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말았어야 할 태국, 만나지 말았어야 할 여자 #2
가지 말았어야 할 태국, 만나지 말았어야 할 여자 #2
다음날 다시 투어일정을 마치고 그 노천바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일정 중 저녁식사가 시푸드
코스였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아주 많았습니다. 여기서 좀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고, 여기
오기 전 한국인 코브라 농장에 들렸다가 다른 분들이 한참 약사고 뭐하고 하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티파니쇼 못 가서 로터리쯤 시간이 8시30분이 되었더군요. 7시정도 내외로 간
다고 했는데 많이 늦었지요. 전 속으로 아무리 어젯밤 하루를 서로 만나 진실?이 섞인 대화를
했다고 하더라도 설마 나를 기다려 주겠느냐.. 이렇게 생각하며 혹시나 그곳에 갔을때 다른 서양
남자랑 함께 술자리에 있다던가, 아니면 좀 더 안 좋게, 밖으로 나갔으면 어떻게 할까 상상을
했습니다. '내가 왜 이러지.. 왜 이렇게 오버하고 있을까.' 참으로 못났다는 생각과 스스로도 아련
한 미련한 놈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는 겨우 술집에서 일하는 태국 여성일 뿐인데, 이
못난 나 자신은 마치 늦깍이 농촌총각 촌놈이 읍내 술집에 아가씨를 만나러 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오늘 저녁 관광일정이 파빌리온 안마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저와 제 동료는 여차 저차 가이드
에게 별도의 팁?과 양해를 구하고 파빌리온 앞에서 다시 노천바를 가는 계획인 것이지요.
버스가 로터리에서 좌회전을 하고 티파니쯤 못갔을때 난 좌측 창가에서 그녀가 보일까 열심히
눈도 안 감고 찾고 있었죠.. 그런데..
이게 정말일까요. 아니면 그저 우연인 건지.. 그녀가 정말로 도로변까지 내려와 두리번 두리번
좌우를 바라보고 있는 겁니다. 그녀의 바는 도로변에서 꺾어진 위쪽으로 3~4번째에 있습니다.
어제의 짧은 스커트가 아닌 평범한 긴 바지를 입고 팔짱을 낀채로 열심히 찾는 듯 보입니다.
정말 반갑더군요. 저 외에 다른 손님을 저렇게 기다릴 순 없다라고 판단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왜 안 오나..' 저렇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입에서는 그녀의 이름이 튀어나오려고 하는걸 애써 참았습니다. 희색이 만연한 제 얼굴...
긴 바지를 입고 있다는 게 그저 그 날의 복장일 것이다 라는 생각이 아닌 나를 기다리고 나를 만
나 시내 데이트?를 나갈 것 같은 생각입니다. 어제 오늘밤 가이드를 해 달라고 부탁을 했거든요.
파빌리온 앞 버스에서 내린 후 빠른 걸음으로 총총 걸어갔습니다. 마음은 벌떡벌떡 뛰고 있지만
차마 동료 앞에서 희색을 내보이기는 싫더군요. 눈 크게 뜨고 아가씨 하나하나 쳐다보며 그녀가
어디에 있나.. 이렇게 걸어갈 순 없었습니다. 제 성격이 그리 활달하지도 못합니다.
하여간 막 가다 보니 제 동료가 말을 하더군요. 그만 가라고.. 어딘지 찾지도 못하며 무조건 간
겁니다. 그리고 그 바에 우선 앉았고.. 다시 본 마마상이 웃으며 잘 왔다고 마실걸 묻습니다.
'왜 없지? 아까는 있었는데..' 그녀가 없었습니다. 틀림없이 흰색 바지를 입고 서성였는데, 잘 못
봤나 걱정이 되더군요.
마실걸 시키기도 전 흰색바지를 입은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나더군요. 에구에구.. 웃고 있는 많은
태국 아가씨들 앞에서 쑥스럽더군요. 무척 좋아하며 팔을 끼며 그녀가 앉습니다. 얼굴이 아주
아주 밝습니다. 기뻐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전 쑥스러워 잘 못 봤는데 나중에 동료가 말해줍
니다. 그녀가 너무 너무 좋아하더라고. 그 모습을 보니 그녀도 절 생각하는 게 그냥 단순한 것
만은 아닌 것 같다고.. 도대체 무슨 이야기로 그 짧은 시간에 애정 탑을 쌓았냐고 놀립니다.
