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항공사, 배낭을 새로 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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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항공사, 배낭을 새로 산 이유

이런이름 19 1310

초저가항공사는 보통은 ½값, 쌀 때는 ¼값으로도 비행기를 탈 수 있어 이런저런 불편함이 많음에도 수요가 계속 이어지는 거 같습니다. 


가격을 낮춤으로써 줄어든 수익은 수하물에 요금을 부과하거나 예약 변경, 좌석 지정 등에서 수수료를 받아 벌충한다더군요.


예를 들면 북미지역의 대표적인 초저가항공사인 스피릿항공은 수하물 요금과 수수료가 전체 수익의 47%라고 하니 수익의 절반쯤을 항공권 판매가 아닌 다른데서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지요. 

(이걸 다르게 해석하면 이 항공사를 추가 요금없이 이용한다면 정말 싸게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뜻일 듯 합니다.) 


근데 웃기는 게 이 항공사는 기내 반입 가방 크기에는 매우 엄격하지만 무게에는 신경을 안써요. 딱히 정해진 무게 제한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대략 40파운드(18kg)까지 허용되는 거 같습니다. 이걸 보면 여타 항공사와는 다른 기준으로 수하물을 제한하는 이유가 무게를 줄여 유류비를 절약하기보다는 가방 부피를 줄여 수하물 요금을 받아내는 게 목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아무튼 제가 생각하는 초저가항공사의 장점은 ①싼 가격과 ②직항노선, 2가지입니다. 이동 시간이 길어지고 번거롭게 환승을 해야 하는 경유노선을 아주 아주 진짜 싫어하는 제게는 싼 가격보다 직항노선이 더 큰 장점으로 느껴집니다. 


이번에 어딜 다녀 오려고 알아보니 유일하게 스피릿항공만이 그 도시까지 직항으로 운항하는데다 가격마저 제일 싸서 다른 항공사는 더 고려해 볼 여지가 없더라고요. 


저가항공사는 이전에도 여러 번 이용한 적이 있지만 초저가항공사는 이번이 처음이라 부랴부랴 알아 보았는데 '단거리 이동+단기 체류+직항노선'의 경우라면 이용해 볼만 하겠더군요. 

(제가 생각하는 단거리 이동은 운항 시간이 2시간 이하, 단기 체류는 추가 요금없는 수하물로만 지낼 만한 기간입니다.)


좀 아쉬운 점은 이 항공사는 다른 항공사들에서는 무료로 갖고 탈 수 있는 20인치 캐리온 캐리어에도 요금을 부과한다는 겁니다. 게다가 미리미리 신청하지 않으면 같은 수하물이라도 돈을 더 받고요. 수하물을 비행기표 예약할 때 신청하면 $58이지만 공항에서 체크인할 때는 $69로 오르고 탑승 게이트에서는 $99을 받는다네요. 


(싸다고 $100짜리 티켓을 사고 별 생각없이 20인치 캐리어를 들고 공항에 가서 모바일 체크인을 한 후에 비행기를 타려고 게이트로 간다면 졸지에 $200짜리 티켓이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거지요.) 


수하물 요금에 진심인 스피릿항공이지만 소지품 개념으로 작은 가방 1개는 요금없이 갖고 탈 수 있는데 이런 퍼스널 아이템의 최대 크기는 18"×14"×8" 라고 합니다. 이에 몇몇 가방 회사에서 이 규격에 맞춘 여행용 배낭을 만들어 파는데 크기는 작아도 여행용으로 만든 배낭이라서 (캠핑용 배낭에 비하면) 물건을 넣고 꺼내기도 수월하고 수납 공간도 제법 효율적인 듯 합니다. 


지금 갖고 있는 여행용 배낭(20인치 캐리어 크기)을 스피릿항공에서 사용하려면 수하물 요금을 내야 해서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배낭을 새로 사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갖고 있는 배낭을 사용하더라도 $58은 내야 하니까 차라리 그 돈으로 퍼스널 아이템 규격에 맞는 여행용 배낭을 사두면 혹시 나중에라도 또 초저가항공사를 이용하거나 가벼운 주말여행을 할 때 사용할 수 있겠다 싶어서요. 



여담이지만 스피릿항공의 앞뒤 좌석 간격은 28인치로 항공사 중에서 가장 좁습니다. 좁다는 제주항공(29인치)보다도 1인치가 더 좁기 때문에 비행 시간이 2시간을 넘으면 상당히 힘들 거 같습니다. 체형에 따라서는 1시간도 힘들 수 있을테고요. 


