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본행 야간열차 (2) !
우본행 야간열차가 드디어 출발하기 시작한다.
자리에 앉기 무섭게 출발한 열차 안에서 나를 첫 번째로 반기는 사람이 있었는데 열차차장이다~~
열차차장은 밤색의 제복을 입고 있었고 상의가 몸에 꼭 붙는 스타일로 되어 있어서 그 형태가 태국경찰의 유니폼과 거의 같다.
차장은 좌석을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승객들의 열차표를 확인하고 열차표에 뺀찌 같은 천공기를 사용 구멍을 뽕, 뽕 뚫어주었는데 아마도 무임승차를 하고자 하는 불청객에 대한 색출작업도 필경 겸하고 있는 것이리라.......
종착역인 우본까지는 무려 11시간 40분이나 걸리는 것으로 되어 있어 꽤나 굼뱅이 같이 느린 속도로 운행 할 줄 알았던 야간열차는,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제법 빠른 속도로 운행중이다.
우본 까지는 대략 600킬로가 넘는 거리로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 빠른 속도로 운행을 한다면 10시간이 채 못 걸리는 시간에 우본에 도착시켜 줄 것만 같아서 다소 의아스럽기만 하다.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70킬로 이상의 속도로 달려가는 열차의 운행시간이 12시간 가까이나 걸려야 하는 것인가???
그러나 이런 나의 순진한 기대감은 역시 기대로 끝나게 되었고 우본까지 무려 12시간 가까이 걸리는 운행시간은 다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이름 모를 중간 중간의 간이 역에 정차하며 승객들을 부지런히 탑승시키기에 여념이 없으면서도 제법 빠른 속도로 덜컹, 덜컹 거리면서 40여 분 간을 운행하던 야간열차가 역시나 어느 이름 모를 간이역에 정차를 했다 싶었는데........
엥??
15분이 지나도록 도통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잘 달려가던 열차가 왜 느닷없이 갑자기 멈추어 선 채 꼼짝하지 않는 것인지 궁금증과 함께 짜증이 몰려 왔지만 이방인인 나로서는 도통 모를 일이다.......
다시 5분이 더 경과했다.
갑자기 반대편 철로에서 덜컹, 덜컹, 거리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달려 오는 열차가 있다 싶었는데 달려오던 열차의 꼬리가 시야에서 어느정도 사라지자 그제서야 내가 탑승한 열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이냐!
추측이 맞다면 선로가 하나 밖에 없거나, 아니면 선로를 하나 밖에 사용하지 않는 관계로 인해 만약 마주오는 열차라도 있게 되면 어느 쪽이 되었건 한 쪽 열차가 멈추어 선 채 마주오는 열차가 통과 할 때 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시스템으로 운영이 되고 있는 것이지 싶다......
우본 까지 이동하는 과정에 있어 아무 역이 되었건 이런 식으로 세월아~내월아~~하면서 평균 20분 이상씩 무작정 정차해 있는 순간을 나는 무척이나 많이 경험해야 했다........
잠들어 있지 않았을 때 경험했던 마주오는 열차가 통과하기만을 기다리면서 무작정 정차해 있는 상황을 내 기억으로만 5번 이상 겪었으니 잠 들어있었을 때 까지를 포함 한다면 도대체 몇 번 이나 더 이렇게 무작정 정차를 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본 까지 무엇 때문에 무려 11시간 40분이나 걸려야 하는 것인지 그 이유가 처음에는 무척이나 궁금 했었지만 어느 이름 모를 간이역에서 마주오는 열차가 통과할 때 까지 무작정 대기해야 하는 경험을 한 이후 같은 상황을 역시 어느 이름 모를 간이역에서 마주오는 열차가 통과하기를 기다리며 다시 한 번 20분 간 정차하는 똑 같은 상황을 두 번째로 겪게 되면서 나는 비로서 예상 외로 길어질 수 밖에 없는 열차운행 시간이 서서히 이해되기 시작했다......
처음 경험한 태국열차의 내부는 널널하고 쾌적한 우리나라 열차와는 달리 그 폭이 꽤나 좁은 편이다!
우본행 서민 야간열차는 인천도심을 운행하는 인천 지하철의 차량폭과 거의 같은 크기로 협소했는데 이렇게 폭이 좁은 객차는 당연히 선로폭도 좁게 마련이다. 이름하여 협궤열차.....
선로폭이 좁은 협궤열차이다 보니 안정감이라던가 승차감 역시 떨어 질 수 밖에 없어 조금만 속도를 높이면 마치 열차가 분해되기라도 하는 듯, 삐그덕, 삐그덕, 우당탕, 쿵광하는 요란, 뻑적지근한 다양한 소리와 함께 객차의 요동마저 엄청 소란스럽다.
냉방장치 역시 중간 중간 천장에 매달린 협소하고 먼지때가 가득 주저앉은 회색의 회전선풍기 만이 몇 대 돌아갈 뿐이어서 객차의 창문은 모두가 하나 같이 오픈되어 있었는데 가뜩이나 삐그덕, 삐그덕, 우당탕 쿵광! 하는 요란한 소리와 더불어 객차까지 심하게 흔들리며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다 창문까지 모두 열어놓았기 때문에 꽤나 요란한 바람소리 까지 보너스로 따라 붙는다.......
