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르니아와 쟈스민의 행방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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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르니아와 쟈스민의 행방불명

sarnia 22 870





호슈협곡(Horseshoe Canyon)에 가 보셨나요?

애리조나에 그랜드캐년이 있고 유타에 브라이스캐년이 있다면 

알버타에는 호슈협곡이 있습니다

 

유명한 여행지만 선호하는 평범한 여행자들이 놓치기 쉬운 숨은 보석 입니다.

캘거리에서 동쪽으로 두 시간에드먼턴에서 동남쪽으로 네 시간 가량 지방도로를 따라 달려가면 만나게 됩니다.



 




대평원을 가로지르는 드라이브 코스지만

군데군데 아기자기한 구릉지대와 작은 호수들도 보입니다

대평원과 구릉지대 위로 펼쳐지는 샛노란 유채밭은 7 월 중순에 그 절정을 이룹니다

아득한 지평선 위로 몰려드는 시커먼 먹구름 아래 펼쳐진 광활한 유채바다는 언제나 경탄 그 자체 입니다.   


싸르니아는 

세상의 절반이 노랗게 변하는 매년 7 월이 되면 빼놓치 않고 유채 로드트립을 떠납니다.

 

이번 주말에도 3 일 정도 에드먼튼에서 사라져 행방불명 되었습니다. 제가 3 일 동안 말도 없이 사라지니까 주변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그래서 배경음악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주제곡 중 하나인 Always with me 로 정했습니다.   



 


 


 


 

호슈협곡은 일반인들에게 보다는 지질학자들과 고생물학자들에게 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흔치않은 지질형태를 가진 이 일대에서 공룡을 비롯한 중생대 고생물 화석이 대규모로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아득한 먼 옛날, 바다였던 이 곳이 육지가 된 과정을 설명해주는 지층자료가 그득하다고 합니다.

호슈협곡에서 17 km 떨어진 곳에는 캐나다의 대표적 자연사 박물관 중 하나인 Royal Tyrrell Museum 이 있습니다

흔히 공룡박물관이라고 불리우는 이 박물관에 출토된 공룡화석들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화석을 파는 상점


 



제가 정확히 4 년 전에 이 박물관 여행기를 쓰면서 스스로에게 했던 자문자답이 있습니다

인류사에 존재했던 인간들 중 모든 분야를 종합해서 가장 의미있는 업적을 남긴 단 한 명을 들라면 누구를 꼽을 것이냐 하는 자문자답이었습니다.

싸르니아는 4 년 전 자문자답에서  ‘그 단 하나의 인물’로 챨스 다윈을 들었습니다. 


챨스 다윈을 ‘의미있는 인류사 최대의 업적을 남긴 인물로 꼽는 이유는 

그가 단순히 진화론의 이론적기초를 제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생명의 존재법칙을 이해하는데 올바른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결정적인 플래쉬라이트를 비췄기 때문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류는 어처구니없게도 

창세기같은 짜집기한 고대문서나 붙들고 무지몽매의 늪에서 헤메고 있었습니다.  

19 세기 중반, 다윈과 월리스 같은 인물이 나타나 플래쉬라이트를 켰다끄는 바람에 

우리는 적어도 어느 방향으로 가야 생명의 법칙과 본질을 찾을 수 있는 것인지 대충 눈치채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동서남북이 어딘지 가늠할 수는 있게 된 것 입니다

이거 아주 대단한 겁니다.


설악산에서 오밤중에 조난당할 뻔 한 적이 있는 싸르니아는 

깜깜한 밤에 플래쉬라이트를 들고 나타나 준 사람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잘 압니다.



 


 

혹시 인류사에 대업적을 남긴 인물로

예수 형님이나 싯다르타 왕자를 떠 올리신 분들도 계신가요?  


사실 예수선생이나 부처왕자같은 사람들은 재수가 좋아 잘 풀려서 유명해 진 것 뿐이지 

사람들이 놀라자빠질 정도로 유니크한 인물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딱히 그 형님들 업적을 따지자면 

존재의 법칙과 본질을 깨달을 수 있는,,,,,, 우리 모두 가지고 있는 그 위대한 통찰력과 인지력의 잠재성을 

새삼스럽게 일깨워 준 총명한 사람들 정도라고나 할까요?


