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사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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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랑2

hueann 8 329

몇년전에 이 이야기들을 태사랑에 올린적이 있는데 지금 올리는건 더 자세히 다듬어서 쓴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보면 됩니다.

2부​-그녀와의 첫만남

그렇게 그날 밤도 게스트들과 술자리를 하고 난 후 다음날 아침 주간 근무자인 매니저 형과 근무 교대를 하였고 퇴근하기 전 리셉션 뒤에 있는 조그마한 쪽방에서 짬뽕으로 해장을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그녀가 캐리어를 천천히 끌면서 리셉션으로 들어왔다.

단골 게스트인 듯 매니저 형은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그녀를 맞이했다.

 

매니저 형 : " 정말 오랜만이네요. 작년에 보고 1년만 인가요? "

그녀 : " 네 1년만이네요 반가워요.. "

그녀는 약간 수줍은 듯 머리를 지긋이 숙이며 자그마한 목소리로 답을 했다.

누구인지 궁금하여 젓가락을 잠시 내려놓은 다음 리셉션 쪽을 쳐다봤고 조그마한 쪽방 문틈 사이로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모든 것이 정지되는 느낌을 받았고 당황스러움이 합쳐져 그녀가 보이지 않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게 느껴졌다. 마치 어두운 곳에만 있다가 빛이 환한 곳에 나갔을 때 눈이 부셔서 쳐다볼 수 없는 상황이랄까..

그녀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을 그리자면.

밝은 갈색의 생머리에 160cm가 조금 안되어 보이는 작은 키.

팔다리가 가는 마른 체형의 작은 체구였고 눈이 크고 코가 오똑하여 캐나다 출신 로커가수인 ‘에이브릴 라빈’이 연상되었다. 전체적으로 영화 ‘반지의 제왕’의 엘프족 처럼 청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얼굴은 서양의 전형적인 미인상이지만 키가 작고 몸매가 갸날픈 모습이 동양적인 몸매로 보였고 그런 동서의 조화가 너무나 신비스러운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 신비스런 느낌만 있었으면 내가 다가갈 수 없는 이상적인 형태로만 보였을 테지만 상당히 수줍음을 타는 성격은 내가 다가갈 수 있는 틈을 준 것이다.

그렇게 그녀가 체크인을 마치고 객실로 들어갔고, 난 매니저 형에게 물었다.

 

: " 형! 누구예요? 북유럽 사람 이예요? "

매니저 형 : " 아니야, 남미사람인데 작년에도 한번 우리 숙소에 왔었어. "

: " 남미사람 이라 구요? 아..남미는 혼혈이 많아서 백인느낌 나는 애들이 많지. 그런데 옆에 있던 검은 머리의 무섭게 생긴 여자애는 누구예요? "

그녀는 같이 온 일행이 두 명 더 있었다.

 

매니저 형 : " 그 앤 친동생이고 옆에 남자애는 친동생의 애인 인 것 같아. "

: " 엥? 자매사이인데 둘 다 완전 다르게 생겼네요, 그리고 친동생이 더 나이 들어 보이네요. "

그녀는 백인느낌이 나는 동안의 외모였고 동생은 남미대륙 원주민에 가까운 외모이면서 나이가 들어 보이는 강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가슴이 뛰는 건 뛰는 거고 난 밥을 달라고 하는 뱃속을 달래려고 남은 짬뽕을 마무리 하고 집으로 향했다.

그 날 이후로 부터 내 머릿속은 온통 그녀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 남자친구가 있을까? 학생일까, 직장인일까? 한국엔 여행으로 온 거겠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을까? 어떤 남자를 좋아할까?” 하는 여러 가지의 궁금증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 궁금함을 그녀에게 다가 갈수 있는 계기로 만들지는 못하고 있었다.

숙소에서 그녀와 마주치게 될 때마다 말을 걸고 싶었지만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난 겉으론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쿨 한척 행동을 했고 형식상의 인사만 할 뿐 이였다.

