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에 관한 상반된 이야기
예전에 볼티모어에 있는 한 중식당 앞에서 팁을 주지 않고 나갔다고 종업원이 밖에까지 나와 손님과 언쟁을 하는 광경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얼핏 듣기로는 물이나 단무지 따위를 더 갖어다 달라며 이것저것 부려 먹고는 팁도 안놓고 나갔다고 종업원이 쫓아 나온 상황인 듯 싶었습니다.
그 상황이 믿기지 않더군요. 팁을 놓지 않는 일이 드물긴 하지만 한국과 같이 팁을 주는 관습이 없는 나라에서 온 방문객이라면 그럴 수도 있고 또 서비스가 마음에 아주 안들면 안줄 수도 있는 거고요.
진짜 놀라운 일은 팁을 달라고 식당 밖에까지 쫓아 나온 종업원이죠. 팁을 당연히 받아야할 자신의 권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니까요. 그 종업원이 팁에 대해 어떤 개념을 갖고 있었는지는 지금도 궁금합니다.
아무튼 그 식당에서 짬뽕을 먹으며 몇 가지 추측을 해보았는데 어떤 경우라도 그 종업원 편을 들어 줄 수가 없더군요. 평소보다 좀 더 넉넉하게 팁을 놓고 나오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습니다.
위의 글과는 반대가 되는 상황도 있습니다. 한국을 방문하면 몇가지 문화적인 갈등을 겪게 되는데 그 중에 하나가 팁입니다. 한국서는 팁을 안주는 걸 알기에 그냥 나오긴 하는데 늘 뒤통수가 간질간질합니다. 뒤에서 욕하는 거 같아서요.
그렇다고 돈을 놓고 나올 용기도 없습니다. 예전에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요. 그 친구네는 통돼지구이를 하는 ㅇㅇ가든을 운영했었는데 제일 기분 나쁜 손님으로 팁을 놓고 나가는 어린 유학생들을 꼽더군요.
저도 그런 유학생들과 같은 행동을 했었기에 그 이야기를 듣고 반성을 했었습니다. 한국서는 팁을 준다는 게 누군가에게는 기분 나쁜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거죠. 그런 것까지 생각하기엔 나이도 어렸었고요.
태사랑의 단골 질문/논쟁거리 중에 하나가 팁인데 태국에 가서 팁을 주냐? 마냐? 주면 얼마를 주냐? 등등 의견이 분분하더군요. 참으로 정답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해외여행이 처음인 사람이라면 특히 더 갈피를 잡기 어려운 문제겠지요. 저도 처음 출국을 위해 소양교육을 받을 때 팁이라는 개념을 처음 듣고 무척 낯설어 했었습니다.
팁을 줘야 한다 혹은 안줘도 상관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글을 쓴 건 아닙니다. 볼티모어에 오니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있고 추억이 깃든 거리를 보니 문득 예전 일이 생각나서 써봤습니다.
여담으로... 한 자리에서 팁에 대해 극명한 차이를 본 적이 있습니다. 시애틀 시내관광에서 수륙양용차량인 오리배 투어를 빼놓을 수 없는데... 제가 탔던 오리배 가이드는 설명이 너무 형편없는데다 자신의 신상 이야기가 절반은 차지해서 오히려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바로 앞에서 출발한 오리배에서는 웃음소리도 들리고 박수소리도 들리고 관광객들의 합창소리도 들리는데 제가 탄 오리배는 썰렁함 그 자체였지요. 투어가 끝나고 내릴 때 보니 앞 오리배에 탔던 관광객들은 가이드에게 팁을 쥐어주던데 제가 탔던 오리배에서 아무도 팁을 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사람 마음은 다 똑같같구나." 하고 생각하며 저도 그냥 내렸었지요.
팁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이 있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팁은 강요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근데 한국의 관광업계에는 팁을 강요하는 나쁜 관행이 있는 거 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