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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향고을 18 460

매일 하는일이 해가 중천에 떠서야 일어나 밥한술 뜨고 밖으로 나간다. 

어디 목적지가 있는건 아니지만 그냥 기분내키는대로 발길닿는데로

터덜터덜 세월아내월아 시간을 죽이듯 아주 천천히 걸어간다.

 

오늘은 대전천변으로 방향을 잡고 천북집 순대집 좁은 뚝방길을 따라

대전천 돌다리를 건너다가 물속을 들여다보니 바닥만한 물고기들이 

꼬리를 흔들며 떼지어 올라간다.

 

대전천변 억새 물결이 바람에 살랑거린다.

산책로를 따라 은빛억새 물결을 바라보며 걷는 발걸음이 사뿐사뿐 가볍다. 

천석교 아래 운동기구가 설치되어있는 공간 의자에는 노인들이 앉자있다.

나도 잠시 의자에 앉자 휴식을 취하며 바라보는 대전천변 억새물결,

뚝방 느티나무 가로수 붉은 단풍 풍경이 절절한 가을맛이다.

 

나는 대전천변 뚝방 도로로 올라섰다.

일단 뚝방 공동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물줄기를 쏟아내고 

횡단보도를 건너 골목길로 들어갔다.

골목길 좌우로 단독가옥 담장너머로 빠알갛게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가을 정취가 물씬,가을속으로 빨려드는듯 하다.

 

석교 초등학교 정문앞 노오란 은행잎이 한잎두잎 바람에 떨어진다.

학교 운동장은 체육시간인듯 상급생 아이들이 폴짝폴짝 뛰고있다.

나는 은행잎 밟는 감촉을 느끼며 천천히 걸어나오는데 

중년 남자 둘과 처녀가 내앞을 걸어가다가 대로변 모퉁이 커피점으로 

들어가는게 보였다.

 

나는 대도로 횡단보도를 건너 무작정 보문산 자락을 향해 

골목길을 올라갔다.

한참을 올라가자 50줄 중년 아줌마와 인심좋게 생긴 할머니가 

골목길을 걸어나오고 있었다.

"할머니 이골목으로 올라가면 보문산 갈수있나요?"

할머니는 나를 붙잡고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듯 길게 말을 하였다.

앞서가던 50줄 중년 아줌마도 뒤돌아서더니 할머니가 알려주는 

반대길을 말하자 할머니는 아니라고 그냥 쭈욱 올라가면 

사람들이 많다며 빙긋이 웃으신다.

 

보문산 산자락 동네에 십자가가 우뚝우뚝 교회가 많이 보였다.

나는 삼화주택 앞으로난 도로를 따라 올라가자 보문산 산자락에 

드넓은 뙤알밭이 보였는데 뙤알밭에는 푸른채소 무,배추가 가득하고

비닐하우스 안에 농부아저씨가 보였다. 

 

나는 억새 사잇길을 걸어올라가는데 햇살이 억새물결 사이로 눈이 부시다.

묏부리가 있느곳에서 나는 방향을 틀어 내려오는데 농부 아저씨,아줌마가 

조그만 손수레에 무우를 한가득 싣고 울퉁불퉁 좁은 외길을 조심스레 

끌고 내려간다.

 

산자락끝에 노오란 은행나무 한폭의 그림이다.

갈림길 삼거리에서 무우를 싣고가던 아저씨와 아줌마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내가 노오란 은행잎 풍경에 취해 넉을 놓고 있을때 갈림길에서 

갈라지더니 사라진것이다.

나는 두분이 부부일거라고 생각하며 뒤를 따라내려왔는데 

갑자기 갈림길에서 갈라지는것을 보고 부부가 아니란것에 

그냥 뜻모를 헛웃음이 나왔다.

 

 

절이 보였다. 

잠깐 들어갔다가 돌아나올까 하다가 조용하길래 그냥 돌아서 

털레털레 걸어 내려오는데 가늠골 약수터에서 할머니가 수도꼭지에서 

물을 받고 계셨다.

"할머니 약숫물인가요?"

"보문산에서 내려오는 물이유"

"물 시원하구 좋아유"

나는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아래쪽에서 할머니가 올라오셨다.

"약수 뜨러왔유?"

"아이고 심심혀" 

"할머니 뭐가 심심하세요?"

"심심하시면 산에 올라갔다오시면 공기도 좋구,좋잖아요"

"못올라가유,나이를 먹으니께 힘도없구 다리도 아파서유"

"아직 정정 하신데요"

"아녀유,칠십살만해도 괜찮았는디 팔십넘으니께 틀려유"

약숫물 뜨던 할머니와 두분이 시멘트 바닥에 나란히 걸터앉는다.

"다리 아퍼유,앉잤다가유,어서 오셨유?"

두분은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셨다.

두분이 나누는 대화는 재미난 소설,영화보다 더흥미롭고 재미있어 

시간가는줄 몰랐다.

