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당일치기 여행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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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당일치기 여행 3부

필리핀 10 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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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0

조랑말과도 인사를 나눕니다. 제주도를 삼다도三多島라고도 하지요. 돌, 바람, 여자?가 많다고.

여기에서 하나를 빼고 대신 조랑말을 넣는 사람도 있더군요.

요즘은 중국인과 게스트하우스와 무엇 한 가지를 더해서 삼다도라고 한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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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 지붕이 아직 남아 있네요. 바람에 날아가지 말라고 꽁꽁 묶어놓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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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

삼양검은모래해변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반 정도 온 셈이네요.

여기까지 3시간 걸렸으니 앞으로 2시간 안에 마쳐야 합니다. 마음이 급합니다.

그러나... 그러나... 배가 너무나 고픕니다. ㅠㅠ

앗! 골목 모퉁이에 구멍가게가 있는데 식사도 된다고 적혀 있네요. 

한 무리의 올레꾼들이 물회에 막걸리 한사발을 들이키고 있습니다.

음... 격렬하게 물회와 막걸리가 땡깁니다. 그러나 양이 너무 많아서 포기합니다. ㅠㅠ

대신 국수 한 그릇을 주문합니다. 너무 배가 고파서 허겁지겁 먹느라 사진은 못 찍었네요. ^^;;;

저번과 이번에 올렛길을 걸으면서 느낀 것은 도중에 식사할 데가 마땅찮다는 것입니다.

세련되게 꾸며진 카페는 곳곳에 있습니다. 그런 카페는 내가 사는 서울 홍대에도 너무 많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제주 음식을 먹고 싶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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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0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다시 걸음을 재촉합니다. 검은모래해변을 벗어나자 차도와 나란히 걷는 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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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돌담이 정겨운 제주의 밭과 짓푸른 제주의 바다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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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차도를 따라 걷다가 밭 사이로 난 길로 접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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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길이 맞닿은 지점에 작은 비석 하나가 있고 그 아래 갯바위에는 낚시꾼이 보입니다.

저런 비석은 오래 전 뭍에서 귀양 온 유명인이 처음 도착한 장소를 표시한 것이더군요.

오오! 그런데... 그런데... 주변 경관이 장관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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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이리저리 쓸리면서 마치 군무를 추고 있는 듯한 억새밭 위로 초가을 햇살이 쏟아져 내립니다.

그리하여 억새들은 황금깃털을 뽐내는 천상의 무희들 같습니다. 그 모습이 숨막히도록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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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정자가 있고 그 사이로 수줍은 처녀 같은 오솔길이 이어져 있네요.

세상의 끝간 곳을 막아선 작은 집, 바다 깊은 곳에서 불어와 머릿속을 헹구며 지나가는 바람,

그리고 그 주변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황금빛 억새의 물결... 

지금 이대로 시간이 정지해버렸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모든 게 완벽한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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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가시거들랑, 올렛길은 걷지 않더라도 닭머르에는 꼭 가보세요. 억새가 흐드러진 초가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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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

이제 종착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더욱 열심히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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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를 걷는 길이 또 나옵니다. 어디에서 이런 아름다운 길을 또 만날 수 있을까요?

너무 좋은 것인데도 너무 가까이 있어서 좋은줄 모르는 경우가 참 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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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0

정말 종착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몸은 무쇳덩어리처럼 무겁지만 마음은 깃털처럼 가볍습니다.

아무리 소박한 것이라고 해도 무언가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는 것은 참으로 보람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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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

드디어 종착점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딱 그 시간에 도착해서 더욱 기뻤어요! ^^

이곳은 18코스의 종착점이자 19코스의 시작점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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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인증 스탬프를 찍을 수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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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만세동산은 일제 강점기 때 제주도에서 벌어졌던 항일운동을 기리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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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동산 정문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10번 버스를 타고 동문로타리로 간 다음, 공항 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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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10~15분마다 1대 꼴로 자주 있는 편입니다.

만세공원 주변은 별다른 게 없으므로 동문로타리로 가서 저녁식사를 한 다음 공항으로 가기로 합니다.

5분쯤 지나자 10번 버스가 왔는데 하교시간이라서 학생들로 만원입니다. ^^

 

17:30

만세공원에서 동문로타리까지는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동문로타리 근처에 동문시장이 있네요. 깔끔하게 단장된 재래식 시장입니다.

재래식 시장에서는 먹을거리 좌판을 빼놓을 수 없죠. ^^

잔뜩 기대를 하고 들어가봅니다. 그러나... 그러나... 동문시장에는 먹을거리 좌판이 없습니다. ㅠㅠ

관광객들 상대로 과일이나 횟감과 건어물을 파는 가게만 많습니다.

어딘가에 숨어 있는데 내가 못 찾았을 수도 있겠죠.

30여 분을 헤맨 끝에 별다른 성과없이 동문시장을 나옵니다.

시장 주변에도 변변한 식당이 없습니다. 김밥집이랑 떡볶이 좌판만 있네요. ㅠㅠ

 

18:00

동문시장에서 저녁식사 하는 걸 포기하고 공항으로 가기로 합니다.

