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마니아를 위한 영화 <5일의 마중>
디지털은 최첨단 과학문명을 상징하고
아날로그는 복고풍의 문화를 상징한다고들 말한다...
어떤 이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세대를 구별하는 잣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디지털을 좋아하면 신세대이고,
아날로그를 좋아하면 구세대이다... 이런 식으로...
이것은 잘못된 판단 기준이다...
요즘 나이 든 사람들 중에서도 얼리 어답터가 얼마나 많으며,
홍대와 연남동에서는 젊은이들이 재래식 시장문화를 주도하고 있지 않은가...
아날로그냐 디지털이냐 하는 것은 개인별 취향의 기준으로 삼아야지,
이것을 개인의 수준이나 나이의 척도로 삼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암튼, 아날로그 취향인 분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씰데없이 서론이 길어졌다... ^^;;;
<5일의 마중>은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영화감독 장예모가 만든 영화로,
역쉬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배우 공리가 극강의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에 반동분자로 찍힌 대학교수 루옌스는
사랑하는 아내와 강제로 헤어져 변방의 노역장으로 보내진다...
20년의 세월이 흘러 문화대혁명이 끝나자 루옌스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사고로 뇌를 다친 아내 펑완위는 남편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녀의 기억은 20년 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폭삭 늙어버린 남편을 몰라보는 것이다...
펑완위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 루옌스는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국가라는, 그리고 이데올로기라는 거대한 수레바퀴에 치여서
갈갈이 찢긴 한 가족의 비극사를 장예모는 담담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배우가 많이 등장하지도 않고 세트가 화려하지도 않고 격정적인 장면이 나오지도 않는다...
대가답게 시종일관 차분하고도 나지막한 톤으로 영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때문에 속도 빠르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디지털 마니아들은 약간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날로그 마니아들은 순식간에 이 영화에 빠져든다...
그리고... 평생 흘릴 눈물을 다 흘렸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한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 영화를 보고나서
1시간 동안 울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스타워즈>를 만든 스필버그는 디지털 마니아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