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과 꿀이 흐르는 구두쇠들의 나라--(8)
나와 같은 방을 썼던 사람들 중에는
영국인 "리차드"도 있었다..
나이는 나보다 열 살 정도가 많았는데,,
이 사람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생존형 빽패커였다..
일이 많은 여름에 텔아비브에서 일하다가, 겨울이 되서 일감이 줄면
홍콩으로 가고.. 또 다시 여름이 되면 텔아비브로 와서 일을 하다가
돈이 모이면 아프리카 이디오피아의 랑가노 호수로 가서 한 일년을
살다가 다시 돈이 떨어질 때 쯤 되면 다시 홍콩으로,, 이스라엘로
돌아 다니며 방랑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도 여느 유럽인들처럼 황인종인 나에게 첨에는 우호적이지 않았다,,
단지, 방에 들어가면 서로 인사나 나누는 그런 사이였다.
그러던 어느 주말 일도 없고 해서,, 그에게 근처에 빠나 나이트 같은 것이
있는 지 물어 보았다,,
그는 나에게 한잔 하고 싶냐고 물었고,
난 한잔 하고도 싶고,, 기냥 여긴 술집이 어떻게 생겼는지가
궁금하다고 하다고 했다,,,
그는 자기가 한잔 사겠다고 하면서 같이 가자고 했다..
이게 왠 횡재냐 싶었다..
그러나 대한남아의 자존심이 있지...
.....
.....
.....
“ 아니다 내가 사겠다”라고
말할려고 했으나,,,
혹시 그러다가 진짜로 사라고 하면 낭패다 싶어서,,
난 당당하면서도 유창한 영어로 이렇게 말했다,,,
..
...
....
.....
"Thank You "
그와 난 숙소앞 길을 건너 해변가에 있는 술집으로 향했다.
살랑 살랑 바닷바람은 불고,, 각국의 언니들이 가느다란 버드나무 같은
허리를 흔들며 내 앞을 지나갔다, 냄새 죽였었다,,
우리는 리차드가 자주 가는 술집으로 들어 갔으나 내가 술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매니저인 듯한 사람이 우리를 가로 막으며 나가 달라고 했다,,
자리가 없다는 이유였다 ,, 가게안의 3분의2는 빈자리였다,,
리차드는 매니저에게 화를 내며 싸우기 시작했다..
"자기를 모르느냐"
"난 이곳에 자주 온다"
"왜 술을 팔지 않겠다는 것이냐"..
난 잠시 정신이 멍했다,,
“아 ! 이런 것이 인종 차별이구나”..
그런 것이 존재했구나 난 티비에서나 보았지
그런 것이 어떤 건지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그런일을 당하고 보니 정말이지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그런 기분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뜩 정신을 차렸을 때
리차드는 여전히 지배인에게 항의를 하고 있었고,,
종업원 하나가 다가오더니 자기 업소는 필리피노는 받지 않는다고
여기서 좀더 가면 필리피노를 받는 업소가 있다고,,
정말 친절하게도 설명을 해주었다..
내가 필리핀노든 코리안이든 그런건 상관없었다 .
어차피 그들에게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술집안의 유대인들은 여전히 호소하듯이 말하는 리차드를
비웃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난 지금도 그들의 얼굴에 흘러내리던 비웃음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죽기전에는 난 그들 하나 하나의 얼굴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
아니 죽어서도,,,,
유대인은 인종편견의 최대 피해자이다,, 자기들이 그렇게 말한다.
그런지 안 그런지는 난 잘 모르겠다
그러나 유대인의 인종편견은 그 어느 민족 보다도 심하다.
먼저 유대인들도 일반적인 백인들처럼 동양인이나 흑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둘째는 이건 참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인종적 편견이다..
일반적으로 유대인은 3가지로 나누어 진다.
무엇 일까요 ???
.......
남자,,여자,,호모로 분류된다구요 ???
....
땡 ~ ~ ,, 아닙니다 .
...........
유대인은 크게 백인종의 유럽 계,, 팔레스타인 계,그리고 흑인 계이다.
