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여행짐을 꾸리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듭니다.
올해 1월 1일, 베트남의 호치민에서 광란의 새해 점등식을 맞이했었던게 아직도 생생한데 날은 흘러흘러 벌써 12월입니다
겨울로 접어든지도 한참이나 지났고, 며칠 지나면 나이 한살 더 먹고 그러하겠네요.
우리는 근래들어서는 겨울 시즌에 늘 짐을 꾸려서 따뜻한 곳으로 가서 좀 지내다 오곤했어요.
올해도 예외없이 다시금 짐을 꾸릴 준비를 합니다.
보통은 따뜻한 나라로 곧바로 날아가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행로를 좀 바꾸었어요.
이번에는 여행지에서도 두툼한 옷을 껴입고 한동안 지내야 될거 같습니다.
추운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라 사실 얼떨떨합니다.
얼마간 입고는 현지에서 버릴 맘으로 가지고 있는 옷중에서
제일 허접한 외투를 껴입고 갈 작정인데, 현지인들에 비해 너무 허접해보일까바 걱정이에요.
한해가 넘어가는 시기에 서있으니 나이 생각이 절로 나는데요.
언제부터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제 나이가 현실속에서 잘 인식이 되질 않아요.
그러니까 그게 어떤 의미냐면.... 제가 올해로 딱 40인데 이 나이가 주는 무게감이라고 해야하나
의미라고 해야하나 그런게 그다지 없습니다.
늘 그 해가 그해 같고. 어제가 오늘 같고 그래요.
그렇다고 나이의 무게감을 잊고서는, 젊고 발랄하게 사느냐 하면 또 그건 아니에요.
요왕은 발랄하게 살던데, 이건 아마도 각자 타고난 성향의 특성이기도 하겠죠.
왜 현실인식이 잘 안될까 곰곰 생각해보니.......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급을 달거나 연차에 따라서 급여가 올라가거나
그것도 아니면 자라나는 아이가 있거나 해서 학년이 달라진다던가 그러면
나이듬이 주는 의미와 무게가 현실적으로 와닿을텐데, 그런 시스템안에 속해 있지 않다보니 그런거 같아요. 아무리 둘러봐도 시스템의 틀안에 걸리는게 없거든요.
이걸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나이 이야기가 나왔으니 생각이 자꾸 가지에 가지를 치는데요.
가끔씩... 우리 엄마가 내나이 였을때 나는 몇살이었을까 하는걸 생각해봅니다.
우리 엄마가 마흔이었을때 나는 열여섯살...그러니까 고등학교 일학년이었을텐데 그 상황을 오롯이 나에게 비추어서 , 지금 내게 고등학생 자녀가 있다는걸 가끔 상상해보곤해요.
근데 그게 도데체 어떤건지 감이 전혀 오질 않아요.
지금의 저는 내 한몸 건사하는것도 제대로 못하는거 같은데
나이 마흔에 보살펴야 할 올망졸망한 자식이 있다는건 도데체 어떤 느낌일까요. 도무지 알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고등학생이라니....
엄마가 하늘나라 가신지 이제 두달이 되어가는데...
생전에 많이 아프시고 긴 투병생활을 하셨기에 제가 생각하기에
엄마는 우리가 또는 누군가가 보살펴 줘야만 하는 연약하고도 가련한 분이라고 여겼었답니다.
하지만 엄마가 사라진 우리의 삶을 살펴 보고 있자니, 그 생각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교만과 무지였는지 이제서야 알게 됩니다.
아무리 아프고 쇠약해도 엄마는 우리에게 늘 쉴곳 만들어 주는 큰 나무였다는걸...
그 빼빼 마르고 앙상한 어깨에 사실은 우리가 기대고 있었다는걸
암만 이 나이 먹어도 엄마가 없으면 힘빠지고 위축되고...
엄마의 그 마르고 떨리는 작은 손을 제가 잡았을때
내가 엄마에게 준 마음보다 엄마가 저한테 준 힘이 훨씬 컷다는걸
이제야 알게 되는거 같아요.
이젠 알아도 다 소용없는 일이 되버렸지만요.
원래 여행 계획은 요왕이 먼저 출발하고, 저는 적어도 두어달의 텀을 두고 출발해서 여행지에서 만나는 거였는데요. 이 계획은 없던 걸로 무산하고 그냥 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원체 타고난 성향이 애교 또는 살가운 기운이 없는 딸이었고
게다가 엄마네랑 서울이랑은 차로 4시간정도 걸리는 곳이라
친정 가는게 연중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엄마 없는 한국의 추운 겨울에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거에요.
자신이 없다고 해야하나...
내년에 언제쯤 다시 우리나라에 돌아오게 될까....리턴 티켓 없이 떠나는 거라 빨리 올수도 있고 아니면 봄이 다 끝나서야 올수도 있고요. 약간 정처 없이 떠나는 느낌이에요.
하긴 인생이 다 그렇겠지요. 한곳에 발 붙이고 사나 그렇지 않으나 세파에 흔들리고 정처없는 느낌이요.
올 겨울 여러분들의 여행 계획은 어떠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