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선희 님, 그리고 공항철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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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선희 님, 그리고 공항철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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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트브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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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교포들을 독자대상으로 작성한 포스팅입니다. 따라서 대한민국 거주자님들에게는 새삼스런 내용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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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에게>라는 노래가 첨 나온 게 1984 년경 일 것이다.

 

그때는 이 노래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내 비슷한 또래의, 동그란 안경을 낀 그 가수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냥 왠지 촌스럽게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을 뿐이었다.

 

노래 제목에 나오는 <J> 라는, 영문 이니셜조차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만큼 당시 우리 세대 분위기는 경직되고 긴장되어 있었으니까…… 

 

평범하기 짝이 없는 그의 이름을 한동안 기억도 하지 못했다. 한 마디로 관심이 없었던 거다.  

 

근데 지금 나는 그의 팬 이다. 27 년이 지났는데도 일관된 차분한 용모와 자세를 유지하며 자기 관리하는 모습에서 <프로> <예술가>로서의 진가를 느끼고 <어필>에 공감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누구의 팬이 된 건 아주 특별한 경우다. 무슨 말이냐 하면 sarnia는 어떤 한 인물을 <종합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의 말이, 글이, 행동이, 노래가, 또는 그림이 마음에 들면 그걸 좋아하는 걸로 그만이지 그 사람의 다른 면까지 덩달아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근데 <예술가 이선희>는 다르다. 그의 모든 면이 좋아 보인다. 가수를 보고 그의 27 년 묵은 노래까지 새삼스럽게 좋아하게 된 나머지 배경음악으로 까는 것도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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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세부에서 찍어 온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쉽게 올리기 어려운 장면들이 많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공항철도 이야기나 먼저 해야겠다. 

 

공항철도를 타고 단 한 번에 숙소에 갈 수 있다는 건 아무래도 행운 같다. 아직 서울 시내에 공항철도가 서는 곳은 네 곳뿐이다. 김포공항-상암동(디지털미디어시티)-동교동(홍대입구)-서울역이 전부다.

 

이중 주변 거주자가 별로 없는 김포공항과 서울역을 빼면 상암동과 동교동 딱 두 동네 사람들이 행운을 잡게 된 셈이다. 올해 12 월경에는 공덕동이 이 행운 동네 대열에 추가된다. 동교동(홍대입구역)과 서울역 사이에 공덕역이 새로 개통되기 때문이다. 

 

공항철도 때문에 이동이 편리해 진 사람들도 있지만, 날벼락에 가까운 큰 불행을 맞은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기억하자. 철도 정거장이 건설되는 주변지역의 영세상인들이 보상도 제대로 못 받은 채 생활터전에서 빈손으로 쫓겨났다. < 2 의 용산> 동교동 <두리반> 사태는 공항철도가 낳은 비극의 상징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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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을 입국장을 나와 길을 건너면 이런 건물을 만난다. 회전문을 통해 들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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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B1을 누르고 지하 1 층으로 내려가면 이런 안내문이 보인다.

 

일반열차는 3600 원이었고 직통열차는 13600 원 이었다.직통열차는 서울역에서 짐을 부치고 출국심사까지 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별로 매리트가 없어 보였다. (요금이 얼마였다고 과거형을 쓴 이유는 sarnia가 한국을 떠난 다음 날부터 공공교통요금을 인상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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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기 전 이 곳에 들러 교통카드를 사자. sarnia T-Money 카드를 샀다. 카드요금 2500 원을 포함해 50000 원어치를 충전했다. 수도권 지하철 전철은 물론이고 택시도 이 카드로 이용할 수 있다.

 

카드를 사용하면 100 원씩이 할인되는데, 할인이 문제가 아니라 카드가 없으면 매번 잔돈을 준비하거나 지하철의 경우 1 회용 카드를 사서 쓰고 반납하고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서울에서 교통카드는 필수다.

