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가는 로빈투어 – 파리] 4. 공항으로
꾸역꾸역 짐을 싸고, 공항패션도 신중히 골라 챙겨두었다. 내 공항패션의 원칙은 두 가지다.
- 공항과 비행기에서의 온도에 맞을 만큼의 적당한 두께로 된 편한 옷
- 좁은 비행기 좌석에 앉아서 안전벨트를 꽉 매었더라도, 겹치는 뱃살을 가려줄 수 있는 헐렁한 옷
그렇게 결정한 공항패션은 탄력성 최강인 검정 레깅스와 얇고 비치지 않는 감색의 헐렁한 미니 원피스였다. 너무 신경쓰지 않은 듯한 홈리스 룩이긴 하지만, 공항가는데 뭐 어때~
집에서 서울역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서울역 도심공항 터미널에서 체크인 및 백드랍을 한 후 할랑할랑하게 인천공항으로 가서 느긋하게 라운지를 즐기다가 비행기를 타는 것이 오늘의 일정이다. 직항인 관계로 착륙 후의 일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일단 여기까지만 이야기 하자.
기차시간을 잘 계산했다...기 보다는, 탈 수 있는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해서, 언제나처럼 빠른 걸음으로 도심공항 터미널로 재빨리 갔다. 하지만 눈 앞의 풍경은 맙.소.사.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인파가 줄을 서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여기에 줄 서있는 것은 처음 보는 광경이다.
줄이 없다면 바로 체크인, 백드랍 후 직통열차를 탈 시간이 충분했다. 도심공항 터미널 체크인은 아시아나, 대한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용자에 한해 직통열차 티켓을 사면 받아주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직통열차 티켓을 먼저 사야 체크인 줄에 설 수 있다. 나는 바로 다음 타임의 열차표를 끊었는데, 다시 한 번 맙.소.사. 느린 속도긴 했지만 잘 줄어들고 있던 줄이... 내 바로 앞의... 저.. 커플에 의해 막혀버렸다. 뭐 하는 사람들인지 가방을 열어서 이것저것 빼고 넣고 짐을 다시 싸고 있다-_- 김치를 넣었다 뺏다, 장조림을 넣었다 뺏다 아주 난리 부르스;; 여유있던 기차시간이 재깍재깍 다가오자 나는 초조해졌다. 줄 서다가 기차 놓치면 표 다시 끊어주는건가? 막 오만 생각이 다 들 무렵, 앞의 커플이 수속을 마치고 옆으로 자리를 비켰다. 급한 표정을 숨기지 않고 앞으로 다가서서 여권을 내밀려는 순간, 수속을 하던 항공사 직원이 굉장히 미안한 표정으로 죄송하다며 다른 카운터로 가서 뭔가를 한다. 헐... 시계봤다가 카운터 봤다가를 반복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직원이 다시 자리로 돌아왔고, 내 수속을 재빠르게 끝내주었다. 물론 나도 매우 스피디하게 모든 물음에 대답했다. 앞 커플이 소비한 시간의 1/10도 채 안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탑승권을 받아서 출입국 심사? 여튼 옆에 있는 무슨 사무실로 가서 여권을 보여줘야 한다. 잰걸음으로 갔더니, 역시 거기 또 그 커플이 있다. 거기서도 소지품을 정리중이신... 참 한결같으신 분들. 동동거리며 갔는데, 담당 공무원은 굉장히 느릿느릿한 동작이었지만 빠른 시간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해 주었다. 경험과 연륜의 결과인 듯 하다.
다행히 열차를 놓치지는 않았다. 예상치 못하게 서울역 도심공항 터미널에서 긴장감 넘치는 나혼자-영화를 찍고 난 후에는 모든 것이 느긋해졌다. 마음도 시간도 모두~
직통열차 안에서 처음 본 저것을 사진으로 찍었는데, 찍고 나서 생각하니 직업병 같아서 조금 씁쓸했다. 저따위 장난감 같은거 달아놓고 “무균청정”이라는 말 쓰면 안된다. “무균”과 “청정”이 그렇게 쉬운 말이 아니다 이것들아.
공항에 도착, 통신사 창구에서 고갱님들 몫까지 돼지코를 빌리고 면세구역으로 들어갔다. 자동출입국이 도장을 못찍어서 아쉽긴 해도 기다리지 않고 갈 수 있어서 참 편하긴 했다.
면세품 찾는 것은 좀 더웠다. 언제나 그렇듯, 온라인 면세점의 면세품 수령지점은 어두컴컴하고, 붐비고, 덥고, 비닐쓰레기가 많다.
면세품을 찾아서 익숙하게 마티나 라운지로 향했는데! 길이 막혀있다. 다시 한 번 맙.소.사. 내 사랑 마티나 라운지가 없어진 것인가 하는 생각에 살짜쿵 패닉에 빠져들려고 하다가, 근처에 계시는 근무하시는 아줌마에게 여쭤봤다. 허브라운지 공사 관계로 막혀있어서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갔다가 옆으로 가서 다시 올라가야 한다고 하신다. 후- 라운지 까지도 만만한 여정이 아니다.
인기 많은 마티나 라운지는 사람들로 붐볐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이 정도인게 어디냐 싶어서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는데, 혼자면 구석자리 컴퓨터 테이블 쓸거면 안기다리고 써도 된단다. 음.. 그건 싫어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기다리는 의자에 앉자마자 후회를 10초 쯤 했는데, 2분 정도 후에 들어가라고 해줘서 좋았다.
첫 접시는 윤식당 보면서 넘나 먹고싶었던 불고기. 하지만 한 입 먹고 후회했다. 아는 맛, 새로울게 없는 맛, 단맛ㅜㅜ 저 뒤에 보이는 버터 올린 카야토스트가 더 맛있었다.
첫 접시에서 만족했던 것과 맥주 안주로 두 번째 접시 클리어
호모나 세상에! 이건 꼭 먹어야 해!! 쌔우쌔우쌔우!! 완전 좋아하는 볶음우동과 카프레제도 가져왔다. 이미 배가 불러오고 있다. ㅠㅠ
추가로 가져온 것은 새우장과 내 최애 음식 떡볶이다.
새우장은 쉐프님이 해주신 새우장에 비할바가 못되지만, 그것을 빼면 최고의 새우장이었다. 외국인을 감안해서 그랬는지 좀 달짝지근했지만 비리지 않고 새우살이 쫜득쫜득했다. 새우도 커서 한 입에 넣으면 입안 가득 새우살이 씹혀서 대.만.족. 땡초 넣고 매콤한 맛을 내줬다면 더 감칠맛 났을텐데 아쉬웠지만 그래도 꽤 먹었다. 떡볶이는 너무 금방 한거라 양념맛이 충분히 떡에 스며들지 않고 겉돌아서 맛이 좀 그랬다. 전에는 맛있었는데...
한참을 배부르게 먹고 시간 맞춰서 게이트로 갔다. 사진에서 보이는 태그까지 붙인 여행책은 먹느라 보지 못했다.
http://jessy20.blog.me/221043329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