늦어서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많이 기다렸냐고 묻기도 하고.. 우선 다시 제 동료의 파트너를 찾
아 보았습니다. 한 아가씨가 마음에 든다고 했고 그 아가씨를 가르키며 마마상에게 함께 동행이 가
능한 것인지 물어봤습니다. 그 아가씨는 우리가 있던 그 바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마마상이 하는
말이.. 가리킨 그녀의 주인 마마상은 그 곳 십 여개 노천바의 총 보스라고 합니다. 거기선 보스
라고 부르더군요. 모두 그 보스 아줌마의 것이고 직속부하?라 합니다. 보스 아줌마도 심상찮게 생
겼더군요. 기다려 보라고 했는데 결국 10여분간 응답이 안 와 포기해야 했습니다.
다시 다른 바의 아주 어려 보이는 아가씨를 불렀고 OK.. 그렇게 해서 우리는 파트너들과 다시
파타야 밤 투어를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녀들의 일당을 내줘야 하지요. 하지만 두 사람
페이가 합쳐서 2만원도 안됩니다. 지나가는 송테우를 붙잡고 우리는 워킹스트리트로 향했습니다.
생각보다 화려하고 번화한 거리더군요. 손을 잡고 송태우에 앉아 갔습니다. 가면서 이야기를 했
습니다만 왠지 다음날 아침 떠나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무척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밤이야..' 이렇게 말을 두어 번 반복 했는데 갑자기 그녀의 얼굴이 굳어 집니다.
그 후로 헤어질 때까지 계속 굳어진 얼굴을 봐야만 했습니다...
기분 좋게 즐겁게 다녀야 할 워킹스트리트였는데 왠지 분위기가 너무 무거웠습니다. 아까 만날때
희색하던 얼굴은 오간데 없이 무척 무거운 그림자 였습니다. 왜 그러냐고 여러차례 물었습니다.
어젯밤 나랑 이야기가 너무 길어서 못 잤느냐.. 몸이 피곤하냐.. 이렇게 묻자 '예스'라고 고개를 끄
덕입니다. 피곤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그렇지 좀 웃어봐라...
워킹스트리트를 구경하며 동료와 난 서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조용히 내 파트너
와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요. 그래서 난 다시 워킹스트리트 밖으로 나와 해변가로 갔습니다.
바로 앞에 나무로 깔린 다리가 있더군요. 거기를 걸어가다가 앉았다가 하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직업을 다시 한번 물어봤습니다. 정확한 단어를 대지는 못하였고 대략 듣자니 고등학교 정도에서
교사와 관련된 직업을 가졌다고 합니다. 제 생각으로 정교사 라이센스를 가진 여성은 아닌 것
같고 뭐 실습실에서 그냥 계약직에 보조원이나 뭐 학교에서 수업정리를 하는 직업정도의 여성
일듯 했습니다. 과목도 여러 과목을 한다고 합니다. 말이 잘 안통해서 더 이상은 질문도 답도 못
했습니다. 그래도 그건 좋은 직업이니 다시 그 일을 하길 바란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왠지
계속 얼굴이 무겁더군요. 그 순간..
그 순간.. 그녀는 손을 눈가로 가져갑니다. 눈물을 막고 손가락으로 빨리 닦아 버립니다. 안들키려
고 했지만 직감과 빠른 눈치로 눈물이라는 걸 알았죠. 이런.. 무슨 사연이 더 있는 건지 왜 이렇게
가련해 보일까요..
그녀의 고향은 NAKHONPHANOM이라고 말해 주더군요. 남자 친구의 이야기를 좀 더 해주고 저
도 제 여자친구?의 이야기를 해주었죠. 둘이 비슷한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남자친구가 떠났고,
전 제 여자친구가 떠난 것이죠.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이렇게 여러차레 말을 해줍니다. '아니다
당신이 좋은 여자에요. 그리고 당신은 아름다우니 다시 좋은 남자를 만날 것입니다'라고 말해줬습
니다. 그랬더니 태국 남자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합니다. 태국 남자들은 모두 나쁘다고 말합니다.
흠..
'그래도 당신은 좋은 남자를 꼭 만날 거에요' 그랬더니 돈 많고, 능력있고, 부지런하고, 잘 생기고,
최고의 남자를 만날 거라고.. 반 농담쯤으로 말을 합니다. 물론 정확한 표현?은 서로 못했습니다.
