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당일치기 여행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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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당일치기 여행 1부

필리핀 4 1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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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WILD를 보았다. 충동적으로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졌다. 

제주도 행 항공권을 예약했다.

마음 같아서는 태국으로 가고 싶었지만, 시간을 오래 빼기가 마땅찮았다. ㅠㅠ



와일드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빠는 걸핏하면 엄마를 때렸고 그때마다 그녀는 어린 남동생과 함께 공포에 떨어야 했다.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내다가 마침내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찰라, 

인생의 유일한 등불이었던 엄마가 불치병으로 45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만다.

좋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까지 한 상태였지만, 엄마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 때문에

그녀는 아무 남자하고 잠자리를 갖고 마약도 흡입하는 등 스스로의 삶을 파괴해간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에게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어야겠다고 깨달은 그녀는

PACIFIC CREST TRAIL(PCT)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고 배낭을 꾸려서 길을 떠난다. 


PCT는 미국 서부의 최남단 멕시코 국경부터 미국 서부의 최북단 캐나다 국경까지

장장 4,285킬로미터에 이르는 도보여행구간을 지칭한다.

황량한 사막과 거친 등산로와 눈 덮인 고산지대에 이르기까지 아홉 개의 산맥과 사막, 

광활한 평원과 화산지대 등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온갖 자연환경을 극복해야 하는 PCT는

종주하는데 평균 152일이 걸리는 극한의 도보여행코스로 '악마의 코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번 들어가면 도중에 돌아나오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폭설이나 산불 등 뜻하지 않은 재해로

수개월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도에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숱한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 PCT는 육체적 고통과 함께 절대 고독과도 싸워야 하기 때문에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도전하지만 불과 125명 정도만이 완주에 성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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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의 어느 여름날, 나는 배낭을 꾸려서 무전여행을 떠났다.

서울에서 비둘기호 야간열차를 타고 목포에 도착한 다음 배로 갈아타고 홍도를 갔다.

그곳에서 만난 벙어리 형제와 함께 목포로 나와서 여수에서 다시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갔다.

그것이 나의 첫 제주도 방문이었다. 그때 나는 한라산을 등반했고 백록담까지 올랐다.

그 이후 나는 셀 수 없을 만큼, 하지만 태국보다는 적게^^ 제주도를 방문했다. 

어떨 때는 한라산을 오르기도 했고, 어떤 때는 자전거 일주를 하기도 했고,

올레길을 순례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기록을 태사랑에 남겼다.

 

제주도 자전거 일주 여행기 1편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67609&sca=&sfl=mb_id%2C1&stx=bazulla&spt=-15057&page=3

 

제주도 자전거 일주 여행기 2편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67633&sca=&sfl=mb_id%2C1&stx=bazulla&spt=-15057&page=3

 

제주도 자전거 일주 여행기 3편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67703&sca=&sfl=mb_id%2C1&stx=bazulla&spt=-15057&page=3

 

제주도 자전거 일주 여행기 4편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67711&sca=&sfl=mb_id%2C1&stx=bazulla&spt=-15057&page=3

 

제주도 자전거 일주 여행기 5편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67716&sca=&sfl=mb_id%2C1&stx=bazulla&spt=-15057&page=3

 

제주도 자전거 일주 여행기 6편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67721&sca=&sfl=mb_id%2C1&stx=bazulla&spt=-15057&page=3

 

제주도 올레 순례기 1편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73894&sca=&sfl=mb_id%2C1&stx=bazulla&spt=-15057&page=3

 

제주도 올레 순례기 2편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74062&sca=&sfl=mb_id%2C1&stx=bazulla&spt=-15057&pag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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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계획은 오랫만에 한라산을 등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는 분은 알겠지만, 한라산은 입산 제한시간이 있다.

즉, 등산 시작을 마감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그 시간 이후에는 산에 들어갈 수가 없다.

나는 당일치기로 제주도를 다녀올 계획인데, 입산 제한시간에 맞추려면 아침 7시 뱅기를 타야 했다.

그러면 새벽 5시에는 일어나야 하고... 음... 이러다간 여행이 아니라 고행이 될 것 같다. ㅠㅠ

결국 한라산 등반은 포기하고, 자전거는 하룻만에는 일주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제외되고,

올렛길을 한 코스 순례하기로 한다. 올렛길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적당한 코스를 찾아보았다.   

 

나의 올렛길 선택 조건은 첫째, 가능하면 해변을 따라 걷는 길이어야 하고

둘째,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길이어야 하고 셋째, 이왕이면 포장된 길보다는 비포장 길이 많아야 하며

넷째, 가능하면 많은 마을을 지나는 길이어서 현지인들이 삶을 옅볼 수 있어여 한다...였다.

한나절 동안의 검색과 머리 굴림 끝에 마침내 나의 까다로운 조건을 대부분 만족하는 코스를 찾았다.

제주공항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인 동문로터리에서 시작하여 제주항과 사라봉 오름, 화북포구,

삼양검은모래해변, 닭머르 동산, 신촌포구 등을 거쳐 조천만세동산에 이르는 18코스였다!

 

제주 올레 18코스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아래를 꾸욱~ ^^

http://www.jejuolle.org/?mid=40&act=view&cs_no=22

 

여행 일정이 결정되자 항공권부터 변경했다. 오전 7시 김포 출발을 오전 10시로 변경하고,

오후 8시 50분 제주 출발을 오후 8시로 변경했다. 

