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2012년 여름
제가 커피집을 오픈하고 얼마 안 됐을 때였어요.
커피집 길 건너 영등포구청이 있었고
구청에서 공익 하던 학생들 몇 명이 커피를 마시러 오곤 했었지요
그중 몇 학생들은 참 이쁜 학생들이었어요.
2-3명이 함께 와서 컴퓨터 화면을 들여 다 보면서
무언가 토론을 하기도 하고...
제 커피집이 워낙 코딱지만해서
그 학생들이 하는 대화를 자주 듣곤 했었지요.
그 학생들은 그 나이 때 할 법도 한
여자 연예인 얘기나 술 먹는 얘기나...
그런 얘기 한 번 안하더군요.
늘 책이야기 아니면 뭔가 토론을 하거나
사회적 기업이 어쩌구 등등...
그중 한 학생은
정말 예의바르고 반듯한 학생이었어요.
가끔 혼자서도 커피를 마시러 오기도 하고...
그러다 공익을 마치고
그 학생은 복학을 하였어요.
복학하고 나서도
집에 가는 길에 일부러
제 가게에 들러서 커피를 사가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가곤 했었지요.
한 번은 이 학생이랑 얘기를 하다 보니
아직도 여학생을 사귀어 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여학생도 사귀어 보고 그러라고
어떻게 공부만 하고 사냐고 그러기도 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그 학생은 정말 한 여학생이랑 함께 왔었어요.
여자 친구 생겼다고...
둘이서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소곤소곤 토론을 하던 모습이
참 이뻐 보였지요.
그러다 몇 달 되지 않아서
그 학생은 그 여자 친구랑 헤어졌다고
몹시 마음 아파했었어요.
저는
괜찮을 거라고....시간이 가면...
그러면서 진짜 사랑 하는 여자를 만날 거라고....위로했었지요.
그리고
그 학생은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됐어요.
아직도 전 여자 친구를 정리하지 못한 채....
저는
그 학생에게 말해줬어요.
분명
유학가서
멋진 여학생을 만날 거라고...
그 학생은
정말 그럴까요...하면서 미국으로 떠났어요.
그리고 한참 후
그 학생이 커피집을 왔더군요.
방학이라 한국 들어왔다고...
그리고 여자 친구도 생겼다고....해맑은 미소를 지으면서....
너무나 힘들어 하던걸 알기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어요.
그 이후로도 그 학생은
한국에 들어 올 때마다 인사하러 오곤 했었어요.
근데
참 신기한 것은
사실 그 학생의 나이는 이제 20대 후반이고
저는 그 학생의 엄마보다 더 나이가 많은데
무슨 얘기를 할까 싶은데도
그 학생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한 두 시간이 훌쩍 지나곤 하더군요.
지난해 한국 왔을 때
졸업할 때 까지 한국 못 들어 올 거라고 인사하고 갔었는데...
그리고 제가 커피집을 그만 두고...
가끔
그 범생이 학생은 졸업을 했을라나 궁금은 했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그 학생이 사무실문을 조용히 열고 들어 온 겁니다.
방학이라
지난 금요일 한국 들어 왔다고...
갑자기 커피집 간판이 없어져서 너무 당황했었다고...
그런데
간판을 보니
간판에 제 이름이 있어서
들어왔다고 하면서....
저도
궁금해 하던 학생이라 너무 반갑더군요.
커피한잔을 드립해서 주니
가끔 혹시 커피집을 그만두고
어디로 가셨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렇게 라도 같은 자리에 계셔서 너무 다행이라고...
한 세 시간 동안을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학교 생활
지금 준비하는 프로젝트 등등...
아...이 학생은 디자인 공부하는 학생이라
본인이 디자인한 것들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그 학생을 보내 놓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드네요.
이 학생은
디자인에 대해 문외한인
이 아줌마랑 하는 이야기들이 지루 할 텐데
이렇게 늘 찾아 주는 걸까
참 고마운 일이지요.
5년 커피집을 하면서
이런 소중한 인연들이
저의 시간들을 무의미 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절 주절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