한참을 다정하게 이야기를 했지요. 결혼은 언제쯤 생각하고 있는가? 라고 바보같은 질문을 했더니
한 13여년 쯤이나 지나서 40살이 넘어서 생각해 본다고 말하더군요. 그 안엔 결혼 같은 건 생각
하기 싫다고 합니다.
'한국엔 4계절이 있으며 지금은 겨울로 가고 있다. 겨울엔 흰 눈이 내리며 스키를 탈 수 있다.'
이렇게 말해줬더니 스키란 단어에서 무언가를 대뇌이더군요. 아마도 눈과 관련해 부러웠나 봅니다.
저에게 결혼에 대해서 묻더군요. 그러면서 신혼여행을 태국으로 오라고 합니다. 그러면 자신이 여
행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합니다. 전 오히려 당신이 결혼하면 한국으로 하니문 오라고 말했습니다.
역시 스키장에 가자고..
서로 웃으면서 말은 했지만 슬픔이 교차해 버리더군요. 역시 손이 눈가로 올라 가는 게 보입니다.
그녀는 겨우 2일 만난 우리사이가 아무리 발전된다 하더라도 서로 이루어 진다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습니다. 저 역시 오늘까지 그녀가 좋아서 이렇게 서로 만나 이야기 하고
있지만 한국에 돌아가서 다시 감정을 정리할 때 이 여자가 다시 그리움의 대상으로 내 맘속에
남을 것인가는 불가능 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우리가 앉았던 다리가 좀 불안하더군요. 떨어지지 않도록 좁은 나무 가이드가 고정되어 있는데
거기에 제가 걸치고 앉아 있었지요. 그녀는 상당히 불안해 합니다. 제가 움직일 때마다 떨어지는
줄 알고 그녀가 잡아 주려고 움찔 합니다. 겁이 많아 보입니다.
그렇게 파타야의 밤을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우린 다시 낙쿨루아 거리로 돌아 왔습니다.
물론 오기 전에 가기 싫은 나이트 클럽도 제 동료 파트너 때문에 가야만 했습니다. 익사이트던가..
태국인들과 소수 유럽인들이 찾는 나이트 클럽 같아 보입니다. 어제 갔던 스타다이스와는 다른
분위기로 립싱크 인지 진짜인지 이쁜 남녀 가수들이 율동과 노래를 합니다. 얼굴 굳은 표정으로
서로 무겁게 밖으로 나왔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호텔방..
할말이 착잡합니다. 겨우 시작한 말이 라스트 나잇~ 슬프고 언제 다시 만날까.. 그녀가 제게 말을
합니다. 절 못 잊을 것 같다고 합니다. 저 또한 그렇게 말을 했지요. 그랬더니 그녀가 그러더군요.
'당신은 날 곧 잊을 것입니다.' 라고 합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도 날 잊어버려라 그랬더니
자신도 잊어버리겠답니다. 참으로 서글프다는 생각입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합니다. 만일 노
천바, 밤일 하는 관계가 아닌 일반적인 직업의 여성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언제 내가 다시 올 수 있을까.. 그녀가 다시 날 기다려나 줄것인가.. 그리고 왜 그녀가
날 기다릴지 말지 생각하고 있는 걸까.. 난 왜 이럴까 등등..
지금의 이 감정이 진실이긴 한데 너무나 짧은 만남에다 서로를 많이 알지도 못하고 단지 가련한,
돈을 위해 나랑 있는 불쌍한 태국여인에게 왜 내 감정이 흔들리고 있는 걸까? 의구심이 듭니다.
앞으로 이 여인과 머나먼 나라에서 연락을 주고 받으면 어떨까.. 여러 가지 생각이 지나갑니다.
제 이메일 주소를 적어 줬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을 태국어로 써 달라고 하고 그녀의 고향도
그녀가 직접 적어줍니다. 어제 그녀는 인터넷을 안 한다고 말했지요. 그러더니 오늘은 명함 한장
을 꺼내 주더군요. 자신의 친구명함과 사무실인데 이 곳에서 그 친구가 관광일을 한다고 합니다.
이 주소, 전화, 이메일로 연락을 하면 자신에게 알려 줄 수 있다고 하네요.
