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과 꿀이 흐르는 구두쇠들의 나라--(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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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과 꿀이 흐르는 구두쇠들의 나라--(6)

김성형 5 691
난 그곳에서 번돈 2,500달라의 대부분을 이집트와 태국에 돌아와서

먹고 마시고 선물사는 데에 다 써버렸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부의 재분배를 해 버린 것이다..



--- 연재 계속 되고 있습니다,,,



식당에서의 일은 이제 점점 이력이 붙어 ,,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너무 부끄러웠다 ,,

하얀 피부의 유럽계 유대인 아가씨들이

식당에서 음식을 먹거나 식당앞을 지나가다가 ,, 눈이 마주치면

너무 챙피하고 가슴이 떨렸다(^*^..?? ),,


그럴 때면 난 한국사람이 아니고 ,,

동남아 어느 나라에서 돈을 벌러온 그야말로 직업적인 불법노동자라고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한국인이 돈이 없어,

게다가 당시는 IMF라는 국가적인 수난의 시절이었던 관계로

이렇게 남의 나라에서 불법노동을 하는 것으로 보여지기는 싫었다..


그래서 손님들이나 지나가던 사람들이 내게

“타이랜디 ?”(너 태국사람이니)라고 물으면 그저 조용한 웃음으로

그들에게 화답했다,,


하지만 한달 정도가 지나자 모든것이 그저 단순한  일상으로 느껴졌다..


매일 같이 우리식당에 와서

매일 같이 똑같은 음식을 먹으며

매일 같이 나에게 히브리어(유대언어)를 가르쳐 주겠다고

매일 밤에 일이 끝나면 자기집으로 놀러 오라고 했던 식당 앞

옷가게의 뚱보아줌마를 보는 것도 그저 일상으로 녹아 들어가

마치 내가 오래 전 부터 그곳에 존재했던 사람처럼 느껴졌다..


주인 아저씨는 이제 내가 아주 맘에 들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주인의 태도에서 한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는 내가 한달내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때로는 넘어지고

떼로는 손을 베어도,, 그리고 하루 종일 서서일을 해도 ,,

단 한번도 "쉬었다가 하라"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물론 내가 불법 노동자의 신분이며.. 고용된 입장인 이상 일을 열심히
 
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식당일을 해 보신 분들은 알것이다..

식사시간 내내 서빙하고 주방에서는 음식을 준비하고,,

쓸고 닦고 그야말로 허리가 부러질 것 같은 중노동이다


그런데도 나는 홀,주방,요리 까지 일인 삼역을 했다,,

그래도 주인은 나에게 한번도 자리에 앉아 쉬라는 말을 한적이 없다.

밥을 먹을 때도 항상 손님이 오면 일어나서 일을 해야 했다...

그에게 있어서 난 단순히 일을 하는 기계일 뿐이었다,,


그래도 우리주인은 나은 편이었다 ..

우리 식당 바로 옆의 카페에서 일하는 "꾸마르"네 주인은 정말 인정사정도

봐주지 않는 지독한 유대인 이었다..


우리 건물의 일층에는 모두 나를 포함해 네명의 불법 노동자가 있었다.

한국에서 온 나.. 인도에서온 꾸마르, 필리핀에서 온 데이빗(영어명)

그리고 슬로바키아에서 온 안드레이..


우리는 모두 일층의 식당들에서 일하는 비슷한 처지(?)의 불법노동자

들이었다..


나와 안드레이는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하는 요리사 였고,

쿠마르는 접시를 닦고,, 청소를 하는 잡부,,그리고 데이빗은

빵을 굽는 제빵사였다..


일이 끝나는 저녁시간이 되면 우리는 거의 동시에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지하로  내려왔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나 마치 동네 처녀들이 우물가에 앉아 이바구를 하듯이

함께 쓰레기를 버리고 둘러 앉아 담배 한까치를 피우며 서로의 신세 한탄도

하고,, 젊은 날(??)의 무용담도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중에서도 인도에서 온 꾸마르의 눈에는 항상 눈물이 맺혀 있었다,,

이스라엘에 온지 거진 3년이 다되어가는 그는 ...

결혼하고 일주일 만에 집을 떠나 돈을 번다고 이곳 텔아비브에 와 있었다,,

그는  단지 일주일의 시간만을 보낸,, 그래서 이름외에는 별다리 기억하는

것이 없는 아내와 아직 한번도 본적이 없는 갓 돌이 지난 딸의 사진을

우리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유일한 낙인 듯 했다,.


물론 사진도 그거 한 장 밖에는 없는 듯했다,,

너무 많이 봐서 지금도 그 사진을 고스란히 기억할 정도다..
 
