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계획을 어떻게 짜야 할 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안녕하세요.
태사랑에 들어 와서 지난 여행의 추억을 곱씹어 보고 미약하나마 여행경험을 나누고 있는 남자사람입니다.
제가 자주 보는 게시판이 묻고 답하기인데, 일정을 어떻게 짜야 좋을지 모르겠다면서 일정을 전부 짜달라고 하는 글들이 간간히 보이더군요. 아니 사실은 꽤나 자주 보입니다. 그런 글들을 볼 때마다 이해가 되기도,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어떤 분의 생각처럼 좀 무책임하다는 생각도 동시에 듭니다.
대부분이 처음 떠나는 해외여행이거나 혹은 여행지에 대한 정보부족을 이유로 들지만 사실 그런 이유들과 여행계획을 짜는 것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습니다. 처음 떠나는 여행이라고,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해서 계획을 못 짜라는 법은 없지요. 성의와 열의만 있다면 여행계획을 짜는 것도 굉장히 즐겁고 설레이는 경험이 될 수 있지요. 왜 그런 즐거움을 스스로 버리려고 하는지 솔직히 전 이해하기가 어렵네요.
저는 여행의 시작은 여행계획을 세우는 것에서부터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을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작은 수고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간의 안스러운 마음을 담아 제가 작년 여름 3개월간 동남아 4개국을 배낭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여행계획을 짜는 방법을 간단히 이야기 할까 합니다.
1. 가이드북만큼 좋은 것은 없습니다.
태사랑 물론 좋죠. 실제 경험을 통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는 그 어느 것보다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두 말 하면 입 아플 정도로요. 하지만 큰 틀을 잡기에는 상당히 애매한 점이 있습니다. 이럴 땐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수록된 가이드북이 필요합니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물론 숙소와 식당, 교통편, 화폐나 환전 등에 대한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있기에 여행을 앞 둔 사람들에겐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이드북을 천천히 살펴 보면서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여행자의 취향에 맞는 여행지를 먼저 선택하세요. 이 단계에서는 모든 정보를 보려고 하지 말고 단지 여행지에 대한 대략적인 분위기만 파악하고 여행자의 성향에 맞는 여행지를 선택하도록 하세요. 숙소나 교통 등의 정보는 나중에 접해도 됩니다. 주의할 점은 여행지의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가이드북은 되도록 최신판으로 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직접 구매를 하거나 도서관에 가서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2. 여행지를 선택했다면 경로를 짜 보세요.
어느 곳을 거쳐 어디로 이동할 것인지 경로를 잘 짜야 여행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방콕 인, 아웃을 기본으로 하여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를 거쳐 다시 태국으로 돌아오는 경로였으며, 이 과정에서 한번 간 곳은 겹쳐지지 않도록 경로를 짜서 되도록이면 더 많은 곳을 돌아볼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썼었지요. 세부일정을 짤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선이 꼬이거나 겹쳐지지 않도록 잘 정하시기 바랍니다.
3. 교통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세요.
이동할 때 필요한 교통편을 알아 보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막연히 가고 싶은 곳만 알고 그에 대한 교통편을 알지 못한다면 갈 방법이 없겠지요. 그러니 꼭 교통편을 알아 보시기 바랍니다. 근거리 이동시엔 택시, 혹은 버스나 전철을 이용할 것인지, 장거리 이동시엔 공항이동이 가능하다면 항공편을 이용할 것인지, 혹은 버스나 기차를 이용할 것인지 여행자의 주머니 사정과 여행기간, 취향에 따라 선택지는 달라 지겠지요.
4. 여행기간에 맞게 한 여행지에서의 세부일정을 계획해 보세요.
저 같은 경우는 3개월을 여행하였기에 여행지와 경로에만 신경 쓰고 세부 일정을 그냥 내키는 대로 하였습니다. 가고 싶은 곳을 간다던가, 아무 것도 안하고 늘어지게 빈둥거리다던가, 그 여행지가 좋아서 더 머물고 싶으면 더 머물었고, 빨리 떠나고 싶으면 빨리 떠나는 식으로 자유로운 여행을 하였지요. 하지만 시간이 별로 없는 단기 여행자들은 한정된 시간내에 많은 곳을 가고 싶어 할 수도 있으므로 계획된 세부일정이 필요하고 그에 맞춰 움직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행기간 동안 몇 곳의 여행지를 갈 것인가를 잘 고려하여 한 여행지에 돌아 볼 곳들을 정하고 그에 소요되는 시간을 예상하여 며칠 동안 머물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한정된 기간이라면 모든 곳을 돌아 볼 수는 없겠지요. 적당히 타협을 보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5. 세부일정을 짰다면 숙소를 알아 보세요.
저 같은 경우 혼자 가는 여행이라면 굳이 숙소를 미리 알아 보거나 하진 않습니다. 경험을 통해 현지에 가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숙소를 중요하게 여기는 편도 아니라서 숙소에 대한 중요도는 낮습니다. 하지만 가족여행이거나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여행이라면 숙소가 굉장히 중요하겠지요. 더구나 단기여행이라면 현지에서 숙소를 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나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겠지요. 미리 숙소를 알아 보고 되도록이면 교통이 편리한 곳으로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숙소가 외진 곳이라면 교통비도 많이 들 뿐더러 여러 곳을 다니기에 피곤할 수 있습니다. 몇 군데의 숙소를 알아 보고 제일 가성비가 좋은 곳으로 선택하면 좋겠지요. 숙도 또한 여행자의 취향과 주머니 사정에 따라 선택지는 달라지게 됩니다.