아침에 김포공항에서 겪었던 그 난리를 생각하니 조금이라도 빨리 공항에 도착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18:10

500번 버스를 탑니다. 퇴근시간이라서 버스 안이 사람들로 가득 하고 도로도 무척 붐비네요.

 

18:20

제주공항에 도착합니다. 역시 이곳에도 체크인 기계가 여러 대 있네요.

30초만에 탑승 수속을 마칩니다. ^^

탑승 마감은 19시 50분. 아직 1시간30분이나 여유가 있습니다.

아까부터 목이 칼칼해서 시원한 맥주 한잔을 들이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주공항에는 식당만 있고 맥주 한잔할만한 카페는 없네요. ㅠㅠ

할 수 없이 공항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하나 사서 벤취에 앉아 홀짝입니다. ^^

알싸한 느낌의 맥주가 식도를 타고 흘러가 위벽을 적십니다. 그래 이맛이야!

 

18:40

맥주 한 캔을 비우고 식당으로 가봅니다. 서울에 도착하면 밤 9시, 집에 가면 밤 10시일텐데

아무래도 저녁식사는 제주공항에서 해결하고 가야겠습니다.

그런데... 푸트코트에 가서 주문을 하자 음식이 나오는데 15분 정도 걸린답니다. ㅡ,.ㅡ

얼른 포기하고 패스트푸드점으로 가서 햄버거를 먹습니다. 음... 하루 두 끼를 공항에서 때우네요.

이번의 짧은 여행은 모든 게 완벽했는데 제주 음식을 맛보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ㅠㅠ

 

19:10

면세구역으로 들어가니 유독 사람이 많이 몰려서  복잡한 매장이있네요.

무슨 일인가 싶어서 가보니까 담배 매장입니다. 시중에서는 1보루에 45000원인데

여기서는 1보루에 18000원에 파네요. 그래서 사람들이 담배 사려고 아주 난리네요. ^^;;;

 

20:00

올 때와는 달리 갈때는 정시에 비행기가 제주공항을 이륙합니다.

창밖을 내다보니 제주의 불빛들이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문득 오늘 아침 김포공항을 출발하여 다섯 시간 동안 쉬지않고 올레길을 걸은 다음

공항 벤취에 앉아 맥주 한잔을 마시기까지의 과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갑니다.

 

제주는 올 때마다 제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새로운 감동을 안겨주는 신비로운 섬입니다.

긴 휴가를 내기 어려울 때나, 특히 봄가을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는 제주도 만한 곳이 없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주는 여행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조만간 또 제주를 찾을 것입니다! ^^

10 Comments
삼천포 2015.11.03 10:58  
서울둘레길은 자주 걷고있는데,
올레길은 정말정말 아름답네요.
그동안 별로 관심이 없어서 잘 몰랐어요.
당장이라도 배낭을 메고 떠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네요.

필리핀님 덕분에 저도 오랜만에 제주도 여행 했네요.
감사합니다^^
필리핀 2015.11.03 11:18  
오호! 서울 둘레길... 저도 종종 걷고 있는데...
언제 만나서 같이 함 걸어요~ ^^
저는 은평구 구간을 자주 걷는답니다... ㅎㅎ

올레길... 제가 걸어본 길 중에서는 7코스와 18코스를 추천하구요...
저는 안 걸어보았는데, 현지인들 말로는 12코스도 참 좋다고 하더군요...
올레 홈피에 각 코스별 소개가 나와 있으므로
천포님 취향에 맞는 곳을 골라보세요~ ^^

http://www.jejuolle.org/?mid=40
역류 2015.11.03 11:43  
바람, 바다, 억새...내륙에서는 볼 수 없는 바닷바람이 지휘하는 억새의 군무이군요.
바닷가의 억새밭, 이 땅에 사십년 넘게 살면서 필리핀님 덕에 처음 봐봅니다.
그리고 쫌 부끄럽기도 합니다. ^^
필리핀 2015.11.03 14:28  
앗! 역류님... 제주도를 아직 안 가보셨다니... ㅠㅠ

꼭 가보셔요... 라오스보다 좋은 데도 많아요~ ^^
어랍쇼 2015.11.03 13:46  
역시~ 필핀님 체력이기에 가능한일~!ㅋㅋ
제주도는 딱 한번 가보고 두번다신 가시 싫은곳이였는데..
이계절에 닭머르는 왠지 꼭한번 가보고 싶어지네요..
너무 멋져요~^^b
필리핀 2015.11.03 14:30  
체력이 안 되면 정신력으로! ㅎㅎ

왜... 제주도를... 거기서... 실연당하셨나요? ㅠㅠ

닭머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좋은 곳입니다... ^^;;;
jindalrea 2015.11.04 12:20  
저.. 12월표 끊으려고요.. 꿀꺽..

그나저나 이케 친절한 여행기 오랜만인 듯요~~^^
필리핀 2015.11.04 13:16  
웬 꿀꺽? 떡 먹다가 체했어요? ^^;;;

달래님 여행기도 기대할께요~ ㅎㅎ
salts 2015.11.04 13:18  
사진으로 담아주신 제주도의 풍광에 와우~ 소리가 저절로 나네요
올려주신 글에 감사히 머물다 갑니다
고맙습니다
필리핀 2015.11.04 13:43  
다음에는 제주도도 가보셔요~

태국 못지않게 좋은 곳 많아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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