흔들 흔들, 우당탕 쿵쾅, 삐그덕 삐그덕, 하는 객차의 요동소리와 함께 휘이이잉~휘잉~~쏴아아아~~~하는 거센 바람소리 까지 참으로 다양하고 해괴한 소리의 향연을 이렇듯 원없이 실컷 만끽하게 될 줄이야~~띠바~~
내 옆에 앉아 있는 인물, 몸매 꽝인 전형적인 오리지널 타이 푸잉은 누가 여자 아니랄까봐 현지인 서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깔끔하고 단정한 편에 속하는, 옆에 앉은 이방인을 꽤나 의식한 듯 있는 내숭, 없는 내숭을 유감없이 한 껏 과시하더니 제법 까탈스러운 자세로 약간 몸을 비틀어 앉고는 손 등으로 턱을 괸 채 어둠에 휩싸인 창밖을 지긋이 바라보며 침묵시위 중이다.......
이거야 원~~느닷없이 왠 내숭~~나도 댁 한테는 별 관심 없네요~~^^**
열차 안, 밖에서 다양하게 전개되는 여러 현상들을 잠시 재미있게 감상하다 무료한 시간도 죽여줄 겸 최근에 구입한 “아리리버 mp3”를 꺼내어 이어폰을 귀에 꽃으니 옆과 뒤에 앉아 있던 태국인들이 이방인의 새로운 시도에 다시금 호기심 깃든 눈길들을 보낸다.
mp3, 처음 구경하냐!!
분위기 있는 야간열차를 기대했던 처음의 기대와는 달리 온갖 요란 뻑적지근한 소음과 생각보다 심하게 요동치는 객차의 흔들림으로 인해 정신사나운 분위기를 물씬 연출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야간열차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왠지 차분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새파랗게 젊은 나이로 요절한 김 광석의 익숙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분위기 있는 음악과 함께 흘러나온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내 텅빈 가슴은 가득차고~~~
음.....분위기 제법 죽여주는구만.......^^
옆에 앉아 있는 타이 푸잉의 인물, 몸매가 꽝만 아니었다면 비록 짧은 태국말이긴 하지만 토막 전투태국어로 말이라도 붙여서 여벌로 갖고 간 이어폰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게 할 수 있었고, 열차 안에서의 인연을 핑계삼아 우본에 도착한 후에도 연장전을 벌일 수 있었겠지만 피차 간 왕내숭 모드로 일관한 채 일정한 시간이 흘러버리자 어느덧 자연스럽게 모르쇠 분위기로 전환돼 버렸다~~^^**
한동안 음악에 취해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어느새 깜박 잠이 들었었나보다.......
느닷없이 크게 들려오는 열차의 요란 뻑적지근한 비명 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심한 요동에 의해 잠에서 깨었는데 시간을 보니 이제 겨우 새벽 2시를 가르킬 뿐이다.......
내가 탄 반 쪽의 특별칸을 비롯 남은 반 쪽의 일반칸에 있는 모든 태국인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불편한 자세로 잠에 빠져있다.......
요란한 바람소리와 연신 덜컹거리는 열차의 소음도 모두 무시된 듯 각자 잠에 빠져 있는 태국인들을 잠에서 깬 탓으로 잠시 무심한 심정으로 바라보게 되었는데 잠들어 있는 그 들과는 달리 홀로 깨어 있음을 느끼게 되어서인지 알 수 없는 고독감에 젖어든다.......
내가 탄 특별칸과 이웃하고 있는 반쪽의 일반실에 타고 있던 태국인들은 다행스럽게도 좌석이 여유있었는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 같이 옆으로 누워 구부러진 발을 통로 쪽으로 향한 채 잠들어 있다.
그들이 통로 쪽으로 뻗은 발은 역시나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가 맨발이었는데 남, 녀 태국인들 모두가 하나 같이 통로 쪽을 향해 발을 뻗고 있는 야간열차 안의 정경은 코믹스럽기 까지 했다~~^^*
한결 같이 통로 쪽으로 뻗어 있는 맨발의 태국인들을 잠시 바라보고 있자니 투박하고 큰 편에 속하는 발도 보이고 작고 아담한 발도 보였는데 비록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와중에도 남자와 여자의 발이 각각 다른 특성을 보인다.
작고 아담하며 발톱이 가지런한 발은 여자의 발임에 분명하다. 그에 비해 시커머수리하고 투박하며 상대적으로 큰 편에 속하는 발은 볼 것 없이 남자 발이다! ^^**
몸은 무겁고 피곤하기만 한데 아무래도 좌석이 불편해서인지 잠이 오지 않는다.
비교적 앞 좌석과의 간격도 여유있고 뒤로 등받이를 젖힐 수 있도록 되어 있는 특별칸의 좌석도 이렇듯 불편한데 거의 직각으로 고정되어 있고 좌석 간 간격도 상대적으로 좁은 일반실의 태국인들은 얼마나 불편할까.........
일반실은 205밧, 특별칸은 331밧인데 아마도 일반실을 이용하는 태국서민들은 특별칸과의 차액 126밧을 아끼기 위해서 일반실을 선택했을 것이다........
잠시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영역표시 장소로 이동을 했는데 특별칸과 일반칸을 연결하는 특별 칸 끝 부분에 화장실과 세면장이 있다.
화장실과 마주 보고 있는 세면장은 오픈 되어 있었고, 화장실은 우리나라 열차에서 흔히 볼수 있는 밀폐형으로 되어 있다.
