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보면 묘하게 기분나빠질 수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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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보면 묘하게 기분나빠질 수 있는 영화

sarnia 9 762

2001 년 개봉한 영화 Pearl Harbor 의 장면들이다. 

영화 미드웨이는 제국일본해군의 진주만 공격을 서막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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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제 금요일 저녁, 

영화를 보러 다시 극장에 행차했다.  

 

미드웨이

 

지난 주 금요일 북미 전역에서 일제히 개봉했다. 

한국에서는 내년 1 월에 개봉한다고 한다

 

전투장면묘사와 스케일을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보통 수준이다. 

이 부문에서라면 2001 년 개봉한 Pearl Harbor 에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태평양전쟁을 보는 관점은 '미드웨이'가 좀 더 객관적이다. 

당시 미국이, 자기들보다 우수한 항공모함 전단과 함재기 편대를 보유하고 있던 세계 최강의 제국일본해군전력에 맞서 싸우는 것을 힘겹게 여겼다는 사실을 비교적 솔직하게 묘사하고 있다.    

미쓰비시 A6M 제로 라는 모델명의 함재기들은 상승속도, 기동력, 항속거리 등, 방호력을 제외한 성능의 모든 면에서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 함재기들을 압도했다. 


BGM 으로 올린 동영상 장면이 보여주듯 제로센 함재기들이 가진 저속 선회능력의 우수함은 폭격의 명중률을 높여줬다. 

이에 비해 미국 태평양 함대는 항모의 규모는 물론, 공군력에 있어서도 열세였다. 

중량이 무거운 함재기들은 항모에서 이착륙하다 바다에 빠지거나 함상 활주로 엉뚱한 곳에 처박히기 일쑤였다.  

미국 해군이 문제를 개선할 때까지, 전쟁 초반 태평양 제해권은 일본이 장악하고 있었다.  

 

진주만을 선제공격당해 태평양함대의 절반을 파괴당한 미국이, 

그로부터 6 개월 후 미드웨이 해전을 어떤 노력을 통해 승리로 이끌어 태평양 전쟁의 전세를 역전시키는 교두보를 마련했는가가 이 영화의 줄거리다. 

스포일러라고 할 것도 없는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플롯에 담고 있다. 

 

주의를 요하는 사항이 있다. 

이 영화가 한국 본토에 상륙하기를 기다리는 분들 중 대다수가 이런 댓글을 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쪽xx들이 박살 나는 꼴이 보고 싶어 이 영화를 기다린다"

 

만일 당신이 일본이 박살나는 꼴을 보고 시원해지고 싶다면, 

이 영화는 안 보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는 것이 내 솔직한 생각이다. 

 

이 영화에 일본이 박살나는 꼴은 별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 초반에 진주만에서 미국이 박살나는 꼴이 더 많이 나온다. 

 

이 영화는 전쟁승패를 이야기하며 정의가 승리할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고 손뼉을 치라고 관객을 유도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미국과 일본, 이 두 제국주의 초강대국의 장사병들이 어떤 자세로 전쟁에 복무하는가를 더 집중해서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에는 전쟁영화 답지않게 감동을 유발하는 장면도 거의 없다.

관객이 숙연해 지는 장면을 굳이 꼽으라면.

제국일본해군 제 2 함대 사령관 야마구치 타몬이 피격당한 지휘항모와 함께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이다.

 

그는 예하 지휘관들에게 수병들을 데리고 침몰해 가는 지휘함에서 퇴선할 것을 명령한다.

그는 끝까지 함상에 남겠다고 호소하는 20 대 초반의 어린 장교에게 단호하게 하선을 명령하고, 

이 어린 장교는 배에서 죽음을 맞이할 직속상관에게 경례를 한 뒤 눈물을 뿌리며 구조함으로 이동한다. 

 

구조함으로의 퇴선이 완료된 직후, 사령관과 부사령관이 남아있는 침몰 지휘함을 향해 토피도 두 발을 발사해 배를 폭파시킨다. 

마치 패전에 책임을 지고 할복자살하는 사무라이 뒤에서 칼로 목을 쳐 고통을 덜어주는 것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이다. 

일본이 박살나는 장면을 보면서 시원해지기는 커녕,

사무라이의 장렬한 최후를 보면서 눈물을 찍어내는 옆자리 여성관객을 보고 당신은 기겁을 할지도 모른다. 


'제국 해군 사무라이' 야마구치 타몬 제 2 함대사령관 역은 일본배우 사토(아사노) 타다노부가 연기했는데, 카리스마있는 외모와 진중한 연기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배우이자 음악가이기도 한 사토 타나보부의 명연기 때문에 북미에서는 '야마구치 팬클럽'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에서 선과 악의 구분은 자제되어 있다. 

나쁜 놈 응징해서 시원하다는 느낌같은 것은 아예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영화에서 제국일본이 악이라고 묘사하는 장면은 영화 맨 마지막에 '전쟁 중 제국일본에 의해 중국인 25 만 명이 학살되었다'는 내용의 자막 정도다.  