그녀는 활달한 남미사람과 달리 상당히 수줍음을 타는 성격이었지만 그와 상반되는 차가움과 도도함의 느낌도 가지고 있어서 말을 걸면 왠지 거절을 당할 것 같다는 생각에 쉽게 말을 붙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나는 호감이 가는 이성에게는 소심해지고 수줍음이 생겨 말을 잘 못 붙인다.

결국 그녀를 처음 봤을 때 느낀 두근거리고 설레는 감정이 더 이상 발전을 못하고 말 한마디를 못 붙여서 속으로 전전긍긍하는 짝사랑하는 남자로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더 흐르고 그녀가 숙소를 떠날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체크아웃 이틀 전 저녁 사장님이 숙소에 오셨다. 숙소 안에서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예기를 나누다가 그녀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사장님 : "준아. 그녀가 vip고객 인거 알아? 그 사람은 작년에도 한 달 넘게 우리숙소에서 묵고 갔단 말이야. 이틀 후면 체크아웃 하니까 내일 살갑게 말 좀 걸어보고 낮에 가이드 좀 해주고 그래."

: " 한달이나요? 므흣~"

난 그 말을 듣고서 그녀에게 말할 꺼리가 생겼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저녁식사 후에 사장님은 집으로 가셨고 마침 그때 그녀가 외출을 하고 숙소로 들어왔다.

그녀는 올라가지 않고 리셉션으로 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 : 수건 있어요.?

: 네~잠시 만요..(후다닥 창고로 가서 수건을 가져온 후) 여기 있어요..

그녀 : 고마워요.

그녀는 수건을 받은 후 가려고 객실로 올라가려고 했고 나는 그 틈에 말을 걸었다.

 

: 저기요..!!

그녀 : 네?

: 낼 시간되면 같이 술한잔 할래요..? "

그녀 : " 네..? "

: " 작년에도 오셔서 오랫동안 우리 숙소에서 묵고 vip고객이라고 사장님한테 얘기를 들었네요..내일 같이 저녁도 먹고 가이드를 해주고 싶은 마음인데..그쪽만 괜찮다면요.."

그녀 : " 그럼...그래요."

난 날아갈듯이 기뻤다. 소심한 말투로 다짜고짜 술한잔 하자는 바보 같은 첫마디를 던졌지만 yes의 답을 얻었고 게다가 나를 향해 수줍은 미소를 짓는 모습도 발견을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마침 내일은 쉬는 날이었고 다음날 난 그녀와 만나 바로 한국전통술집에 들어갔다. 우린 그곳에서 막걸리, 파전과 함께 둘만의 시간을 처음으로 가지게 되었다. 사실 그날 긴장을 해서 대화를 하다가도 말문이 종종 막혀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진 못했다. 그렇지만 서로의 호감은 충분히 느꼈던 걸로 기억한다.

왜냐하면 그녀와 아침까지 같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것들은 노력을 하면 얻을 수 있기에 시간적으로 예상이 된다. 하지만 사랑은 언제 오게 될지 전혀 예상이 되지 않고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을 때 불쑥 찾아온다. 그리고 불쑥 찾아온 손님은 허락도 없이 내 방에서 편히 코를 골면서 잠을 잔다. 그리고 이내 손님은 내 방의 주인공이 되고 나는 그녀의 모습을 찍는 감독이 되고 만다.

 

8 Comments
클래식s 2018.01.10 11:38  
잘보고 갑니다.
후회없는사랑 2018.01.10 16:07  
잘보고 갑니다.(2)
적도 2018.01.10 16:11  
잘보고갑니다3
펀낙뻰바우 2018.01.10 17:25  
돌킬님 귀국해서 1층에 한국전통술집 딸린 게스트하우스 오픈 각!!!

글 재미있게 잘 쓰시네요^^
여사모 2018.01.10 17:25  
잘보고 잘느끼고 갑니다4
다이소양초 2018.01.12 00:17  
잘보고 갑니다. 글 재미있게 잘 쓰신거 같아요11
드럼통통 2018.01.12 10:25  
여러 사람들과 만날 수 있어서 좋겠어요. 잘 봤습니다.
passionplaying 2018.01.15 17:05  
잘보고 갑니다~ 여행의 묘미는 역시 연애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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