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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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 좋아하세요?

이런이름 8 510


초밥을 좋아하는데 생선을 못먹는 탓에 일식집에 가도 먹을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초밥 토핑은 성게소인데 다른 초밥에 비해 가격이 비싸기도 하고 성게소를 준비해 놓지 않는 일식집도 꽤 많아서 언제가부터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성게소는 보통 군함초밥 형태로 만드는데 초밥을 만드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만드는 방법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재료에도 약간의 요령이 생기더군요. 

예를 들면...

햇반 1개로 10개의 군함초밥을 만들 수 있어요. 초밥만 뭉쳐놓은 샤리(シャリ) 무게가 보통 20g이라는데 햇반 무게가 210g이니까 10개의 샤리를 만들 수 있지요. 
(10칸짜리 초밥틀을 사용하는데 정말 딱 10개가 만들어집니다.) 

김은 4등분해서 사용해요. 김 전장 크기가 20×18cm니까 반으로 접고 다시 또 반으로 접어 자르면 5cm 폭의 띠가 4개 만들어집니다. 
(처음엔 샤리 갯수에 맞춰 김 2장으로 10개의 띠를 만드려고 4cm 폭으로 5등분했었는데 이거 똑같은 폭으로 등분하기도 번거롭고 4cm는 폭이 약간 좁아 초밥을 만들어 놓으면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을 줘요. 마치 저렴한 뷔페집 초밥처럼 보이더라고요.)  

초밥 양념은 햇반 1개당 계량스푼으로 사과식초 1큰술, 설탕 1큰술을 넣고 소금은 넣지 않습니다. 
(초밥 초보는 단맛이 강한 걸 선호하고 고수는 신맛에 민감해진다던데 이 말이 사실이라면 저는 완전 초보 수준입니다. 제 입맛에는 약간 단 게 좋고 현미식초는 냄새가 싫더라고요.) 

초밥 간장은 농축 쯔유에 물을 조금 섞어 사용합니다. 그냥 간장보다 맛있거든요. 
(실제로 괜찮은 일식집은 초밥용 간장을 따로 만드는데 기본적으로는 쯔유+설탕이더군요. 저도 전에는 설탕을 넣었는데 제 경우에는 초밥 양념을 달게 하니까 굳이 설탕을 더 넣어야 할 필요까지는 없겠더라고요.) 

군함초밥을 망치는 방법 중에 하나는 토핑을 김에 걸쳐서 올려 놓는 거죠. 당장은 더 먹음직스럽게 보이는데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수분을 흡수한 김이 뭉그러지면서 토핑이 무너져요. 그래서 토핑을 김 테두리 안에 담는다는 생각으로 놓아야 합니다. 

초밥을 만들면서 느낀 점은 초밥과 마요네즈가 꽤 잘 어울린다는 거였습니다. 물론 크림치즈도 잘 어울리고요. 그래서 저는 초밥을 만들 때 마요네즈나 크림치즈를 아주 자주 사용합니다. 
(크림치즈는 베이글 빵에나 발라 먹는 걸로 생각했었는데 초밥과 크림치즈의 조합은 새로운 발견이였어요. 이제는 아예 크림치즈나 마요네즈에 고추냉이를 섞어 초밥 위에 바르고 토핑을 얹습니다.) 

토핑은 성게소 이외에도 여러 재료를 다양하게 시도해 봤는데 의외로 괜찮았던 것들이 꽤 있었습니다. 

1. 과일 
과일 스시도 있다길래 딸기, 바나나, 참외, 수박 등등 여러 과일을 사용해 봤는데 메론의 일종인 허니듀 메론을 놓은 초밥이 마지막에 입가심으로 한두 점 먹기에는 괜찮았어요. 

2. 한식 
냉장고 속에 있는 반찬을 사용해 본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한식 반찬은 양념이 강해서 그런지 초밥과는 맞지 않은 경우가 은근히 많더군요. 한식 토핑으로는 지리멸치볶음이 나쁘지 않았어요. 

