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스페인 아재 구해준 썰~^^
필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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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14:45
2024년 9월 15일.
방콕에서 끄라비로 이동하는 날.
9시 30분 뱅기를 타기 위해 카오산의 숙소에서 5시 30분에 나섰다.
내가 타야 할 뱅기가 출발하는 공항은 돈무앙.
그러나 나는 오늘 공항버스로 이동할 생각이다.
공항버스는 1시간~1시간 30분쯤 걸리고 요금은 50밧.
문제는 공항버스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카오산 출발 첫 차가 6시라는 썰도 있고 6시 30분이라는 썰도 있고 7시는 넘어야 한다는 썰도 있었다.
결국 나는 6시에 첫차가 있다고 가정하고 그걸 타기 위해 5시 30분에 숙소를 나섰다.
새벽녘 카오산 거리는 미지의 세계로 가는 동굴처럼 어두침침했다.
타논 람부뜨리 입구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5시 45분.
6시가 넘어도 공항버스는 오지 않았다.
빈 택시가 여러 대 와서 어디 가냐고 물었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6시 30분이 넘어도 공항버스는 오지 않았다.
공항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늦어도 7시에는 공항버스를 타야 한다.
만약 그때까지 공항버스가 오지 않으면 택시를 타야 하리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저만치 공항버스가 오고 있다.
6시 40분! 이걸 타면 늦지는 않겠다.
그런데 내가 버스에 오르려고 하자 운전사가 손사래를 쳤다.
이건 공항에서 오는 버스야, 라고 운전사가 말했다.
그러면서 곧 돌아오겠다고 했다.
아쉽지만 버스에서 내려야 했다.
그런데 저 버스는 얼마 만에 다시 돌아올까?
10분? 20분? 30분?
시간만 허비하다 버스 못 타느니 지금이라도 택시를 타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웬 서양인 아재 하나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오 마이 갓! 방금 공항버스 지나갔지? 10초 차이로 놓쳤어!!
아재는 몹시 당황한 표정으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저건 공항으로 가는 버스가 아니라 공항에서 오는 버스야. 곧 돌아올 거야.
내가 설명을 해줘도 아재는 여전히 허둥거리면서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정류장 근처에 있던 택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공항 가냐?
간다. 400밧 내라.
비싸다.
350밧 내라.
비싸다. 200밧에 가자.
라스트 프라이스다. 300밧 내라.
아재는 200밧 이상은 지불할 생각이 없는지 택시에서 물러났다.
내가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방금 지나간 버스는 from에어포트버스고, to에어포트버스는 곧 올 거야.
오! 정말이냐???
그래, 너 몇 시 뱅긴데 그렇게 깝치냐?
10시 30분 뱅기야.
난 9시 30분 뱅기야. 어디 가는데?
끄라비 간다.
나도 끄라비 간다.
이런 얘기를 주고받고 있는데 버스 한 대가 우리 앞에 와서 섰다.
앞문이 열리더니 아까 그 운전사가 나를 보면서 싱끗 웃었다.
나는 얼른 버스에 올라탔다.
서양인 아재도 버스에 올라탔다.
우리는 앞뒤로 나란히 앉아서 스몰토크를 이어갔다.
너는 어느 나라에서 왔냐?
스페인, 너는?
한국.
끄라비는 여러 번 가봤냐?
열 번은 넘을 걸?
오! 대단하다. 나는 이번이 두 번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