6. 위의 사항을 토대로 경비를 예상해 보세요.
여행자 스스로의 여행스타일이나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 바로 경비입니다. 경비가 일정하게 딱 정해진 것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사정이 이러한데 막연히 경비가 얼마나 들지 누군가에게 질문하는 것은 별로 현명하지 않아요. 본인의 여행스타일은 그 누구보다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세운 계획을 토대로 하여 경비를 예상해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가이드북을 보면 숙소와 식비, 물가 등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습니다. 혹은 태사랑 게시판을 검색해 봄으로써 답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7. 태사랑 사이트의 사기피해게시판을 쭉 살펴보고, 주의사항을 숙지하세요.
모든 것이 생소한 여행지에서 여행자가 처하게 될 위험이나 변수는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이러한 피해를 줄이고 안전한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준비도 철처히 해야 합니다. 이럴 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태사랑이죠. 사기피해 게시판을 쭉 살펴 보고 숙지한다면 안전한 여행을 하기 위한 준비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계획을 세운 후 사기게시판을 살펴 보고 숙지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안전한 여행에 대한 대비를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에서는 작은 금액의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8. 검토가 필요하다면 태사랑 묻기게시판에 일정에 대한 조언을 구해 보세요.
여행자 스스로 계획을 세웠으나 불안하고 부족하다 싶으면 일정에 대한 조언을 구해도 좋을 겁니다. 단, 일정을 짜 달라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세운 일정을 검토해 달라는 것이어야 하겠지요. 그렇게 해서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수정할 건 수정하면 더 할 나위없이 좋겠지요. 현명한 질문이 현명한 답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조언을 구한다면 현명한 답을 해주실 분들이 바로 태사랑 회원분들입니다.
대략 이 정도로 여행계획을 세우면 될 것 같습니다.
다 알만한 내용이지만 필요한 분도 있으리라 생각되어 올려 봅니다.
덧붙여서 추가로 당부의 말씀을 드리자면...
1. 세부일정을 세우는 것은 하나의 가이드라인일 뿐 100% 일정대로 실행되기를 바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여행에서 변수란 항상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변수를 예상은 못하더라도 감안은 하셔야 합니다. 변수 또한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이 편할 겁니다.
2. 환전이 고민이라면 우리은행 EXK카드를 만들어 가시고, 그것으로 불안하다면 약간의 달러를 소지하셔도 됩니다. EXK카드와 연결된 계좌에 원화로 입금해 두면 현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출기를 통해 비교적 저렴한 수수료로 자유롭게 인출해서 쓸 수 있습니다. 많은 양의 현금소지에서 발생될 수 있는 위험도 예방할 수도 있는 부분이고요.
3. 여행지, 특히나 해외에서는 직접 확인하고 알아 본 정보 외에 타인의 말을 섭불리 믿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상당히 경계를 해야 합니다. 특히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현지인들을 조심하라는 태사랑 회원분들의 조언을 경험을 통해 뼈 져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4. 경비에 대한 질문을 하려면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해 줘야 합니다. 그 최소한의 정보라면 여행자의 소비성향과 여행스타일, 숙소의 종류, 유흥이나 액티비티 유무, 대략적인 일정이 있어야만 추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사항없이 달랑 '몇 명이서 며칠동안 어디를 가려고 하는데 경비가 얼마나 들까요?'...하는 식의 질문은 답변다는 사람들에게 초능력을 요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5. 일정을 짜 달라는 글에 날이 선 댓글을 다시는 분들도 사실 우려하는 마음을 담아서 표현하는 것이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 위함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예 관심이 없다면 그러한 댓글 또한 달지도 않겠지요. 날 선 댓글을 자극으로 삼아서 스스로 계획을 세운다면 더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6. 질문을 하기 전에 우선 키워드로 검색을 한번 해보세요. 사실 여행자가 궁금해 하는 것은 거의 비슷비슷하거든요. 때문에 누군가는 전에 동일한 고민이나 문제로 질문을 했을 가능성이 매우매우 높습니다. 그러니 꼭 질문전에 검색을 한번 해보시기를 권하는 바입니다.
7. 영어나 현지어를 못한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전혀 걱정 안해도 됩니다. 유창하진 않아도 기본적인 영어 조금만 알아도 해외여행 다니는 거 별 문제 없습니다. 준비만 잘 한다면 여행 다니는데 유창한 영어실력이 요구되진 않아요. 단지 서양인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거 외엔 크게 불편한 건 없습니다.(경험에 따르면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의 서양인들은 동양인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더라고요. 언어의 장벽 때문일까요?) 스마트폰에 회화 혹은 번역기 어플만 있어도 됩니다.
여행의 시작은 여행자 스스로 계획을 세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여행계획을 그 누구보다 가장 잘 짤 수 있는 사람 또한 여행자 본인입니다. 그러한 것을 남에게 미룬다면 여행할 자격이 있을까요?