전 내년에 오겠다는 말로 그녀의 손이 눈가로 가는걸 막았습니다. 일 년만 빨리 여기서 일을
하고 고향에 갔으면 좋겠다고도 말했고 다음 여행엔 당신의 고향인 '나콘파놈'으로 방문을 하고
싶다고도 말했습니다. 거기로 가면 날 반가워해 줄 것이냐고 묻자 역시 묵묵부답 손이 다시 눈가로
갑니다. 예전의 직업을 계속하라는 나의 말과 고향에 관한 말을 꺼내면 손이 올라 갑니다.
자꾸 무거워 지는 분위기가 싫더군요. 그래서 전 그녀를 침대에 밀고? 간지럼을 쳤습니다. 하지
말라고 말하는 그녀의 옆구리를 자꾸 간지럽게 했지요. 우린 그렇게 깔깔 거렸지요.. 흠..
그녀가 못 알아 듣는 한국말을 혼자서 뭐라고 한참 했습니다. 그녀가 무슨 말이냐고 갸우뚱하자
난 그냥 한국말로 당신에 대한 내 감정을 말하고 있는 것이고 당신도 태국말로 해보라고 했지요.
난 한 일분을 한국말로 말을 했지요.. 제 감정을, 한국말 못 알아듣는 그녀에게 했습니다.
그녀는 무슨 말을 했을까 궁금하군요.
그렇게 아쉬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돌아 가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난 오늘밤 잠을 자고 싶지 않지만 당신은 피곤합니다. 빨리 돌아가서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
그녀는 모든 것이 쓸쓸해 보이고 홀로 지치고 피곤하게 사는 정말 가련한 여성이었습니다.
전 마음도 독하지 못하고 이렇게 가련한 여성을 보고 돈으로만 팔고 사는 관계만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년에 꼭 혼자서 솔로 여행을 오라고 부탁하더군요. 난 내년에 다시 파타야에 올테니 기다려 달
라고 했지요. 문을 열고 나가는 그녀를 다시 붙들고 '건강해라~ 그리고 꼭 다시보자~' 이렇게 말
하면서 포옹으로 그녀를 한참 잡고 있었습니다. 문 밖에 나가 혼자 가는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
었습니다. 그녀 또한 저 멀리 가면서 돌아보고 손을 흔들더군요.. 여긴 우리 관광객들의 호텔이라
차마 누가 볼까 못 나갔습니다. 그래서 더 일찍 보내야만도 했구요.
이렇게 우리는 서로 각자의 길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
지금 제 책상위에 둥그런 팔찌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그녀는 팔목에 은색의 이 팔찌를 여러개
끼고 있더군요. 태국 여성들은 이런 장신구를 좋아하나 봅니다. 그녀의 손을 만지다가 팔찌를
세어도 보고 이거 빠지냐고 물었더니 빠진다고 하더군요. 그럼 빼보라고... 하나를 빼더니 절 줍
니다. 전 내가 갖아도 되냐고 물었고 당연히 끄덕끄덕.. '이걸 보고 널 기억해줄께...'라고 말하고..
이 곳을 보면 시간이 약이라고 말씀들을 하시더군요.
다시 태국을 가고파 하는 병이라고도 말씀들을 하시더군요.
제 동료는 마음 약해서 가련한 태국여인에게 감정을 나눴고 그녀 또한 나에게 자신의 처지와
나의 친절함을 역시 애절하게 나눴을 뿐이라고 합니다.
남들이 보기엔 참으로 한심하고 미련한 놈으로 보일 듯 싶습니다. 하지만 내 가슴속엔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이 들어가 버렸네요. 저도 이걸 잊어야 할지 아님 다음 여행 때까지 가지고 있다가
그때가서 그녀의 행동을 보고 다시 판단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그녀의 고향인 NAKHONPHANOM 쪽에는 여행할 것이 있는지요? 지도상을 보자니 상당히 멀리
있군요. 미련한 이놈의 머리통엔 그녀와 함께 그 곳으로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는 패키지 여행으로 태국은 안갈겁니다. 배낭 자유여행만 가야죠.
그녀의 직업이 무엇이던지 그녀가 무얼 생각하던지 나에게 나눈 말이나 눈가를 훔치던 그녀의 손목
을 생각하자니 아련하고도 측은한 그녀의 모습이 자꾸 떠오릅니다.
이런 병도 고쳐 질 수 있는지요?