세면장과 화장실은 생각보다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내가 탄 객차가 331밧 짜리 특별칸이어서 화장실이 깨끗한 건지 아니면 일반실도 특별칸에 있는 화장실과 같이 깨끗하게 되어있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열차가 심하게 흔들려서 조준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던 관계로 영역표시를 위한 행위를 간신히 마칠 수 있었다~~^^**
대충 별 탈 없이 볼 일을 마치고 화장실을 나오니 조금 전 모든 태국인들이 잠들어 있던 상황과는 달리 특별칸 뒷 편으로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일반실의 태국인들 중에는 아직 잠들지 않은 태국인 들의 모습이 제법 많이 보인다.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한 이방인의 모습이 일반실의 태국인들에게는 무료한 밤시간대의 특별한 상황이라도 되는 듯, 화장실과 인접한 곳에 자리잡고 있던 일반실의 태국인 서민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길을 보내준다.
나를 향해 호기심 깃든 눈길을 보내주고 있는 태국인 중에는 어린아이와 함께 있는 태국여인의 모습도 보였는데 그 태국여인은 자신의 다리를 베게삼아 잠 들어 있는 자신의 아이가 혹여 잠에서 깰세라 불편하고 피곤에 지친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은 채 가만히 미소지으면서 온화한 눈길로 나를 차분하게 바라보고 있다.
순간적으로 코흘리게 어린시절 어머니의 손을 꼭 부여잡고 외갓집이 있던 인천으로 가끔 열차를 이용해서 방문했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당시 우리나라도 어지간히 못 살던 시절이라 서울-인천간 증기기관차가 운행되던 시절이 있었는데 추운겨울날 열차를 이용하게 되면 매서운 한겨울의 칼바람이 휘몰아치는 플렛홈에서 어머니를 꼭 부여안은 채 출발시간을 기다리며 추위에 오돌오돌 떨던 추억의 시절이 있었다......
어머니는 어린 나를 조금이라도 추위에서 벗어나게 해 주려고 칼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등을 돌리고 서서는 바람을 막아주었고 나는 등을 돌린채 바람막이가 되어준 어머니의 한복 치마폭에 안겨 어리광을 부렸던 아련하고 애잔했던 시절이................
우리나라 여인이나, 태국 여인이나 자식에 대한 애틋한 감정과 사랑은 조금의 차이도 없을 것이다.......
정겹게 느껴지는 태국여인으로 인해 잠시 상념에 빠져있다 다시금 좌석으로 돌아가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화제작 “다빈치 코드”를 꺼내어 본다.
구입한지 꽤나 되었건만 아직까지도 손을 못대고 있다가 우본행 야간열차에서의 무료한 시간에 힘 입어 드디어 오늘 새벽 시간에 책표지가 들추어지게 되는 감격적인 순간을 맛 본다.
책을 읽다보니 졸음이 몰려와서 어느 순간 다시금 잠이 들었는데 또 다시 요란한 열차소리와 바람소리에 의해서 잠에서 깨어난다.
5시 30분...... 아직도 우본까지는 6시간 이상이나 남아있다......
아무래도 좌석이 불편해서인지 허리가 욱신거리고 엉덩이가 쑤시는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신운동도 할 겸 자리에서 일어나 객차와 객차 간 연결 지점으로 이동하니 오픈되어 있는 객차와 객차를 연결시켜주는 부분에서 강한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는데 어느덧 여명이 밝아오고 있는 중이다.
자연스레 눈길이 열차 밖으로 향하게 되었는데 한국이나 태국이나 사람이 살고 있는 열차 주변의 주거지는 열악하기 그지 없는 정경을 적나라하게 펼쳐보인다.
서민들의 주거지라고 하는 표현 조차도 사치스러울 정도로 달리는 열차에서 바라 본 철로변에 펼쳐진 태국빈곤층의 주거지는 열악하기가 그지 없다.......
음울한 회색의 다 쓰러져가는 함석지붕과 벽체, 그리고 출입문도 제대로 없는 듯 역시나 얇은 함석판으로 가리워진 출입문.......
졸지에 시야에 들어 온 태국빈민층의 주거실태는 철로변에 끝 간데 없이 펼쳐져 있다........
가뜩이나 무더운 태국의 기후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저런 얇은 함석집에 살고 있을 태국인들의 삶이 얼마나 척박할 것인가는 보지 않아도 알 일인데 저들은 무더위와 소음에 도대체 어떻게 적응을 하며 살고 있을 것인지 바라보고 있는 내내 심란스럽기만 하다........
한 동안 달리는 열차 밖을 무심한 눈길로 지켜보며 꽤나 오랜시간을 보낸 것 같다.
오픈되어 있는 세면장에서 대충 세면을 한 후 좌석으로 돌아가니 어느덧 시간은 7시 가까이를 가리키고 있다.
비교적 차분한 시간이 이어지던 지난 밤시간이 끝났는지 잡상인들의 활기찬 소리와 함께 열차안이 제법 부산스러워지고 있다.
까이양! 까이양!
바구니에 하나 가득 까이양을 담은 잡상인이 승객들을 향해 호객하고 있고, 물과 맥주, 각종 캔 음료를 역시나 얼음에 채워진 통에 하나 가득 담은 잡상인이 남옌! 비아!를 외치며 활기차게 열차내부를 돌아다니고 있다.
날 밤을 새워서인지 제법 시장기가 몰려온다.
