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큼의 우연이 겹겹이 쌓여야 이런 일을 겪게 되는 건지... ㅠㅠ
발단은,
롯뚜에 실려 3시간여를 쉬지 않고 달려온 때문이었다...
커다란 배낭 2개에 아쿠아 백과 작은 배낭까지 하나씩 발밑에 깔고 무릎에 올려놓고
옆 사람의 땀 냄새를 향수처럼 맡으며
180분여를 좁은 차안에 갇혀 있기란 고역이었다...
도시와 도시를 연결해주는 사설 운송수단인 롯뚜는 짐칸이 따로 없는 탓에
짐이 많은 사람은 가능하면 이용을 삼가는 게 좋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고 나니
온몸의 진이 다 빠져나간 상태였다... ㅠㅠ
게다가 롯뚜는 내가 가야 할 최종 목적지인 해변 근처의 숙소와는
납짱으로 40밧 거리에 떨어져 있는 큰길가 한복판에 떨구어주는 것이었다...
시계는 어느덧 오후 2시를 지나 3시를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먼저 숙소로 가서 체크인을 한 다음에 점심을 먹었을 텐데,
웬일인지 그날은 식사를 먼저 하고 숙소로 가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아마 좁은 롯뚜에서 실컷 맡은 옆 사람의 땀 냄새가 환각제 역할을 했나보다... ^^;;;
아무튼 큰길에서 해변으로 이어진 좁은 도로로 접어들어 제일 먼저 눈에 띈 식당으로 들어갔다...
입구에 이미 만들어놓은 반찬이 네모난 함석 그릇에 담겨 있는 전형적인 덮밥 음식점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종업원이 잽싸게 메뉴판을 들이밀었다...
음식 이름은 영어로 적혀 있는데 가격이 적혀 있지 않았다...
이때 눈치를 챘어야 하는데...
얼른 한 끼 때우고 숙소로 가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일까?
그 짧은 순간에도 음식을 주문하기보다는 이미 만들어놓은 음식을 선택하는 게
더 저렴할 것이다, 아니 바가지를 덜 쓸 거라는 판단을 했던 걸까?
아무튼 맨밥 한 그릇에, 이미 만들어놓은 음식 몇 가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종업원이 알얼음 몇 개가 든 잔을 잽싸게 대령했다...
곧이어 내가 선택한 반찬이 올려진 밥 한 그릇이 도착했다...
(밥과 반찬을 따로 서빙한 게 아니라 밥 위에 올려져 있었다!)
마침 오늘 아침에 체크 아웃한 숙소에서 준 공짜 생수 한 통이 남아 있길래
알얼음이 든 잔에 몽땅 붓고 식사를 시작했다...
아... 그런데... 치즈 한 장 크기의 생선 튀김이 너무 짰다...
마치 소금으로 옷을 입힌 뒤에 튀겨낸 음식 같다...
게다가 밥은... 싸구려 쌀인데다 조리법이 서툰지 모래알을 씹는 것 같다...
그동안 태국을 수십 번 여행했지만, 이렇게 맛없는 밥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아까워서 밥이랑 생선이랑 꾸역꾸역 다 먹었다... ㅠㅠ
나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아니, 상대가 잘못 말한 줄 알았다...
“얼마요?” 라는 내 말에 상대는 “160밧!”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나는 40~50밧... 많아야 60밧쯤 나올 줄 알았다...
방콕 같은 대도시의 백화점 푸드쿼터에서도 이런 식의 미리 만들어놓은 반찬을
밥 위에 얹어주는 집은 밥+반찬 1가지 구성이 기본으로 30~40밧 정도이고
반찬 1가지 추가할 때마다 10~20밧 정도 추가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무려 160밧이라니... 내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입맛 짝 벌리고 있자
상대는 씨익 웃으면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얼음은 공짜야...”
결국 나는 상대가 알아듣지 못할 한국말로 투덜거리며
160밧을 고스란히 지불하고야 말았다...
그 짜디짰던 치즈 한 장 만한 생선 토막이 70밧이란다!
사전에 음식값을 제대로 물어보지 않은 나 자신의 경솔함을 탓함과 동시에
아직도 태국에는 이렇게 여행자 뒷통수를 치는 업소들이 존재하니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되겠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은 댓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암튼 여러분도 메뉴판에 음식 가격이 적혀 있지 않는 업소는 조심하시구요...
음식 시킬 때는 꼭 가격을 물어보고 시키세요...
안 그러면 저처럼 바가지 씁니다...
물론 길거리 반찬가게에서야 얼마나 바가지를 쓰겠습니까마는
해산물 레스토랑에서는 수천 밧을 바가지 쓸 수도 있어요~ ^^;;;
문제의 식당...
꽤 넓은데 손님이 하나도 없는 것부터 쫌 이상하긴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