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무료 PCR 2차를 이렇게도 하다니, 대형 병원 절차는 너무 어려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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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무료 PCR 2차를 이렇게도 하다니, 대형 병원 절차는 너무 어려워~ -_-;;

고구마 9 1853


1월 중순에 방콕으로 입국한 여행자들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1일 격리 테스트 앤 고, 그리고 각자의 백신 접종 상황에 따라 7일 격리 또는 10일격리 등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나는 1일 격리여서 입국한 바로 그 다음날로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이전의 테스트 앤 고 입국자들과는 달리 2차 pcr 검사를 받아야만했다. 

그 전에는 여행자 본인이 여행다니다가 atk로 간단하게 자가 검사하는 거였는데 나는 2차 pcr까지 음성으로 나와야 뭔가 진짜 자유인 것으로 인정되는 것이어서 5일이 되는 날까지 약간 노심초사였던거 같다. 


그래서 5일차 아침 분홍색의 2차 pcr검사용 서류를 들고 병원을 찾아나섰다. 대부분의 여행자의 경우 큐알코드에 등재된 방콕 소재의 32개 병원중 숙소와 가까운 곳을 찾아 가거나 아니면 그래도 한번 경험을 해봤던 곳, 그러니까 1차를 받았던 병원으로 가거나 할텐데 요왕 왈~

- 어랏. 이 리스트에 있는 병원 뿐만 아니라 국공립병원 이나 대학병원도 된다고 되어있네?

= 그으래?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해 볼 수 있어서 좋은거라며, 우리 숙소에서 멀지 않은 랏차프라쏭 사거리에 있는 경찰 병원으로 가 보기로 결정했다. 

해치울 일은 빨리 마무리지어야 안심되므로 아침 일찍 경찰병원까지 부지런히 걸어갔다. 이 병원은 시내 중심가에 있는 것 치고는 병원이 아주 노후해서 좀 무섭게 생기긴 했는데 어쨌든 테스트만 받으면 되는거니까 가벼운 맘으로 입장~


맨 처음 보이는 데스크에서 분홍색 종이를 보여주며 pcr 받으러 왔다고 했더니 건물 밖으로 나가 왼쪽 방향으로 쭉 가란다. 중간에 좀 헤메기도 했지만 어쨌든 외부 검사소에 도착했다. 

검사소 앞에는 단 2명 정도 대기하고 있어서 빨리 끝나고 가겠구만~ 생각했는데, 

접수원이 검사용지를 보더니 “여기는 타이 피플 온리”란다. 

허걱... 여기서는 실패다. 


그럼 어떻게 하지. 일차로 거부를 당해버린 나는 맘이 약해져서는

= 그냥 이전에 검사했던 삐야웻 병원으로 갈까....?

- 음... 여기서 좀 더 걸어가면 쭐라롱건 대학병원 나오는데 거기는 되는지 한번 가보자


정말 안내대로 되는건지 안되는건지 궁금증이 발동해서, 우리는 30분을 부지런히 걸어서 쭐라롱건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큰 대형병원에서는 뭔가 수속하고 여기 저기 다녀야하는게 좀 어렵지 않나... 근데 방콕에서 작은 클리닉도 아니고 쭐라 병원이라니... 하지만 일단은 궁금하니까 가본다. 

 

병원 정문으로 들어오기는 왔는데 이 복잡한 건물 단지에서 어디로 가야한담. 부지도 너무 넓고, 사람들도 많고, 차도 왔다갔다하고, 오래된 건물 새 건물 여럿이 서로 섞여있는 이 거대한 곳에서 말이지...

어찌하여 Covid19라고 적혀있는 안내판을 발견! 하하. 우리가 잘 찾아왔구만. 올라갑시다. 해서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갔더니... 음... 여기는 pcr 테스트를 하는 곳이 아니고 백신접종을 해주는 곳이다. 


일단 후퇴하여 1층 안내데스크에 물어보니 맞은편의 다른 건물로 가라고 한다. 

대략 방향을 잡고 맞은편 건물 2층으로 찾아갔더니 여기도 코비드 뭐시기라고 적혀있긴 했다. 


담당자로 보이는 이에게 종이를 보여줬더니 ‘이게 뭔 종이여?’ 하는 눈으로 으잉? 하더니만 그걸 들고 안쪽의 책임자에게 다녀오더니 “이건 여기서 검사하는게 아니고 다른 건물 가야해요.”란다.