하지만 시장기가 몰려옴과 동시에 간밤의 불편했던 자세로 인해 불편한 밤을 지새웠기 때문인지 뱃속도 역시 더부룩해져서 뭔가 개운한 것을 먹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지만 이런 열차 안에 쪽이 있을 것인가, 아니면 깽 쯧 무쌉이 있을 것인가......
까이양에서 풍겨지는 맛 있는 냄새가 제법 나를 자극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찰밥이 없다.
까이양과 찰밥을 함께 먹을 수만 있다면 그런대로 괜찮은 아침식사가 될 것도 같았지만 오로지 까이양 만을 팔고 있을 뿐이어서 배는 고팠지만 남 빠우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어서 곱창을 순대로 만들어 달라고 강력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위장을 달랠뿐이다.......
까이양의 가격은 엄청 싸다!
큼지막한 까이양 반마리의 가격은 불과 20밧!
혼자 먹기에는 많아 보인다.
그렇다면 한 마리의 가격은 아마도 35밧~40밧 사이가 될 것도 같은데 노릇 노릇~~하게 잘 구워진 까이양에는 양념이 골고루 잘 발라진 채 맛있게 구워져 있는 상태다.
저걸 팔아서 과연 얼마나 마진을 남길까........
잘 구워진 닭 반마리의 가격이 불과 500원에 불과하다니........
우리나라의 경우 서민들이 애용하는 재래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닭 다리 한 쪽이나 닭 날개 쪽지 하나에도 내가 알기로 대략 1,000원 이상에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태국인들이 잡상인에게서 구입한 까이양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있었지만 속이 더부룩해져서 식욕이 없어진 나는 그러한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만 볼 뿐 허기진 측은한 위장으로는 연신 물만 공급해 주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한 좌석으로 인해 신체적 상태가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었는데 옆에 안 생긴 타이 푸잉까지 낑겨서 함께 이동을 하자니 괜시리 신경질 까지 나려고 한다.
그러나 얼마 후 다행스럽게도 내가 앉은 좌측, 앞 좌석에서 혼자 온갖 다양한 폼을 잡으면서 역시나 졸다 깨다를 반복하며 이동 중이던 태국청년이 자신이 내릴 곳이 되었는지 눈을 화등잔만 하게 치켜뜨고는 자신이 내릴 곳이 맞는가 열심히 확인을 하는 듯 싶었는데 열차가 정차하자 반갑게도 커버를 뒤집어 씌운 배낭을 등에 들쳐매고는 잽싼 동작으로 내려버린다??
언놈 좌석 훔쳐가기 전에 나 역시 잽싼 동작으로 순간 이동을 해 버렸다~~^^**
휴~~이제야 좀 살겠네~~
2인용 좌석을 혼자 널널하게 차지하게 되어서인지 편안한 기분에 젖어들 수 있었고 자세를 입맛대로 마음껏 취할수 있게 되자 간 밤에 설친 잠이 몰려오기 시작을 해서 조금은 편안한 수면에 다시금 빠져버린다.
얼마를 졸았나??
시계를 보니 11시가 넘어서 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종착역인 우본이라는 생각이 들자 찌뿌드드한 몸 상태도 어느덧 잊혀지면서 새로운 활력이 몸에서 솟구친다.
잠이 든 이동시간중 많은 태국인들이 자신들의 목적지에서 이미 내렸는지 내가 앉아 있는 특별칸에는 뽀다구 나는 군복의 태국군인과 처음 승차시 동석을 했던 인물, 몸매 꽝인 태국여인만이 열차 안에 남아 있을 뿐 아무도 없다.
종착역인 우본의 도착시간인 11시 20분이 되자 열차가 미끄러지듯이 어느 역에 정차를 해서 드디어 우본에 도착한 것으로 착각한 나는 태국열차의 철저한 시간엄수에 외경심 까지 들게 되었는데 막상 내리려고 선반위에 있던 노트북 가방을 꺼내려는 순간 느닷없이 차창밖으로 보이는 플랫홈에서 익숙한 영문 지명이 눈에 들어온다.
SISAKHET!!
엥! 이게 뭐냐!!
C-파! 우본이 아니고 씨사켓이다!
조금 전만 해도 태국열차의 정확한 출발과 도착시간에 외경심 까지 깃들었었는데 우본까지는 아직도 1시간 이상을 더 운행해야 하는 씨사켓에 정차한 것을 확인한 순간 허탈감이 몰려온다.......
우본에 도착하고 보니 도착예정시간인 오전 11시 20분에서도 1시간 이상이나 경과한 12시 35분이다.
결국 팔람퐁역에서 저녁 11시 40분에 출발한 우본행 야간열차는 우본 도착예정시간인 다음날 오전 11시 20분도 아쉬웠던지 이방인인 나에게 서비스로 1시간 15분을 더 선사한 12시간 55분이라는 무지막지한 이동시간을 화끈하게 선 보인 후에야 우본에 도착시켜 주기에 이르렀다!
거리는 불과 600몇십 킬로????
대단한 태국 야간열차다!
우본역에 내리니 생전 처음 보는 타이 넘팽이가 무척이나 반갑다는 표정을 한 채 미소지은 얼굴로 나에게 접근 중이다???
어라?? 이게 도대체 웬일??? B군이 사람을 마중 보냈나????
