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뻑뻑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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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뻑뻑피며

이열리 4 416
간만에 폰트 설정하려니;; 이게 전각인지 반각인지 알수가 업쌰;;

 

 

내일 모레 글피 나흘이면 나도 불혹인데

여느 일드에 나오는 부모님 처럼 코딱지 만한 역전 앞에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교짱을 만났다.

나는 교짱이 살짝 부담스러운 부분이 좀 있다.

나를 대하는 태도라고 해야하나.....귀한 대접을 받는 사람은 밖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생각인지

고기를 구워도, 찌개를 덜어도 손하나 까딱하게 하지 않는다.

산책을 하며 저건 뭘까 물으면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잡고 물어보고 말미엔 꼭 한마디 해준다.

한국사람이에요. 내지는 한국에서 왔다고..

그러면서 무슨 나를 대단한 사람인냥 자랑스럽게 설명한다;;

그렇다......아무리 일본이라지만 고치는 촌구석이고 외국인이 상당히 드문 곳이다.

이런곳에서 모쯔나베집을 운영하는 한국인이 있다는걸 오늘에야 알았지만 말이다.

교짱에게 있어서 나는 65년동안 결혼한번 하지 않고 얻은 아들같은 존재가 맞을 것이다..

 

 

위에도 내나이가 어쩌느니 말했지만

한시간을 기다려 70년된 전차를 타고 어디 좀 나가려 하면

어디가느냐 차조심해라 바람 많이 부니까 옷 단디 입고..

뭔가 잔소리가 길어질까봐 후다닥 나가면서 行って来ま~~~す(다녀올께요) 말하면

교짱과 교짱의 어머닌 그게 재밌나봐.

사투리가 아주~ 독특한 곳이라 아직도 미묘한데....

자연스레 사투리 말하곤 못알아 듣는 날보며 재밌어한다. 조만간에 오사카가면 더 멘붕올듯..

태어나 오사카 딱 두번갔는데..경.유.로

저 외국애가 자기네 말로 자기네들만 쓰는 인사를 하는게 신기할수도 있겠지만..

그정도가 마치 3~4살짜리 손주 보듯이니 말이지.

어딘가 밥먹으러 가면 극존칭써가며 겸양어를 듣곤 하지만

요즘도 그런 생각이 든다. 그점원이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고..

매뉴얼대로 읊어대는 로보트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요즘에 와서 느꼈다;; 나역시도 뭔가 버릇이 있다는걸..

남에 집에 들어갈때 お邪魔しま~~~す(실례좀 할께요..)

왠지 '마'를 길게 얘기하니 가볍게 다녀올께용~~~ 실례할께요오오 이런거 같아서 말이지.

 

 

몇개월만에 만나는 교짱은 나를만나서 반가운듯 했지만

왠지 모르게 쓸쓸한 느낌이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올해부터 교짱은 연금을 받는 나이가 되었고,

90이 넘은 어머니는 연로하시고 몸이 불편하게 되었다,

상태가 더 안좋아지니 아무리 케어 서비스가 있다지만 집도 도심과는 멀고

환자가 생활하기에는 다다미가 까린 집이 힘들기에 요양원에 가는 것으로 결정했단다.

재밌는 것은 교짱의 어머니 케이코 여사는 일반 요양원도 아니고

입주 보증금만 2억인..스파며 응급조치가 가능하고 2:1 케어가 가능한 요양원에 간다는 거였다.

그돈은 케이코 여사가 10년간 빠찡코에서 벌어들인것과 그동안의 연금...이란다;;

 

 

그전에 한번 만나고 갔으면 했고

교짱도 나이가 드니 아이가 된다고..그비싼 국제전화를 날마다 걸어와 날마다 잘지내냐 물어왔었다

그래서 나는 현재 이곳에 있게 되었다.

가는김에 짐도 전해주고 여행도 아닌 그냥 캐리어 하나 끌고 장장 12일의 여정으로.

 

 

이쯤되었으면 나는 그냥 가족이고 집에서 밥을 먹으면 되는데..

왜 꼭 외식을 하자고 하시는겐지..

한국사람은 밥먹을때 꼭 국이나 찌개를 먹어야 한다면서 고른게 모쯔나베였다.

예전에 어느 티비에 나와서 스타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맞추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꼬랑내나는 치츠를 아주 맛있게 먹으면서 사람들을 속이거나 하는 거였는데....

가수 보아가 나와서 사회자가 어떻게 한국사람이면서 호르론(곱창)을 못먹어봤냐 사실이냐는 말에

이런말을 한적이 있다.  태어나 한번도 호르몽을 먹어본일이 없다고..

그도 그럴것이 미성년에 일본에 와서 대부분 도시락이며 집에서 만드는 음식을 먹었을테니까..

나도 그랬다....아버지랑 둘이 사는데 삼겹이나 좀 구워먹지 곱창을 어디서 사오며

또 손질도 해야 하는데 울아버지가 그거 할사람도 아니고..

