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의 노래하는 버스 차장을 아시나요?
10여년 전... 카오산에서 버스를 타고 씨암을 가는 중이었다...
점심 때가 살짝 지난 시간이어서 승객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서 있는 승객은 없고 군데군데 빈자리가 있는 정도였다...
10여 분쯤 가다가 방콕의 지독한 트래픽 잼에 걸리고 말았다...
버스는 느릿느릿 가다 서다를 반복했고
대부분의 승객들은 무료함을 달래려고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버스 차장, 남자였다, 이 중앙으로 나서더니
태국어로 뭐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버스가 정체되어 대단히 죄송합니다. 이 구간만 지나면 뚫릴테니 조금만 참아주세요."
뭐 이런 내용의 안냇말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 남자 버스 차장... 갑자기 노래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태국의 시골 완행 버스를 타면 자주 나오는 태국 뽕짝 가락을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부르는 것이었다...
프로급은 아니었지만 아마추어치고는 잘하는 노래였다...
그닥 귀에 거슬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연이어 2곡 정도를 부르고나자 버스가 다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차장은 본연의 임무로 복귀했다...
승객들도 아무일 없었던 듯 창밖을 내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년의 세월이 흘렀다...
2013년 8월... 카오산에서 씨암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이번에는 승객이 꽤 많아서 서서 가야 했다...
얼마쯤 가자 의례 길이 막히고 버스는 서행을 시작했다...
그러자 어디선가 낮고 묵직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10여 년 전의 그 차장이었다!
그는 여전히 막히는 버스의 지루한 승객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가사집까지 보면서 열심히...
방콕에서 79번 버스를 타면 혹시 차장이 이렇게 생기지 않았는지 잘 살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