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와 죽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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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와 죽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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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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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묘지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조깅을 할 때도 있고 산책할 때도 있고 비석에 새겨진 비문들을 읽기도 합니다. 해질 녘에 가서 어두워 질 때까지 벤치에 앉아있다 오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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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죽음이란 슬픈 일이 아닌데요. 누구 말마따나 자연의 한 조각......
 
이 나라에서는 장례식장에 아이들을 많이 데리고 갑니다. 자기 가족 장례식이 아니고 남의 장례식에 갈 때도 그래요. 첨엔 좀 의아했는데 지금은 그게 썩 나쁘지는 않은 문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렸을 때부터 <죽음과 사물의 유한성>을 수용하는 훈련을 하는 동시에 삶의 가치와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한다는 건 유익한 일이지요.   
 
보통 사망 3 일이나 5 일 후에 거행되는 장례식 (funeral service)때 보다는 사망 다음 날 저녁 이루어지는 memorial service 때 많은 조문객들이 오는 것 같아요. 고인에 대한 마지막 작별인사도 이 때 합니다.
 
갑작스런 죽음이나 긴 혼수상태에 있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아니고 사망 시기가 대체로 예측되어 있는 경우라면 며칠 전에 친지와 친구들, 그리고 환자가 생전에 꼭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초대됩니다. 그렇다고 단체로 몰려오는 경우는 드물고 보통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개별적인 만남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저도 제가 아는 분 (신장암으로 사망)이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 불러주어 생전 작별인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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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사망예측시간이 임박하면 병원에서 환자 가족들에게 알려 줍니다.
 
Time to say good bye...... 가족들과 마지막 기억을 담는 순간입니다.
 
그 전에 병원에서 hospice로 옮겨지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호스피스 병실은 모두 개인병실인데 아주 안락하고 깔끔합니다. 여기서 환자들은 가족들과 마지막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환자를 돌보고 각종 수발을 드는 일은 가족들이 하는 게 아니라 호스피스 직원들이 합니다. 자원봉사자들도 있는데, 직원들이나 자원봉사자나 마치 천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헌신적인 분들이 많아요.  
 
환자가 사망하면 보통 RN (간호사) 가 사망선고를 합니다. 사망선고를 반드시 의사가 할 필요는 없습니다. 간호사는 옆에서 오열하는 가족들을 위로하기도 하지요. 이 때 보통 하는 말은 <let him-her-go peacefully,. Good bye, Mr. Sarnia……> 정도입니다. 간호사는 환자의 맥을 한참 짚고 있다가 사망선고를 합니다. <아무개 님은 2011 9 3 일 오후 여덟 시 삼십 이 분 운명하셨습니다> 라고요. 드라마 같은 데 보면 환자가 사망하자마자 환자의 얼굴을 시트로 덮는데, 그러지는 않습니다.
 
간호사의 사망선고가 끝나면 호스피스 직원 (보통은 담당 간병인)이 장미꽃 한 송이를 사망자의 침대 위에 놓아줍니다. 사망자가 머물렀던 층의 로비에는 촛불 두 개가 켜집니다.
 
이윽고 funeral service 직원들이 도착해서 운구용 카트를 밀고 나가면 호스피스 직원들과 같은 층에 있던 방문객들, 그리고 다른 환자 가족들이 엘리베이터 앞에 도열해 줍니다.  
 
장례식을 집전하는 사람들은 보통 clergy (성직자)들인데, 대체로 좋은 말들을 합니다. 보통은 사망자의 삶의 기억과 흔적들 가운데 의미 있는 사건들을 소재 삼아 교훈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 편 입니다. 따라서 착하게 열심히 산 것과 거리가 먼 사망자들은 <고별사>를 준비하는 장례식 집전자들을 아주 애먹이는 수가 있습니다.
 