차라리 가지 말았어야 할 태국이고 만나지 말았어야 할 여자였습니다.
다음날 다시 투어일정을 마치고 그 노천바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일정 중 저녁식사가 시푸드
코스였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아주 많았습니다. 여기서 좀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고, 여기
오기 전 한국인 코브라 농장에 들렸다가 다른 분들이 한참 약사고 뭐하고 하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티파니쇼 못 가서 로터리쯤 시간이 8시30분이 되었더군요. 7시정도 내외로 간
다고 했는데 많이 늦었지요. 전 속으로 아무리 어젯밤 하루를 서로 만나 진실?이 섞인 대화를
했다고 하더라도 설마 나를 기다려 주겠느냐.. 이렇게 생각하며 혹시나 그곳에 갔을때 다른 서양
남자랑 함께 술자리에 있다던가, 아니면 좀 더 안 좋게, 밖으로 나갔으면 어떻게 할까 상상을
했습니다. '내가 왜 이러지.. 왜 이렇게 오버하고 있을까.' 참으로 못났다는 생각과 스스로도 아련
한 미련한 놈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는 겨우 술집에서 일하는 태국 여성일 뿐인데, 이
못난 나 자신은 마치 늦깍이 농촌총각 촌놈이 읍내 술집에 아가씨를 만나러 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오늘 저녁 관광일정이 파빌리온 안마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저와 제 동료는 여차 저차 가이드
에게 별도의 팁?과 양해를 구하고 파빌리온 앞에서 다시 노천바를 가는 계획인 것이지요.
버스가 로터리에서 좌회전을 하고 티파니쯤 못갔을때 난 좌측 창가에서 그녀가 보일까 열심히
눈도 안 감고 찾고 있었죠.. 그런데..
이게 정말일까요. 아니면 그저 우연인 건지.. 그녀가 정말로 도로변까지 내려와 두리번 두리번
좌우를 바라보고 있는 겁니다. 그녀의 바는 도로변에서 꺾어진 위쪽으로 3~4번째에 있습니다.
어제의 짧은 스커트가 아닌 평범한 긴 바지를 입고 팔짱을 낀채로 열심히 찾는 듯 보입니다.
정말 반갑더군요. 저 외에 다른 손님을 저렇게 기다릴 순 없다라고 판단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왜 안 오나..' 저렇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입에서는 그녀의 이름이 튀어나오려고 하는걸 애써 참았습니다. 희색이 만연한 제 얼굴...
긴 바지를 입고 있다는 게 그저 그 날의 복장일 것이다 라는 생각이 아닌 나를 기다리고 나를 만
나 시내 데이트?를 나갈 것 같은 생각입니다. 어제 오늘밤 가이드를 해 달라고 부탁을 했거든요.
파빌리온 앞 버스에서 내린 후 빠른 걸음으로 총총 걸어갔습니다. 마음은 벌떡벌떡 뛰고 있지만
차마 동료 앞에서 희색을 내보이기는 싫더군요. 눈 크게 뜨고 아가씨 하나하나 쳐다보며 그녀가
어디에 있나.. 이렇게 걸어갈 순 없었습니다. 제 성격이 그리 활달하지도 못합니다.
하여간 막 가다 보니 제 동료가 말을 하더군요. 그만 가라고.. 어딘지 찾지도 못하며 무조건 간
겁니다. 그리고 그 바에 우선 앉았고.. 다시 본 마마상이 웃으며 잘 왔다고 마실걸 묻습니다.
'왜 없지? 아까는 있었는데..' 그녀가 없었습니다. 틀림없이 흰색 바지를 입고 서성였는데, 잘 못
봤나 걱정이 되더군요.
마실걸 시키기도 전 흰색바지를 입은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나더군요. 에구에구.. 웃고 있는 많은
태국 아가씨들 앞에서 쑥스럽더군요. 무척 좋아하며 팔을 끼며 그녀가 앉습니다. 얼굴이 아주
아주 밝습니다. 기뻐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전 쑥스러워 잘 못 봤는데 나중에 동료가 말해줍
니다. 그녀가 너무 너무 좋아하더라고. 그 모습을 보니 그녀도 절 생각하는 게 그냥 단순한 것
만은 아닌 것 같다고.. 도대체 무슨 이야기로 그 짧은 시간에 애정 탑을 쌓았냐고 놀립니다.