(좁은 비행기 좌석 공간이 건강을 위해한다는 내용으로 법정으로 끌고 갔던 소송이 있었는데 최종 판결이 작년에 나왔습니다. 공익성이 강하고 승소하면 법원 명령도 동반되기 때문에 파급력이 무척 큰 재판이였는데 결론만 말하면 패소했습니다. 만일 승소했다면 초저가항공업계에서는 곡소리가 났었을 겁니다.)  


19 Comments
이런이름 01.12 10:51  
$50 주고 이거 샀습니다.
https://www.amazon.com/gp/aw/d/B09LC88DX3/ref=ox_sc_act_image_1?smid=A2SJV2K5BPLN3A&psc=1
소소한 불평이 없는 건 아닌데 저 가격으로 고품질을 기대하기도 어렵지요.
(이 배낭은 확장 지퍼가 있는데 지퍼를 안열면 퍼스널 아이템 규격이고 지퍼를 열면 20인치 캐리어 용량이 된다고 하네요. 즉 배낭을 확장시키면 퍼스널 아이템 규격보다 커져서 수하물 요금을 내야 합니다.)
산도적놈1 01.12 12:07  
ㅋㅋ 잊었던 저가항공의 고통을 다시 상기시켜주시네요. 법원에 재판 까지 갔었다니 큰 문제였군요.
저는 5~6년 전 쯤 tway 항공 한 번 타보고 선택의 폭이 넓은 덩치가 작은 사람들을 부러워하게 되었었습니다.
그 이후로 보잉737로 된 저가항공은 절대 검색도 안하고 있네요.
이런이름 01.13 01:56  
[@산도적놈1] 피치가 30인치인 저가항공은 종종 탔었는데 28인치인 초저가항공은 이번이 처음이라 좀 긴장하고 있습니다. 고통스런 경험이셨다니 걱정이 되기 시작하네요.

그 재판은 좁은 좌석으로 인한 결과에 대한 인과성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다고 패소했습니다. '명확하고 논쟁의 여지가 없는' 증거가 아니며 '불편하긴 하지만 위험한 건 아니'라는 게 법원의 입장이였지요.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들이 생각나더군요.)
물에깃든달 01.15 10:02  
대략 20인치 케리어 반절 정도 체워가면 7키로 정도 됩니다. 여기에 목용용품이나 헤어제품 추가하면 9~10키로가 되는거죠.. 여행을 많이(?)하다보니 짐싸는데도 노하우가 생겨서 저가항공도 괜찮더라구요
이런이름 01.17 01:52  
[@물에깃든달] 평소에도 짐을 적게 갖고 다니는데다 이번엔 1박2일이라 오히려 저렇게 작은 배낭조차도 다 채우는 게 더 어려울 듯 싶어요.

좌석 공간이 좁기로 악명 높은 항공사인 걸 알면서도 비행 시간이 1시간 27분밖엔 안되서 어떻게든 버틸 수는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예약을 했는데 은근히 걱정되네요.
MeM 01.15 19:29  
삼십여년전 배낭여행 중 저가항공애서 뜯긴 기억이 불쑥 떠오르네. 좌석은 한 삼만원했는데, 실수로 배기지 예약을 안한 거야. 공항에서 배낭을 붙이려니 요금이 십만원이 훌쩍 넘는데, 와.... 총쏘고 싶었다
이런이름 01.17 08:16  
[@MeM] 요즘은 많이 알려져서 거의 없지만 저가항공 초창기에는 추가 요금에 관한 실랑이가 종종 있었지요. 저가항공의 등장이 80년대니까 30년 전이면 초창기쯤이네요.

그런 일이 생기면 돈 아까운 건 둘째고 당장 기분이 많이 상하죠. 그렇다고 총질까지야... 상당히 극단적이신데요.
이런이름 01.20 13:53  
제 결론은 초저가항공은 '못 탈 정도는 아니지만 안타고 싶다' 입니다.

그리고 본문에서 전제 조건으로 ①단거리 이동, ②단기 체류, ③직항노선 3가지를 꼽았었는데 거기에 ④혼자 하는 여행을 추가해서 4가지 조건이 맞아야 불편함을 참을 금전적 가치가 생기겠더군요.

동행과 나란히 앉아 가려면 수수료를 내고 좌석 지정을 해야 해서 혼자 다녀야 절약이 되겠더라고요. 게다가 운항 시간대가 이른 아침 출발 아니면 늦은 밤 도착이 많아 한가하게 다니기에는 불편해 보였어요.