가까이 접근하는 시커머수리한 태국 넘팽이와 밀착되는 순간, 아저씨는 누구셔~~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인해 나도 모르게 물어보게 되었는데~~
이런 우라질~~
뚝 뚝 ! 뚝 뚝 !! 빠이 나이 캅~~
자리에 앉기 무섭게 출발한 열차 안에서 나를 첫 번째로 반기는 사람이 있었는데 열차차장이다~~
열차차장은 밤색의 제복을 입고 있었고 상의가 몸에 꼭 붙는 스타일로 되어 있어서 그 형태가 태국경찰의 유니폼과 거의 같다.
차장은 좌석을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승객들의 열차표를 확인하고 열차표에 뺀찌 같은 천공기를 사용 구멍을 뽕, 뽕 뚫어주었는데 아마도 무임승차를 하고자 하는 불청객에 대한 색출작업도 필경 겸하고 있는 것이리라.......
종착역인 우본까지는 무려 11시간 40분이나 걸리는 것으로 되어 있어 꽤나 굼뱅이 같이 느린 속도로 운행 할 줄 알았던 야간열차는,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제법 빠른 속도로 운행중이다.
우본 까지는 대략 600킬로가 넘는 거리로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 빠른 속도로 운행을 한다면 10시간이 채 못 걸리는 시간에 우본에 도착시켜 줄 것만 같아서 다소 의아스럽기만 하다.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70킬로 이상의 속도로 달려가는 열차의 운행시간이 12시간 가까이나 걸려야 하는 것인가???
그러나 이런 나의 순진한 기대감은 역시 기대로 끝나게 되었고 우본까지 무려 12시간 가까이 걸리는 운행시간은 다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이름 모를 중간 중간의 간이 역에 정차하며 승객들을 부지런히 탑승시키기에 여념이 없으면서도 제법 빠른 속도로 덜컹, 덜컹 거리면서 40여 분 간을 운행하던 야간열차가 역시나 어느 이름 모를 간이역에 정차를 했다 싶었는데........
엥??
15분이 지나도록 도통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잘 달려가던 열차가 왜 느닷없이 갑자기 멈추어 선 채 꼼짝하지 않는 것인지 궁금증과 함께 짜증이 몰려 왔지만 이방인인 나로서는 도통 모를 일이다.......
다시 5분이 더 경과했다.
갑자기 반대편 철로에서 덜컹, 덜컹, 거리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달려 오는 열차가 있다 싶었는데 달려오던 열차의 꼬리가 시야에서 어느정도 사라지자 그제서야 내가 탑승한 열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이냐!
추측이 맞다면 선로가 하나 밖에 없거나, 아니면 선로를 하나 밖에 사용하지 않는 관계로 인해 만약 마주오는 열차라도 있게 되면 어느 쪽이 되었건 한 쪽 열차가 멈추어 선 채 마주오는 열차가 통과 할 때 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시스템으로 운영이 되고 있는 것이지 싶다......
우본 까지 이동하는 과정에 있어 아무 역이 되었건 이런 식으로 세월아~내월아~~하면서 평균 20분 이상씩 무작정 정차해 있는 순간을 나는 무척이나 많이 경험해야 했다........
잠들어 있지 않았을 때 경험했던 마주오는 열차가 통과하기만을 기다리면서 무작정 정차해 있는 상황을 내 기억으로만 5번 이상 겪었으니 잠 들어있었을 때 까지를 포함 한다면 도대체 몇 번 이나 더 이렇게 무작정 정차를 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본 까지 무엇 때문에 무려 11시간 40분이나 걸려야 하는 것인지 그 이유가 처음에는 무척이나 궁금 했었지만 어느 이름 모를 간이역에서 마주오는 열차가 통과할 때 까지 무작정 대기해야 하는 경험을 한 이후 같은 상황을 역시 어느 이름 모를 간이역에서 마주오는 열차가 통과하기를 기다리며 다시 한 번 20분 간 정차하는 똑 같은 상황을 두 번째로 겪게 되면서 나는 비로서 예상 외로 길어질 수 밖에 없는 열차운행 시간이 서서히 이해되기 시작했다......
처음 경험한 태국열차의 내부는 널널하고 쾌적한 우리나라 열차와는 달리 그 폭이 꽤나 좁은 편이다!
우본행 서민 야간열차는 인천도심을 운행하는 인천 지하철의 차량폭과 거의 같은 크기로 협소했는데 이렇게 폭이 좁은 객차는 당연히 선로폭도 좁게 마련이다. 이름하여 협궤열차.....
선로폭이 좁은 협궤열차이다 보니 안정감이라던가 승차감 역시 떨어 질 수 밖에 없어 조금만 속도를 높이면 마치 열차가 분해되기라도 하는 듯, 삐그덕, 삐그덕, 우당탕, 쿵광하는 요란, 뻑적지근한 다양한 소리와 함께 객차의 요동마저 엄청 소란스럽다.
냉방장치 역시 중간 중간 천장에 매달린 협소하고 먼지때가 가득 주저앉은 회색의 회전선풍기 만이 몇 대 돌아갈 뿐이어서 객차의 창문은 모두가 하나 같이 오픈되어 있었는데 가뜩이나 삐그덕, 삐그덕, 우당탕 쿵광! 하는 요란한 소리와 더불어 객차까지 심하게 흔들리며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다 창문까지 모두 열어놓았기 때문에 꽤나 요란한 바람소리 까지 보너스로 따라 붙는다.......
