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매일 하는일이 해가 중천에 떠서야 일어나 밥한술 뜨고 밖으로 나간다.
어디 목적지가 있는건 아니지만 그냥 기분내키는대로 발길닿는데로
터덜터덜 세월아내월아 시간을 죽이듯 아주 천천히 걸어간다.
오늘은 대전천변으로 방향을 잡고 천북집 순대집 좁은 뚝방길을 따라
대전천 돌다리를 건너다가 물속을 들여다보니 손바닥만한 물고기들이
꼬리를 흔들며 떼지어 올라간다.
대전천변 억새 물결이 바람에 살랑거린다.
산책로를 따라 은빛억새 물결을 바라보며 걷는 발걸음이 사뿐사뿐 가볍다.
천석교 아래 운동기구가 설치되어있는 공간 의자에는 노인들이 앉자있다.
나도 잠시 의자에 앉자 휴식을 취하며 바라보는 대전천변 억새물결,
뚝방 느티나무 가로수 붉은 단풍 풍경이 절절한 가을맛이다.
나는 대전천변 뚝방 도로로 올라섰다.
일단 뚝방 공동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물줄기를 쏟아내고
횡단보도를 건너 골목길로 들어갔다.
골목길 좌우로 단독가옥 담장너머로 빠알갛게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가을 정취가 물씬,가을속으로 빨려드는듯 하다.
석교 초등학교 정문앞 노오란 은행잎이 한잎두잎 바람에 떨어진다.
학교 운동장은 체육시간인듯 상급생 아이들이 폴짝폴짝 뛰고있다.
나는 은행잎 밟는 감촉을 느끼며 천천히 걸어나오는데
중년 남자 둘과 처녀가 내앞을 걸어가다가 대로변 모퉁이 커피점으로
들어가는게 보였다.
나는 대도로 횡단보도를 건너 무작정 보문산 자락을 향해
골목길을 올라갔다.
한참을 올라가자 50줄 중년 아줌마와 인심좋게 생긴 할머니가
골목길을 걸어나오고 있었다.
"할머니 이골목으로 올라가면 보문산 갈수있나요?"
할머니는 나를 붙잡고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듯 길게 말을 하였다.
앞서가던 50줄 중년 아줌마도 뒤돌아서더니 할머니가 알려주는
반대길을 말하자 할머니는 아니라고 그냥 쭈욱 올라가면
사람들이 많다며 빙긋이 웃으신다.
보문산 산자락 동네에 십자가가 우뚝우뚝 교회가 많이 보였다.
나는 삼화주택 앞으로난 도로를 따라 올라가자 보문산 산자락에
드넓은 뙤알밭이 보였는데 뙤알밭에는 푸른채소 무,배추가 가득하고
비닐하우스 안에 농부아저씨가 보였다.
나는 억새 사잇길을 걸어올라가는데 햇살이 억새물결 사이로 눈이 부시다.
묏부리가 있느곳에서 나는 방향을 틀어 내려오는데 농부 아저씨,아줌마가
조그만 손수레에 무우를 한가득 싣고 울퉁불퉁 좁은 외길을 조심스레
끌고 내려간다.
산자락끝에 노오란 은행나무 한폭의 그림이다.
갈림길 삼거리에서 무우를 싣고가던 아저씨와 아줌마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내가 노오란 은행잎 풍경에 취해 넉을 놓고 있을때 갈림길에서
갈라지더니 사라진것이다.
나는 두분이 부부일거라고 생각하며 뒤를 따라내려왔는데
갑자기 갈림길에서 갈라지는것을 보고 부부가 아니란것에
그냥 뜻모를 헛웃음이 나왔다.
절이 보였다.
잠깐 들어갔다가 돌아나올까 하다가 조용하길래 그냥 돌아서
털레털레 걸어 내려오는데 가늠골 약수터에서 할머니가 수도꼭지에서
물을 받고 계셨다.
"할머니 약숫물인가요?"
"보문산에서 내려오는 물이유"
"물 시원하구 좋아유"
나는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아래쪽에서 할머니가 올라오셨다.
"약수 뜨러왔유?"
"아이고 심심혀"
"할머니 뭐가 심심하세요?"
"심심하시면 산에 올라갔다오시면 공기도 좋구,좋잖아요"
"못올라가유,나이를 먹으니께 힘도없구 다리도 아파서유"
"아직 정정 하신데요"
"아녀유,칠십살만해도 괜찮았는디 팔십넘으니께 틀려유"
약숫물 뜨던 할머니와 두분이 시멘트 바닥에 나란히 걸터앉는다.
"다리 아퍼유,앉잤다가유,어서 오셨유?"
두분은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셨다.
두분이 나누는 대화는 재미난 소설,영화보다 더흥미롭고 재미있어
시간가는줄 몰랐다.
아들딸,사위,가정사,이웃집 할머니 며느리 이야기며 김무생 아들죽어
딱해서 어쩌냐는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