지금도 그의 고향인 인도의 A.P. 주 어딘가를 간다면,,

그의 아내를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난 가끔 그들에게 우리식당에서 파는 거위고기 햄을 가져다 주었다,,

거위고기 햄 ,아마 "그런것도 먹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아직 까지 그렇게 맛있는 햄을 먹어 본적이 없다,,

매일 같이 식당에서 두달을 넘게 먹었지만 전혀 질리지 않았다..


아무튼 난 그들에게 가끔식 비싼 거위햄을 가져다 주었고,,,

데이빗은 자기가 구운 빵중에 모양이 나빠 팔지 못하는 것들을
 
가져와 우리에게 나누어 주었고,,


안드레이는 가끔 거위간이나 무슨 혓바닥 같은 걸 가지고 와서

우리에게 먹으라고 했다,,


그가 우리들 중에는 가장 고급식당에 있었으니 물론 가장 좋은 걸

가지고 왔겟지만,, 채식주의자인 꾸마르와 촌놈인 데이빗과 나에게는

역시 힘겨운 음식이었다,,


우리중에서도 가장 불법노동자 다운 꾸마르는 아무것도 가지고 올 수

없음을 언제나 안타까워 했다,,,


18살에 결혼을 했고 그때는 21살이었던 꾸마르는 물론 외관상으로는

까무잡잡한데다 콧수염까지 길러서 나보다 서너살은 나이들어 보였지만,,

그래도 어린 나이라 항상 눈물을 잘 보였다,,


아마도 어린나이에 타국에서 인간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살아간다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먹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가지 에피 소드가 있다..

내가 처음 주인 아저씨와가 급료를 결정할 때

그는 내게 말했다 ,,


"돈은 많이 줄 수 없다 하지만, 점심과 저녁에 먹는 것은 너의 마음이니까

오히려 우리식당에서 일하는 것이 너에게는 이익일꺼"라고  ..


하지만 그말이 나를 만난이후 그의 가장 큰 실수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채 이틀도 걸리지 않았다.


아마도 그가 전에 데리고 있었던 태국요리사들이 별로 많이 먹지를 않아서

아마 나도 같은 동양인이니 먹어야 얼마나 먹겠는가 하는 생각을 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처음 일을 시작하고 나서 그동안 주린 배를 채우느라 하루에

닭가슴살 스테이크를 무려 1KG 가까이 먹었다.

돈으로 치면 내가 하루 열시간 일하는 일당과 맛먹는 양이었다...


아무튼 이스라엘에서 왠만한 요리사들은 한시간당 25세켈(7달라)

정도를 받는 데 ,, 난 15세켈을 받았다,, 그래도 고정적인 일인데다가

먹는 걸 마음 껏 먹을 수 있었다 ,,


노동에서 오는 피로감을 먹는 것으로 보충했다고 할까,,


아무튼 내가 하루에 그집에서 먹어 치우는 양이 20달라어치 가까이

되었으니 ,, 그리고 일이 끝나면 그 비싼 맥주도 한병씩 마시고,,

지금도 우리 주인은 한국인이라고 하면  엄청먹는 大食家로 생각할 것이다,,


난 하루종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리고 주말에도 일한 덕에 그래도 차츰

돈이 모여지고 있었다,,


하지만,, 월급을 많이 받는 안드레이
(그는 원래 프라하의 국영 호텔의 일급요리사 였다고 한다)를 제외하고,

꾸마르나 데이빗의 경우 그들을 이스라엘에 오게 도와준 부로커에게 매달

얼마씩 돈을 주고 숙식을 해결하고 나면 남는 것이 얼마 없는 듯 했다..


그래서  돈을 벌기위한 그들의 外遊는 장기화될 수 밖에 없는 듯 했다..



-------- 자 ~~ 조금만 참으시면 완결됩니다...
5 Comments
*sk* 2003.08.05 14:28  
  어제서야 얘기 듣고서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br>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 글솜씨 대단 하시군여... <br>
조금만 더 참을테니 어서 빨리 완결 해주세여~^^ <br>
김성형 2003.08.05 15:36  
  글 솜씨라,, 부끄럽네요, <br>
여행중에 몇자 적었던 것을, 이런 것도 이야기 거리가 <br>
될까하고,  6년간 간직하고 있다가, 기냥 한번 올려 <br>
본겁니다,,
휴... 2003.08.05 15:55  
  그래도 잘 먹어서 다행입니다. 님의 고생담 너무 남이 아팠는데...
포비 2003.08.05 16:59  
  넘 잼나는데여...흥미 진진~~어떤 소설책보다도 잼있어여..빨랑 올려주세욤.^^
주니 2003.08.05 18:58  
  완결마시고 주욱 길게 마니 써줘여~~ㅎㅎㅎ <br>
너무 잼 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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