흔들 흔들, 우당탕 쿵쾅, 삐그덕 삐그덕, 하는 객차의 요동소리와 함께 휘이이잉~휘잉~~쏴아아아~~~하는 거센 바람소리 까지 참으로 다양하고 해괴한 소리의 향연을 이렇듯 원없이 실컷 만끽하게 될 줄이야~~띠바~~
내 옆에 앉아 있는 인물, 몸매 꽝인 전형적인 오리지널 타이 푸잉은 누가 여자 아니랄까봐 현지인 서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깔끔하고 단정한 편에 속하는, 옆에 앉은 이방인을 꽤나 의식한 듯 있는 내숭, 없는 내숭을 유감없이 한 껏 과시하더니 제법 까탈스러운 자세로 약간 몸을 비틀어 앉고는 손 등으로 턱을 괸 채 어둠에 휩싸인 창밖을 지긋이 바라보며 침묵시위 중이다.......
이거야 원~~느닷없이 왠 내숭~~나도 댁 한테는 별 관심 없네요~~^^**
열차 안, 밖에서 다양하게 전개되는 여러 현상들을 잠시 재미있게 감상하다 무료한 시간도 죽여줄 겸 최근에 구입한 “아리리버 mp3”를 꺼내어 이어폰을 귀에 꽃으니 옆과 뒤에 앉아 있던 태국인들이 이방인의 새로운 시도에 다시금 호기심 깃든 눈길들을 보낸다.
mp3, 처음 구경하냐!!
분위기 있는 야간열차를 기대했던 처음의 기대와는 달리 온갖 요란 뻑적지근한 소음과 생각보다 심하게 요동치는 객차의 흔들림으로 인해 정신사나운 분위기를 물씬 연출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야간열차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왠지 차분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새파랗게 젊은 나이로 요절한 김 광석의 익숙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분위기 있는 음악과 함께 흘러나온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내 텅빈 가슴은 가득차고~~~
음.....분위기 제법 죽여주는구만.......^^
옆에 앉아 있는 타이 푸잉의 인물, 몸매가 꽝만 아니었다면 비록 짧은 태국말이긴 하지만 토막 전투태국어로 말이라도 붙여서 여벌로 갖고 간 이어폰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게 할 수 있었고, 열차 안에서의 인연을 핑계삼아 우본에 도착한 후에도 연장전을 벌일 수 있었겠지만 피차 간 왕내숭 모드로 일관한 채 일정한 시간이 흘러버리자 어느덧 자연스럽게 모르쇠 분위기로 전환돼 버렸다~~^^**
한동안 음악에 취해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어느새 깜박 잠이 들었었나보다.......
느닷없이 크게 들려오는 열차의 요란 뻑적지근한 비명 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심한 요동에 의해 잠에서 깨었는데 시간을 보니 이제 겨우 새벽 2시를 가르킬 뿐이다.......
내가 탄 반 쪽의 특별칸을 비롯 남은 반 쪽의 일반칸에 있는 모든 태국인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불편한 자세로 잠에 빠져있다.......
요란한 바람소리와 연신 덜컹거리는 열차의 소음도 모두 무시된 듯 각자 잠에 빠져 있는 태국인들을 잠에서 깬 탓으로 잠시 무심한 심정으로 바라보게 되었는데 잠들어 있는 그 들과는 달리 홀로 깨어 있음을 느끼게 되어서인지 알 수 없는 고독감에 젖어든다.......
내가 탄 특별칸과 이웃하고 있는 반쪽의 일반실에 타고 있던 태국인들은 다행스럽게도 좌석이 여유있었는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 같이 옆으로 누워 구부러진 발을 통로 쪽으로 향한 채 잠들어 있다.
그들이 통로 쪽으로 뻗은 발은 역시나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가 맨발이었는데 남, 녀 태국인들 모두가 하나 같이 통로 쪽을 향해 발을 뻗고 있는 야간열차 안의 정경은 코믹스럽기 까지 했다~~^^*
한결 같이 통로 쪽으로 뻗어 있는 맨발의 태국인들을 잠시 바라보고 있자니 투박하고 큰 편에 속하는 발도 보이고 작고 아담한 발도 보였는데 비록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와중에도 남자와 여자의 발이 각각 다른 특성을 보인다.
작고 아담하며 발톱이 가지런한 발은 여자의 발임에 분명하다. 그에 비해 시커머수리하고 투박하며 상대적으로 큰 편에 속하는 발은 볼 것 없이 남자 발이다! ^^**
몸은 무겁고 피곤하기만 한데 아무래도 좌석이 불편해서인지 잠이 오지 않는다.
비교적 앞 좌석과의 간격도 여유있고 뒤로 등받이를 젖힐 수 있도록 되어 있는 특별칸의 좌석도 이렇듯 불편한데 거의 직각으로 고정되어 있고 좌석 간 간격도 상대적으로 좁은 일반실의 태국인들은 얼마나 불편할까.........
일반실은 205밧, 특별칸은 331밧인데 아마도 일반실을 이용하는 태국서민들은 특별칸과의 차액 126밧을 아끼기 위해서 일반실을 선택했을 것이다........
잠시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영역표시 장소로 이동을 했는데 특별칸과 일반칸을 연결하는 특별 칸 끝 부분에 화장실과 세면장이 있다.
화장실과 마주 보고 있는 세면장은 오픈 되어 있었고, 화장실은 우리나라 열차에서 흔히 볼수 있는 밀폐형으로 되어 있다.