초저가항공사가 처음이자 마지막은 아닐 수도 있어도 (이번처럼 유일한 직항 노선이라는)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다시는 안탈 거 같습니다.
jwalche 01.24 09:24  
[@이런이름] "동행과 나란히 앉아 가려면 수수료를 내고 좌석 지정을 해야 해서"
그냥 좌석 지정 안하고 표 끊어도 체크인 할 때 같이 표 끊은 사람끼리 거의 옆자리로 지정 해 줍니다. 어쩌다 조금 떨어져 앉게 되더라도 동남아 금방인데요 뭐.
이런이름 01.26 10:38  
[@jwalche] 스피릿항공이 체크인할 때 옆자리를 요청하면 그냥 준다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긴데요. 13세 이하의 자녀를 동반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좌석은 랜덤 배정하는 걸로 알고 있었어요.

좌석 지정 정책을 시작한 동기가 (앞줄과 비상구줄과 같은) 인기 좌석은 돈 받고 팔거나 승객들을 떨어트려 앉혀서 같이 앉아 가고자 하는 승객들의 주머니를 터는 거잖아요. 게다가 인건비를 줄이려고 셀프 체크인과 모바일 체크인을 장려하며 비행기 이륙 시간에 임박해서야 위탁 수하물을 받기 위해 카운터를 잠깐 열었다가 닫는 스피릿항공 입장에서는 카운터에 와서 좌석 배정 요청을 하면 업무 처리가 지연되서 싫을텐데도 수하물 요금 다음으로 큰 수익 모델인 좌석 지정 수수료를 포기하고 해줬다는 게 신기하네요.

혹시 이용하신 항공사가 초저가항공사가 아니라 그냥 저가항공사는 아니였나요?
jwalche 01.27 03:03  
[@이런이름] 저가 중에서도 초저가가 있군요?
저는 그냥 그날 가장 싼것만 탈 뿐 항공사를 가리지는 않습니다. 옆자리는 따로 요청한 적은 없고요, 그냥 두명 같이 예약한 티켓을 내밀면 나란히 좌석을 주던데요. 종종 가운데 통로를 끼고 양쪽으로 갈라 놓기도 하지만요.
이런이름 01.27 09:27  
[@jwalche] 그렇더라고요. 명칭부터 low-cost carrier (LCC, 저가항공)과 차별을 두어 ultra low-cost carrier (ULCC, 초저가항공)라고 다르게 부르고 가격은 저가항공사보다 $100 이상 싸지만 대신에 저가항공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마저도 따로따로 떼어 일일히 돈을 받고 팔더군요.

저가항공사의 개념을 처음 만든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경우 좌석 앞뒤 공간이 81cm인데 비해 대표적인 초저가항공사인 스피릿항공은 71cm로 무려 10cm나 차이가 나고 수하물, 좌석 지정, 예약 변경, 기내 간식 등에도 하나하나 수수료를 부과하고요.

그래서 대충 예약을 하면 수수료 때문에 저가항공보다 더 비싸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어 꼼꼼하게 살펴 봐야겠더라고요.
Satprem 01.21 16:37  
아메리카 대륙에서의 경험은 없지만, 저는 60대의 나이에도 아직 저가항공에서 크게 불편하지 않던데요.
5~6시간 이상의 거리도 곧잘 이용하죠.
간격이 좁은 좌석도 인디아 등에서의 로컬 버스 보다는 월등히 편하더군요.
그리고 저가 항공의 규격에 맞춘 배낭 뿐으로, 짐이 적어도 약 1달 정도의 짧은 기간 여행에는 그런대로 다닐만 하네요.
초저가라는 스프릿 항공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가난한 여행에 아주 적합하게 진화가 되었나봅니다.ㅎㅎ
그런데 18" × 14" × 8" 이면, 56cm × 36cm × 23cm인 에어아시아의 휴대 수하물 규격과 차이가 많지 않을 듯 싶은데요.
이런이름 01.22 12:01  
[@Satprem] 저도 저가항공은 종종 타는 편이예요. 시애틀에서 동부에 왕래할 때는 비행 시간이 5시간 40분인데도 알라스카항공만 이용하거든요.
(좌석 공간으로 인한 불편함보다는 지루함이 더 힘들어요.) 

좌석 공간은 위에 산도적놈1님의 지적처럼 체구나 체형의 영향도 꽤 클 듯 싶어요. 예를 들면 똑같은 키라도 하체가 짧은 편인 한국인과 긴 흑인이 느끼는 불편함은 다를테니까요.