3. 양식 
양식 토핑으로는 갈릭버터 크랩미트가 괜찮았어요. 살균처리한 꽃게살을 초밥 위에 올리고 갈릭버터를 뿌리는 방법이 만들기도 제일 쉽고 모양도 깔끔하게 나오더군요. 매운맛을 안좋아하지만 아주 가끔은 크리올 시즈닝을 조금 뿌리기도 합니다. 
(꽃게살이 맛있긴 한데 이게 성게소만큼 비싸요. ㅠ.ㅠ)

4. 야채 
야채 토핑으로는 아보카도가 단연 으뜸이였습니다. 3단계 이상 후숙된 아보카도를 아주 작게 깍둑썰기해서 듬뿍 올리고 쯔유 두세 방울 떨어트리면 왠만한 토핑은 가볍게 쳐바릅니다. 아보카도는 성게소와 꽃게살 다음으로 제가 좋아하는 토핑이예요. 

5. 베스트 오브 베스트 
값싸고 식감좋고 맛좋은 토핑 중에 으뜸은 역시 달걀이더군요. 저는 75% 정도만 익힌 스크램블드 에그를 올리는데 달걀 양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맛을 구현할 수 있겠더라고요.  
(깨알 정보 : 사람들이 호텔 조식에 나오는 폭신폭신한 스크램블드 에그의 식감을 언급하는 경우를 여러 번 봤는데 무슨 짓을 해도 식용유를 사용해서 익히면 그 식감을 얻을 수 없습니다. 반드시 버터를 사용해야 하고 따뜻할 때 먹어야 해요.) 


초밥을 처음 만들 때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손도 많이 가서 이걸 집에서 만들어 먹을 가치가 있나 싶었는데 지금은 성게소나 꽃게살같이 조리하지 않는 토핑을 올리는 경우에는 라면 하나 끓일 정도의 시간이면 만들 수 있게 되더군요. 

근데 한여름엔 초밥을 자주 만들어 먹었는데 요즘은 날씨가 선선해지고 비까지 자주 와서 그런지 별로 생각이 안나네요. 초밥도 날씨 영향을 꽤 받는 음식인 모양입니다. 
8 Comments
필리핀 10.03 19:32  
나이 들면 날것은 멀리하는 게 좋다고 해서
좋아하던 육사시미와 스시 끊었어요ㅠㅠ
이런이름 10.04 08:37  
[@필리핀]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에 "나이가 들면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여기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듣네요.

중학교 때 은퇴를 앞둔 한 선생님으로부터 "나이가 든다는 건 愼해지는 거" 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때는 그저 언행을 삼가한다는 정도로만 생각했었지 음식까지도 포함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필리핀 10.04 09:47  
[@이런이름] 이런 노래가 있죠.
"노세 노세~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10000% 맞는 말입니다.
힌살이라도 젊을 때 열심히 놀고
맛난 것도 많이 묵으야 됩니다^^
이런이름 10.06 06:48  
[@필리핀] 노는 거는 잘 못해서 (술도 안마시고 예전엔 디스코장/캬바레, 요즘엔 클럽에 한번도 안 가 본 사람) 저는 먹는 쪽에 주력하겠습니다.
이베로 10.05 00:43  
미국에서 생선없는 초밥인 캘리포니아 롤이 여러 버전이 있던데, 핵심은 아보카도와 날치알(미국에선 여러 종류 알을 쓰더군요)이 아닐까 해요. 아, 생각해보니 역시 김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더라구요. 김이 좋아야 맛이 나죠~ 그런데 뭐니뭐니해도 초밥은 생선이 들어가야 제맛이죠~
이런이름 10.06 07:34  
[@이베로] 맞아요. 제가 먹을 수 있는 롤초밥 종류가 말씀하신 캘리포니아 롤과 새우튀김을 넣은 슈림프 템푸라 롤, 연갑게(소프트 쉘 크랩) 튀김을 넣은 스파이더 롤 정도예요.

캘리포니아 롤은 제일 저렴한 초밥이여서 저평가받지만 제대로만 만든다면 정말 맛있죠. 근데 요즘은 이상하게 만들어 파는 곳이 많아 밖에서 사먹는 건 주저하게 되더군요.
 