세면장과 화장실은 생각보다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내가 탄 객차가 331밧 짜리 특별칸이어서 화장실이 깨끗한 건지 아니면 일반실도 특별칸에 있는 화장실과 같이 깨끗하게 되어있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열차가 심하게 흔들려서 조준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던 관계로 영역표시를 위한 행위를 간신히 마칠 수 있었다~~^^**
대충 별 탈 없이 볼 일을 마치고 화장실을 나오니 조금 전 모든 태국인들이 잠들어 있던 상황과는 달리 특별칸 뒷 편으로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일반실의 태국인들 중에는 아직 잠들지 않은 태국인 들의 모습이 제법 많이 보인다.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한 이방인의 모습이 일반실의 태국인들에게는 무료한 밤시간대의 특별한 상황이라도 되는 듯, 화장실과 인접한 곳에 자리잡고 있던 일반실의 태국인 서민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길을 보내준다.
나를 향해 호기심 깃든 눈길을 보내주고 있는 태국인 중에는 어린아이와 함께 있는 태국여인의 모습도 보였는데 그 태국여인은 자신의 다리를 베게삼아 잠 들어 있는 자신의 아이가 혹여 잠에서 깰세라 불편하고 피곤에 지친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은 채 가만히 미소지으면서 온화한 눈길로 나를 차분하게 바라보고 있다.
순간적으로 코흘리게 어린시절 어머니의 손을 꼭 부여잡고 외갓집이 있던 인천으로 가끔 열차를 이용해서 방문했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당시 우리나라도 어지간히 못 살던 시절이라 서울-인천간 증기기관차가 운행되던 시절이 있었는데 추운겨울날 열차를 이용하게 되면 매서운 한겨울의 칼바람이 휘몰아치는 플렛홈에서 어머니를 꼭 부여안은 채 출발시간을 기다리며 추위에 오돌오돌 떨던 추억의 시절이 있었다......
어머니는 어린 나를 조금이라도 추위에서 벗어나게 해 주려고 칼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등을 돌리고 서서는 바람을 막아주었고 나는 등을 돌린채 바람막이가 되어준 어머니의 한복 치마폭에 안겨 어리광을 부렸던 아련하고 애잔했던 시절이................
우리나라 여인이나, 태국 여인이나 자식에 대한 애틋한 감정과 사랑은 조금의 차이도 없을 것이다.......
정겹게 느껴지는 태국여인으로 인해 잠시 상념에 빠져있다 다시금 좌석으로 돌아가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화제작 “다빈치 코드”를 꺼내어 본다.
구입한지 꽤나 되었건만 아직까지도 손을 못대고 있다가 우본행 야간열차에서의 무료한 시간에 힘 입어 드디어 오늘 새벽 시간에 책표지가 들추어지게 되는 감격적인 순간을 맛 본다.
책을 읽다보니 졸음이 몰려와서 어느 순간 다시금 잠이 들었는데 또 다시 요란한 열차소리와 바람소리에 의해서 잠에서 깨어난다.
5시 30분...... 아직도 우본까지는 6시간 이상이나 남아있다......
아무래도 좌석이 불편해서인지 허리가 욱신거리고 엉덩이가 쑤시는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신운동도 할 겸 자리에서 일어나 객차와 객차 간 연결 지점으로 이동하니 오픈되어 있는 객차와 객차를 연결시켜주는 부분에서 강한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는데 어느덧 여명이 밝아오고 있는 중이다.
자연스레 눈길이 열차 밖으로 향하게 되었는데 한국이나 태국이나 사람이 살고 있는 열차 주변의 주거지는 열악하기 그지 없는 정경을 적나라하게 펼쳐보인다.
서민들의 주거지라고 하는 표현 조차도 사치스러울 정도로 달리는 열차에서 바라 본 철로변에 펼쳐진 태국빈곤층의 주거지는 열악하기가 그지 없다.......
음울한 회색의 다 쓰러져가는 함석지붕과 벽체, 그리고 출입문도 제대로 없는 듯 역시나 얇은 함석판으로 가리워진 출입문.......
졸지에 시야에 들어 온 태국빈민층의 주거실태는 철로변에 끝 간데 없이 펼쳐져 있다........
가뜩이나 무더운 태국의 기후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저런 얇은 함석집에 살고 있을 태국인들의 삶이 얼마나 척박할 것인가는 보지 않아도 알 일인데 저들은 무더위와 소음에 도대체 어떻게 적응을 하며 살고 있을 것인지 바라보고 있는 내내 심란스럽기만 하다........
한 동안 달리는 열차 밖을 무심한 눈길로 지켜보며 꽤나 오랜시간을 보낸 것 같다.
오픈되어 있는 세면장에서 대충 세면을 한 후 좌석으로 돌아가니 어느덧 시간은 7시 가까이를 가리키고 있다.
비교적 차분한 시간이 이어지던 지난 밤시간이 끝났는지 잡상인들의 활기찬 소리와 함께 열차안이 제법 부산스러워지고 있다.
까이양! 까이양!
바구니에 하나 가득 까이양을 담은 잡상인이 승객들을 향해 호객하고 있고, 물과 맥주, 각종 캔 음료를 역시나 얼음에 채워진 통에 하나 가득 담은 잡상인이 남옌! 비아!를 외치며 활기차게 열차내부를 돌아다니고 있다.
날 밤을 새워서인지 제법 시장기가 몰려온다.