늦어서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많이 기다렸냐고 묻기도 하고.. 우선 다시 제 동료의 파트너를 찾
아 보았습니다. 한 아가씨가 마음에 든다고 했고 그 아가씨를 가르키며 마마상에게 함께 동행이 가
능한 것인지 물어봤습니다. 그 아가씨는 우리가 있던 그 바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마마상이 하는
말이.. 가리킨 그녀의 주인 마마상은 그 곳 십 여개 노천바의 총 보스라고 합니다. 거기선 보스
라고 부르더군요. 모두 그 보스 아줌마의 것이고 직속부하?라 합니다. 보스 아줌마도 심상찮게 생
겼더군요. 기다려 보라고 했는데 결국 10여분간 응답이 안 와 포기해야 했습니다.
다시 다른 바의 아주 어려 보이는 아가씨를 불렀고 OK.. 그렇게 해서 우리는 파트너들과 다시
파타야 밤 투어를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녀들의 일당을 내줘야 하지요. 하지만 두 사람
페이가 합쳐서 2만원도 안됩니다. 지나가는 송테우를 붙잡고 우리는 워킹스트리트로 향했습니다.
생각보다 화려하고 번화한 거리더군요. 손을 잡고 송태우에 앉아 갔습니다. 가면서 이야기를 했
습니다만 왠지 다음날 아침 떠나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무척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밤이야..' 이렇게 말을 두어 번 반복 했는데 갑자기 그녀의 얼굴이 굳어 집니다.
그 후로 헤어질 때까지 계속 굳어진 얼굴을 봐야만 했습니다...
기분 좋게 즐겁게 다녀야 할 워킹스트리트였는데 왠지 분위기가 너무 무거웠습니다. 아까 만날때
희색하던 얼굴은 오간데 없이 무척 무거운 그림자 였습니다. 왜 그러냐고 여러차례 물었습니다.
어젯밤 나랑 이야기가 너무 길어서 못 잤느냐.. 몸이 피곤하냐.. 이렇게 묻자 '예스'라고 고개를 끄
덕입니다. 피곤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그렇지 좀 웃어봐라...
워킹스트리트를 구경하며 동료와 난 서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조용히 내 파트너
와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요. 그래서 난 다시 워킹스트리트 밖으로 나와 해변가로 갔습니다.
바로 앞에 나무로 깔린 다리가 있더군요. 거기를 걸어가다가 앉았다가 하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직업을 다시 한번 물어봤습니다. 정확한 단어를 대지는 못하였고 대략 듣자니 고등학교 정도에서
교사와 관련된 직업을 가졌다고 합니다. 제 생각으로 정교사 라이센스를 가진 여성은 아닌 것
같고 뭐 실습실에서 그냥 계약직에 보조원이나 뭐 학교에서 수업정리를 하는 직업정도의 여성
일듯 했습니다. 과목도 여러 과목을 한다고 합니다. 말이 잘 안통해서 더 이상은 질문도 답도 못
했습니다. 그래도 그건 좋은 직업이니 다시 그 일을 하길 바란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왠지
계속 얼굴이 무겁더군요. 그 순간..
그 순간.. 그녀는 손을 눈가로 가져갑니다. 눈물을 막고 손가락으로 빨리 닦아 버립니다. 안들키려
고 했지만 직감과 빠른 눈치로 눈물이라는 걸 알았죠. 이런.. 무슨 사연이 더 있는 건지 왜 이렇게
가련해 보일까요..
그녀의 고향은 NAKHONPHANOM이라고 말해 주더군요. 남자 친구의 이야기를 좀 더 해주고 저
도 제 여자친구?의 이야기를 해주었죠. 둘이 비슷한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남자친구가 떠났고,
전 제 여자친구가 떠난 것이죠.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이렇게 여러차레 말을 해줍니다. '아니다
당신이 좋은 여자에요. 그리고 당신은 아름다우니 다시 좋은 남자를 만날 것입니다'라고 말해줬습
니다. 그랬더니 태국 남자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합니다. 태국 남자들은 모두 나쁘다고 말합니다.
흠..
'그래도 당신은 좋은 남자를 꼭 만날 거에요' 그랬더니 돈 많고, 능력있고, 부지런하고, 잘 생기고,
최고의 남자를 만날 거라고.. 반 농담쯤으로 말을 합니다. 물론 정확한 표현?은 서로 못했습니다.
