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완나품에서 뱅기 놓칠뻔한 썰~^^;;
저는 국제선의 경우, 뱅기시간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도록 스케줄을 짜요.
오랜 여행 경험으로 뱅기시간 2시간 전에만 도착해도 무난하다는 걸 알지만,
촉박하게 일정을 짜면 길이 막히거나 교통사고가 나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 낭패를 보기 마련이에요.
저가항공은 뱅기 놓치면 환불액이 미미해서 뱅기표 날리는 셈이고,
메이저항공사도 변경수수료+항공료 차액을 따지면 금액 부담이 상당하지요.
때문에 1시간 정도 일찍 움직이면 어느 정도 안심이 돼요.
저는 뱅기시간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기 위해서
방콕에 있을 때는 뱅기시간 4시간 전에 공항으로 출발하고
파타야에 있을 때는 뱅기시간 5시간 전에 공항으로 출발해요.
얼마 전 여행 때는 마지막 날 파타야에 있었는데
귀국 뱅기가 밤 11시 30분이라서 7시에 출발하는 389버스를 탔어요.
7시 버스를 타면 4시간 30분 전에 출발하는 것이라서 약간 애매했지만,
6시 버스를 타면 너무 일찍 가는 셈이라서 그렇게 선택했어요.
비수기라서 그런지 버스에는 승객이 절반 정도밖에 없어서 혼자 2좌석을 차지하고 편하게 출발했어요.
파타야를 출발한지 1시간 30분쯤 지났을 무렵,
도로도 별로 막히지 않아서 이제 20여분쯤 지나면 수완나품공항에 도착할 참이었어요.
버스가 갑자기 푸르릉~푸르릉~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도로 가장자리에 스르르 멎는 것이었어요.
그러더니 운전사가 “@#$%&*&%$#@”라고 중얼거리면서 버스에서 내렸어요.
한참을 기다려도 운전사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저를 포함해서 몇몇 성질 급한 승객이 버스에 내려 운전사를 찾아보니 버스 뒷편에서 엔진을 살펴보고 있었어요.
운전사의 표정이 심각해서 뭐라고 물어보지도 못한 채 잠시 지켜보았어요.
이윽고 운전사는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와서 시동을 걸었으나...
버스는 푸르릉~푸르릉~ 소리를 몇 번 내더니 엔진이 꺼지고 말았어요.
운전사가 10여 차례나 다시 시도를 해보았지만 여전히 시동은 걸리지 않았어요.
그러자 운전사는 손전화를 꺼내들더니 어디론가 잔화를 해서 울먹일 듯한 목소리로 뭐라고 뭐라고 했어요.
그리고 잠시 후, 승객들을 향해 “버스 체인지, 뉴 버스 컴!”라고 하는 것이었어요.
순간 버스 안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어요.
저는 재빨리 손목시계를 들여다봤어요. 그때 시각은 8시 40분.
뱅기시간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한다는 제 원칙대로라면 이미 공항에 있을 시간이었어요.
문제는 뉴 버스가 이곳에 언제 도착하느냐는 거였어요.
서양 할배가 “뉴 버스는 언제 오냐?”고 운전사에게 물었어요.
그러자 운전사는 “뛘띠 미닛!”이라고 했어요.
서양 할배는 시계를 들여다보더니 그 정도면 괜찮다는 표정으로 안심하는 눈치였어요.
그러나 저는 오랜 태국여행 경험으로 “뛘띠 미닛”이 20분이 아니라 2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예상대로 운전사가 말했던 “뛘띠 미닛”이 한참이나 지나도 뉴 버스는 오지 않았어요.
몇몇 승객들은 버스 바깥에서 줄담배를 피워대며 초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어요.
얌전히 자리에 앉아 있긴 했지만, 제 속마음도 뱅기 놓칠까봐 똥줄이 타고 있었어요.
시계는 어느새 9시를 넘어서고 있었거든요.
6시 버스를 탈걸 왜 7시 버스를 탔지ㅠㅠ
뱅기 놓치면 다른 뱅기라도 타고 귀국할 수 있을까?
아니면 내일 가야 하나? 추가 비용은 얼마나 들까?
버스 고장 때문에 늦었다는 걸 항공사에 증명하면 구제받을 수 있을까?
그런 증명서는 어디서 받아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는 복잡하고 마음은 점점 초조해졌어요.
시계는 어느새 9시 30분을 지나고 있었어요.
공항 체크인 카운터는 몇 시에 문을 닫지?
뱅기시간 1시간 전이던가, 1시간 30분 전이던가?
1시간 전이면 지금이라도 버스가 와주면 아슬아슬하지만 가능은 한데
1시간 30분전이라면...ㅠㅠ
제 속마음이 돌솥밥 바닥처럼 새까맣게 변했을 무렵, 마침내 뉴 버스가 도착했어요.
구조선을 만난 난민들처럼 승객들은 우르르 몰려가서 앞 다투어 버스에 탔어요.
그때 시각은 9시 40분...운전사가 뉴 버스를 보내달라는 연락을 한지 1시간이나 지난 뒤였어요.
승객들의 초조한 마음을 아는지 운전사는 빠른 속도로 버스를 몰기 시작했어요.
날렵하게 생긴 승용차들을 휙휙 추월하면서 달려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속력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 덩치가 있는지라 버스는 10시가 넘어서야 수완나품공항에 도착했어요.
버스가 멎자 저는 재빨리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가 짐을 부리나케 찾아서 체크인 카운터로 달려갔어요.
빛의 속도로 체크인 카운터에 도착한 저는 여권을 내밀면서 카운터 직원에게 물었어요.
“체크인 카운터는 뱅기시간 몇 분 전에 닫나요?”
“1시간 전입니다.”
오오! 그 말은 지금까지 제가 태국을 여행하면서 들은 가장 기쁜 말이었어요.
제가 체크인카운터에 도착한 시간은 뱅기시간 1시간20분 전이었거든요!!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 바람에 한참이나 마음을 졸여야 했지만,
결국 저는 무사히 뱅기를 타고 잘 귀국했답니다~ㅎ
이 글 읽는 분들께서는 여유 있게 준비해서 낭패 보거나 마음 졸이는 일 없으시길 바랍니다!!
그럼, 다들 즐건 여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