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시 상을 만나러 갑니다
태국 방콕의 쌈쎈거리에 가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라이브 재즈 바가 있다. 미국 CNN 방송이 “방콕 최고의 라이브 바!”라고 극찬했다는 애드히어블루스 바는 무척 협소해서 모르는 사람과 합석을 해야 하는 곳이다.
내가 이 바를 좋아하는 건 이곳의 뮤지션들에게는 “SOUL”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오래 살았던 나는 이태원과 강남의 라이브 바와 홍대의 라이브 클럽을 꽤 출입했다. 이정식과 정성조가 출연했던 이태원의 올 댓 재즈는 한때 최고였다. 올 댓 재즈를 갈 때는 늘 작가 장정일이 동행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서울의 라이브 바는 내게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 어떤 뮤지션은 너무 자본주의화 되었고, 어떤 뮤지션은 아마추어의 취미생활에 불과했다.
물론 지금도 한국 어디에선가는 영혼을 연주하는 뮤지션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일일이 찾아다닐 정도로 부지런하지는 못하다.
아무튼, 쌈쎈의 그 바는 매일 밴드가 바뀌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기타리스트는 목욜과 일욜에 연주를 한다. 금욜과 토욜의 기타리스트도 좋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다^^;;
목욜의 기타리스트는 일본인이다. 도쿄 출신의 다카시 상은 태국에서 연주 생활을 한지 17년이 되었다.
“일본에서는 라이브 바는 오래전에 한물갔다.
연주를 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 하지만 태국에서는 돈을 받을 수 있다. 겨우 생활할 정도의 적은 금액이지만 만족한다. 내가 하고 싶은 연주를 맘껏 할 수 있으니까.”
한국에서 사가지고 간 소주를 선물한 날, 다카시 상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
몇 년 전 그는 이사를 했다. 이전에 살던 집보다 시내에서 더 멀어졌다. 아마도 집세 때문에 저렴한 곳으로 옮긴 것 같다. (자존심을 건드릴까봐 자세히는 묻지 않았다.)
이전에는 자신이 연주하던 바까지 150밧 나오던 택시비가 이사한 뒤부터는 250밧 나온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다카시 상은 목욜과 일욜은 쌈쎈에서 연주를 하고 월욜과 수욜은 스쿰빗의 <아포테카>에서 연주를 한다. 나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아포테카>를 방문해보았다.
<아포테카>의 다카시 상은 쌈쎈의 바와는 다른 밴드와 연주를 했다. 건반을 치며 노래를 부르는 친구는 아이리쉬고 드럼을 치는 친구는 잉글리쉬라고 했다.
<아포테카>는 쌈쎈의 애드히어 블루스 바보다 술값이 2배나 비쌌다. 나는 밤10시부터 새벽1시까지, 다카시 상의 마지막 연주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술 취한 남자들과, 그들을 상대로 웃음을 파는 여자들이 오가는 거리를 지나 숙소로 돌아오면서 지난 17년 동안 방콕에서 가난한 기타리스트로 살고 있는 다카시 상을 떠올려보았다. 아마도 그는, 비록 가난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연주자이리라.
오늘 밤에는 2년 6개월만에 아포테카를 가보려고 한다. 다카시상은 그동안 잘 지냈을까. 오늘 그를 만날 수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