한참을 다정하게 이야기를 했지요. 결혼은 언제쯤 생각하고 있는가? 라고 바보같은 질문을 했더니
한 13여년 쯤이나 지나서 40살이 넘어서 생각해 본다고 말하더군요. 그 안엔 결혼 같은 건 생각
하기 싫다고 합니다.
'한국엔 4계절이 있으며 지금은 겨울로 가고 있다. 겨울엔 흰 눈이 내리며 스키를 탈 수 있다.'
이렇게 말해줬더니 스키란 단어에서 무언가를 대뇌이더군요. 아마도 눈과 관련해 부러웠나 봅니다.
저에게 결혼에 대해서 묻더군요. 그러면서 신혼여행을 태국으로 오라고 합니다. 그러면 자신이 여
행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합니다. 전 오히려 당신이 결혼하면 한국으로 하니문 오라고 말했습니다.
역시 스키장에 가자고..
서로 웃으면서 말은 했지만 슬픔이 교차해 버리더군요. 역시 손이 눈가로 올라 가는 게 보입니다.
그녀는 겨우 2일 만난 우리사이가 아무리 발전된다 하더라도 서로 이루어 진다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습니다. 저 역시 오늘까지 그녀가 좋아서 이렇게 서로 만나 이야기 하고
있지만 한국에 돌아가서 다시 감정을 정리할 때 이 여자가 다시 그리움의 대상으로 내 맘속에
남을 것인가는 불가능 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우리가 앉았던 다리가 좀 불안하더군요. 떨어지지 않도록 좁은 나무 가이드가 고정되어 있는데
거기에 제가 걸치고 앉아 있었지요. 그녀는 상당히 불안해 합니다. 제가 움직일 때마다 떨어지는
줄 알고 그녀가 잡아 주려고 움찔 합니다. 겁이 많아 보입니다.
그렇게 파타야의 밤을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우린 다시 낙쿨루아 거리로 돌아 왔습니다.
물론 오기 전에 가기 싫은 나이트 클럽도 제 동료 파트너 때문에 가야만 했습니다. 익사이트던가..
태국인들과 소수 유럽인들이 찾는 나이트 클럽 같아 보입니다. 어제 갔던 스타다이스와는 다른
분위기로 립싱크 인지 진짜인지 이쁜 남녀 가수들이 율동과 노래를 합니다. 얼굴 굳은 표정으로
서로 무겁게 밖으로 나왔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호텔방..
할말이 착잡합니다. 겨우 시작한 말이 라스트 나잇~ 슬프고 언제 다시 만날까.. 그녀가 제게 말을
합니다. 절 못 잊을 것 같다고 합니다. 저 또한 그렇게 말을 했지요. 그랬더니 그녀가 그러더군요.
'당신은 날 곧 잊을 것입니다.' 라고 합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도 날 잊어버려라 그랬더니
자신도 잊어버리겠답니다. 참으로 서글프다는 생각입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합니다. 만일 노
천바, 밤일 하는 관계가 아닌 일반적인 직업의 여성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언제 내가 다시 올 수 있을까.. 그녀가 다시 날 기다려나 줄것인가.. 그리고 왜 그녀가
날 기다릴지 말지 생각하고 있는 걸까.. 난 왜 이럴까 등등..
지금의 이 감정이 진실이긴 한데 너무나 짧은 만남에다 서로를 많이 알지도 못하고 단지 가련한,
돈을 위해 나랑 있는 불쌍한 태국여인에게 왜 내 감정이 흔들리고 있는 걸까? 의구심이 듭니다.
앞으로 이 여인과 머나먼 나라에서 연락을 주고 받으면 어떨까.. 여러 가지 생각이 지나갑니다.
제 이메일 주소를 적어 줬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을 태국어로 써 달라고 하고 그녀의 고향도
그녀가 직접 적어줍니다. 어제 그녀는 인터넷을 안 한다고 말했지요. 그러더니 오늘은 명함 한장
을 꺼내 주더군요. 자신의 친구명함과 사무실인데 이 곳에서 그 친구가 관광일을 한다고 합니다.
이 주소, 전화, 이메일로 연락을 하면 자신에게 알려 줄 수 있다고 하네요.