고인이 지금쯤 천국에 가 있을 거라느니, 나중에 요단강 건너서 다시 만날 거라느니 하는, 자기가 잘 알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책임지지도 못할 말을 하는 장례식 집전자는 별로 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영생>이나 <천국>같은 말들은 인간이 언어능력과 사물에 대한 개념화 능력을 가지면서부터 생겨난 일종의 <파생사고>잔재들 인데요. 좋은 종교란 언어능력과 개념화 능력에서 비롯된 부작용의 일종인 <파생사고>를 치료해 주고 유한성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는 기능을 수행해야지, 거꾸로 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하여 한 밑천 잡아보려 해서는 안 되겠지요^^      
 
근데,
 
sarnia 가 언젠가 죽을 때가 되면……. 누구를 가장 먼저 만나고 싶을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제가 가장 마음의 상처를 많이 입혔거나 피해를 주었던 사람들이 아닐까요?  , Say good bye 하기 전에 화해하고 싶은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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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런 건 나중에 차차 생각해 보기로 하고 지금은 일단 배가 고프니까 <웨스트 에드먼튼 몰>로 달려가 오리고기 덮밥을 먹어야겠습니다.
 
오리고기 덮밥을 먹은 뒤에는, 맥 카페에서 원크림 원슈가 로스티드 커피 뽑아 들고 챕터스 서점에 가서 그 서점 안에 있는 별다방 소파에 죽치고 앉아 코리아 론리 플래닛이나 더 읽어야겠어요 
 
아무래도 저에겐 죽을 때 걱정보다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여행 준비가 더 급한 것 같거든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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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Comments
kairtech 2011.09.04 15:01  
Sarnia 님의 글을읽다보면 직업이 전문여행기고가 인가 싶기도하고
해밝은 지식으로 글을쓰는걸보면 전문 시사기고가 인가싶기도하고
진짜 궁금애서 여쭤봅니다
본업이. 무엇이진지요?
sarnia 2011.09.04 15:29  
본업이란 말은...... 가장 돈이 많이 생기는 데 말 인가요?

그냥 평범한 사무직 노동자입니다.
manacau 2011.09.04 15:32  
includes coverage of north korea.
sarnia 2011.09.04 15:36  
good eyes^^ i even did not nitice.
jjjay 2011.09.05 02:19  
이번에 태국은 안오시나요?  저는 이미 건너와 있답니다..ㅎㅎ
sarnia 2011.09.05 04:59  
필리핀 세부 갑니다. NY에서 출발하셨으면 인천에서 환승하셨나요? 환승구역 시설이 아주 잘 되어있어 굳이 라운지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jjjay 2011.09.05 11:21  
이궁..이번 여행에 태국에서 뵈올수있나 기대했었는데요...ㅎㅎ
저는 서울에서 좀쉬다가 ..20일날 왔답니다...
더구나, 어디든 환승할때는 거의 신문지 덮고 자는 수준이라...에구..도움이 안되네용...
sarnia 2011.09.05 11:46  
근데 5 년 동안이나 잘 사용했던 티머니 카드 (한국 교통카드)가 없어졌어요. 거기 충전액 꽤 많이 남아있을텐데

요정인형 2011.09.05 02:23  
하늘..하늘이 너무 이뻐요.
사진이 너무 깨끗해 눈이 부셔요.
sarnia 2011.09.05 05:02  
도이수텝에서 바라보는 치앙마이 하늘도 예쁘잖아요^^ 특히 비 온 뒤에......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도시였는데 그 곳에 사시는 요정인형님이 부럽네요~
케이토 2011.09.05 10:47  
저 깐짜나부리 유엔군 묘지 가서 비문 읽다가 대성통곡을 했답니다 - _-;;;;;;;
마음이 착 가라앉다 못해 너무 감정이입 심하게 해서...그래서 머무는 동안 일부러
그 길말고 다른 길로 돌아서 다니곤 했어요...sarnia님 사진 보니 다시 울컥하네요 ㅠㅠ
sarnia 2011.09.05 11:40  
대성통곡을…… 착한 케이토 님 -_-

