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본행 야간열차 (1) !
우본행 야간열차...... 태국을 어지간히 들락거렸다고 자부하는 편에 속하면서도 난생 처음으로 태국에서 열차라는 것을 타 보게 됐다.
그렇지만 열차를 타게 된 동기는 우습게도 전혀 생각지도 않은 아주 우발적인 상황으로 인해서 발생되고야 만다.
1주일 전 태사랑의 태국행 항공편을 생각없이 접속하게 되었는데.......느닷없이 4박6일 코스의 30만원 짜리 오리엔트 타이항공이 떠 버린거다.
출발은 이틀 후!
마치 무엇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그냥 질러버렸다!
뭐 6일정도 잠깐 한국에서 사라졌다고 무슨 큰 일 나겠냐~~싶은 무대뽀성 성향을 여지없이 발휘해서 저지른 일이긴 했지만 일정이 워낙에 짧다보니 조금 아쉬운 마음에 다소 서운하기는 하다~~
짧은 일정으로 인해 방콕에 도착하자마자 곧 바로 우본으로 날라가서 조신하게 며칠 바람이나 쐬고 오자......하는 마음으로 일단 출국은 했지만 막상 돈무앙 공항에 도착하고 보니 시간이 4시 가까이 되어 있어서 저렴한 에어아시아의 마지막 비행편은 이미 날아가버리고 없다......
결국 당일 우본과 연결되지 못하는 바람에 방콕에 입성한 후 즉각적으로 계획을 수정, 라차다의 단골호텔에 짱 박힌 채 유유자적한 시간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었는데 분명히 내가 방콕에 들어온 것을 알고 있는 B군이 하루가 다 지나가고 다음날이 되어도 도통 전화연락이 없자 이 인간이 가봤자 어디 가겠냐~~갈 곳은 뻔하다~~하는 추측성 통밥으로 나의 거주지를 단 번에 파악하고는 투숙하고 있는 호텔로 뻔질나게 전화질을 해대는거다......
태국을 왔으면 당연히 우본에 와서 눈도장을 찍어야지 방콕에 처박혀서 지금 뭐하고 있는 씨츄에이션입니까~~하면서~~
워낙에 급작스럽고도 충동적으로 출국한 상태라 B군을 그냥 쌩 깐 채 방콕에 베이스캠프를 치고는 인근에 있는 롭부리나, 아우타야 등지로 유유자적 다니면서 며칠 조신하게 보내려 했던 변형된 계획에 차질이 생겨버렸다.......
하긴 일전에 캄보디아 안롱웽으로의 국경통과를 위해 B군도 없는 우본을 잠깐 방문했을시 스윙바에서 혼자 고독을 즐기면서 마시다가 반 병 이상이나 남아 있는 까뮤도 키핑해 놓았는데 남아있는 까뮤도 마저 작살낼 겸 핑계 낌에 우본을 방문해!
몇 번이나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B군의 전화질에 부담감과 반가움이 교차하는 미묘한 감정변화로 인해서 저녁 10시가 가까워 오는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우본으로의 행보를 순간적으로 결정해 버렸다!
한 군데 호텔만 뻔질나게 이용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단골이 된 덕분에 이미 서로 간에 안면이 터져 친숙해진 프론트의 여직원에게 우본행 교통편을 알아봐 달라 부탁을 했더니 여기저기 전화질을 해 대던 여직원이 팔람퐁 역에서 출발하는 우본행 마지막 야간열차 편이 마침 있다고 은근한 미소와 함께 친절히 알려준다.
해서 졸지에 전혀 생각지도 않은 우본행 야간열차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엥!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씨츄에이션??? 우본까지의 열차요금이 불과 205밧이라네??
거 이상하다? 왜 이렇게 싸지?? 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프론트의 여직원으로부터 이어지는 멘트에 의한바, 에어컨 침대칸이 모두 매진돼서 선풍기 돌아가는 제일 싸구려 열차만 있대나 뭐래나???