하지만 시장기가 몰려옴과 동시에 간밤의 불편했던 자세로 인해 불편한 밤을 지새웠기 때문인지 뱃속도 역시 더부룩해져서 뭔가 개운한 것을 먹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지만 이런 열차 안에 쪽이 있을 것인가, 아니면 깽 쯧 무쌉이 있을 것인가......
까이양에서 풍겨지는 맛 있는 냄새가 제법 나를 자극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찰밥이 없다.
까이양과 찰밥을 함께 먹을 수만 있다면 그런대로 괜찮은 아침식사가 될 것도 같았지만 오로지 까이양 만을 팔고 있을 뿐이어서 배는 고팠지만 남 빠우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어서 곱창을 순대로 만들어 달라고 강력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위장을 달랠뿐이다.......
까이양의 가격은 엄청 싸다!
큼지막한 까이양 반마리의 가격은 불과 20밧!
혼자 먹기에는 많아 보인다.
그렇다면 한 마리의 가격은 아마도 35밧~40밧 사이가 될 것도 같은데 노릇 노릇~~하게 잘 구워진 까이양에는 양념이 골고루 잘 발라진 채 맛있게 구워져 있는 상태다.
저걸 팔아서 과연 얼마나 마진을 남길까........
잘 구워진 닭 반마리의 가격이 불과 500원에 불과하다니........
우리나라의 경우 서민들이 애용하는 재래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닭 다리 한 쪽이나 닭 날개 쪽지 하나에도 내가 알기로 대략 1,000원 이상에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태국인들이 잡상인에게서 구입한 까이양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있었지만 속이 더부룩해져서 식욕이 없어진 나는 그러한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만 볼 뿐 허기진 측은한 위장으로는 연신 물만 공급해 주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한 좌석으로 인해 신체적 상태가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었는데 옆에 안 생긴 타이 푸잉까지 낑겨서 함께 이동을 하자니 괜시리 신경질 까지 나려고 한다.
그러나 얼마 후 다행스럽게도 내가 앉은 좌측, 앞 좌석에서 혼자 온갖 다양한 폼을 잡으면서 역시나 졸다 깨다를 반복하며 이동 중이던 태국청년이 자신이 내릴 곳이 되었는지 눈을 화등잔만 하게 치켜뜨고는 자신이 내릴 곳이 맞는가 열심히 확인을 하는 듯 싶었는데 열차가 정차하자 반갑게도 커버를 뒤집어 씌운 배낭을 등에 들쳐매고는 잽싼 동작으로 내려버린다??
언놈 좌석 훔쳐가기 전에 나 역시 잽싼 동작으로 순간 이동을 해 버렸다~~^^**
휴~~이제야 좀 살겠네~~
2인용 좌석을 혼자 널널하게 차지하게 되어서인지 편안한 기분에 젖어들 수 있었고 자세를 입맛대로 마음껏 취할수 있게 되자 간 밤에 설친 잠이 몰려오기 시작을 해서 조금은 편안한 수면에 다시금 빠져버린다.
얼마를 졸았나??
시계를 보니 11시가 넘어서 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종착역인 우본이라는 생각이 들자 찌뿌드드한 몸 상태도 어느덧 잊혀지면서 새로운 활력이 몸에서 솟구친다.
잠이 든 이동시간중 많은 태국인들이 자신들의 목적지에서 이미 내렸는지 내가 앉아 있는 특별칸에는 뽀다구 나는 군복의 태국군인과 처음 승차시 동석을 했던 인물, 몸매 꽝인 태국여인만이 열차 안에 남아 있을 뿐 아무도 없다.
종착역인 우본의 도착시간인 11시 20분이 되자 열차가 미끄러지듯이 어느 역에 정차를 해서 드디어 우본에 도착한 것으로 착각한 나는 태국열차의 철저한 시간엄수에 외경심 까지 들게 되었는데 막상 내리려고 선반위에 있던 노트북 가방을 꺼내려는 순간 느닷없이 차창밖으로 보이는 플랫홈에서 익숙한 영문 지명이 눈에 들어온다.
SISAKHET!!
엥! 이게 뭐냐!!
C-파! 우본이 아니고 씨사켓이다!
조금 전만 해도 태국열차의 정확한 출발과 도착시간에 외경심 까지 깃들었었는데 우본까지는 아직도 1시간 이상을 더 운행해야 하는 씨사켓에 정차한 것을 확인한 순간 허탈감이 몰려온다.......
우본에 도착하고 보니 도착예정시간인 오전 11시 20분에서도 1시간 이상이나 경과한 12시 35분이다.
결국 팔람퐁역에서 저녁 11시 40분에 출발한 우본행 야간열차는 우본 도착예정시간인 다음날 오전 11시 20분도 아쉬웠던지 이방인인 나에게 서비스로 1시간 15분을 더 선사한 12시간 55분이라는 무지막지한 이동시간을 화끈하게 선 보인 후에야 우본에 도착시켜 주기에 이르렀다!
거리는 불과 600몇십 킬로????
대단한 태국 야간열차다!
우본역에 내리니 생전 처음 보는 타이 넘팽이가 무척이나 반갑다는 표정을 한 채 미소지은 얼굴로 나에게 접근 중이다???
어라?? 이게 도대체 웬일??? B군이 사람을 마중 보냈나????
가까이 접근하는 시커머수리한 태국 넘팽이와 밀착되는 순간, 아저씨는 누구셔~~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인해 나도 모르게 물어보게 되었는데~~
이런 우라질~~
뚝 뚝 ! 뚝 뚝 !! 빠이 나이 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