물론 이건 싸르니아 개인의 생각일 뿐 입니다. 


대놓고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그들 시대보다 20 세기에서 26 세기가 지난 오늘 

그 두 사람 정도의 통찰과 깨달음을 달성한 사람들 의외로 많을 겁니다

부지기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건 싸르니아 개인의 추측일 뿐 입니다.    


어쨌든 싸르니아는 왠지 말이 잘 통할 것 같은 이 두 형님을 만나면 

너무 반가운 나머지 손을 번쩍들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이렇게 인사할 것 같습니다.


헤이 씨-빠- 브라더 !!”


무슨 말이냐구요?                                                                               


영화 신세계에서 황정민이 의동생 이정재를 만나면 외치곤 했던 대사입니다.  

황정민 연기 진짜 죽이는 영화입니다

최민식 박성웅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번 도로에서 Royal Tyrrell Museum 으로 가는 길 반대편 길

10 번 지방도로 East 를 만나면 우회전해서 10 분 정도 달려가면 Hoodoos 를 볼 수 있는 야트막한 산이 나옵니다

Hoodoos 는 바람의 조각품입니다

브라이스 협곡이나 밴프의 런들산 뷰포인트에 가면 비슷한 모양의 침식바위기둥들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누가 조각을 해 놓은 것 처럼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바람이 수 백 만 년 동안 공을 들여 윗 부분과 아랫 부분이 단단함 정도가 다른 바위를 저런 모양으로 깎아 놓은 것 입니다.

 


 



Hoodoos 뿐 아니라 척박하고 건조하기 짝이 없는 이 일대 지질이 대부분 저렇습니다

식물도 잘 자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곳을 Badlands 라고 부릅니다.

다른 대륙들로부터 이주민들이 들어오기 전

Cree Blackfoot라는 이땅의 원주민들 (First Nation) 종족들은 Hoodoos 를 자연신의 작품으로 알고 경배했다고 합니다

유럽인들이 아프리카 원시종교 voodoo 에서 차용하여 이런 종류의 침식기둥을 Hoodoo 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Hoodoos가 자연신의 주술적 작품이든 바람의 조각품이든

만드는데 수 백 만 년이 걸렸다니 그 자체로 감탄스러워서 저절로 꾸벅 인사를 하게 됩니다.    



 


 


 


 


 



 

   


22 Comments
jindalrea 2015.07.13 09:18  
이렇게 멋진 곳을~~ㅎㅣ ㅇㅑ~~~
도착해서 큰 화면으로 봐야 겠어요^^

참.. 본문 읽다 빵!! 터졌어요~
버스 안에서..
sarnia 2015.07.14 11:00  
자연이라기보단, 그냥 인공적인 유채농장인데 인데 가끔 감탄할 때가 있어요.
궁극의 조화를 이루는 날씨가 따로 있답니다. 한쪽은 햇볕이 짱짱한데, 다른 한 쪽은 먹구름이 덮히고 가끔 번개가 치며 또 다른 한 편에선 쌍무지개가 영롱하게 맺힐 때 보는 유채바다는 풍경의 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곰돌이 2015.07.13 15:12  
오늘도,

앉아서,  좋은 구경합니다 ^^*


" 헤이 씨빠 브라더 사르니아~~"

제맛이 안나네요 ^^;;
sarnia 2015.07.14 11:02  
곰돌이님,, 패션이 중요합니다^^ 

햐얀색 재킷에 검은 색 바지를 입고
비즈니스 클래스 슬리퍼를 그대로 신고 입국장으로 나온 공항패션이 받쳐줘야죠.
스위트 2015.07.13 20:11  
저도 아무에게 알리지 않고 떠나 봤으면........
sarnia 2015.07.14 11:04  
아주 가끔은 그러고 싶을 때가 있답니다. 
평소엔 찾지 않던 사람들이 막상 내가 없어지니까 어디있냐고 텍스트를 하고 카톡을 보내고
약간 귀찮은 생각이..
Robbine 2015.07.14 01:38  
사진에 싸르니아님의 스탬프가 찍혀있으니 캐나다에서 보낸 엽서를 받은 기분이네요.
정말 장관이에요.