우본 까지는 장장 10시간이 넘는 꽤나 먼 여정일 것인데 보나마나 오리지널 서민층이나 애용할 선풍기 돌아가는 허접한 열차를 이용해서 장거리 여행을 해도 과연 무사할까 싶은 마음이 들면서 의심병이 도지기 시작한다.
순간적으로 출발을 해야하는 것인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심각한 갈등이 몰려왔지만 이 참에 오리지널 서민 열차 한 번 구경하자 하는 호기심도 함께 몰려와서 출발하기로 결단을 내려버리니 왠지 모르게 영화속의 주인공이라도 된듯한 아삼삼~한 분위기 있는 장면까지 떠 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괜시리 낭만적인 기분에 휩싸이기 까지 한다~~
음....야간 열차라.....기대되는군~~^^*
짐이라고 해 봐야 출발 당시 입고 간 복장 외, 노트북 가방에 여벌로 넣어 간 바지 하나, 셔츠 하나, 박스팬티 한 장, 양말 몇 켤례가 전부인지라 간단하게 노트북 가방을 어깨에 들쳐매고 팔람퐁 역에 도착하니 저녁 11시.
수십회의 태국 방문 중 열차여행은 처음이다 보니 다소 기대감도 있었는데 처음 상면한 팔람퐁 역은 그 형태가 신축역사가 들어서기 전인 예전의 서울역 축소판이다!
대합실로 들어가니 우리나라 지하철 승강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후줄근한 복장의 태국인 노숙자들이 제멋대로 대합실 바닥에 널부러진 채 잠이 들어있는 서글픈 정경이 첫 번째로 나를 반긴다.........
널부러진 채 잠들어 있는 수 많은 태국인 노숙자들을 연민의 눈길로 바라보며 매표소로 다가가 우본을 간다고 전하면서 호텔 프론트의 여직원이 알려준 205밧 짜리 싸구려 열차표를 찜찜한 마음으로 기대했었지만 외국인이라서 그런건지 331밧 짜리 우본행 열차표를 끊어준다????
돈 값은 하겠지.....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승차권에는 내가 탑승할 열차칸의 표시인 듯 뱀과 지렁이가 함께 모여 춤을 추는 듯한 형태의 태국어와 함께 2라는 숫자가 기입되어 있었지만 좌석 표시는 없다??
그냥 입 맛대로 아무 자리나 앉아서 가라는 말인가??
출발시간은 저녁 11시 40분, 도착 시간은 다음날 오전 11시 20분.......
무려 11시간 40분이나 걸리는 꽤나 고단한 여정이 될 듯 싶다.......
대합실을 빠져 나가 정차해 있는 우본행 열차를 향해 다가 가자 열차의 길이가 생각보다 엄청 길다!
맨 마지막 차량의 꼬리를 시작으로 내가 타야 할 2번 차량까지는 한 참을 걸어서 이동해야만 했는데 얼추 20량 이상 되어보인다. 우리나라 KTX 정도의 길이다??
차량의 상태는 지금은 없어진 예전 우리나라 비둘기(서민들이 애용했던 고동색의 완행열차......)차량보다도 더욱 허접하고 열악해 보인다.
걸어가면서 훔쳐 본 차량내부의 일반석 좌석은 등받이가 90도로 고정되어 있었는데 양방향으로 서로간에 마주보게 되어있다.
맨 처음 호텔 프론트의 여직원이 알려준 205밧 짜리 일반석임이 분명해 보이자 상태가 좀 나아보일 것 같은 331밧 짜리 탑승권을 끊어준 매표직원이 더 한층 가상하게 느껴진다.
음......지금 네 눈앞에 빤히 보이고 있는 거의 직각으로 고정되어 있는 일반석 좌석으로 멋도 모르고 끊었다면 우본까지 꽤나 곡소리 나는 여정이 될 뻔 했군........
순간적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 쉬어 본다.......
드디어 내가 탑승할 2번 차량이 눈에 들어온다........
허접한 서민열차이지만 그래도 331밧의 값을 하는 특실정도 되는지 일반석의 고정식 좌석보다는 그 상태가 한 결 좋아보인다.