비상용으로 초콜릿 바 2개와 사과 1알, 선글라스, MP3, 물티슈를 배낭에 넣었다. 

 

D DAY

 

06:00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기상을 했다. 며칠 사이에 해가 많이 짧아졌다. 바깥 세상은 아직 어둠에 잠겨 있다.

커피 물을 올려놓고 컴퓨터를 켠다. 이메일을 검색하고 자주 찾는 사이트를 방문해본다.

음... 내가 잠든 사이에도 세상은 별 탈 없이 돌아가고 있군. ^^

 

07:00

샤워를 하고 옷장을 뒤져 입고 갈 옷을 고른다. 며칠 사이에 날씨가 꽤 추워지긴 했지만,

아무래도 제주도는 서울보다는 따뜻할테고 게다가 걷기를 시작하면 몸이 더워질 것이다.

얇은 티셔츠에 바람막이 점퍼, 그리고 등산용 바지를 입는다. 비상용으로 양말 1켤레를 더 챙긴다.

신발은 캠프라인 등산화... 십수년째 내가 애용하고 있는 등산화이다.

그동안 밑창이 반질반질하게 닳아버린 것만 해도 여러 켤레이다.

 

08:00

집을 나선다. 집앞 수퍼에서 바나나를 살까 망설이다가 관둔다. 제주도에서 사지 모.

(제주도에서는 바나나 파는 곳을 발견하지 못해서 결국 못 샀다. ㅠㅠ) 

 

08:30

집을 나선지 30분만에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역시 공항철도가 빠르고 정확하고 저렴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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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 김포공항에 사람들이 엄청 많다. 그것도 대부분 학생들이다. 알고봤더니 수학여행 가는 거란다.

음... 문득 세월호 사건이 생각났다. 잠시 마음이 숙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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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좌석배정과 탑승권 발급을 해주는 기계가 있다.

ATM기에서 돈 뽑는 것보다도 간단하다. 예약번호만 입력하면 된다. 

내가 타고갈 항공사는 대한항공~ 부칠 짐도 없으므로 30초만에 체크인이 끝났다~ ^^

 

09:00

10시 출발인데 9시 30분부터 탑승이 시작된다고 한다. 아직 시간이 남았으므로 아침식사를 하기로 한다.

나는 아침을 낮 11시쯤 먹는다. 그리고 오후 2~3시쯤 과일이나 찹쌀도너츠 등으로 간식을 하고

오후 6~7시쯤 저녁을 먹는다. 그러면 다음날 아침 먹을 때까지 약 15~16시간 정도의 미니 단식 효과가 있다.

젊은 시절 지나친 음주로 속이 많이 부실해진 분들에게는 나름 효과적인 식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

오늘은 5시간 이상을 걸어야 하므로 아침을 조금 일찍 먹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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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서 체크인을 하고 1층으로 내려가면 푸드코트가 있다.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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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코트 옆에는 패스트푸드점과 한식당과 일식당이 있다.

그런데 한식당 메뉴와 푸드코트 메뉴의 가격이 불과 몇백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푸트코트는 혼잡하고 한식당은 한가했다.

몇백원 더 주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고 싶어서 한식당으로 입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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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순두부탕을 시켰다. 따뜻하고 깔끔했지만, 내 입에는 달았다. 설탕을 사랑하는 백종원의 영향일까?

언제부터인지 식당에서 파는 대부분의 음식에서 재료의 맛보다 조미료의 맛이 더 강해졌다.

잘 차려진 밥상 대신 캡슐 몇 알로 식사를 대신 해도 불만이 없는 날이 가까워질 징조일까? 

 

09:30

밥을 다 먹고 3층으로 갔더니, 오 아이 갓! 비행기를 타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 어머어마하다.

언제 이 줄이 다 끝날까? 출발 5분 전에 탑승을 마감한다는데... 이제 20여 분밖에 안 남았는데...

이러다가 비행기 못 타는 거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쓰다보니 대책없이 길어졌네요. ㅠㅠ 못다한 이야기는 2부에서... ^^;;;)

4 Comments
참새하루 2015.11.02 11:41  
필리핀님께서는 정말 원조 제주 매니아십니다

언젠가 제주 자전거 여행기를 읽은기억이 나는데
그게 수많은 일주여행기 중에 하나였군요

저는 92? 91년도 정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방문했는데
그때만 해도 어마 어마한 바가지 요금에 쇼크먹기도 했고
천지연폭포의 조그만 사이즈에 실망도 하고
가을 억새풀이 물결치던 한라산의 풍광에 감탄도 하고
풍물이나 말투 이런게 다 생경해서  제주도가 우리나라 맞나? 하면서
신기해 했던 기억도 나네요

당일치기 제주도를 계획하신것 자체가
필리핀님 다우신데요
비행기 놓치지는 않았겠지요?
2편이 궁금한데요
필리핀 2015.11.02 18:51  
오호! 91년~92년이면... 거의 25년 전인데...

지금은 많이 변했어요... 그 변화의 간극을 느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입니다~ ㅎㅎ
블루망고0 2015.11.09 09:20  
제주도를 당일치기로 간다 음 정신없이 다니셨겟네요
필리핀 2015.11.09 09:26  
ㅎㅎ 생각만큼 정신없지 않았어요...

서울에서 인천 앞바다 보러 가도 2시간은 걸리는데

제주도는 뱅기 타고 가니까 훨 가깝더라구요...

게다가 차도 적고 사람도 적고 공기도 맑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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