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대한 작은 생각
작년 11월.
일을 때려치우고 여행을 떠난다는 제 말에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아무도 놀라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저지를 것을 알고 있었던 듯.
대학를 졸업하고 딱 1년만 백수로 살아보기로 했었습니다.
25년이라는 시간이 해결해 주지 못한 문제를 풀 시간이 필요했거든요.
그러나 개인사정때문에 백수계획은 물건너가고
몇년간 변변한 휴가 한번 없이 일에 파묻혀 살았죠.
매일 매일 '나는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보지 못했어요.
일년에 단 며칠도 휴가가 없었던 직장에서
시간과 돈을 맞바꾸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이
나에게 다른 선택이란 없지 않느냐고, 당장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우겼습니다.
유일하게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은 친구들과의 술자리뿐이었고,
어느 순간 마치 지나치게 잡아당겨버린 용수철처럼
탄성을 잃어버리고 늘어나버린 자신을 보았을 때의 참담함이라니..
일을 그만두고 나서 제일 먼저
밥도 굶어가며 정신없이 잠만 잤습니다.
그리고 집에 틀어박혀 그동안 허영심에 모아둔 책들을 꺼내서
며칠 굶은 사람이 허겁지겁 음식에 달겨들 듯 책에 매달렸습니다.
닥치는 대로, 손에 잡히는 대로 내리 읽어대다보니
어느새 제 손에는 여행과 관련된 책들만 들려있더군요.
그리고는 여행계획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도대체 왜 떠나고자 하는 것일까?
혼자 떠나는 여행.
바쁜 일정으로 관광지나 유적지를 둘러보고 싶지도 않고
쇼핑이라든가 새로운 친구만들기라든가 하는 것도 실은 좀 귀찮습니다.
여행중의 로맨스? 낭만적인 추억 만들기? 사진만큼 남는 것도 없다면서요?
현지인들의 소박한 삶을 슬그머니 들여다 보는 일도, 글쎄요..
제가 무슨 권리로 그들의 삶을 동물원 원숭이 취급할 수 있겠습니까...
물처럼 바람처럼 잠시 왔다가 흔적없이 지나가고 싶을 뿐입니다.
오히려 내가 머물렀던 흔적을 열심히 지우고 다니고 싶은걸요.
바라는 것이라고는 고작
조용히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술도 한잔 하고 편지도 보내고 하면서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던 백수 근성을 맘껏 드러내 보고 싶을 뿐이지요.
친구가 냉정하게 말하더군요.
왜 돈써가며, 시간버려가며 멀리까지 가려고 하냐고.
지금 살고 있는 공간에서는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없냐고.
사실은 그저 도피하는 것일 뿐, 다녀와도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을 거라고.
나 역시 친구에게 냉정하게 말했습니다.
어차피 내가 찾는 것은 내 안에 이미 있다는 것, 알고 있다고.
다만 그 정답을 찾기 위해 바보같이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고 싶지는 않다고.
뭔가 달라지길 기대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내 안의 나를 만나러 간다고.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여행을 떠난다는 것.. 그것은 이방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방인이 되기에 사람들은 생전 하지 않을 일도, 하지 못할 일도 하게 되지요.
여행지에서 있었던 일은 여행지에 묻어두고 온다는 말은
많은 사람들을 찔리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을 미소짓게 하는 말이기도 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여행은 돌아올 것을 전제한다는 것이지요.
아무리 멀리 떠나도 결국은 내 삶으로 돌아오는 것이 여행이랍니다.
즐기기 위해 떠나는 사람도
생각하기 위해 떠나는 사람도
혼자이고싶어 떠나는 사람도
결국 돌아올 것을 예정하고 있다면 좀 더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돌아오지만 그들은 머물러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떠날 것을 예정하고 이곳을 둘러보다가 참 많은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엄청난 양의 정보와 감상들이 넘치는 이곳에서
여행에 대한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여행이란 떠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이고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그들에게 폐를 끼치지도 않을 것이며
떠난 동안의 시간을 좀 더 소중하게 보내게 될 것입니다.
이제 떠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떠난 그 곳에서 마주친 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나 자신을 만나게 되면 술 한잔 권하고 친해져보렵니다.