목받이도 있고.... 좌석 간격도 넓어 보이고......
무엇보다 등받이가 뒤로 어느정도는 젖혀지는 것 같아 그 부분에 다소 마음이 놓인다........
열차승객은 모조리 현지인 서민들인 듯, 외국인이라고는 오로지 나 혼자 뿐 아무도 없다.......
출발시간 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남아 있어서 서두르지 않고 플랫홈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어 입에 물고 있자니 서민 야간열차를 이용하는 외국인이 신기한 듯 여기저기에서 호기심 가득한 눈길이 뜨겁게 쏟아진다.
11시 35분..... 탑승 할 시간이다.
승차권에 표시되어 있는 2번 칸에 올라 타니 이용객이 극히 드문 듯 그 알량한 331밧 짜리 2번 특별칸은 그나마도 반 쪽으로 뚝 갈린 채 일반실과 특별칸으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승객마저도 절반정도일 정도로 한산하다???
서민열차에 탑승하는 외국인이 무척이나 신기하다는 듯 역시나 모두가 다 한 번씩은 나를 향해 호기심 가득한 눈길들을 보내준다.
널널한 좌석을 원했던 처음의 기대와는 달리 모두가 다 좌석을 하나씩 차지하고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동석을 하게 되었는데 마침 태국여인이 혼자 앉아있는 좌석이 눈에 들어온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눈치 볼 것 없이 남, 녀간의 우발적 상황을 기대하며 그대로 돌진해서 좋아라 털퍼덕 앉아버렸는데......띠바......얼굴, 몸매 꽝!
전형적인 타이 푸잉이다! 번지 수 완전히 잘 못 찍었다!
잠시 실망감을 뒤로 한 채 사주경계를 하다보니 통로를 경계로 한 내 옆좌석에는 태국군인이 앉아 있었는데 군복의 세련됨에 저절로 야코가 죽는다........
정글무늬의 평범한 위장복이었지만 같은 정글무늬의 한국군복과는 그 세련됨에 있어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긴 예전 우리나라가 전세계 군복콘테스트에 참가해서 꼴찌 했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예전의 촌스러웠던 국방색 평범한 군복에 비해 최근의 정글무늬 군복으로 바뀌어져서 그나마 조금 나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여전한 그 촌스러움은 어쩔수가 없다.
자고로 제복이란 한 국가, 한 특수단체의 위상과 위엄을 대변하게 마련인데 특히나 군인이라는 무력집단의 경우 죽기살기로 맞짱을 뜨지 않는 한 그 제복에서 풍겨지는 위상과 위엄으로 인해 어느정도의 기선제압을 당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자면 기능성과 디자인이 무시된 채 생각없이 대충 입히면 된다는 사고방식으로 만들어진 듯한 허접하고 촌스러운 우리나라 군복은 정말이지 지금 와 다시금 생각해도 한심스러울 뿐이다......
맞짱을 떠 보기도 전에 허접한 상대방의 군복 스타일로 인해 상대방이 만만하게 보여진다고나 할 까......
내가 우본행 야간열차에서 목격한 태국군인의 그 세련되고 강인해 보이는 군복의 위상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신고 있는 군화마저도 한국군의 장교가 신고 있는 군화보다 더욱 세련되어서 더더욱 신경질을 증가 시킨다.
특히나 그 태국군인이 신고 있던 세련된 군화의 뒷굽에는 반짝이는 스테인레스 철편까지 각각 부착되어 있어서 그 세련됨이 이루 말로 표현 할 수 없다.
아마도 외박이나 휴가를 나온 군인 같았는데 평소 훈련 때 착용하는 군화에 비해 외박이나 휴가시 신고 다니는 군화의 경우에는 위장등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서인지 각자의 입맛대로 뽀다구 있는대로 잡고 다닐수 있도록 배려를 하는 것만 같다.
아! 생각없는 대한민국 군 수뇌부여!
11시 40분!
출발시간인 11시 40분 정각이 되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열차가 서서히 출발 한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태국열차의 시간엄수다!