Burma Railway (또는 Death Railway) 에 대한 자료들을 읽으면서 데이비드 린이 영화를 너무 낭만적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었어요. <콰이강의 다리> 이야기입니다. 짧은 기간 동안 포로 6 만 1 천 명 중 1 만 6 천 여명이 죽었다는 것만 봐도 일본군이 이들에게 얼마나 잔혹한 대우를 했는지 알 수 있지요. 영화에서처럼 포로들이 휘파람 행진곡을 부르면서 수용소에 도착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사실 일본이나 연합군이나 동남아와 인도 지역의 에너지자원과 목재를 확보하기 위해 남의 땅에 몰려가 서로 맞붙어 죽고 죽인 것인데 문제는…… 나이 어린 병사들이 대량으로 참혹한 죽음을 당해야 했다는 것, 그리고 더 슬픈 일은…… 이 죽음의 철도공사현장에서 연합군 숫자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많은 무고하고 불쌍한 동남아 주민들이 죽어야 했다는 것 입니다. 여성과 어린이들을 포함해 강제동원된 인원 중 25 만 명 중 9 만 명이 죽었습니다. 어쨌든 연합군 사망자들은 전쟁이 끝난 후 그들의 묘비라도 서고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라도 있지만 남의 전쟁터에 끌려 나와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이 9 만 명에 달하는 동남아 주민들의 넋은……

ㅎㅎ 칸차나부리 말씀하시니 저도 좀 울컥한 느낌들이 떠 올라서 이야기가 딴 데로 갔네요. 미안해요. 

그나저나 미얀마 이야기는 언제 들려 주실 건가요? ^^
덧니공주 2011.09.05 12:29  
독립기념관 갔다가, 막 울어서, 선생님도,친구들도 왜그러냐고,막물으셨었는데.저랑 비슷하신가봐요.ㅎㅎ
저두,다음 태국을 기약하며....책만벌써6권,태사랑눈팅만,몇년...ㅋㅋ
sarnia 2011.09.06 11:59  
저요? 아~ 케이토 님 말씀이시군요?

공주님 몸이 나으셔서 다행이예요^^
세븐 2011.09.05 17:13  
가끔씩 애간장을 녹이시는군요..ㅠㅠ
sarnia 2011.09.06 12:00  
제 글이 슬픈 것 같아요. 세븐님도 그러시니, 흑흑
빅토스 2011.09.05 20:28  
오래전 런던에서 까마귀 놀던 공동묘지가 그리 을시년스러웠는데 윗 글을 보니 성찰하기 좋겠다는 생각이듭니다. 저 노란집은 짤츠부르크 모차르트 집처럼 생겼네요. 언제가 다시 비엔나 갈 기회가 생긴다면 베토벤의 산책로를 걸어 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sarnia 2011.09.06 12:04  
모짜르트 집이 저렇게 생겼군요. 저건 집같이 생겼지만 실은 웨스트에드먼튼 몰 실내디자인이예요^^. 참, 본 트랩 패밀리 (사운드 오브 뮤직) 집이 그 근처에 있나요?
빅토스 2011.09.06 13:31  
네. 도레미송의 정원, 청록색 중세성곽도 가깝게 있습니다. 도시가 작아서 한나절보고 바로 뮌헨 이나 비엔나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나마스테지 2011.09.06 03:21  
정말 가셔야 할 때, 미리
대민방에 작별인사를 하시면 대민방 지인들 죄다  작별인사 쯤은 댓글로 하지 않을까요?

(어딘지는 몰것지만) 잘가라, (긴글 못읽게 되어)섭섭하다, (긴글 안읽어도 되니)시원하다....등등..... zzzzzz
sarnia 2011.09.06 12:05  
작별인사를 한 두 번 했나요? 이틀 여행가면서도 작별인사 했잖아요. 양치기 소년처럼 되어버려서 이젠 아무도 읽지 않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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