 

단언하건대, 서울의 대중교통 시스템은 세계에서 가장 조밀하고 쾌적하며 깨끗하고 저렴하다. 가령 당신이 세계에서 가장 더럽고 지저분하고 위험하고 비싸기까지 한 지하철이 운행되고 있는 NY 같은 곳에서 왔다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할 정도로 서울의 지하철은 감동적이고도 매력적이다.   

 

, 로밍 폰을 가져 오지 않았다면 이 곳에 오기 전에 공항청사에서 셀폰을 렌트해야한다. 몇 개 회사 대리점들이 있는데 S Roaming 이라는 회사가 가장 저렴하다. 참고로 셀폰을 한국에서는 <핸드폰>이라고 한다.

 

영어가 조금씩 다른데, 예를 들면 네비게이터(GPS)를 네비게이션 하는 식이다. 여기는 한국이다. 한국에서는 한국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맞다. 잘난 척 하면 당신만 바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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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철도다. 항상 이렇게 한산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출퇴근 시간에는 붐빈다. 서울 지하철-전철 1 호선과 2 호선은 시도때도 없이 항상 붐빈다. 나머지 노선이나 서울 시내버스는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면 어렵지 않게 앉을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지하철 승객들 승차 풍경이 참 재밌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백악관 경호원들 처럼 이어폰 리시버를 귀에 꽂고 있는데, 백악관 경호원들과 다른 점은 한 귀가 아닌 두 귀에 모두 꽂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이폰 리시버는 셀폰에 연결돼 있다.

 

터치스크린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다면 10 대다.

터치스크린을 두드리지는 않고 뭔가를 보고 있다면 20 대다.

눈을 감은 채 무언가를 듣고만 있다면 30 대다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거리며 졸고 있다면 40 대나 50 대일 가능성이 많다.

아무것도 귀에 꽂지 않고, 졸지도 않으면서 우두커니 앉아있다면 아마 60 대 이상일 것이다.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대개 그렇다는 거다.

 

아나운스먼트가 센스있게 잘 나오므로 당신이 내릴 역이나 정류장이 어딘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나운스먼트를 헷갈리지 않고 효과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을 간단하게 설명하기 위해 예화를 하나 들겠다.

 

이번 정류장은 서울역사박물관 경교장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광화문 금호아시아나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강북삼성병원은 항상 여러분의 힘이 되는 병원이 되겠습니다.

 

이 아나운스먼트에 <신문로>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멘트는 동네 이름이 아닌 렌드마크 중심으로 나온다. 서울역사박물관이 어딘지 모른다면 <경교장>이라는 말을 듣고 이곳이 신문로라는 것을 눈치채야 한다. <강북삼성병원> 멘트는 단순한 광고가 아니다. 그 병윈이 바로 이번 정류장 근처에 있다는 것을 함께 암시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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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정차할 역은 홍대입구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 쪽 입니다.

Next stop is Hong-Ik University. The door is on your right.

쏼라쏼라~~

 

한 가지 알 수 없는 게 있는데, 왜 홍대 앞 역은 <홍대입구>고 이대 앞 역은 <이대> 인지 긍금했다.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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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알아둘 게 있다, 서울 시내버스 정류장의 쓰레기통은 투입식이 아니라 진열식이다. 즉 쓰레기통이 별도로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말이다.

 

 

Segregation (무작정 분리) 가 아닌 Integration (일치 속의 조화) 개념을 도입한 거 같은데, 투입식과 진열식의 장단점을 생각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당신이 자녀들을 데리고 대한민국을 여행하고 있다면 의미있는 토론 주제일 수도 있겠다.  

