여담이지만 스피릿항공의 앞뒤 좌석 간격은 28인치로 항공사 중에서 가장 좁습니다. 좁다는 제주항공(29인치)보다도 1인치가 더 좁기 때문에 비행 시간이 2시간을 넘으면 상당히 힘들 거 같습니다. 체형에 따라서는 1시간도 힘들 수 있을테고요.
(좁은 비행기 좌석 공간이 건강을 위해한다는 내용으로 법정으로 끌고 갔던 소송이 있었는데 최종 판결이 작년에 나왔습니다. 공익성이 강하고 승소하면 법원 명령도 동반되기 때문에 파급력이 무척 큰 재판이였는데 결론만 말하면 패소했습니다. 만일 승소했다면 초저가항공업계에서는 곡소리가 났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