울적한 장화신은 고양이 눈을 하고는 “저는 어디로 가야하는 거죠? 선생님?”했더니 친절히 종이에 태국어로 건물명을 적어주었다. 

자... 이 종이를 들고 물어물어 마침내 pcr test를 하는 건물에 도착했다. 


일단 여기까지 오는데에도 쭐라 병원 안에서만 1시간 여를 소비하여 진이 좀 빠졌는데 이 건물에서 지리멸렬할 과정이 시작된다. 

일단 1층 접수 데스크에 갔더니 건물 외부로 나가서 간단한 바이탈 체크를 하라고 한다. 

바이탈 체크하는곳에서 여권 보여주고 열체크 하고 다 했더니 이번에는 안 쪽의 무슨 외국인 전용 데스크로 가라는거다. 

갔더니만 또 여권 보여주고 분홍 종이 보여주고 사진 찍고 수속을 한참을 한다. 

그러더니 무슨 쭐라롱건 병원 카드를 발급해서 나한테 만들어주는거다. 

비닐 봉투안에 내 여권과 분홍종이와 도대체 뭐에 쓰는건지 모를 접수증 한 다발과 얼빠진 얼굴로 사진 찍혀서 프린트 되어진 병원 카드가 빼곡하게 들어있다.

아니 뭐 이렇게까지나...???


여기에서 다시 처음 갔던 1층 간호데스크로 가니 이번에는 3층으로 가란다. 

아... 여기서 검사하는게 아니였어?

3층으로 올라가서 간호사 데스크에서 1층에서 받은 종이 한 다발을 보여주니 여기 아니고 저 안쪽으로 가라는거다. 

자꾸 어딜 가라는거야. -_-;;

안그래도 낯선 절차에 마스크까지 하고 있으니 의사소통은 더 안되고 있다. 가라는 방향으로 가보니 우리나라 종합병원과 같이 의사 진료실이 주루룩 있고 그 맞은편에는 일반인 통제구역이 있고 간호사 한 명이 있다.


- 왜 왔나요? 

= 저기서 여기로 가라고 해서요.

- 여기서 기다려 보세요.

라는 무뚝뚝한 간호사의 안내에 꽤 기다리고 있었더니 4번 진료실로 들어가란다. 


4번 방으로 들어갔더니 아주 창백한 피부의 깡마른 어린 의사선생님이 ‘여기 왜 왔어?’ 하는 바이브로 우리를 맞이한다. 이 건물에서는 어딜가나 ‘니가 왜 여기에?’라는 모드로 나를 보고있다.

여기서 또 그 망할 서류 한 다발을 냈더니

이걸 한참을 보고 모니터를 보고 있는거다. 

와... 태국 와서 이렇게 큰 종합병원에서 이런 엘리트 의사 진료도 다 받아보고 생경하구만~ 인턴이나 레지던트로 보이긴 한다만...


- 언제 입국 했어요 ?

= 모월 모일요.

- 그럼 오늘이 5번째 날 맞아요?

= 맞아요. 

- 기침, 열 등등 이상반응 있어요?

= 없어요. 모두 정상

이 건물 일층에서 이미 이야기했던건데 인수인계가 잘 안되었나....-_-


- 에... pcr 검사는 무료입니다. 일단 간호사에게 수속은 하고 오세요. 

아... 또 무슨 수속을 해야하나. 나가서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저쪽의 캐셔 데스크로 가란다. 거기가서 또 망할 서류 다발을 보여주니 모니터를 보며 자판을 또각또각 두르리더니 “280밧 내셈.”그런다. 

= 아니...무료인데요? 왜 280밧?

- 검사는 무료인데 의사 진료비랑 카드 만드는 비용이랑 그런거임.


아... 열 게이지가 올라가고 있다. 돈을 내고 간호사 데스크로 오니 잠시 대기를 타란다. 

그 후 다시금 진료소 앞의 그 통제구역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한다. 

그래 이제 다되가는 걸꺼야...


그리하여 내 이름이 불리워지고 통제된 랩실로 인도되어 목과 양쪽 코를 전부 검사했다.

간호사들과는 달리 의사선생님과 랩실의 연구원은 아주 친절해서 코도 아프지 않게 면봉으로 채취하고 사근사근하게 대해 주었다. 