 

sarnia

 



13 Comments
날자보더™ 2011.10.20 10:54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저는 연예인을 좋아하하는 이유가
<날숨이 섹시하다>, <마이크 잡는 왼쪽 엄지손가락이 정말 귀엽다> 등 정말 사소한 것인데
그것으로 인해 그 사람의 모든 것으로 관심 영역을 넓혀가곤 해요.
단지 그 관심이 1년을 넘지 못한다는 게...
sarnia 2011.10.21 02:18  
잘 지내시죠~ 드라마 영화 좋아해도 연예인은 잘 몰라요. 제 경우에 좋은 첫인상은 아무래도 얼굴 표정(미모가 아니라)에서 필을 받는 거 같아요.
K. Sunny 2011.10.20 13:03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의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이선희 씨의 J 에게 입니다. ㅠㅠ
케이토 2011.10.20 23:36  
저두요 저두요 ㅠㅠ 노래를 들으니 마음이 뭉클 ㅠㅠ
sarnia 2011.10.21 02:22  
저두요 저두요 저두요 ㅠㅠ

근데 두 분 말씀 들으면 좀 의외이기도 해요. 제가 아주 어렸을 무렵 나온 노래들 아무리 뒤져봐도 <가장 좋아한다> 거나 <마음 뭉클>한 노래 없던데~~

J 에게, 불후의 명작 맞는가 보네요.
하이파이 2011.10.20 15:32  
무심히 지나는 것들을 잘 찝아주셨네요.
변하지 않는 순수하고 정갈한 모습대로 노래도 그래보여서 좋아합니다.
sarnia 2011.10.21 02:26  
항상 같이 있는 것들이 아니니까, 더 눈에 잘 띌 수 밖에 없는가 봐요. 제게는 태국이나 한국이나 비슷한 느낌과 경험으로 다가오니까요^^

변하지 않는다는 것, 자칫하면 정체로 비추어 질 수도 있는데, 이선희 씨의 모습은 그렇게 보이지 않아서 참 신비롭죠.
쪼꼬양 2011.10.20 17:32  
버스정류장이 저런 꼬락서니가 된 이유는 몇해전 큰 국제적인 행사를 앞두고 쓰레기통이 폭탄테러를 위한 폭탄을 숨길 수 있는 표적이 된다는 이유로 철거를 해 버렸기 때문이랍니다. 근데.. 요즘은 다시 하나씩 생기고 있는 추세입니다. 모든 정류장근처에 쓰레기통이 생기면 저런 진열을 않하게 되겠지요.. 저도 덕분에 공항철도 구경 잘하고 갑니다. '세계에서 가장 더럽고 지저분하고 위험하고 비싸기까지 한 뉴욕의 지하철'이라는 말씀에 완전 공감합니다. 시트콤 프렌즈에 나오는 지하철 이미지를 보고 설마 저렇게 감옥같겠어?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생긴 것을 보고 진짜 깜짝 놀랐거든요. 근데 런던과 파리의 지하철도 만만치않더군요.
sarnia 2011.10.21 02:32  
ㅎㅎ 개인은 똑똑한데 조직만 이루면 바보가 되는 특이한 문화가 낳은 결과였군요.

뉴욕 지하철은 그래도 911 이후에 <안전> 면에서는 많이 나아졌는데, 세월의 흔적이 묻은 지저분함은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거기는 쥐도 아주 크잖아요. 대대적인 리노베이션할 때 되었는데 재정이 저 지경이니 아마 당분간은 지저분한데로 참고 살아야 할 겁니다.
덧니공주 2011.10.21 06:28  
한국 지하철은 정말 예술이긴 합니다. 공항철도 매년 적자가 쌓여간다는.
핸드폰을 열심히 두드리는 전 30대 중반. -_-;;;;
버스 전용차로 만들고 세시간 지각이후, 한국을 잠깐 떠났드랬죠.......
sarnia 2011.10.21 11:18  
약간 불안했던 점이, 버스전용차로 우측에 마련된 좌회전 차선에서 차를 돌리기가 좀...... 서울이라는 도시가 워낙 신호대로 차선대로 차가 움직인다는 보장이 적은 도시라 말이죠.

앞으로 공주님이 다시는 한국을 떠나시는 일이 없게 되기를......
코뿔 2011.10.27 09:53  
서울의 버스를 탓하시다니...
편리함.속도.저렴한 서울버스.
더잘된곳이 어느나라에있지요?
쪼꼬양 2011.12.12 21:11  
저렴함을 뺀 대신 안전함을 넣는다면 일본 버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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