제 경우를 보면 키는 178cm로 인씸 길이가 30인치인 바지를 입어요. 체중은 꽉 채운 정상이고요. 이 체구로 좌석 앞뒤 간격이 30인치(대부분의 저가항공이 이 간격이죠.)인 비행기는 탈만한데 28인치 간격의 좌석에서는 허리를 곧추 세우고 엉덩이를 바짝 들여 앉아야 무릎이 앞의자에 닿는 걸 면해요. 5cm 차이인데도 앞의자가 바로 눈 앞에 있는 거같은 느낌도 갑갑하고요.

근데 퍼스널 아이템 크기의 배낭에 한달을 지낼 수 있는 짐을 넣으실 수 있다니... 이 정도면 달인의 경지인데요. 저는 적게 가져 가고 꼭 필요한 건 현지에서 사서 쓰는 방법으로 짐을 줄이는데도 1주일 정도가 최대한일 거 같아요.
(여름철이라면 기간을 조금은 더 늘릴 수도 있을 거 같긴 하네요.)
jwalche 01.24 09:32  
초저기 티켓을 살때 저는 보통 구글 플라잇으로 검색을 하는데요, 표를 살수 있는 창구가 여럿 나옵니다. 항공사 자체 웹사이트가 좋은 경우도 있지만, 대행사가 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다음달 말에 태국가는 비행기 에어차이나 베이징 4시간 반 경유해서 방콕에 자정에 도착하는 것, 한사람당 12만5천원씩 끊었지만 GotoGate 통해서 샀더니 기내수하물 5kg, 위탁수하물 23kg 이 포함되어 있네요.
가방 같은 경우는 저는 대형가방은 샘소나이트에서 아주 가볍게 나온게 있어서 (2.7kg) 그걸 쓰고, 작은 캐리어는 이름 없는 회사것 역시 아주 가벼운걸 씁니다.
지금은 한국에서 정착했지만, 최근 2년동안 방콕과 필리핀에서 한달살기 하면서 와이프랑 계속 매달 캐리어 두개씩 들고 비행기로 이사를 다녔더니 샴푸 같은것도 작은 병에 덜어쓰고 하는 습관이 들었어요.
이런이름 01.26 10:48  
[@jwalche] 캐리어 짐을 실고 비행기로 이사다니셨다는 말이 재미있네요.

비행기표는 역시 내가 비행기표를 살 준비가 된 시점에서 원하는 옵션에 맞춰서 찾아 보는 게 제일 확실한 듯 해요.
jwalche 01.26 15:02  
[@이런이름] 와이프 봄방학동안 어머님이랑 이모 모시고 다녀오려고 방콕 가는 비행기와 호텔은 예약했는데 아직 돌아오는 비행기 결정을 못했습니다. 돌아올날 직항이 편도 27만원 짜리가 있는데 좀 비싼 듯 해서 하루에 두번씩 들어가 보는 중입니다.
어제 중국항공사 17만원 짜리 표가 한개 떴는데 정말 한개밖어 안남았더군요. 좀 있다 사라졌습니다.

처음 이혼하고 필리핀 갈때는 다 정리한다고 했는데도 슈퍼라지 발릭바얀 박스를 한 열개 부쳤습니다.
살다보니 다 필요 없더군요.
나중엔 제짐은 캐리어 하나에 다 들어가고 나머지 캐리어들은 와이프 옷가지 가지고 다니는데 썼어요.
뭐 그때도 다 지나고 지금은 다시 한국에서 정착해서 담달에 빈집으로 이사가면 살림살이들 다 다시 장만 해야 합니다.
나 혼자면 가볍게 사는 것도 좋을 듯한데, 젊은 와이프를 한국까지 데려왔으니 제 생각만 하면 안되겠죠.
이런이름 01.27 09:48  
[@jwalche] 부양할 가족이 있다면 당연히 달라져야지요. 더구나 낯선 타국에 남편 하나 보고 온 건데 더 잘해 줘야 할테고요.

오래 전에 신문에서 본 내용인데 타국살이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전쟁으로 받는 스트레스에 육박한다더군요.

외국서 살아 보셨으니 잘 아시겠지만 외국 생활은 여행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어려움을 갖어 오고 (대개는 일시적이지만) 종종 자존감의 하락과 우울증으로 연결되기도 하는 거 같더군요. 그리고 다정한 관심은 늘 상대에게 힘을 주는 거 같습니다.

아내분이 행복한 한국생활을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jwalche 01.27 16:08  
[@이런이름] 감사합니다. 행복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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