앞으로 11시간 40분 동안 전개될 우본행 야간열차에서의 다양한 정경을 기대하며 나는 팔람퐁 역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져 간다...........
그렇지만 열차를 타게 된 동기는 우습게도 전혀 생각지도 않은 아주 우발적인 상황으로 인해서 발생되고야 만다.
1주일 전 태사랑의 태국행 항공편을 생각없이 접속하게 되었는데.......느닷없이 4박6일 코스의 30만원 짜리 오리엔트 타이항공이 떠 버린거다.
출발은 이틀 후!
마치 무엇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그냥 질러버렸다!
뭐 6일정도 잠깐 한국에서 사라졌다고 무슨 큰 일 나겠냐~~싶은 무대뽀성 성향을 여지없이 발휘해서 저지른 일이긴 했지만 일정이 워낙에 짧다보니 조금 아쉬운 마음에 다소 서운하기는 하다~~
짧은 일정으로 인해 방콕에 도착하자마자 곧 바로 우본으로 날라가서 조신하게 며칠 바람이나 쐬고 오자......하는 마음으로 일단 출국은 했지만 막상 돈무앙 공항에 도착하고 보니 시간이 4시 가까이 되어 있어서 저렴한 에어아시아의 마지막 비행편은 이미 날아가버리고 없다......
결국 당일 우본과 연결되지 못하는 바람에 방콕에 입성한 후 즉각적으로 계획을 수정, 라차다의 단골호텔에 짱 박힌 채 유유자적한 시간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었는데 분명히 내가 방콕에 들어온 것을 알고 있는 B군이 하루가 다 지나가고 다음날이 되어도 도통 전화연락이 없자 이 인간이 가봤자 어디 가겠냐~~갈 곳은 뻔하다~~하는 추측성 통밥으로 나의 거주지를 단 번에 파악하고는 투숙하고 있는 호텔로 뻔질나게 전화질을 해대는거다......
태국을 왔으면 당연히 우본에 와서 눈도장을 찍어야지 방콕에 처박혀서 지금 뭐하고 있는 씨츄에이션입니까~~하면서~~
워낙에 급작스럽고도 충동적으로 출국한 상태라 B군을 그냥 쌩 깐 채 방콕에 베이스캠프를 치고는 인근에 있는 롭부리나, 아우타야 등지로 유유자적 다니면서 며칠 조신하게 보내려 했던 변형된 계획에 차질이 생겨버렸다.......
하긴 일전에 캄보디아 안롱웽으로의 국경통과를 위해 B군도 없는 우본을 잠깐 방문했을시 스윙바에서 혼자 고독을 즐기면서 마시다가 반 병 이상이나 남아 있는 까뮤도 키핑해 놓았는데 남아있는 까뮤도 마저 작살낼 겸 핑계 낌에 우본을 방문해!
몇 번이나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B군의 전화질에 부담감과 반가움이 교차하는 미묘한 감정변화로 인해서 저녁 10시가 가까워 오는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우본으로의 행보를 순간적으로 결정해 버렸다!
한 군데 호텔만 뻔질나게 이용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단골이 된 덕분에 이미 서로 간에 안면이 터져 친숙해진 프론트의 여직원에게 우본행 교통편을 알아봐 달라 부탁을 했더니 여기저기 전화질을 해 대던 여직원이 팔람퐁 역에서 출발하는 우본행 마지막 야간열차 편이 마침 있다고 은근한 미소와 함께 친절히 알려준다.
해서 졸지에 전혀 생각지도 않은 우본행 야간열차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엥!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씨츄에이션??? 우본까지의 열차요금이 불과 205밧이라네??
거 이상하다? 왜 이렇게 싸지?? 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프론트의 여직원으로부터 이어지는 멘트에 의한바, 에어컨 침대칸이 모두 매진돼서 선풍기 돌아가는 제일 싸구려 열차만 있대나 뭐래나???
우본 까지는 장장 10시간이 넘는 꽤나 먼 여정일 것인데 보나마나 오리지널 서민층이나 애용할 선풍기 돌아가는 허접한 열차를 이용해서 장거리 여행을 해도 과연 무사할까 싶은 마음이 들면서 의심병이 도지기 시작한다.
