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이 불행을 막다.
불편함이 불행을 막다.
여행에 대한 생각을 하거나 여행에 대한 이야기만 해도 가슴은 뛰고 흥분한다. 이러한 마음은 젊었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래서 여행 책을 읽는 것을 너무 좋아하고, TV도 여행관련 방송을 주로 본다.
나만 그런가?
정도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여행에 대해 생각을 하면 가슴이 콩당 콩당 뛸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여행 중에는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는 일들이 발생하기를 은근히 바란다.
인도 델리 공항에서 있었던 일.
티켓팅을 하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다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가야했다. 짐을 누구에게 맡기고 다녀오고 싶었지만 혼자여행인데 누구에게 짐을 맡기겠는가! 혼자의 여행은 이럴 때 상당히 괴롭다.
뒷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을 다녀와서 다시 그 자리에 줄을 설까? 아니면 맨 뒷줄에 속편하게 다시 줄을 서야할까? 잠시 고민을 해본다. 에이 그냥 다시 줄을 서야겠다. 배가 아팠기에 얼마나 걸릴지 예측이 안됐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혼자의 여행에 대해서.......
여행 일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동행자와 의견 불일치로 마음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혼자 여행의 매력!
이렇게 혼자 여행이 자유로운 데, 불편한 게 있구나....
택시 탈 때, 비용분담이 안되고,
숙소비용도 혼자 부담해야하고,
사진을 마음대로 찍을 수도 없고,
그리고 지금처럼 여행 동행자가 없어 불편을 감수해야하니.....
세상에 짐을 가지고 화장실에 가다니,
그것도 다시 줄을 서야한다? 에구.....
결과적으로 누구에게 부탁하지 않고 다시 줄을 서야겠다는 마음으로 화장실에 간 것은 잘 했다는 생각이다.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편하게 일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배설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화장실을 나서는데, 갑자기 어마어마한 소리가 나며 내가 줄서있던 곳에서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 천장에 임시로 설치된 철봉대와 같은 쇠파이프 수십 개가 굉장한 소음과 함께 무너진 것이다. 일부 여행객은 다치기도 하고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불행한 일이었다. 당황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그 자리에 없었기에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만약 짐을 가지고 화장실에 가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지금보다는 더 빨리 다녀왔을 테고, 나도 저기에 줄을 서 있다가 봉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 만약 내가 배가 아프지 않았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벌써 2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 사건은 아직도 나에게 잊혀 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결과적으로 ’화장실에 모든 짐을 가지고 가야하는 불편함이 닥쳐올 불행을 예방했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