아들딸,사위,가정사,이웃집 할머니 며느리 이야기며 김무생 아들죽어 

딱해서 어쩌냐는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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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Comments
kairtech 2017.11.08 00:16  
억새가 아름답게피었네요
향고을님 쓸쓸하신가보네요
깊어가는 가을날에 건강하세요
향고을 2017.11.08 10:26  
요샌 어째 배시시 웃던 챵콩 여티쳐가 그리워지네요,
역시 가을은 남자의계절이란 말이 실감나구요.
요새 대전천변 억새풍경이 삼삼합니다,
이쁜 처자라도 있어야 함께 억새밭을 걸어볼만도 하련만은,ㅎ
타이거지 2017.11.08 05:08  
오늘~.
상차림 안주가 푸~짐 하구랴^^.
샛노란 은행잎..붉으리~단풍잎..눈 부신 은빛 억새풀하며..주렁주렁~매달린 주홍빛 단감..
얼큰한~물꼬기 매운탕에,보문산 산자락에서 흘러 내린 약수로 빚은 대전발 쐬주에..
새벽 댓바람부터..흔들흔들~~ 크으~!
걸쭉하고~끈적한 야시타령 안주가 빠져..못내 아쉽지만^^
가을정취 흠~씬한 컬러풀한 술상 대접..행복 하였소.
향고을 2017.11.08 10:32  
맨날 야시타랑만해야 손에 쥐어지는 그무언가도 없고
그래도 할머니들과 도란도란 얘기라도 나누니 훈풍이 불었습니다,
그래도 젊은날이라면 억새밭에라도 들어가 야시시놀음도 해보련만은,ㅎㅎ
타이거지님이 짝이라도 없어야 억새밭에서 막걸리,소주라도 한잔하자구 할텐디,ㅋㅋ
적도 2017.11.08 12:17  
예쁜 처자는 아니라도 할머니와 말씀 나누시며
시간가는 줄 몰랐으니 나름 보람있는 하루였겠네요.
물론 젊은 처자였다면 더 익싸이팅 했겠지만요^^
향고을 2017.11.08 18:50  
사실 할머니들 틈에 끼여 대화를 나눠본것이 아주 오랜만이지만
두분 할머니의 대화는 구수한 옛날 얘기처럼 달달했습니다.
다양한 주제,소제에 주변풍경 분위기와 어울어져
아주 색다른맛을 느낄수있어 아주 좋았구요.
물론 이쁜 젊은 처자들이었다면 금상첨화였겠지여.ㅎㅎ
돌이킬수없어요 2017.11.08 12:17  
야시타령...제가 일주일째 하고잇어요..
요새 흘러흘러..맹인 맛사지 받아요..남자 들한테..
어찌나 여자를 밝히는지..첨에 장단 맟춰주다가..
이제 힘드네요..
모..젊은 나이에 호기심이 충만한건 이해해요..
전 지갑에 돈 가득 채우고...
갈때 없어서 방황해요..
결국은 커피숍이네요..
예쁜 여자들 많고 싼 술집도 알고..
분위기 좋은 식당도 아는대..
매일 일찍 자고..일찍 일어나고...
모..하는짓인지...???
모르갯어요ㅠㅠ
향고을 2017.11.08 18:57  
그래도 여자를 밝힐때가 좋을때유,ㅎㅎ
사춘기때야 옆에 이쁜 여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전기가 찌리리 통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관심도 점점 멀어지는지라
하여간 젊으나 늙으나 밝히는것은 좋은 현상이라 개인적 생각을 해봅니다.
돌킬님도 안전,위생만 철처히 보호하시고 밣히는것도 무한자유 아닐까요,ㅎ
돌이킬수없어요 2017.11.09 10:45  
그러개요..
밝힐때가 좋은거죠..
모..저도 아직 밝히는것 같아요~
참..전 향고을님 야시타령 보다 이런글 좋아해요.
야시타령 해야 손에 쥐어지는것도 없는대~
^^
향고을 2017.11.09 18:22  
ㅎㅎ돌킬님 아직 밝히는건(아직 젊다는)증명됐고,
야시타령보단 순수 살아가는 얘기를 좋아하시는데
그래도 뭔가 손에 쥐는게 있으려면은
그뭔가 한방이 필요할듯요,
그 한방이 과연 무얼까요?ㅎㅎ
돌이킬수없어요 2017.11.10 00:01  
요즘 태사랑에서 한방은 없을듯해요.
세상에 한방은... 로또???
이것도 힘들죠..
전 정기예금 털엇어요.
이번 여행 추억 삼아 살아가야죠^^
향고을 2017.11.10 10:20  
그래요 훗날 뒤돌아봤을때 아름다운 기억들이 많다면
분명 후회없는 삶이었다고 확신할겁니다.
목마른 갈증 해소가 한방(?) 아닐까요?ㅎ
돌킬님 목마른 갈증은 무엇일까?궁금(?!)요,ㅎㅎ
돌이킬수없어요 2017.11.11 10:41  
갈증 해소??
모르갯어요...
옛날 로마 사람들이 맛잇는 음식을 계속 먹고 싶어서.
먹고 일부러 토하고..또 먹고 햇다더군요.
인간의 욕망에 끝이 잇을까요???
향고을 2017.11.11 14:10  
욕망의 끝은?주거야 끝이나것지여,
목마른 갈증은 여행의 원점일듯요,
서시도 만나고,비바람도 만나는,
여기저기 서시를 찿아 기웃거리는 원점,ㅎ
돌이킬수없어요 2017.11.11 15:38  
스스로 만족하는 법도 잇죠^^
그래서 묵언수행이나 금식 기도가...존재하는듯해요.
저는 여행을 안할때는 안하는대로..
할때는 하는대로
만족하려고 노력하죠^^
향고을 2017.11.11 19:05  
그럼요,
스스로 만족할줄알고 만족감을 느낀다면
그것보다 확실한 기쁨은 없겠지요.
서시는 제눈에 안경,ㅎㅎ
진파리 2017.11.08 17:53  
향고을님.
여유를 즐길수 있는 행복한 삶을 사시는것 같아
읽는 사람도 부럽고 또한 마음이 평안해 집니다.
향고을 2017.11.08 19:01  
사실 진파리님이 팔자는 젤 좋아보이는것이 사실이유,
다복한 가정이 눈에보여 부럽기도 하구여,
저야 그저 홀로혼자다보니 무한자유로운것이 좋을뿐여요,
나룻배를 탄대로 걸릴것도 없구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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