 

일본을 보이콧하며 일본이 '박살'나는 것이 보고 싶어 이 영화가 기다려진다는 분들은 

일찌감치 기대접고 이 영화도 함께 보이콧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건 그렇고, 

팝콘에 버터를 너무 많이 넣어서 그런지 아침까지 느끼한 기분이다. 

 

with all due respect......  

   

       

9 Comments
sarnia 2019.11.17 01:56  
지극히 개인적인 소감이므로 다른 사람은 다르게 보았을 수도 있습니다.
킁타이 2019.11.17 05:39  
영화 "TORA TORA TORA" 와  비슷한 내용입니까?
도라도라도라 에서  거의 마지막장면에
야마모도 이로로꾸의 독백이 항상 기억에 남더군요
"이전쟁은 이길수없다"
sarnia 2019.11.17 08:59  
영화 토라토라토라는 진주만 공습을 주제로 하고 있고, 미드웨이는 이듬해 6 월 4 일 일어난 미드웨이 해전을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 미드웨이(전편)는 1970 년대에도 토라토라토라와 엇비슷한 시기에 첫 번째 작품이 나왔을 겁니다.
킁타이님은 어르신이라 기억하실거고, 저도 어르신이라 그 영화 기억납니다.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진주만 공습에서부터 솔로몬 제도에서 사망하기까지 제국일본해군을 이끌고 태평양전쟁을 이끌었던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미국생활을 오래했고 하버드에서 공부한 적이 있기 때문에 미국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사람이 했다는 말, '잠자는 사자를 건드렸다'느니 '이 전쟁은 이길 수 없다'느니 하는 말들은 그 의미가 과장된 면이 있습니다. 육군출신들이 이끌던 도쿄 대본영의 무대뽀 강경파들과는 달리 합리적인 주장을 하는 과정에서 그런 왜곡이 일어났을거라 추측합니다.
태평양전쟁을 사실상 기획하고 이끈 장본인인데 나름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으니까 전쟁을 별였겠지요.
킁타이 2019.11.17 18:07  
이전 미드웨이(2001년판?) 유투브로 오후내내 봤네요
신판은 내년 상반기라고 나오는데  태국이 좀 일찍 들어올까요?
어릴때 시골 저의집 위에  **극장이 있었지요
동네악동들 몇몇이 주구장창 극장 개구멍으로 10년 넘게  무료?관람 했지요
여성국극단,각종쑈.장소팔만담.서영춘.김희갑,구봉서 등등코메디 하춘화 남진 나훈화 정원 등등  수많은 가수쑈    영화 마부(김승호 주연)를 필두로 수많은 한국영화  미국서부영화등  닥치는데로  섭렵했지요( 이제 공소시효? 훨 지나서  잡혀가진 않겠지요? ㅎ ㅎ)
도둑공부?한 덕에 그것도 공부라고  친구들 사이에  그당시 엔트테인먼트 박사? 로 통했지요
sarnia 2019.11.18 00:36  
미드웨이 전편은 1970 몇 년일텐데요. 2001 년판이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유툽에서 한국고전영화를 찾으면 김승호가 나온 작품들이 주르르 나옵니다.
마부를 비롯해서 로맨스빠빠, 박서방, 김약국네 딸들, 서울의 지붕밑 등등 거의 다 본 것 같아요.
전 이 사람이 무척 늙었는 줄 알았더니 서민 아버지 역을 주로했던 1960 년대 초반에는 40 대였고 1968 년 작고했는데 그 때 나이가 51 세에 불과했더라고요.
1917 년 생이니까 박정희하고 동갑이지요.

박정희 이야기하니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10 월 26 일에 죽은 사람들 공통점이 있는 거 같아요.
이토 히로부미, 박정희, 쿤사(골든트라이앵글), 알바그다디(IS 수장) 제삿날이 모두 같습니다.
알바그다디가 자폭한 날이 지난 10 월 26 일이었는데 그 날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쓴소주 2019.11.17 21:46  
전쟁은 원래 선악이 없죠
승패가 있을뿐...
sarnia 2019.11.18 00:38  
저는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만일 제국일본에서 도조 내각같은 무대뽀들이 파워를 갖지 않고, 야마모토같은 사람들이 전쟁을 끝까지 지휘했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하고 말이지요.
역사는 참 아이러니해서, 만일 그랬다면 태평양전쟁이 적당한 선에서 미일간 평화협정으로 종료되었을지도 모르고,
그랬다면 당시 식민지 조선은 독립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요.
무상무상 2019.11.18 14:33  
전쟁없는나라가 좋은데...
최민주니주니 2019.11.18 17:06  
가슴아픈 영화네요 언제나 승리엔 희생이 따르고 둘다 가질수는 없는 세상이치지만 전쟁없었으면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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