모두 건강히 여행하시길 빕니다.
일을 때려치우고 여행을 떠난다는 제 말에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아무도 놀라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저지를 것을 알고 있었던 듯.
대학를 졸업하고 딱 1년만 백수로 살아보기로 했었습니다.
25년이라는 시간이 해결해 주지 못한 문제를 풀 시간이 필요했거든요.
그러나 개인사정때문에 백수계획은 물건너가고
몇년간 변변한 휴가 한번 없이 일에 파묻혀 살았죠.
매일 매일 '나는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보지 못했어요.
일년에 단 며칠도 휴가가 없었던 직장에서
시간과 돈을 맞바꾸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이
나에게 다른 선택이란 없지 않느냐고, 당장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우겼습니다.
유일하게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은 친구들과의 술자리뿐이었고,
어느 순간 마치 지나치게 잡아당겨버린 용수철처럼
탄성을 잃어버리고 늘어나버린 자신을 보았을 때의 참담함이라니..
일을 그만두고 나서 제일 먼저
밥도 굶어가며 정신없이 잠만 잤습니다.
그리고 집에 틀어박혀 그동안 허영심에 모아둔 책들을 꺼내서
며칠 굶은 사람이 허겁지겁 음식에 달겨들 듯 책에 매달렸습니다.
닥치는 대로, 손에 잡히는 대로 내리 읽어대다보니
어느새 제 손에는 여행과 관련된 책들만 들려있더군요.
그리고는 여행계획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도대체 왜 떠나고자 하는 것일까?
혼자 떠나는 여행.
바쁜 일정으로 관광지나 유적지를 둘러보고 싶지도 않고
쇼핑이라든가 새로운 친구만들기라든가 하는 것도 실은 좀 귀찮습니다.
여행중의 로맨스? 낭만적인 추억 만들기? 사진만큼 남는 것도 없다면서요?
현지인들의 소박한 삶을 슬그머니 들여다 보는 일도, 글쎄요..
제가 무슨 권리로 그들의 삶을 동물원 원숭이 취급할 수 있겠습니까...
물처럼 바람처럼 잠시 왔다가 흔적없이 지나가고 싶을 뿐입니다.
오히려 내가 머물렀던 흔적을 열심히 지우고 다니고 싶은걸요.
바라는 것이라고는 고작
조용히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술도 한잔 하고 편지도 보내고 하면서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던 백수 근성을 맘껏 드러내 보고 싶을 뿐이지요.
친구가 냉정하게 말하더군요.
왜 돈써가며, 시간버려가며 멀리까지 가려고 하냐고.
지금 살고 있는 공간에서는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없냐고.
사실은 그저 도피하는 것일 뿐, 다녀와도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을 거라고.
나 역시 친구에게 냉정하게 말했습니다.
어차피 내가 찾는 것은 내 안에 이미 있다는 것, 알고 있다고.
다만 그 정답을 찾기 위해 바보같이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고 싶지는 않다고.
뭔가 달라지길 기대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내 안의 나를 만나러 간다고.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여행을 떠난다는 것.. 그것은 이방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방인이 되기에 사람들은 생전 하지 않을 일도, 하지 못할 일도 하게 되지요.
여행지에서 있었던 일은 여행지에 묻어두고 온다는 말은
많은 사람들을 찔리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을 미소짓게 하는 말이기도 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여행은 돌아올 것을 전제한다는 것이지요.
아무리 멀리 떠나도 결국은 내 삶으로 돌아오는 것이 여행이랍니다.
즐기기 위해 떠나는 사람도
생각하기 위해 떠나는 사람도
혼자이고싶어 떠나는 사람도
결국 돌아올 것을 예정하고 있다면 좀 더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돌아오지만 그들은 머물러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떠날 것을 예정하고 이곳을 둘러보다가 참 많은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엄청난 양의 정보와 감상들이 넘치는 이곳에서
여행에 대한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여행이란 떠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이고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그들에게 폐를 끼치지도 않을 것이며
떠난 동안의 시간을 좀 더 소중하게 보내게 될 것입니다.
이제 떠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떠난 그 곳에서 마주친 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나 자신을 만나게 되면 술 한잔 권하고 친해져보렵니다.
모두 건강히 여행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