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놀했던 통영의 활어회 - 펄떡 뛰는 팔뚝만한 도미랑 방어가 단돈 2만원
어쩌다보니 남해의 통영까지 내려가게 되었어요.
사실 통영은 작년에 왔을 때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 정상에도 올라가보고
벽화가 그려진 동피랑 계단이 촘촘한 서피랑, 그리고 충렬사... 또 뭐더라...
하여튼 관광스폿은 대충 본적이 있어서 그렇게 생경한 느낌은 아니였어요.
아... 강구안에 있던 거북선이 다른곳으로 이전을 했는지 안보이더라구요. 그게 좀 변한거 같네요.
하여튼 이왕 통영까지 왔으니 근처의 거제와 부산도 가보고 싶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서
후다닥 짐을 챙겨서, 예약해놓은 다음날 여정의 숙소도 취소( 다행히 환불가능)하고 올라오긴 했는데요.
그건 뭐 그렇고 통영의 어느 숙소에 짐을 풀고난 후 입맛도 그다지 없고해서 그냥 구경이나 할마음으로 통영 중앙시장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보게 되었어요.
이 시장은 초입에도 활어 파는 점포가 있고 안쪽 끝까지 쭈욱 들어가면 앙옆으로 또 줄줄이 활어가게들이 있는 구조입니다.
거참 싱싱하구만. 어슬렁거리며 물고기 구경을 하다 마지막 활어점포를 지나치려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우리를 불러세웁니다.
"이거 원래는 도미랑 우럭 작은거 해서 2만원인데, 내가 지금 퇴근도 해야되고해서 손님들 도미랑 방어 이렇게 2마리에 2만원 가져가세요~"
하는거에요.
이곳에 와보신 분은 아실텐데 여기는 활어들을 커다란 대야 위에 바구니를 푹 담궈놓고 그안에 고기들을 요모조모 장르 조합해서 주욱 늘어놨어요.
이렇게 생선이 바구니 안에서 딱 특정되니까 뭔가 좀 더 눈에 확 들어오더라구요.
근데 수족관을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다가, 이런걸 보니 이게 싱싱한지 아닌지 좀 감이 안오잖아요.
망설이는 우리를 향해 아주머니가 틀채로 도미랑 방어를 살짝 들어올리는데 퍼더덕퍼더덕 하는게
확실히 살아있네요.
그래서... 원래 회 먹을 생각이 아니었는데 2만원에 도미랑 방어라니!! 하며 사게되었어요. 없던 입맛도 돌아오더라고요~
저기 강원도 속초시 동명항에 가면 회 뜨는 비용은 또 따로인데, 여긴 업장에서 사장님이 바로 떠주시더라구요.
원래 방어가 머리도 그다지 크지 않고, 몸체도 보기에 좀 뚱뚱하잖아요. 그래서 그런가 진짜 살수율이 좋아서 회가 끝도 없이 나오는 느낌입니다. 도미는 머리가 좀 큰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럭보단 살이 좀 더 나오는 느낌이였어요. 도미는 흰살 생선이라서 숙성의 과정을 거치면 더 감칠맛이 돈다고는 하던데 전 그냥 싱싱한 맛에 좋더라구요.
이렇게 회랑 매운탕 거리를 양손에 달랑달랑 들고 근처 초장집에 가면 자리값 1인에 4천원, 매운탕도 1인 4천원 이렇게 부가되는 돈이 쪼매 더 들긴합니다.
아오~ 2만원에 싱싱한 도미랑 방어를 이렇게 많이 먹을수 있다니... 제 생애 가장 저렴하게 먹은 회 같아요. 그것도 이렇게 질 좋은 걸로요~
2명이 먹을 양이 아니였어요. 4명이서도 거뜬한 양입니다. 두 마리 다 작은 놈들이 아니였거든요. 남쪽이라 그런가 매운탕이 아주 빨갛고 진하게 끓여졌고...
나중에 졸이고 졸이니까 마치 태국의 생선커리 깽처럼 변했어요.
방어는 살이 남아서 결국에는 매운탕에 막 넣어서 먹고....-_- ;; 그래도 다 클리어하진 못했어요.
사실 이건 활어가게 아주머니 퇴근시간 다 되어서 저렴하게 넘긴것도 큰 이유긴 하지만... 어쨌든 득템한 기분이 들면서 통영이 좀 좋아졌어요. 단순왕이지 뭡니까...
하여튼 통영 사시는 분들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