전 내년에 오겠다는 말로 그녀의 손이 눈가로 가는걸 막았습니다. 일 년만 빨리 여기서 일을
하고 고향에 갔으면 좋겠다고도 말했고 다음 여행엔 당신의 고향인 '나콘파놈'으로 방문을 하고
싶다고도 말했습니다. 거기로 가면 날 반가워해 줄 것이냐고 묻자 역시 묵묵부답 손이 다시 눈가로
갑니다. 예전의 직업을 계속하라는 나의 말과 고향에 관한 말을 꺼내면 손이 올라 갑니다.
자꾸 무거워 지는 분위기가 싫더군요. 그래서 전 그녀를 침대에 밀고? 간지럼을 쳤습니다. 하지
말라고 말하는 그녀의 옆구리를 자꾸 간지럽게 했지요. 우린 그렇게 깔깔 거렸지요.. 흠..
그녀가 못 알아 듣는 한국말을 혼자서 뭐라고 한참 했습니다. 그녀가 무슨 말이냐고 갸우뚱하자
난 그냥 한국말로 당신에 대한 내 감정을 말하고 있는 것이고 당신도 태국말로 해보라고 했지요.
난 한 일분을 한국말로 말을 했지요.. 제 감정을, 한국말 못 알아듣는 그녀에게 했습니다.
그녀는 무슨 말을 했을까 궁금하군요.
그렇게 아쉬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돌아 가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난 오늘밤 잠을 자고 싶지 않지만 당신은 피곤합니다. 빨리 돌아가서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
그녀는 모든 것이 쓸쓸해 보이고 홀로 지치고 피곤하게 사는 정말 가련한 여성이었습니다.
전 마음도 독하지 못하고 이렇게 가련한 여성을 보고 돈으로만 팔고 사는 관계만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년에 꼭 혼자서 솔로 여행을 오라고 부탁하더군요. 난 내년에 다시 파타야에 올테니 기다려 달
라고 했지요. 문을 열고 나가는 그녀를 다시 붙들고 '건강해라~ 그리고 꼭 다시보자~' 이렇게 말
하면서 포옹으로 그녀를 한참 잡고 있었습니다. 문 밖에 나가 혼자 가는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
었습니다. 그녀 또한 저 멀리 가면서 돌아보고 손을 흔들더군요.. 여긴 우리 관광객들의 호텔이라
차마 누가 볼까 못 나갔습니다. 그래서 더 일찍 보내야만도 했구요.
이렇게 우리는 서로 각자의 길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
지금 제 책상위에 둥그런 팔찌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그녀는 팔목에 은색의 이 팔찌를 여러개
끼고 있더군요. 태국 여성들은 이런 장신구를 좋아하나 봅니다. 그녀의 손을 만지다가 팔찌를
세어도 보고 이거 빠지냐고 물었더니 빠진다고 하더군요. 그럼 빼보라고... 하나를 빼더니 절 줍
니다. 전 내가 갖아도 되냐고 물었고 당연히 끄덕끄덕.. '이걸 보고 널 기억해줄께...'라고 말하고..
이 곳을 보면 시간이 약이라고 말씀들을 하시더군요.
다시 태국을 가고파 하는 병이라고도 말씀들을 하시더군요.
제 동료는 마음 약해서 가련한 태국여인에게 감정을 나눴고 그녀 또한 나에게 자신의 처지와
나의 친절함을 역시 애절하게 나눴을 뿐이라고 합니다.
남들이 보기엔 참으로 한심하고 미련한 놈으로 보일 듯 싶습니다. 하지만 내 가슴속엔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이 들어가 버렸네요. 저도 이걸 잊어야 할지 아님 다음 여행 때까지 가지고 있다가
그때가서 그녀의 행동을 보고 다시 판단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그녀의 고향인 NAKHONPHANOM 쪽에는 여행할 것이 있는지요? 지도상을 보자니 상당히 멀리
있군요. 미련한 이놈의 머리통엔 그녀와 함께 그 곳으로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는 패키지 여행으로 태국은 안갈겁니다. 배낭 자유여행만 가야죠.
그녀의 직업이 무엇이던지 그녀가 무얼 생각하던지 나에게 나눈 말이나 눈가를 훔치던 그녀의 손목
을 생각하자니 아련하고도 측은한 그녀의 모습이 자꾸 떠오릅니다.
이런 병도 고쳐 질 수 있는지요?
차라리 가지 말았어야 할 태국이고 만나지 말았어야 할 여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