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소심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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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소심한 사람

고구마 3 360
일요일 저녁, 우리는 돈무앙 공항에서 근심어린 표정으로 짐꾸러미가 가득한 카트를 밀고 이리저리 방황하고 다녔다.
뭐 딱이 잘못된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한달짜리 여행을 마치고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야 된다고 생각하니 ,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많은 일들이 생각나 머리속이 조금 복잡해졌던것같다.
그야말로 이런류의 비감한 감정은 나보다는 밍기남편이 훨씬 더 심하게 느낄수 밖에 없는데....
내가 해야될 일이래야 뭐 밀린빨래 정리와 집청소 정도지만...
남편은 장거리 출퇴근에다 원고일까정...
하여튼 좀 불쌍해 보이기도 하구..쯥....

내가 2시간 먼저 출발하는 비행기를 예약한 관계로 먼저 공항을 떠났다.
타이항공의 창가자리였는데 자리를 잡고 보니 내 옆자리 2좌석은 공석이여서 속으로 조아라 했는데..(화장실 갈때 편해서리...쿠쿠)
그것도 잠깐......

내 주위에는 효도관광으로 오신 패키지 관광객들이 거의 대부분이였는데 그중 한 할머니가 내 옆자리로 오셔서는 가운데 팔걸이를 뒤로 젖혀서 누우신다....
예전에 우리 할머니도 기차타면 빈자리 찾아서 누워가시곤 했는데...낄~~
그모습 보니 맘이 조금 짠해진다.
지금 얼마나 피곤하고 힘드실까나...게다가 밤 12시에 출발하는 비행기 였으니 오죽하랴...

어쨋든 다 자리를 잡고 이륙하고 나니 승무원들이 돌아댕기면서
담요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내 주위에 연로한 분들이 많은 관계로다가 한국인 승무원이 거의 서비스를 전담했는데 이 스튜어디스...
"담요 필요하십니까?" 하면서 돌아 댕기다가 정작 나한테 와서는 태국말로
"어쩌구 저쩌구 불라불라 카아~?" 그러는 거다.
난 속으로 '날 태국인으로 착각했나벼...한국사람이라고 말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어이없게 내 입에서 나온말은 " 카 " 라는 태국형 종결어미였다.
정말이지 '카' 라고 말할 의도가 조금도 없었는데 왜 요놈의 입이 반사적으로 반응을하는지.....
담요를 받고 나서 ' 담에 헤드폰 나눠 줄때는 한국사람이라고 말해야지 ' 라고 생각했다.

그후에, 창밖으로 혹시라도 뭐 보이는게 없을까 하고 정신없이 내다보고 있는데 옆의 할머니가 갑자기 내팔을 톡톡 쳐서 돌아보니 아까의 그 승무원 이번에 헤드폰 들고
"어쩌구 저쩌구 카아~?" 그러는거다...
으...이때 말하면 될것을 , 순간 난 어리버리하게 웃으면서 왜 그냥 받았을까나....

거참...아무일도 아닌건데도 말한는 적당한 타이밍을 놓쳐버리면
'이게 아닌데..어어어~' 그러면서 내의지랑 상관없이 계속 진행되는 그런때가 아주가끔 있다.
그후로는 그 승무원이 무슨 말을 시킬까봐 겁났다.
음료수를 권해도 , 다음날 아침 식사를 권해도 걍 살짝 웃으면서 고개를 양옆으로 저으면서 사양하는 모션을 취했을 뿐이다.
사실 배도 별로 안고프도 목도 별로 안말랐던게 다행이지......
어쨋든 지금 까지 뱅기타면서 물 한모금도 안마시고 내린 유일한 비행이었다.

정말 소심한 인간의 전형이다..
대범한 사람들은 이해도 안되겠지..낄낄...
다 제 생긴대로 살아가기 나름이지만...어째 세상이 소심이들이 살기엔 점점 더 힘들어지는거 같아 좀 맘이 글타...껄~~~

이건 사족이지만.....
인천 신공항의 입국관리관은 날 유심히 보더니 한국사람이 정말 맞냐고 물어본다..
흑...기분이 꿀꿀해져서 "맞아요" 라고 대답하고 우연히 내 바로뒤의 waiting line을 보니 거기 왠 태국애들이 바글바글 줄을 서있다...
윽...내국인과 외국인은 줄을 다르게 서는 법인디...
왜 갸들이 내뒤에 와서 서 있던겨...쯔압~

3 Comments
*^^* 1970.01.01 09:00  
동감.... 저두 그런 경험 있어요. - -; ally
*^^* 1970.01.01 09:00  
고구마님.. ㅜㅜ 죄성해염... 너무 웃어서.. ㅜㅜ 용서를.. ㅜㅜ 미노
*^^* 1970.01.01 09:00  
나도 전에 태국에서 태국사람이 나한테 길 물어보던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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