우라마키(누드김밥) 형태로 만드는 캘리포니아 롤은 속재료는 아보카도와 (게맛살을 잘게 부셔서 마요네즈에 버무린) 게맛살 샐러드가 들어가고 겉에는 마사고(열빙어알)를 넉넉하게 묻해야 되는데 요즘은 재료비를 아끼려고 그러는지 아보카도는 얇게 저며 넣고 부족한 볼륨감을 오이를 넣어 채우는데다 게맛살 샐러드 대신 그냥 게맛살 스틱을 넣고 겉에도 열빙어알을 몇 개 붙혀 놓거나 아예 통깨만 묻혀서 나오는 집들이 많아졌어요.

부드럽고 고소해야 할 식감이 오이와 게맛살 스틱으로 인해 없어진 거지요. 맛과 식감이 카파마키(오이 롤)에 더 가까워서 이걸 캘리포니아 롤이라고 부를 수 있나 싶을 정도예요. 더 속상한 건 주로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이런 만행(?)을 저지른다는 거죠.

새우튀김 롤은 보통은 테리야키 소스가 뿌려져 나오는데 간장에 설탕만 넣어 졸인 듯한 (테리야끼 소스맛이 아닌) 소스로 인해 한 점 집어 먹을 때는 "맛있다!", 두 점 먹을 때는 "달다.", 세 점 먹을 때는 "좀 질리는데..." 이렇게 되더라고요.
(그럼에도 먹을 게 이거밖엔 없어요.)

스파이더 롤은 연갑게가 비싸서 그런지 없는 집이 더 많아요. 10곳 중에 1곳이 될까말까 할 정도... 지금껏 한국인이 운영하는 일식집에서 스파이더 롤이 메뉴에 있는 곳은 딱 한번 봤어요.

제일 황당한 건 롤을 얼마나 꽉꽉 눌러 만드는지 밥과 떡의 중간쯤 되는 식감을 주는 초밥이 버젓이 나온다는 거예요. 마트 냉장코너에서 팔리는 롤은 이 범주에 들어가지만 가끔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도 캘리포니아 롤처럼 저렴한 가격대의 음식은 초밥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라티노들이 만드는 경우가 있어 떡같이 눌린 초밥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집에서 초밥을 만들기 시작한데는 원래의 맛과 식감을 아는데 식당에서 그걸 못맞춰 주는 것도 한 부분 차지해요.

(주절주절 써놓고 보니 무슨 고자질을 하는 기분이 드네요.)
이베로 10.06 08:55  
[@이런이름] 집에서 캘리포니아롤은 약식으로 만들어 먹어요. 누드김밥처럼 말지 않고 그냥 김에 여러재료 올려서 싸먹습니다. 아보카도, 피망, 오이, 계란, 당근 등 재료 길게 썰어 놓고, 김 한장에 밥과 재료들 올리고 마요네즈와 날치알 올려서 싸먹습니다. 아보카도가 핵심이라 아보카도와 날치알(캐비아를 넣는 친구도 있던데 우린 저렴한 알로.)만 적당히 넣고 나머지는 취향대로 넣고 마요넣은후 간장에 살짝 찍어 먹습니다. 적다보니 먹고싶네, 오랜만에 마눌에게 해달래야겠다…
이런이름 10.12 08:00  
[@이베로] 저는 롤초밥은 못만들어요. 롤초밥도 그렇고 김밥도 그렇고 제가 만들면 속재료가 한쪽으로 몰려 모양이 이상해져요. 롤을 말 때는 집사람 손을 빌려야 하는데 그럴 바엔 그냥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게 쉽죠.

그래서 저는 롤초밥 대신에 꼬깔초밥(테마키)을 만들어 먹습니다. 롤초밥에 비해 속재료 비율이 많고 만들어서 바로 먹으니까 김이 바삭바삭해서 더 맛있더라고요.

속재료는 캘로포니아롤과 똑같이 아보카도와 게맛살 샐러드만 넣거나 코스트코에서 파는 새우튀김을 에어 후라이이에 덥히고 자숙 새우 잘게 썰어서 마요네즈에 버무리고 무순을 넣어 만들 때가 많아요.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생선알이 열빙어알(마사고)뿐이라서 날치알(토비코)은 못먹어서 봤는데 값싼 열빙어알을 날치알이라고 속여 팔거나 섞어 파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고 하니 맛은 비슷할 거 같네요.

날치알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날치알만 넣어 꼬깔초밥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 모양이더군요.
https://youtube.com/watch?v=5y8sga2toqQ&feature=shared
(동영상 길이 : 58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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