지금까지 pcr 받은곳은 외부의 임시설치공간 같은곳이였는데 여기는 정식 랩 이어서 뭔가 분위기가 상당히 정적이긴했다. 정말 무슨 큰 실험당하는거 같잖아. 


검사해주는 직원에게 물었다. 

= 결과는 어떻게 받는건가요?

- 내일중으로 나오긴 할텐데 그건 밖에 간호사 데스크에서 물어보세요. 

결국 내가 간호사에게 먼저 이메일 주소를 적어주고 병원에서 나오는걸로 이 지리멸렬한 절차는 끝이다. 


이 병원도 이런식의 외국인을 받아보지를 않아서그런가, 아니면 대형병원이란데가 다 이래서 그런건지 하여튼 건물안에서 꽤나 여기저기 옮겨다녔다.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숙소로 오는길에 내 전화가 울린다. 

- 이메일 주소 알려주세요

= 아니 간호사한테 전화번호랑 이메일주소 이미 적어줬어요. 

- 모르겠고 다시 불러주세요.

= b

- d?

= 아니 비 버드할때 비

- what d?

아... 환장하겠다. 결국 숙소로 돌아와서 리셉션 직원에게 전화를 바꿔주고 내 메일이 아닌 요왕의 메일 주소를 불러주었다. 내 메일주소가 다소 난해해서 잘 알아듣지 못하는줄 알고 말이다. 

병원직원은 이제야 알았다면서 요왕의 이메일로 결과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다음날 결과는(당연히 not detected) 간호사에게 적어준 원래의 내 메일 주소로 왔다. -_-;;

어제 도대체 전화로 뭐한거니. 이게 뭐야...

이제 2월부터는 태국 정부가 각잡고 5일째부터 딱딱 pcr 검사하게되었으니 어찌보면 비용이 증가해도 그게 더 속편할 수도 있겠다 싶다. 이메일 주소를 숫자로 바꿔야 하나... 심각히 고민되는 하루였다.





쭐라롱껀 대학 병원 진료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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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필리핀 2022.01.30 20:50  
음...대형병원에서 환자 뺑뺑이 돌리는 건 태국도 마찬가지군요...
그래서 병원 갔다가 오히려 병 더 나서 온다는 말이 있는듯요ㅠㅠ
고구마 2022.01.30 22:53  
[@필리핀] 전 우리나라 대학병원도 헷갈리는 사람이라....
다 요왕이 인도해준거긴하죠. ^^
뽀뽀송 2022.01.30 21:36  
맛집 찾아갔다가 줄 서 있으면, 옆에 망해가는 식당 들어가는 스타일이라... 목록에 있는 곳으로... 그냥... ㅎ.ㅎ  잘 읽었습니다.
고구마 2022.01.30 22:54  
[@뽀뽀송] 오...줄서는거 질색하는건 우리랑 비슷하네요. 요왕보다 제가 더 질색이긴하지만서도요...-_-;;
teerak 2022.01.31 09:49  
글 읽는 내내 예전 방콕서 겪었던 비슷한 경험들로 오랬만에 깊은 빡침으로 공감했습니다…ㅎㅎ
건강히 여행 잘 다니세요
고구마 2022.02.01 10:00  
[@teerak] 감사합니다. 티락님.
외국에서 무슨 이슈가 생기니 쪼매 고달프네요. ㅎㅎ
깔로스 2022.02.04 12:40  
[@고구마] 고생 많으셨네요.
베테랑 고구마님도 이리 고생을 하셨으니 하물며 다른 분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선구자 역활을 댄디하셨네요.
애쓰셨습니다.
깔로스 2022.02.04 12:38  
그럼 두번째 PCR검사 5일차에 하는것은 꼭 SHA 호텔에 하루 예약하고 묵어야 하는것은 아닌가 봅니다.
첫번째 PCR은 도착하면서 SHA호텔에 묵으며 하는것이니 그리 번거롭지 않은데
첫번째 호텔을 나와서도 또 두번째 호텔을 정해야 한다면 행동이 자유롭지 못해서 걱정이었는데
호텔예약하거나 묵지 않아도 PCR검사만 해도 된다면 그나마 홀가분 할것 같네요.

암튼 정보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알뜰공주 2022.02.19 11:08  
고구마님,, 고생많으셨어요. 요왕님이 곁에 있어 그나마 잘 끝내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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