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당일치기 여행 2부
09:45
그 길던 줄이 어느새 많이 줄었다. 역시 우리나라 공항직원들의 일솜씨는 재바르다.
태국 같았으면 1시간도 넘게 걸렸을 일을 15분 만에 끝내다니! ^^
09:50
여유 있게 보안검색대를 통과하여 비행기에 탑승한다.
2층짜리 대형비행기인데 빈자라 하나 없이 다 찼다.
단풍철이다보니 놀러 가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ㅎㅎ
10:30
출발 예정시간을 30분이나 넘겨서 겨우 이륙한다.
늦게 탄 사람이 있는 건지, 아니면 이륙하는 비행기가 많아서 늦어진 것인지... 별다른 안내방송도 없다.
다들 들뜬 마음에 30분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런데 1시간 비행에 30분 연착이면?
날씨가 맑으니까 창밖으로 지상의 풍경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섬들이 많은 걸 보니 다도해 어디쯤인 모양이다.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늘 멋지다. 기회가 되면 언젠가 스카이 다이빙을 해보고 싶다! ^^
11:20
비행기가 하강을 시작한다. 지상의 풍경들이 점점 가까워진다.
비행기가 가라앉는 건지 아니면 지상이 솟구치는 건지 순간적으로 착각이 든다.
11:30
찾을 짐이 없으니까 금방 밖으로 나왔다. 2번 게이트 근처에 관광안내소와 올레안내소가 나란히 있다.
제주도 관광지도와 올레지도를 각각 1부씩 얻는다.
11:40
제주공항에서 18코스 시작점이 있는 동문로타리로 가려면 500번이나 100번을 타야 한다.
버스정류장은 2번 출구 밖에 있다. 그런데 제주공항에는 양방향으로 가는 버스가 모두 정차한다.
즉, 동문로타리로 가는 버스와 동문로타리에서 오는 버스가 모두 서는 것이다.
그러므로 행성지를 잘 확인하고 타야 한다. 2번 출구 앞에 커다란 기둥이 2개 있는네
그 기둥에 버스노선도가 붙어 있다. 오른쪽 기둥에는 신제주 방면으로 가는 버스노선도가,
왼쪽 기둥에는 구제주 방면으로 가는 버스노선도가 붙어 있다. 동문로타리는 구제주 방면이다.
그러므로 왼쪽 기둥 앞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헷갈리는 분은 타기 전에 운전사에게 확인 필수!
11:45
500번 버스가 먼저 도착했다. 손님이 별로 없어서 빈자리가 많다.
11:50
동문로타리 버스정류장에 내렸으나 18코스 시작점에 대한 안내표지판이 눈에 띄지 않는다.
오랜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오로지 작은 지도와 방향 감각에 의지하여 길을 찾아 나선다.
뒤돌아서 버스가 오던 방향으로 50미터쯤 거슬러 가자 사거리가 나왔다. 이 사거리에서 우회전했다.
12:00
사거리에서 우회전한 다음 50미터쯤 오자 왼편에 작은 광장이 있고 그 광장 아래 작은 개천이 흐른다.
지도에 의하면 18코스 시작점은 산지천 광장. 제대로 찾아온 것 같다.
바다를 향해 가다보니까 작은 다리 위에 올렛길 표식이 있다.
파란색은 18코스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고 노란색은 17코스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다.
18코스의 시작점은 17코스의 종착점이기도 하다. 17코스를 거꾸로 걷고 싶은 사람은 이곳에서 시작해도 된다.
솔직히 올렛길은 바로 걷고 거꾸로 걷고의 의미가 그리 크지 않다.
오호! 제주항연안여객터미널이다. 지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새 건물이다.
18-1코스가 있는 추자도를 가려면 여기에서 배를 타야 할 것이다. 추자도는 다음 기회에! ^^
한동안은 도시의 평범한 길이 이어진다. 그렇지만 차도에 차가 거의 없고 인도도 한적해서
서울의 복잡한 거리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비행기로 불과 1시간 거리에 이런 여유와 고즈넉함이 있다니!
12:30
저 멀리 앙증맞은 흰색 등대가 보인다. 저 등대가 있는 곳이 사라봉이리라.
저기서부터 본격적인 올렛길이 시작되는 것이리라.
사라봉으로 오르는 길은 인근 주민들이 애용하는 산책로여서인지 잘 관리되고 있다.
사라봉 입구에 있는 안내 표지판.
사라봉 중턱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 오호! 저 멀리 대형 크루즈 선박이 입항해 있다.
저 크루즈 선박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중국? 동남아? 미국? 아니면 저 먼 유럽?
언제가 저런 크루즈 선박을 타고 세계일주를 해보는 것이 꿈이다. ^^
등대 가까이에 오자 크루즈 선박이 더욱 가까이 보인다. 지금 저 배에서도 누군가 사라봉을 바라보고 있을까?
13:00
사라봉에 있는 18코스에 대한 전반적인 안내도. 지금 있는 곳까지가 3270미터이고
앞으로 남은 길이 14930미터이므로 지금 속도로 간다면 4시간 30분이 더 걸린다.
내 계획은 오후 5시에는 걷기를 끝내는 것이고, 도중에 점심도 먹어야 하므로 촉박하다.
뭐, 정 안 되면 점심을 굶든지 하지...라고 맘 편하게 생각하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ㅎㅎ
오호! 사라봉을 휘돌아서 내려가는 길이 참 멋지다. (참고로 실제로 가서 보는 게 100배는 더 멋지다!)
이런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이번 제주여행의 본전은 뽑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이제 남은 여정은 뽀나스? ^^
올렛길에 뚜렷한 안내표지판이 없는 건, 기존의 환경을 손상하지 않으려는 배려 때문이다.
만약 길을 잃었으면, 길바닥이나 근처의 바위 또는 담벼락을 살펴보면 이런 표식이 있다.
나뭇가지에 리본을 매달아놓기도 한다.
14:00
사라봉을 내려오자 바다 위를 걷는 길이 나온다. 밀물이 들거나 파도가 거세면 돌아가야 한단다.
제주도는 해방 직후에 4.3항쟁이 일어났던 섬이다. 곳곳에 당시의 학살 현장이 있다.
감귤밭 사이로 난 길도 걷고...
작은 마을로 통하는 길도 걷고...
구수한 제주도 사투리 인삿말도 보면서...
갈길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확인하면서...
맞절하는 신혼부부처럼 사이 좋게 서 있는 표지판들의 안내도 받으면서...
장난감 같은 배들이 떠 있는 작은 포구도 지나고...
14:00
그런데... 한참을 걸은 것 같은데 왜 거리는 좀체로 줄어들지 않지?
뱃속에서는 먹을 것을 달라고 아까부터 아우성인데 왜 식당은 보이지 않는 거지?
이러다가 제주도 길바닥에서 굶어죽는 건 아닐까?
(음... 먹는 이야기했더니 배가 고프네요. ㅠㅠ 3부는 간식 먹고나서 쓰는 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