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카이 아일랜드로 가는 길...
세계 3대 해변으로 알려진 필리핀 보라카이는
한때 내가 수개월씩 머물던 곳이다...
당시만 해도 보라카이에는 지금처럼 한국 여행자들이 많지 않았고
해변에서 10여 분만 헤엄쳐 가면
바다가재와 전복을 심심치 만나는 수중 환경을 간직하고 있었다...
아침마다 물안경 쓰고 바다로 뛰어 들어가
30분 정도만 물질을 하면
전복 2~3마리쯤은 쉽게 건져 올리곤 했다...
당시 보라카이 유일의 유러피안 제과점이었던
잉글리쉬 베이커리에서 토스트나 과일 샐러드로 아침식사를 하고
숙소 발코니 흔들의자에 앉아 독서를 하거나 낮잠을 자거나
옆방 투숙객들과 잡담을 하다가 점심 먹을 때가 되면
아침에 수확한 전복을 챙겨들고
단골 식당인 상하이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특이하게도 안경 쓴 할머니가 주방장이었던 상하이는
수많은 메뉴와 아주 느릿느릿 요리를 하기로 유명했지만
뛰어난 맛과 저렴한 가격 때문에 보라카이 죽돌이들의 아지트였다...
주문을 하고 요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 무렵 최고 인기였던 술루 바 MC로 육지에서 스카웃되어 온
3명의 바클라(동의어 꺼터이)와 농담 따먹기를 하거나,
중학생이었던 상하이 레스토랑 주인의 조카에게
아침에 딴 전복을 주면 얼른 주방으로 가서 숯불에 구워오곤 했다...
그럼 예쁜이(나만의 애칭^^)와 함께 하나씩 나누어먹고 했지...
해가 지고 별이 반짝이기 시작하면
바줄라 비치콤보 코코망가스 썸머 플레이스...
지금은 사라졌거나 혹은 아직도 성황을 누리고 있는
인기 절정의 클럽들을 새벽까지 순회하곤 했다...
보라카이 클럽의 특징은
야자나무에 울긋불긋한 조명 몇 개 걸어놓고
모래밭에 시멘트로 적당히 스테이지를 만들어놓으면 끝이었다... ^^;;;
에어컨 없는 야외다보니 춤을 추다보면 더워지는 건 당근...
결국 맥주를 무지 마시게 된다는 말씀! ㅋㅋ
그 무렵, 나의 꼬드김으로
몇 무리의 한인 여행자들이 보라카이를 다녀갔는데
하나같이 화이트 비치의 아름다운 모래와 황홀한 석양에 감탄했다...
(보라카이 메인 해변은 서쪽으로 향해 있어서
매일 100만불짜리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암튼 그렇게 숱한 추억과 사연을 남겨두고 보라카이를 떠난 뒤
수년마다 한 번씩 잊을 만하면 보라카이를 다녀 오곤 했는데
마지막 방문이 언제였는지 감감할 정도로 세월이 지나버렸다...
그런데... 그런데... 이번 설날 무렵
와이프가 일본으로 출장을 간다는 게 아닌가!
이때다 싶어 독수공방은 싫다는 핑계로
낼름 보라카이 항공권을 예약해버렸다~ ^^*
2015년 1월 현재,
한국에서 보라카이로 가는 방법은 크게 2가지이다...
1)은 에어 아샤나 필리핀 에어나 세부 퍼시픽을 타고 칼리보로 가는 것이고
2)는 먼저 마닐라로 간 뒤에 국내선을 타고 카티클란으로 가는 것이다...
(한국에서 마닐라 가는 항공사는 많으므로 소개 생략!)
1)의 경우 칼리보에서 보라카이로 가는 항구인 카티클란까지는
버스로 2시간여를 더 가야 한다...
카티클란에서 보라카이는 배로 10분이면 간다...
한국에서 오후 5시 경 출발하는 에어 아샤를 타면
8시에 칼리보 도착, 자정 무렵 보라카이에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올 때도 보라카이에서 새벽에 나서야 하는 등
비행 스케줄이 쪼께 깝깝한 게 흠이다... ^^;;;
2)는 갈 때나 올 때 1번은 마닐라에서 1박을 해야 하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하지만 1)보다 요금이 몇 만원 저렴하고
비행 스케줄이 여유가 있어서 좋다...
2월 중순 출발을 기준으로
1)은 왕복 45만원 선인데
2)는 인천-마닐라 왕복 19만원(에어 아샤)
마닐라-카티클란 왕복 21만원(세부 퍼시픽) 선이다...
결국 2)가 뱅기를 2번이나 더 탐에도 불구하고
약 5만원 정도 저렴한 것이다... ㅎㅎ
(게다가 국제선보다 국내선이 더 비싼 건 뭥미??? ㅋ~)
나는 당근 2)로 항공권을 발매했으며,
그리운 보라카이 땅을 다시 밟을 날만 학수고대하고 있다...
여행사진첩을 뒤적여보니 마지막으로 보라카이를 방문했던 게
2007년 5월이었다... 아... 세월이여...
이제 며칠 후면 요로코롬 멋진 해변에서...
오로코롬 편한 자세로 널부러져 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