순간적으로 출발을 해야하는 것인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심각한 갈등이 몰려왔지만 이 참에 오리지널 서민 열차 한 번 구경하자 하는 호기심도 함께 몰려와서 출발하기로 결단을 내려버리니 왠지 모르게 영화속의 주인공이라도 된듯한 아삼삼~한 분위기 있는 장면까지 떠 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괜시리 낭만적인 기분에 휩싸이기 까지 한다~~
음....야간 열차라.....기대되는군~~^^*
짐이라고 해 봐야 출발 당시 입고 간 복장 외, 노트북 가방에 여벌로 넣어 간 바지 하나, 셔츠 하나, 박스팬티 한 장, 양말 몇 켤례가 전부인지라 간단하게 노트북 가방을 어깨에 들쳐매고 팔람퐁 역에 도착하니 저녁 11시.
수십회의 태국 방문 중 열차여행은 처음이다 보니 다소 기대감도 있었는데 처음 상면한 팔람퐁 역은 그 형태가 신축역사가 들어서기 전인 예전의 서울역 축소판이다!
대합실로 들어가니 우리나라 지하철 승강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후줄근한 복장의 태국인 노숙자들이 제멋대로 대합실 바닥에 널부러진 채 잠이 들어있는 서글픈 정경이 첫 번째로 나를 반긴다.........
널부러진 채 잠들어 있는 수 많은 태국인 노숙자들을 연민의 눈길로 바라보며 매표소로 다가가 우본을 간다고 전하면서 호텔 프론트의 여직원이 알려준 205밧 짜리 싸구려 열차표를 찜찜한 마음으로 기대했었지만 외국인이라서 그런건지 331밧 짜리 우본행 열차표를 끊어준다????
돈 값은 하겠지.....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승차권에는 내가 탑승할 열차칸의 표시인 듯 뱀과 지렁이가 함께 모여 춤을 추는 듯한 형태의 태국어와 함께 2라는 숫자가 기입되어 있었지만 좌석 표시는 없다??
그냥 입 맛대로 아무 자리나 앉아서 가라는 말인가??
출발시간은 저녁 11시 40분, 도착 시간은 다음날 오전 11시 20분.......
무려 11시간 40분이나 걸리는 꽤나 고단한 여정이 될 듯 싶다.......
대합실을 빠져 나가 정차해 있는 우본행 열차를 향해 다가 가자 열차의 길이가 생각보다 엄청 길다!
맨 마지막 차량의 꼬리를 시작으로 내가 타야 할 2번 차량까지는 한 참을 걸어서 이동해야만 했는데 얼추 20량 이상 되어보인다. 우리나라 KTX 정도의 길이다??
차량의 상태는 지금은 없어진 예전 우리나라 비둘기(서민들이 애용했던 고동색의 완행열차......)차량보다도 더욱 허접하고 열악해 보인다.
걸어가면서 훔쳐 본 차량내부의 일반석 좌석은 등받이가 90도로 고정되어 있었는데 양방향으로 서로간에 마주보게 되어있다.
맨 처음 호텔 프론트의 여직원이 알려준 205밧 짜리 일반석임이 분명해 보이자 상태가 좀 나아보일 것 같은 331밧 짜리 탑승권을 끊어준 매표직원이 더 한층 가상하게 느껴진다.
음......지금 네 눈앞에 빤히 보이고 있는 거의 직각으로 고정되어 있는 일반석 좌석으로 멋도 모르고 끊었다면 우본까지 꽤나 곡소리 나는 여정이 될 뻔 했군........
순간적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 쉬어 본다.......
드디어 내가 탑승할 2번 차량이 눈에 들어온다........
허접한 서민열차이지만 그래도 331밧의 값을 하는 특실정도 되는지 일반석의 고정식 좌석보다는 그 상태가 한 결 좋아보인다.
목받이도 있고.... 좌석 간격도 넓어 보이고......
