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고수와 초보의 차이....?
작년에 결혼한 내 동생은 신혼여행을 태국으로 갔다.
결혼을 앞둔 모든 커플들이 그러하듯, 어디 신경 쓸게 한두가지 였던가...
그 많고 많은 골칫거리들중 하나가... 신혼여행은 과연 어디로 어떻게 갈것인가? 였다.
나... 분명히 자유 여행을 권했었고, 동생도 그리하리라 다짐하며 여러 가지를 분주히 준비하는듯 보였다.
나는 나대로 요왕이 쓴 헬로 태국 책도 읽어보라 주고, 우리 홈피의 여러 후기들도 제시했었고, 변변치 않지만 나름데로 일정을 짠 메일도 몇 통 보냈다.
자유 여행 이외의 다른 대안은 전혀 고려하지도 않았는데... 그 이유는...
그래도 명색이 형부가 요왕인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 가족 만큼은 당연히 자유(배낭을 메든 트렁크를 끌던 간에...) 개인 여행을 해야 하지 않나....? 하는게 내 생각이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동생의 신혼 여행은 전형적인 패키지는 아니었지만, 여행사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후아힌의 리조트에서 며칠 보내고 그 후 방콕에서의 일정은 차와 기사를 대절해 다니는 걸로 마무리 하는 다소 제한적인 개인여행 패턴이었다.
“ 책을 봐도 모르겠어... ”
오로지 여행에만 전념할 수밖에 없는 그 당시 동생의 상황을 이해한다 치더라도,
저 말은 상당히 의아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니 얘가 머저리 인가?
책을 봐도 모르겠다니... 얼마나 형부가 자세히 상세히 알기 쉽게 써놓은건데...
“ 아이 씨~~ 그걸 왜 몰라... 아니 여기 적힌 데로 이렇게 저렇게~~~ 와글와글 불라불라~~~ ”
첫 여행 때부터 남편 따라다니며(요왕은 결혼 전에 이미 가이드북을 한 권 낸 상태...) 뭐 하나 제대로 하는거 없어도 불편한거 거의 없이, 간혹 일이 안 풀리면 잔소리만 신경질적으로 내뱉던 나는... ‘책을 봐도’ 모르겠고 헷갈리기만 한다는 내 동생의 작은푸념을 정말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처음 가보는 여행지인 발리를 다녀오고 나니...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싱가폴을 며칠 들러보고 나니...
‘그래... 책이나 게시판의 정보를 이해할수 있는것도 일단은 한번 체험을 해봐야 머리에 들어오는 구나...’
라는걸 실감하게 되었다.
아무리 가이드북과 인터넷에 관광지로 가는 방법이 잘 써있다 하더라도, 그 나라의 여러 생소한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미리 인지 했다하더라도, 그리고 많은 사기 수법(그중에는 정말 말도 안되게 허술하고 속셈이 뻔히 보이는 저질 수법도 여러 가지...)에 대한 눈물 없이( 또는 실소 없이) 볼 수 없는 경험담을 읽었다 할지라도...
현지에 가서는 헤메이고 실수하고 당할수 있다는걸... 잘 공감하지 못했던거 같다.
“ 흑흑...이렇게 저렇게 당했어요” 라고 하소연 하는 사람에게, “그거 책에 다 있는거잖아요!!”
“ 이미 그런 후기가 올라와 있잖아요!!” 라는 자칭 타칭 여행고수들의 일갈이 무슨 위로가 되리...
특히나 우리처럼 현지에서 보낼 시간이 널널한 사람들은, (게다가 자주 나가기 까지 하는)
그까짓 좀 둘러둘러 돌아가더라도, 그리고 실수 좀 하더라도 만회할 시간적 여유나 있지...
정말 가뭄에 단비 오듯 일주일 남짓 휴가 받아 떠나는 사람들은 한번의 실수가 여행의 상당한
퍼센트를 망칠수도 있는바, 그 얼마나 긴장되고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앞설까...
그에 대한 이해와 동감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 조금 된다.
하지만 첫여행의 필수요소인 많은 허둥됨과 시행착오의 함정에도 불구하고,
글자와 그림이 현실로 다가오고, 기대하던 음식의 맛이 비로소 목구멍을 넘어가는 그 첫 느낌은 여행 고수(?)들은 이제 절대로 느낄수 없는(향수는 느낄 수 있을지언정...)
첫여행자들에게만 선사되어지는 선물이 아닐까.....하는 작은 위안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