같은 유채인듯 한데, 한국과는 풍경이 달라서 그런지 제주도 유체보다 더 커보이고 막 그러네요ㅋㅋ

근데 쟈스민은 싸르니아님 애칭인가요?
센과 치히로는 동일인물이잖아요ㅋ
알라딘에 나오는 공주 이름이 쟈스민인걸로 보아 여자아이 이름이라 생각했는데..ㅋ

오늘 브금(BGM)은 제가 좋아하는 노래라서 더 좋네요.
sarnia 2015.07.14 11:05  
ㅎㅎ 그냥 ‘행방불명’만 패러디했어요. 쟈스민은 친구고요.
 
와우, 이 음악 올리면서 로빈님이 떠 오르던데 신기해요. 
(아마 카톡에 나온 치히로 얼굴 때문인듯..)

영어자막이 있는 노래를 올릴까하다가 그냥 피아노곡으로 올렸어요.
아무래도 일본말 노래에 거부감있는 분도 계실 것 같아서요.
Robbine 2015.07.14 12:31  
어릴적 영화관에서 두 번이나 봤었던 영화이고, 오스트가 너무 좋아서 씨디도 샀었는데 일본 아줌마가 부른 엔딩곡은 당시 한국발매 음반에는 안들어있었어요. 미야자키 하야오 할배 작품 중에선 제일 맘에 들었던 작품이기도 하고요.

이 할배가 우익꼰대만 아니었어도 아름다운 추억일텐데 이젠 이런 만화영화에 대한 추억마저도 변질되게 만들어버리네요. 다행히도 지브리 스튜디오를 물려준 아들녀석은 재능이 1도 없어서 제대로 망해먹는중 같으니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봐요.
sarnia 2015.07.14 13:10  
신경숙 표절논란의 대상 작가 미시마 유키오는 일찌김치 우익활동가로 널리 알려진 사람이지만, Spirited Away 의 작가 또한 그렇다니 놀랍군요.
미시마 유키오는 1920 년대생이니 그렇다고치고, 미야자키 하야오는 검색해보니 전후세대에다 작품에 반전사상이나 환경문제에 대한 의식이 내재되어 있다는 평가도 있던데, 암튼 '일본정신' 본류의 핵인 우익민족주의 영향은 전율할만 합니다.

저는 애니메이션에 대해 잘 모르고 다만 이 작품은 내가 음악을 사용했으므로 예의표시로 그나마 한국어로 더빙된 만화영화를 짜투리로 보았습니다. 풀 무비는 찾을 수가 없더군요.
Robbine 2015.07.14 13:27  
풀 창작물이라고 하기엔 차용한 모티브가 많은 작품이긴 하죠.
그 이후로 다시 보니 미야자키 작품 중 많은 부분이 외국 유명 관광지를 배경으로 했던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보니 그렇게나 풍부한 창작력이 어쩌고 하던 부분들도 다 어처구니없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어요.

그나저나 신경숙씨의 엄마를 부탁해도 재미있게 보았었는데-_- 제가 이상한건지 우리나라 문화계가 이상한건지 고민해봐야 할 정도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아프로벨 2015.07.15 11:04  
안녕하세요. 사르니아님.
건강하시죠~
시원한 사진을 보니 가슴 답답한 것들이  사라지는듯 합니다.

참 오랫만에 태사랑에 들리니 사르니아님의 사진과 글, 음악이 저를 환영해 주는듯 한........좋은 기분입니다.

늘 건강하시길^^!
sarnia 2015.07.15 11:30  
와,, 아프로벨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제겐 '플랜뚜빅' 으로 더 친근한 아프로벨님을 다시 뵈니 마치 어린 시절 ^^ 로 되돌아 간 느낌입니다.
필리핀 씨부와 막탄 아일랜드에서 아프로벨님, 그리고 조카님과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새록새록 떠 오르기도 하고요.
빈 양은 계속 비행중인가요. 3 년 전 쯤,, 빈 양 언니께서 덧글로 소식 전해주신 적 있습니다.

