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돈무앙국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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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돈무앙국제공항

Keith 3 1056
오랫만에 보는 님의 글입니다..
저를 물론 모르시겠지만..몇 시간 뒤에 태국으로 가는데 여기에 로그인
한 거 보면 저도 만만찮은 병자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언젠가 여기다 글을 남기고 싶었는데 님의 글의 꼬리로나마 좀
정리를 해 보려 합니다.

처음에 직장 때문에 방문했던 곳이 이제 저에겐 현실도피처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사실 서울 거리를 혼자 다녀도 익명성은 보장이 되지만,
태국에서는 뭔가 더 다르죠. 겉으론 휴식이라고 하지만, 신혼여행도
아니고 친구들끼리 가는 왁자지껄한 분위기도 아니고 잠시 일상을 묻기
위해 떠납니다. 이런 여행 부질없다는 거 알죠. 저도 아마 이번이 혼자
떠나는 건 마지막이 될 듯 하구요.

방콕의 이름모를 길거리를 걸어다니는 걸 좋아라 했었죠. 수쿰빗 소이 16
으로 들어가서 가난한 현지인들 삶을 여과없이 바라보기도 하고 그 길이
끝날 무렵엔 무지 화려한 건물들(나중에 알고보니 데이비스 호텔 근처인 듯)을 보면서 뭔가 부조리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리 역 근처,톤부리 쪽,
수쿰빗 소이 100넘어가는 거리들..희미하게 남아있는 80년대 초반 영등포
뒷골목의 고단함이 떠오르더군요..

돈무앙공항에서 이별이라..저도 있었네요..태국여자도 있었고,말레이시아 여자도 있었네요. 밤거리에서 만난 사이가 아니어서 그런 지 헤어질 때 드는 기분은 한국에서와 다르지 않더군요. 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는 아니지만,공감합니다.

아무런 계획이 없네요..사실 오늘 오후에 내려서 어디를 갈 지도 모르겠어요.
'상실의 시대' 끝자락에 있는 문장..'난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이렇게 물을 지도
모르겠습니다.20대엔 좋은 경험인 듯 하지만,30대 이후엔 해서는 안 될..
굳이 이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어쩔수가 없군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에서의 좀 더 나은 생활을 위해 해외에 나갔다 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생활의 활력을 얻기위해','재충전을 위해','고민을 잊어버리려','화끈하게 놀기 위해"...표현은 달라도 다 비슷한 거 같습니다. 결국 여행이란 건 자기가 속해 있는 현실에서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현실도피성의 여행이라고 할 지라도)

수쿰빗같은 번화가의 길거리에 있을 지, 꼬창 같은 섬의 한자락에서 조용히
지낼 지..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도 모르는 사이에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후회없도록 움직이게 되겠죠. 돌아가게 되면 더 나은 삶이 될 수 있도록..

적당히 낯설고,적당히 낯익은...더 알려고 하기보다는, 더 진하게 느껴보기 위해 떠납니다.

(p.s.) 두서없는 글이지만,여행을 앞두고 왜 여행을 가야하는 지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의 넋두리 정도로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3 Comments
sogman 2006.03.23 08:24  
  더 진하게 느껴보기 위해서 떠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저도 곧,더 찐하게 느껴보기 위해 떠날 볼렵니다.

ps.스케쥴이 계속 꼬여 대기중입니다.
세야 2006.03.30 22:48  
  저도 곧 떠나는데요 첨입니다 해외여행이라는 자체가...그래서 더 떨리고 두렵죠...하지만 여행의 묘미라는게..부딪쳐서 안되는말도 다 해보고 다해보려합니다 남는게 많는 그리고 복잡한 머리속을 비우는 그런여행을 해볼꺼에요 홧팅
다섯별 2006.06.16 18:29  
  두두리면 다 해결됩니다...
 여행이란 준비하는 동안의 그 설레임이 정말 최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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