그런데 유럽계가 팔레스타인 계를 무시하고 팔레스타인 계는 또
흑인 계를 무시한다.
즉, 같은 유대인들끼리도 인종에 따라 서로를 무시한다,
자신들은 인종편견의 최대 희생자라고 말하면서도,
그들은 인종편견을 즐기는 듯 했다.
아무튼 나와 리차드는 함께 해변을 걸었다 ..
그는 계속해서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계속 유대인을 욕하고 있었다.
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의 말 한마디에 세상이 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 힘이 있을 때에 그러한 모순을 바로 잡기위해
싸워야 한다는 생각만을 했다.
리차드는 가까운 편의점에서 병맥주 몇병을 사왔다,,
우리둘은 해변에 앉아 술을 마셨고,,
난 왠지 모르게 나를 대신해 화를 내고 있는 리차드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렇게 술이 알딸딸하게 올랐을 때 우리는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다혈질의 리차드가 또 문제를 일으켰다..
길을 건너다가 자동차가 그의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가자
흥분한 리차드는 사람이 길을 건너는 데
왜 그렇게 운전하느냐며 차를 발로 찼다,,
차에서 두명의 남자와 여자한명이 내렸다..
리차드는 왜소한 체격이었는데,,
그래도 그 두명의 남자와 우격다짐을 시작했다,,
결과야 뭐 당연히...
리차드가 ?나게 얻어터지고 있었다.
난 싸우기가 싫었다, 싸움을 할줄도 모르고 , 남의 나라까지 와서
경찰서 유치장 신세를 지기는 더욱 싫었다.
하지만 나를 위해 술집에서 말다툼을 했던 리차드가 얻어 터지고
있으니 도저히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여느 한국남자들처럼 나도 군대에서 배운
태권도 몇 동작을 시범 보였다.
내가 가끔 술 먹고 싸움이 나면 써먹는 동작인데,
앞차기라든지 아님 돌려 차기,
특히, 돌려 차기의 경우에는 가끔 혼자 돌다가 제풀에 땅에 처박히는
경우가 많은 데 그날은 왠지 자세가 잘 나왔다.
아무튼 나의 멋진 태권자세에 기가 죽은 두명은 물러섰고,
나는 기회다 싶어 ..
이소룡 흉내를 내면서 코를 몇 번 문지르다가, 두명중 한명을 발로 찼다.
그런데, 난 사실 찰 생각은 없었고, 기냥 폼만 잡는다는 것이
실수로 그 사람의 안면을 그대로 강타해 버렸다.
그 순간 그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하... 하... 하...
아마도 나를 무슨 쿵푸 고단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 표정이 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얻어맞고 쓰러져 있던 남자가 차문을 열고 차안에서 권총을 꺼내는 것이 였다.
(이스라엘은 테러사건이 자주 발생해서 일반인도 총기를 많이 소지한다)
정말로 ,,
너무 무서워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마치 온몸이 얼어 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도 정말 다행이..
그들 일행중 여자가 남자에게 뭐라고 하면서 총을 뺏고서는
우리에게 가라고 소리를 쳤고. 잠시후 차를 타고 떠나 버렸다..
난 애써 침착한 척했다.
리차드는 나에게 정말 대단하다고 어디서 그런걸 배웠냐고 물었다,,
난 한국남자들은 전부 이런걸 배운다고 했다..
우리는 모두 군대에서 특수한 훈련을 받기 때문에
맨손으로도 몇 사람을 상대할 수 있다고,..
뻥을 쳤다..
그리고, 아까 총을 꺼냈을 때 왜 가만히 서 있었느냐고..
왜 피하지 않았느냐고, 무섭지 않았느냐고 물어 봤다...
너무 무서워서 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다는 말은 할 수 없어서
우리는 특수훈련을 받아서 총을 무서워하지 않는 다고..
또,, 뻥을 쳤다
아무튼 그날 이후로 나와 리차드 정말 좋은 친구가 되었다
자 ! ! 이제 종반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조금만 인내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