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을 뒤로 하고 이제 치앙마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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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을 뒤로 하고 이제 치앙마이로

Damon2019 14 500

내일이면 드디어 치앙마이 가는 날이네요. 

방콕에서의 한달 살이가 쏜살같이 지나갔어요.

사실 방콕에선 즐거운 일보다 영혼에 스크래치 나는 일이 많았어요.

아까 무심코 메모장에 끄적인 상념을 여기 옮겨 보자면...

 

"방콕은 붓다의 불법이 전해진 곳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물질만능주의의 표상이 되어버린 도시. 내가 이런 걸 경험하려고 태국에 온 게 아닌데."

 

너무 선비스러운 소감평인가요? 크크. 참고로 불법 운운한 건 종교적 발언이라기 보다는... 음, 그래요 뭐 종교적 발언이 맞네요. 그냥 제가 받은 방콕의 물질/상업주의적 인상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얼마 전 글에도 썼지만, 방콕은 즐거운 이들에겐 한없이 즐거운 곳이지만 저같은 사람한텐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루프탑 바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이 멋있고, 카오산 로드 인종 멜팅팟의 흥겨움이 있고, 가성비 숙박업소가 즐비하고, 세븐 일레븐의 편의성과 각종 맛있는 먹거리 및 흥미로운 볼거리가 있지만. . .

 

서울에서 항상 느꼈던 정서적 공허함을 여기서 다시 한번 느끼네요.

치앙마이도 꽤 발달된 도시라 비슷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경험해 보려구요.

 

그럼 즐거운 여행 되세요. 피쓰-

 

14 Comments
뽀뽀송 2018.12.31 11:59  
루프탑 바에서 내려보는 야경이 멋있고 맛난 음식으로 입이 즐겁다 한들, 내 마음에 무얼 채워야할지 모르면 공허합니다. 부처가 물질을 버리라고 한 적이 없는데 잘 벌고 잘 살겠다는 인간의 욕망이 응축된 활동에서 공허를 봤다고 그 곳에 부처가 없다고 단언하기도 애매해요. 금강경 첫 구절에 나오는, 여래가 가사를 입고 바루를 들고 맨 발로 마을 골목을 돌며 탁발 하시던 모습을, 밤사이 줄곧 물욕 색욕 식욕이 난망해댄 방콕 골목 구석구석에서 날 밝아오면 매일 아침마다 볼 수 있다는 건, 색이 공이고 공이 색이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여전히 오늘도 유효함을 체험할 수 있는 현장일 수 있거든요.

개똥덩어리. 이 것도 아닌 것 같고, 저 것도 아닌 것 같고, 무엇이 필요한지, 누구를 통해 채울 수 있을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 개똥덩어리 같은 시간도 있습니다. 부처님은 6년간 개똥덩어리 같은 시간을 보내셨다고...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암흑같은 시간을 지나오는 장삼이사들끼리 공허함에 대해 논해서 거창한 답 나오길 기대하는 건 애초에 무리지만, 언젠가 무엇인가가 마음에 차고 그 무게를 잴 날이 오기를 바란다면, 상념이나 관념같은 너저분한 질문들로 채워진 마음을 비워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왜?'라는 의문스런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배고프니 먹고 목마르니 마시고 가고 싶으니 움직이는 아주 단순한 일상의 생활에 충실하는 방법으로 말이죠. 여행은 그런 생활이 가능한 시간입니다. 치앙마이는 그런 생활에 알맞은 곳이구요.
Damon2019 2019.01.03 11:47  
^.^)b
비육지탄 2018.12.31 16:10  
욕망은 넘쳐 흐르는데 어디서부터 무얼 해야할지 모를때
솔직히 하고싶은것들은 많고 마음은 급한데
내가 진정 원하는게 무엇인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모를때
그러다가 문득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는걸 깨달을때
딱 그 공허함과 쓸쓸함이 찾아오는 법입니다.
위에 주옥같은 말씀들을 해주셨네요.
풀장옆 베드에서 한나절 소설을 한권 읽어도,
경치좋은 한갓진 시골에서 종일 발코니에 앉아만 있어도 뿌듯할수 있는법인데
실제로 대부분의 힐링하러 갔다는분들 상처받고 다니고요
멍때리러 갔다는 분들 멍 잘 못때립니다 ㅎㅎ
Damon2019 2019.01.03 11:48  
ㅎㅎ 다행히 치앙마이에선 힐링하고 있네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Damon2019 2019.01.03 11:47  
치앙마이에 온지 이틀밖에 안됐는데 벌써 힐링 많이 된 느낌이에요 ^^ㅋ
고구마 2018.12.31 22:51  
1월 1일날 장거리 이동하시네요.
치앙마이에서는 공허했던 마음 한구석 어떻게든 꽉 채워지는 여행이 되시길 바래요.
Damon2019 2019.01.03 11:46  
감사합니다. 치앙마이는 방콕에 비하면 천국같아요.
capezigi 2019.01.02 18:11  
어디나 다 똑 같지 않을 까요? 
내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  내가 공허롭지 않으면 다 공허롭지 않을것
방콕에서 별탈없이 지내온건만으로도 님께선  행복으로 ...
내가 중심 임으로  세상 어딜가나 내가 행복하면  다  행복하게 느껴지는것 아닐까  좁은 소견입니다
화이팅을 보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Damon2019 2019.01.03 11:45  
저도 항상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장소가 중요하긴 하더라구요.
예컨대 나는 항상 똑같은 나이지만 천성이 야행성인지라 낮에는 덜 깨어있는 느낌이고 밤에 활짝 깨거든요 (시간).
치앙마이에 오니까 방콕에서 막혀있었던 숨통이 탁 트이는 느낌이 들어요.
행복하세요 :)
영국남자 2019.01.03 12:53  
저도 한국에서 너무 꽉찬 스케줄로 살아서 그런지 치앙마이가서 느긋하게 한 10일 정도 가있어볼려고 하는데...어떠실지 궁금하네요. 좋은여행 하세요~
짱천재 2019.01.09 11:13  
치앙마이는 여행의 테마가 주로 어떤쪽일까요?? 휴양?? 관광?? ㅎㅎ
민줗 2019.01.12 04:51  
전 다음달에 방콕 치앙마이 열흘 일정으로 방문할 예정인데 방콕만 30일 ㄷㄷㄷ 부러워요ㅠㅠ
bienbien 2019.01.12 13:37  
지금 방콕에 있고, 곧 치앙마이 갈 예정인데 기대가 되네요 ㅎㅎ 방콕이 워낙 번잡해서 좋다가도 별로였다가도 하네요 ㅎㅎ
엘닛시 2019.01.15 20:32  
방콕에서만 일단 한달인데 걱정되네요. 치앙마이는 카페 밖에 없다는 인상이어서 갈까 말까 고민중인데...뭐가 제일 좋은가요? 치앙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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