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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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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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창밖에는 장대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요즈음 한국은 거의 매일 내리는 비와 가끔 쏟아지는 폭우로 집안에 이불은 모두 눅눅해져 있고, 좋지 않은 경제상황때문인지 기분까지 쉽게 마르지 않는 찝찝함과 눅진함으로 심신이 더욱 힘든것 같아요.

태국은 아시는대로 건기와 우기의 두 계절이 있을 뿐입니다. 6월부터 시작하는 우기는 약 10월까지 계속되는데, 북쪽인가, 혹은 남부지방인가, 그리고 안다만해변인가 태평양해변인가에 따라 기후의 차이는 있지만 방콕의 우기에는 거의 매일 소나기가 한두차례 쏟아지죠.

하지만 한국과 다른 점은 스콜성 강우로 비의 양은 많지만 짧은 시간에 쏟아지며, 그 이후에는 구름이 걷히고 언제 그랬나는 듯 햇볕이 내리칩니다. 가끔은 한국의 장마처럼 날씨가 쉬이 개이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약 5개월의 우기 중 그런 날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우기의 태국이 오히려 좋습니다. 습기가 많은 더위가 좋을리가 있냐고 반문하실 줄 모르지만, 30도가 훨씬 넘는 더위에 녹초가 되어갈때 '꽈광 쾅쾅~' 귓전을 때리는 천둥과 함께 쏟아지는 소나기는 시원함, 그 이상의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저쪽 하늘에서 새까만 먹구름이 몰려오면 30분내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답니다. 스콜이 쏟아지는 방콕에서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했거나 급한 발걸음을 재촉할 일이 없다면, 저는 플라스틱이나 양철판 같은 걸로 하늘을 가린 노상카페에 가 앉아있곤 합니다. 시멘트 길과 양철 지붕위로 내리꼿는 비의 향연이 볼만하거든요.

가끔 들이치는 뇌성과 우뢰는 심벌즈나 큰북으로 느껴지고, 양철 지붕위의 바이올린과 시멘트바닥의 비올라, 가끔 지나가는 노란 우산위의 플루트는 신과 태국의 협연오케스트라 같은 느낌이 들죠.

점심시간을 준비하느라 저쪽 테이블을 열심히 닦고 있던 종업원 아가씨가 천둥소리에 놀라, 잠깐 걸레질을 멈추고 멍하니 하늘을 쳐다봅니다. 나랑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웃음을 지어봅니다.

세상 급할 것 없는 태국인들의 여유로운 웃음과 함께 단지 하늘이 연주하는 교향악을 감상하다보면 어느새 먼지와 소음으로 가득찼던 방콕과 내 가슴은 한숨에 깨끗이 씻겨버리죠.

그렇게 온 세상을 삼킬듯 끝없이 쏟아지던 비가 뚝 그치고, 다시 뜨거운 열기가 몰려올 즈음엔 보도위로 보드라운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답니다. 그리고 가끔은 비를 몰고 왔던 먹구름 하늘에 아롱다리 무지개가 올라서 있구요.

10월이 지나기 전에 방콕에서 열리는 방콕 협연의 하늘 오케스트라 연주를 꼭 한번 보러 가고 싶은데...될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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