아이러니한건 호르몬 그러면 버리는 부위? 라는 의민데 그걸 먹는다고 핍박하던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맛있다며 먹는다는 것이다..

나도 모쯔나벨 먹지 않는다,,,13만원내고 반찬도 없이 무슨 진국이라고 저런걸 먹는단 말인가;;

한국에서도....먹어본일이,,,곱창전골 이런거.. 없어;;

두분은 내가 아프다는걸 모르기시기에 왜 먹지 않느냐 했고 기차에서 배고파서 초밥좀 먹었더니

소화가 안된다고 말하며 서브만 했었다. 내가 모쯔나벨 먹었다면 아마,,

담즙 없어서 몇시간뒤 변기 부여잡고 설사파티 했을듯..

 

 

집에 가서 나는 식겁했다....

나는 일본에 있을때 집운이 좋았달까,,,,,,,저렴한 가격에 넓게 쓰는 운이 좀 있었다.

어리버리하고 그럴때의 일인데,,,,분명 위치도 좋고 친구집보다 더 넓은데..

가격이 친구집 월세가격의 반... 그래서 낼름 들어갔지...그리고 잘 살구 계약기간 끝나서 이사가서야 알았다,

내가 살았던 단지가 독거노인이 많이살고....어딘가에서 냄세가 난다면,,

시체가 썩어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고,,어쩐지 유난히 경찰차가 오고 엠뷸런스도 자주 온다했다.

그후론 집을 볼때 예민했었다...

정말 넓고 왠걸 옵션으로 세탁기며 냉장고도 대형으로 있길래 넘 맘에 들었는데

창문여니 왠 무덤이 떡하니;;

집세가 이상하다 싶게 싸다면 자살하거나 살인사건내지가 있어서,,,

아니면 나처럼 창문열면 무덤이 있거나 말이지....

그러던 찰나에 어느 다큐를 보니 내가 살던 그 독거노인 아파트가 나왔었다.

일단은 월세가 저렴하니 하나둘 모인거였고 분명 나도 늙어서 요양원이나 양로원에 가지 못하면

비참하게 죽겠지만 나이는 들고 어딘가에서 일을 할수 있는 기력은 없고,,

연금이라곤 나오지만 택도 없는 금액에 연명만 가능하다면 정말 그럴수 있다 싶었다.

편의점 도시락을 사다먹고 날마다 보는 티비는 재미가 없을테고..

집을 치우는 것도 귀찮아질테고...방하나짜리 구석엔 먹은 도시락 쓰레기들 수북하게 모아지고..

결국은 그렇게 영혼을 갉아먹다가 영혼이 사라지면 가는거였다.

 

 

교짱의 집이 그랬다면..아버지랑 고생하며 내부 리뉴얼 해서 그렇게 좋아한다는 집이지만

불을 싸질러 버렸을지도 모른다..목조라 불지르기도 편하구 다다미엔 더 잘붙으니..

쓰레기가 그렇게 한자리를 차지했다면 이미 영혼은 나갔다는 얘기니까..

이미 어머니의 살림 흔적은 없고 여기저기 빨래가 있고 다다미는 아삭거리고..

기력이 없는 것이 아니고 본격적으로 집안살림을 해야하니 멘붕이 온듯 싶었다.

촌구석 역전앞도 아니고 외곽에 2층짜리(위아래30평+30평) 이 거대한 집이 망가져가는걸 보니..

가슴이 아프기보다.....이걸 언제 치우나...

 

 

집이 이게 모야.....어디서 자라는거야~!...하면서 치우는데

내짜증이 웃겼는지 교짱은 멀찌감치 떨어져 웃기만 했다

내가 차를 마시는 사람이면 좀더 깨끗하게 치웠을지 모르지만

일단은 가지고 있는 물티슈로 다다미만 다 치웠다

온집안의 문을 열고 이불 뒤집어쓰고 잔게 좀 힘들었지만,,,에혀,,

나 아무래도 이 섬나라의 섬에 와서 바다구경은 커녕 죽도록 청소해야할거 같은 예감이...
4 Comments
manacau 2014.09.19 23:14  
자세한 내용을 몰라서... 좋은건지 나쁜건지.
하여간 고생 많으십니다.
이열리 2014.09.19 23:21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요...ㅋ
걍..저혼자 청소 잘하구 있어요..
문제는 갑자기 추워지고 태풍온다는게 흠이지만요;
Robbine 2014.09.20 02:06  
본격 외국인 집 청소글 두 번째 네요.
저번에도 외쿡인 집 청소해주신 글 쓰셨었는데.
엄청난 청소대마왕이신줄 알았더니 물티슈로 타협을 보기도 하시는군요!

다짜고짜 교짱이 나와서 첨엔 정체가 궁금했었어요 ㅋ
이열리 2014.09.20 11:03  
ㅋㅋㅋㅋ 제가 자야해서요... 아흠..청손 다 끝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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