무엇보다 등받이가 뒤로 어느정도는 젖혀지는 것 같아 그 부분에 다소 마음이 놓인다........
열차승객은 모조리 현지인 서민들인 듯, 외국인이라고는 오로지 나 혼자 뿐 아무도 없다.......
출발시간 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남아 있어서 서두르지 않고 플랫홈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어 입에 물고 있자니 서민 야간열차를 이용하는 외국인이 신기한 듯 여기저기에서 호기심 가득한 눈길이 뜨겁게 쏟아진다.
11시 35분..... 탑승 할 시간이다.
승차권에 표시되어 있는 2번 칸에 올라 타니 이용객이 극히 드문 듯 그 알량한 331밧 짜리 2번 특별칸은 그나마도 반 쪽으로 뚝 갈린 채 일반실과 특별칸으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승객마저도 절반정도일 정도로 한산하다???
서민열차에 탑승하는 외국인이 무척이나 신기하다는 듯 역시나 모두가 다 한 번씩은 나를 향해 호기심 가득한 눈길들을 보내준다.
널널한 좌석을 원했던 처음의 기대와는 달리 모두가 다 좌석을 하나씩 차지하고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동석을 하게 되었는데 마침 태국여인이 혼자 앉아있는 좌석이 눈에 들어온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눈치 볼 것 없이 남, 녀간의 우발적 상황을 기대하며 그대로 돌진해서 좋아라 털퍼덕 앉아버렸는데......띠바......얼굴, 몸매 꽝!
전형적인 타이 푸잉이다! 번지 수 완전히 잘 못 찍었다!
잠시 실망감을 뒤로 한 채 사주경계를 하다보니 통로를 경계로 한 내 옆좌석에는 태국군인이 앉아 있었는데 군복의 세련됨에 저절로 야코가 죽는다........
정글무늬의 평범한 위장복이었지만 같은 정글무늬의 한국군복과는 그 세련됨에 있어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긴 예전 우리나라가 전세계 군복콘테스트에 참가해서 꼴찌 했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예전의 촌스러웠던 국방색 평범한 군복에 비해 최근의 정글무늬 군복으로 바뀌어져서 그나마 조금 나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여전한 그 촌스러움은 어쩔수가 없다.
자고로 제복이란 한 국가, 한 특수단체의 위상과 위엄을 대변하게 마련인데 특히나 군인이라는 무력집단의 경우 죽기살기로 맞짱을 뜨지 않는 한 그 제복에서 풍겨지는 위상과 위엄으로 인해 어느정도의 기선제압을 당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자면 기능성과 디자인이 무시된 채 생각없이 대충 입히면 된다는 사고방식으로 만들어진 듯한 허접하고 촌스러운 우리나라 군복은 정말이지 지금 와 다시금 생각해도 한심스러울 뿐이다......
맞짱을 떠 보기도 전에 허접한 상대방의 군복 스타일로 인해 상대방이 만만하게 보여진다고나 할 까......
내가 우본행 야간열차에서 목격한 태국군인의 그 세련되고 강인해 보이는 군복의 위상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신고 있는 군화마저도 한국군의 장교가 신고 있는 군화보다 더욱 세련되어서 더더욱 신경질을 증가 시킨다.
특히나 그 태국군인이 신고 있던 세련된 군화의 뒷굽에는 반짝이는 스테인레스 철편까지 각각 부착되어 있어서 그 세련됨이 이루 말로 표현 할 수 없다.
아마도 외박이나 휴가를 나온 군인 같았는데 평소 훈련 때 착용하는 군화에 비해 외박이나 휴가시 신고 다니는 군화의 경우에는 위장등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서인지 각자의 입맛대로 뽀다구 있는대로 잡고 다닐수 있도록 배려를 하는 것만 같다.
아! 생각없는 대한민국 군 수뇌부여!
11시 40분!
출발시간인 11시 40분 정각이 되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열차가 서서히 출발 한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태국열차의 시간엄수다!
앞으로 11시간 40분 동안 전개될 우본행 야간열차에서의 다양한 정경을 기대하며 나는 팔람퐁 역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