안부주셔서 고맙습니다 : )
sarnia 2015.07.16 12:37  
미국이나 캐나다나 자연에 대한 관리시스템은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의식도 괜찮구요.
제가 여기 올린 곳은 국립공원은 아니고, 그냥 보존관리구역 정도 입니다. 유채밭은 물론 개인 농장들이겠지요.
참새하루 2015.07.15 22:22  
오랜만에 sarnia님 글과 사진을 보니 반갑네요

유채꽃 여행 - 화석 - 다윈 - 예수와 석가 - 그리고 신세계의 황정민까지
늘 예상할수 없는 소재로 가려운데를 팍 팍 찝어주시는 파워풀한 센스있는
필력에 sarnia님 글은 놓칠수없는 즐거움입니다

제가 지나칠때는 아직 절정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유채꽃이 만발하였군요

집 떠난지가 3주 반이 넘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장거리 자동차여행도
이젠 힘에 부치고  편안한 집 생각이 간절합니다

오랜만에 휴식시간이라 태사랑에 접속해보니
제가 없어도 태사랑은 잘 돌아가고 있고
세상도 잘 돌아가고요...
Robbine 2015.07.15 22:31  
요새 흔적 안남기셔서 조금 걱정되던 참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걱정할 일은 아닌것 같네요.
여행 즐겁게 하세요~
참새하루 2015.07.16 00:09  
잠깐 짬을  내서
밀린 숙제하는 기분으로 암꺼나 게시판을
죽 거슬러 올라가는 중입니다
로빈님도 활기찬 모습 여전하시구요
집에 돌아가면 본격 태사랑 숙제를 해야지요^^
Robbine 2015.07.16 01:23  
네..^^;;
요즘 마음 편히 있었는데;;
sarnia 2015.07.16 08:21  
한 달 일정 여행이라 하셨죠?
그렇지 않아도 안 보이셔서 여행중이시구나 생각했습니다.
만일 지난 주 지지난 주 캐내디안 록키를 지나가셨다면 좋은 풍경을 못 보셨을지도 모르겠군요.
산불이 너무 많이 나서 연기가 중부 알버타 일대를 뒤덮는 바람에 맑은 날도 마치 흐린 날처럼 뿌옇게.. ㅠㅠ

신세계는 황정민 연기가 돋보였던 영화지요.
부당거래에서는 유승범에 가려 그랬는지 그다지 부각이 안 됐구요.
가족여행 유종의 미를 거두시고 안전하게 귀환하시기 바랍니다.
여행중에 엔진오일도 한 번 교체하셔야 겠군요.
미화대비 캔불환율이 낮아서 다시실만 했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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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콩가루 글 아래 다신 덧글을 이제야 보았네요.
7 월 1 일에 콜롬비아 아이스필드에 계셨다구요.
그럼 저와 아주 가까운 거리 (약 550 km) 까지 오셨던 거였군요.
두 주일이 지난 지금은 ,, 벌써 워터톤, 글레이셔 국립공원 옐로스톤을 거쳐 그랜드캐년 다 둘러보고 66 번 타고 귀가길에 오르신 건 아닌지요.
참새하루 2015.07.16 14:59  
충분히 캐나다 록키의 절경은 즐겼습니다
에드먼튼에 계실거라 생각하고 뵐생각도 못했는데
550킬로 까지 물리적으로 갔었군요

태사랑만 접속하면 바로 실시간 답글이 달리는
옆집사는 이웃같은 분이라
실감이 잘 안나지만요^^

지금은 유타에 있습니다
지금 아니면 언제 볼까 싶어서
욕심이 앞서 자꾸 일정을 늦추다 보니
집에는 2주나 뒤에 돌아갈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가면 무엇보다 키우던
 강아지가 제일 보고싶네요
배낭딸랑 2015.07.18 19:37  
캘거리사는 울친구 아들이 지금 애드먼트대학교에 다닙니다..ㅋㅋ
공부 잘한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정유회사갈려고..열공중입니다.
sarnia 2015.07.19 01:17  
알버타주립대학에 다니는 군요.
고도의 기술집약적 산업인 북미 타이트오일 (오일생드-셰일오일/개스)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고, 결국 장기적으로는 국제에너지 시장은 엄청난 매장량을 가진 이들이 주도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캘거리사시는 친구분이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 아는 분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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